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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396화 (1,396/1,498)

1396화 선천도체

또 세 줄의 금색 문자가 당서문에 빨려 들어갔고 마지막 두 줄만 남았다.

당서문은 곧 모든 문자를 흡수할 수 있었다.

잘생긴 소년은 금술을 사용하여 장불범과 하나가 된 부동선제의 조각상을 밀어내고 신마지력으로 큰손을 만들어 천극방의 영을 잡았다.

그런데 천극방의 영이 갑자기 입을 벌리고 검붉은 피를 토해냈다.

천극방의 얼굴에는 고통이 없고 억울함과 불복 등 감정들이 있었다.

"아아악-!"

천극방의 영은 고개를 젖히고 크게 외쳤으며 의지를 최대로 발동했다.

그는 대상계의 무도제일령(武道第一靈)이었고 무상대도로 태어났으며 하늘, 땅, 인간의 화합을 이루었다.

그는 자긍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오만하지 않았고 일정한 시간마다 신분을 숨기고 서른세 개의 소선역을 돌아다니며 세상의 법도들을 배우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그는 천하의 무도를 자기소임으로 생각하고 번영을 위해 피를 토할 정도로 노력하고 힘들어도 원망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실패할 것을 예감했지만 인정할 수 없었다.

그는 당서문이 자신보다 강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결말을 바꿀 수 없더라도 그는 마지막까지 싸워보고 싶었다.

그래야 후회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쿵-!

천극방의 영의 몸에서 몇만 개의 빛이 폭발했다.

빛은 절세의 검처럼 잘생긴 소년의 손 형상을 박살 내고 천극방의 영을 누르던 압력도 박살냈다.

도의들이 사방으로 퍼졌다.

묵직한 종소리가 천지에 울려 퍼졌다.

* * *

그 시각, 전승전 밖.

사람들의 시선이 태양처럼 활활 타오르는 대전에 모였다.

그들의 대화는 더 열기를 띠었다.

그들은 태오신체 나타났기에 이런 이상들이 나타났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렇다면 태조신체가 대연천종의 전승을 얻은 게 분명했다.

무인들은 여전히 누가 태오신체인지 추측이 분분했다.

무인들은 대전에서 도의를 느끼고 종소리를 들었다.

무인들은 어안이 벙벙해서 놀라운 장면을 바라보았다.

활활 타오르는 신화 사이로 청색 길이 나타났다.

그 길로 세 개의 청색 빛이 밀려들었는데 빛들은 만년의 검의가 뭉친 것처럼 엄청난 신위를 뿜으며 불꽃을 찢었다.

또, 빛들은 무상검신의 손에 들린 검처럼 스스로 검술을 펼치며 삼족신조에게 날아갔다.

삼족신조는 화가 나서 날개를 펄럭이며 변신하여 세 개의 발로 빛을 잡았다.

쿠쿠쿵-!

세 개의 폭발음이 울려 퍼지고 삼족신조의 신력에 맞은 청색 빛은 박살이 나고 하늘에 흩날렸다.

삼족신조는 승자처럼 우렁찬 소리를 내고 다시 전승전의 지붕으로 날아갔다.

그는 찢어진 신화를 다시 모으려고 했다.

이때, 청색 통로가 다시 몇백 배 늘어나더니 신화들을 전부 깔아뭉갰다.

커다란 손 형상이 통로에서 나타나 삼족신조를 잡으려고 날아갔다.

삼족신조는 빠르게 반응하고 반격을 했다.

하지만 주천만계의 힘을 품은 손 형상은 삼족신조를 꽉 잡았다.

삼족신조가 아무리 버둥거려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손등에 핏줄이 솟아나더니 진짜 힘을 줬는지 삼족신오는 처량한 비명을 지르더니 펑 하고 부서졌다.

전승전을 덮고 있던 신화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커다란 손은 전승전의 지붕을 위로 잡아당겼다.

산처럼 웅장한 형상이 그 안에서 나오더니 전승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전승전은 수많은 청색 빛에 물들어 살아있는 것 같았다.

경을 읊는 소리들이 울려 퍼지고 신마들이 세상 사람들에게 설법하는 것 같았다.

"이게 뭐야?"

무인들뿐만 아니라 신수각에 있던 명도자 등과 다른 상고의 의지를 가진 자들이 놀라서 시선을 보냈다.

* * *

그 시각 전승전.

천극방의 영이 신광을 터뜨린 후 기세는 확 늘어서 당서문을 초월했다.

또, 그의 몸에 수많은 청색 부문들이 밀려 나오더니 하늘에 붙고 땅에 붙었으며 산과 조각상들에도 붙었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에서 청색 빛이 반짝거렸다.

당서문의 몸에서 나온 삼족신조들은 포효하며 청색 부문들과 싸웠다.

하지만 삼족신조들이 신위를 펼칠 새도 없이 청색 부문에 닿자마자 부서졌다.

상황은 역전이 되었고 천극방의 영이 당서문을 꽉 제압했다.

천극방의 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

그가 한 걸음 다가서면 당서문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금색 문자들이 천극방의 영의 몸에 날아들었다.

당서문의 몸에서 날아 나오는 금색 문자들도 있었다.

"이, 이게 어찌……."

장불범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이런 장면에 겁을 먹을 먹었다.

진남과 유응상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잘생긴 소년은 두 눈에 빛을 뿜으며 흥분해서 말했다.

"선천도체! 이게 바로 전설의 선천도체다!"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선천도체? 선천도체가 무엇입니까? 그것도 백대신체 중의 한 가지 체질입니까?"

유응상도 의아한 표정이었다.

그녀는 최고 대세력의 제자라서 백대신체에 대해서도 얼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모든 체질들을 잘 아는 것은 아니었다.

'선천도체도 백대신체 중 하나일까? 하지만 선천도체는 태오신체보다 강해보인다.'

"백대신체?"

잘생긴 소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대놓고 비웃었다.

"고작 백대신체를 어찌 감히 선천도체와 비교할 수 있겠느냐? 주천만계에는 십 대 선천지체(先天之體)가 있다. 하지만 선천지체들은 아주 드물다 십만 년에 한 명 정도 나올까 말까다.

선천지체는 태어나면 이 세대를 휩쓸 수 있는 무적의 천재가 나타난 것이다. 전설에 의하면 선천지체 가진 자들만이 최고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고 했다. 그 경지는 선제들도 바라만 보는 경지이다."

진남과 유응상은 헛숨을 들이켰다.

선천지체는 너무 대단했다.

"아니다! 그럴 리 없다!"

장불범은 악을 쓰며 소리를 질렀다.

"주천만계에 어찌 그런 체질이 있을 수 있느냐? 나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리고 이건 하나도 공평하지 않다! 공평하지 않아!"

잘생긴 소년은 그를 힐끗 보더니 차갑게 웃었다.

"못 들어봤다면 네가 무지한 거지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리고 공평이라는 단어를 네가 언급할 자격이 되느냐? 백대신체를 가진 자가 아무것도 없는 사람을 상대로 공평을 논하느냐? 이 세상에는 절대적인 공평이란 없다!"

잘생긴 소년의 말은 천둥처럼 장불범의 마음에 충격을 주었다.

장불범은 얼굴이 창백해지고 몸이 흔들거렸다.

잘생긴 소년은 빠르게 손을 써서 불동선제의 조각상을 날려 보냈다.

그가 사용한 술법은 상고의 금술이라 불동선제의 조각상을 상하게 할 뿐만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장불범도 상하게 할 수 있었다.

장불범의 비명이 연거푸 울려 퍼졌다.

"선제의 후손이라는 자가 그 정도 심지밖에 안 되다니, 부끄럽다!"

잘생긴 소년은 입을 삐죽거렸다.

그는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진남을 바라보며 전음했다.

"동생, 천극방은 정말 대단하구나. 각성한 이후로는 무적이 될 거다. 이제부터 우리는 천극방을 잘 보조해야 한다. 그는 나중에 주천만계를 놀라게 하고 선제를 초월하는 존재가 될 거다. 허허, 그럼 우리도 좋은 점을 많이 얻을 수 있다."

잘생긴 소년은 그 장면을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은지 손을 비비며 기대에 찬 표정을 지었다.

그의 말에 진남은 어안이 벙벙해서 천극방의 영을 바라보았다.

천극방의 영은 대도 화신이고 무적인 것 같았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그의 앞길을 막을 수 없었다.

진남은 천극방의 영의 변화에 기뻐하는 게 마땅했다.

하지만 그는 무언가 생각나서 마음이 무거웠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형님, 천 형이 요절할 수도 있습니까? 예를 들면 무상천존이 되기 전에 무상천존에게 죽임을 당한다던가?"

잘생긴 소년은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게냐? 선천도체는 무상의 운을 가지고 있다. 선제나 그 경지가 되기 전에는 엄청난 살기를 만나도 죽지 않는다. 그리고 너는 선천도체를 너무 얕잡아 보는구나. 그는 무상천존이 되지 못해도 이미 각성했기에 지도 경지의 무상천존보다 더 강하다. 그런데 누가 그를 죽일 수 있다는 말이냐?"

그의 말은 천둥처럼 진남의 머릿속에서 웅웅 울렸다.

진남이 아는 역사에 의하면 무상천존이 된 창은 천극방의 영을 죽였다.

하지만 잘생긴 소년의 말대로라면 천극방의 영은 창에게 죽을 수 없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창은 왜 천 형을 죽이는 걸까?'

진남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천극방의 영은 이미 우세를 차지했고 더 많은 금색 문자들이 당서문의 몸에서 나와 천극방의 몸에 흘러들었다.

당서문의 안색은 점점 창백해지고 기세도 점점 줄었다.

태오신체의 기세도 사라지고 없었다.

당서문이 눈을 번쩍 떴다.

그는 천극방의 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억울했다.

"왜, 왜 이런 거지? 나는 태오신체인데 왜……."

말이 채 끝나기 전에 그는 번개에 맞은 것처럼 제자리에 굳었다.

그의 동공이 확산되더니 생기를 잃었다.

쿵-!

강한 기세가 당서문의 몸에서 폭발하더니 대전을 휩쓸었다.

전에 당서문이 풍기던 기세와 전혀 다른 기세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기세가 드러나는 순간, 조각상들의 두 눈에 빛이 돌았다.

"네가 뒤에 있는 자구나?"

잘생긴 소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당서문은 대답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천극방의 영을 자세히 살펴보고 진남 등에게 시선을 돌려 무뚝뚝하게 말했다.

"의외구나. 네 벗이 전설 속의 선천도체일 줄이야. 그렇다면 돌려서 말하지 않겠다. 나는 대연천종의 마지막 선제인 항천이다."

그의 말은 청천벽력이었다.

당서문의 배후에 있던 자가 선제일 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우리를 공격한 것도 너냐?"

잘생긴 소년은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그렇다."

당서문은 무표정으로 말했다.

"너희들을 죽이려고 했는데 구소가 방해하더구나. 하지만 구소는 나보다 먼저 죽었기에 의지도 나보다 강하지 못하다. 구소의 의지는 내가 죽었다. 이제 너희들을 구하러 올 수 없다."

당서문은 제왕 같은 말투로 그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너희들은 대연천종의 전승을 포기하고 이 몸이 얻을 수 있게 하거라. 내가 보상해주겠다. 요구를 말해보거라."

진남은 평정을 되찾았다.

그는 두 눈에 차가움이 가득했다.

그는 천극방의 영의 죽음을 생각하자 마음이 심난했고 항천선제의 말을 듣자 마음이 더욱 심난했다.

하지만 그는 자제를 해야 했다.

충동적으로 행동하면 천극방의 영에게도 피해를 입힐 수 있었다.

그들이 상대해야 할 사람은 선제였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의지라고 하지만 그들이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 아니었다.

잘생긴 소년은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감탄했다.

"대연천종이 몰락하고 멸망한 것이 이유가 있었구나. 종문에 사람들이 사리사욕을 채우고 분명 더 훌륭한 후계자가 나타났어도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려고 하니 그럴 수밖에 없지."

항천선제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딴 말은 내 반감만 더 살 뿐이다. 너희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간이 얼마 없다. 얼른 조건을 말해보거라."

잘생긴 소년은 입을 삐죽거리고 말했다.

"선제, 조급해하지 말거라. 너는 전승전에 들어갈 수 없지? 네가 아무리 당서문의 몸에 빙의 되었다고 해도 실력 발휘를 다 할 수 없을 거다. 그렇다면 우리가 너를 겁낼 필요가 있겠느냐?

왜 전승을 너에게 줘야 하느냐? 우리가 전승을 가지면 너를 겁낼 필요도 없다."

항천선제는 잘생긴 소년을 노려보더니 말했다.

"너도 쉽지 않은 놈이구나."

잘생긴 소년은 웃으며 말했다.

"칭찬해줘서 고맙다."

항천선제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왼손을 들어 부문을 그렸다.

순식간에 엄청난 힘이 사방으로 흩어져 조각상들에 주입되었다.

잠들었던 조각상들은 펑펑 소리를 내며 속박에서 벗어난 듯했다.

특히 항천선제의 조각상은 눈부신 신광을 뿜고 엄청난 기세를 드러냈다.

잘생긴 소년과 유응상은 표정이 확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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