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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393화 (1,393/1,498)

1393화 이게 응천 경지구나!

어느새 다섯 시진이 지나고 끝이 없는 어둠 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남과 유응상은 눈빛이 날카롭게 빛이 났다.

유응상은 왼손을 들었다.

그녀의 손바닥에서 회색 기운이 나타나 소용돌이쳤다.

그것은 시공지력이었는데 그녀의 손을 벗어나면 바로 시공폭풍으로 변할 수 있었다.

유응상은 시공성전을 더 깊이 수련했다.

진남은 비교도 되지 않았다.

진남과 유응상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 말없이 앞으로 걸어갔다.

그들은 걷는 속도가 늦어졌다.

주변은 조용하고 어둠 속에 어떤 위험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잠시 후, 이상한 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진남과 유응상은 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수백 개의 뼈들이 무거운 물건에 눌려 부서지는 것 같은 소리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공격하자!"

진남은 낮은 목소리로 외쳤다.

그는 기세를 드러내고 온 힘을 다해 대연세계산의 형상을 변화시켰다.

대연세계산은 진남과 유응상을 덮고 보호했다.

유응상은 망설이지 않고 손을 휘둘렀다.

수많은 시공지력들이 산을 둘러싸고 휘몰아쳤다.

진남은 여러 개의 육전선단을 꺼내 복용했다.

쿵-!

시커먼 어둠 속에서 시뻘건 손이 나와 둘을 내리쳤다.

산의 형상은 순식간에 부서지고 시뻘건 손을 막지 못했다.

진남과 유응상은 빠르게 대응했다.

그들은 뼈를 에는 듯한 한기를 느끼자마자 손을 썼다.

그들은 어둠 속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강할 줄 몰랐다.

그들을 때리려고 날아오던 시뻘건 손이 갑자기 사라졌다.

유응상의 시공 폭풍이 시뻘건 손을 조금 밀어냈기 때문이었다.

시뻘건 손이 그들보다 훨씬 강했지만 그들은 공격으로 밀어낼 수 있었다.

진남과 유응상은 가장 빠른 속도로 짙은 어둠 속에 뛰어들었고 동쪽으로 달려갔다.

시뻘건 손이 서쪽에서 날아왔기에 그들은 동쪽으로 달렸다.

그러나 곧 그들은 경계심이 최고에 달하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짙은 어둠 속에서 시뻘건 손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졌다 했고 시공간을 뛰어넘은 것처럼 그들을 잡으려고 달려들었다.

"살기가 두 개였어?"

진남과 유응상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되지? 시뻘건 손은 우리가 저항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싸워보자!"

진남은 이를 악물고 저장주머니에서 남은 구전선단과 팔전전단을 꺼냈다.

단약들을 복용해야만 그들은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었다.

위기의 순간에 진남의 몸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와 방원 만 장의 어둠을 환하게 밝혔다.

엄청난 위압이 폭풍처럼 사방을 휩쓸었다.

진남이 고개를 들어보니 흐릿한 형상이 보였다.

그는 깜짝 놀라서 입을 열었다.

"선제 선배님?"

구소선제는 그의 말을 못 들었는지 아무 대답도 않고 바로 주먹을 휘둘러 시뻘건 손을 박살 냈다.

어둠 속에서 수많은 귀신들의 포효가 울려 퍼졌다.

원고의 군대가 달려오는 것처럼 땅 전체가 흔들렸다.

"선을 넘었다."

구소선제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는 성큼 앞으로 나서서 사방을 환하게 비추었다.

"또 나를 방해하러 온 거요?"

어둠 속에서 새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남쪽으로 가면 산이 있다. 거기에서 열흘 있거라."

구소선제의 목소리가 진남의 식해에서 울려 퍼졌다.

구소선제는 진남과 유응상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구소선제는 원고대군과 싸우려고 어둠 속으로 들어간 것 같았다.

정신이 든 진남은 유응상의 팔을 잡고 남쪽으로 날아갔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지만 진남은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진남은 가장 빠른 속도로 날아갔고 다급하게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남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걸음을 재촉했다.

한 시진을 날아가자 어둠 속에 만장 높이의 산봉우리가 나타났다.

산봉우리는 미세하게 빛을 뿜어 방원 천장을 밝혔다.

마치 바다에 있는 등대 같았다.

진남은 산봉우리에 들어서자 그제야 시름을 놓고 속도를 늦추었으며 유응상의 팔도 놓아주었다.

"그자는 누구였어?"

유응상은 팔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그녀는 아까 평정을 되찾았지만 진남을 방해하지 않았다.

"구소선제다."

진남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구서선제는 전에 우리 몸에 선광을 남겼다."

유응상은 진남의 표정을 보고 대략 추측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나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장신도는 극악무도한 죄를 지은 제자들만 들어가는 곳이긴 해. 하지만 이곳의 위험은 제자들보다 조금 더 강한 정도였어. 그런데 아까의 시뻘건 손은 분명 무상천존 경지보다 더 강한 자가 공격하는 것 같았어……."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이상하게 느껴졌다.

장신도가 이리 위험한 곳이었다면 명도자는 그에게 알려줬을 것이고 장신도에 가지 못하게 했을 것이었다.

'장신도가 왜 이리 위험해졌지? 백만 년 사이에 명도자 등이 모르는 일이 벌어진 걸까? 구소선제가 선을 넘었다고 했는데 누구에게 한 말일까? 신비한 목소리는 '또'라고 했는데 구소선제가 전에도 그를 공격한 적이 있었나?'

진남은 실마리를 찾은 것 같기도 했지만 결국 알아내지 못했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할까?"

유응상은 물었다.

어느새 그녀는 진남의 의견을 따르고 있었다.

"선제가 우리더러 이 산에서 열흘 있으라고 했다. 우선은 여기서 열흘 머물자."

진남은 약간 답답한 듯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그래!"

유응상은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산꼭대기로 올라갔다.

기이한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는 산은 평범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

진남과 유응상은 한참 관찰하다가 산꼭대기에 연못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연못은 말랐고 바닥에 청색 돌멩이가 가득했다.

돌멩이들은 부드러운 빛을 뿜었는데 보기만 해도 마음이 안정되고 긴장이 풀렸다.

유응상은 청색 돌멩이의 내력은 알 수 없었지만 어떻게 보나 천재지보였다.

진남과 유응상은 적당한 자리를 찾아 자리를 잡았다.

유응상은 촉룡지과를 꺼내 연화를 시작했다.

진남도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단약들을 꺼내 한 알씩 복용하면서 폐관수련을 했다.

시간은 천천히 흘러가고 신비한 산봉우리에서 용의 포효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유응상의 주변에 수많은 금색 작은 용들이 위아래로 날아다녔다.

금빛이 그녀의 새하얀 피부를 비추었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평온한 표정이었다.

그녀의 기운은 점점 신비하게 변해가고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것 같았다.

진남은 하루 정도 경계태세를 취했지만 산봉우리 주변에서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는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하지만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여 진남은 구전선단을 넣은 옥병을 곁에 두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바로 단약을 복용할 생각이었다.

닷새가 지났다.

유응상은 여전히 폐관수련 중이었다.

진남은 그동안 일전단약부터 오전단약까지 전부 복용하고 연화했다.

선단들은 중복되는 것이 없었다.

선단마다 기묘한 단력을 품고 있어서 진남은 닷새 사이에 실력이 확 늘었다.

그는 옅은 빛을 뿜었는데 거둘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선단들 중 대부분은 육신을 변화시키는 것들이었다.

덕분에 진남의 육신은 엄청 강해졌다.

"육전선단을 이제 시작해보자……."

진남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선단을 꺼내고 복용하고 연화하는 일을 반복했다.

육전선단도 몇 알 남지 않았기에 진남은 하루 만에 다 복용하고 칠전선단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칠전선단을 삼켰을 때 진남은 맑은 샘물이 온몸에 주입된 것 같았다.

영혼과 생각까지 몇 배 커진 것 같고 마음속에 다양한 오묘함이 생겨났다.

진남은 단력을 따라 생각의 나래를 펼쳤다.

그는 단력의 변화에 집중하지 않고 시공성전 등도 펼치지 않았다.

진남은 생각의 바다에 깊이 빠졌다.

이런 현묘한 상태는 이틀 연속 지속되었다.

진남은 어떤 장막을 뚫고 협소한 대문에서 나와 넓은 천지를 마주한 기분이 들었다.

쿵-!

진남은 엄청난 기세를 뿜었다.

주변의 청색 돌들이 흔들렸다.

"축하한다. 응천 경지를 돌파했구나."

유응상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진남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응천 경지로 진급했어?"

진남은 눈을 뜨고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선단을 복용하다가 응천 경지를 돌파할 줄 생각도 하지 못했다.

진남이 보고 들은 것이 적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그가 방금 복용한 칠전선단은 오신단(悟神丹)이었는데, 경지를 돌파하는 데 도움을 주는 단약이었다.

이런 단약은 무상천존 아래의 무인들에게만 효력이 있었다.

그 이상의 무인들에게 효력이 있는 것은 구전선단이었다.

"이게 응천 경지구나!"

진남은 주먹을 꽉 쥐고 들끓는 힘을 느끼고 깨달음을 얻었다.

천존 강자들은 자신의 규칙지도가 있었다.

자아 경지가 되면 규칙지도를 똑똑하게 알고 완벽하게 장악할 수 있었다.

식지 경지가 되면 자신의 규칙지도 위에 서서 이 땅의 규칙지력을 볼 수 있었다.

응천 경지가 되면 천궁의 규칙지력을 볼 수 있다.

천지가 가진 규칙지력은 엄청 방대했다.

천지를 관찰하고 잘 융합할 수 있어야 천지에서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운이 나쁘지 않구나."

진남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잘생긴 소년은 응천 경지를 돌파하면 이길 수 있다고 했다.

진남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조금 시름이 놓였다.

하지만 진남은 긴장을 늦추지 않을 것이었다.

그는 이제부터 이런 기회를 더 많이 잡아 더 강해질 것이고 기회가 되면 지도 경지로 진급하고 무상천존까지 돌파하려고 했다.

"응천 경지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으니 천지의 규칙을 살펴보거라. 네가 규칙지력을 완전히 이해하고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앞당기려면 나와 싸우는 게 빠르다."

유응상은 말했다.

그녀는 연화를 마쳤고 온몸에 옅은 금빛을 두르고 있어 구천신녀 같았으며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그래!"

진남은 두 눈에 빛을 반짝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쿠쿠쿵-!

둘은 하루 종일 싸우다 멈추었다.

열흘의 기한이 끝났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그들은 계속 싸웠을 것이었다.

"우리 이제 돌아갈 거야? 아니면 계속 남쪽으로 갈 거야?"

유응상은 물었다.

계속 남쪽으로 가면 그들 앞쪽은 계속 어둠이었다.

돌아간다면 그 시뻘건 손에게 다시 습격을 당할 수도 있었다.

"선제 선배님이 계속 남쪽으로 가라고 강조하지 않았으니 돌아가도 문제없을 거다."

진남은 잠깐 고민하더니 결정을 내렸다.

그들은 원래 자리로 돌아가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갔다.

또 사흘이 지났다.

진남은 시뻘건 길의 끝에 웅장한 구리 문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구리 문에는 검을 든 두 개의 형상이 새겨져 있었고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

구리 문은 삼 장 정도 벌어져 있었고 그 사이로 빛이 흘러나왔다.

"출구에 도착했구나."

그들은 안도했다.

사흘 동안 그들은 엄청난 압력을 견뎠다.

그들은 걸음을 재촉하여 문 사이로 들어갔다.

눈앞이 환해졌다.

앞에는 새하얀 눈이 가득하고 보라색 계단은 은은하게 보였으며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었다.

진남은 고개를 돌리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주변은 흰 안개에 덮여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었고 보라색 계단도 없었다.

계단은 그들 앞에만 있었다.

그들의 발아래는 방원 만 장이 되는 석대였고 안개 속에 떠 있었다.

"안개 속 석대, 보라색 계단……."

유응상은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보며 중얼거렸다.

잠시 후, 그녀의 두 눈에 이상한 빛이 스쳤다.

"역시 '선' 자를 얻은 사람은 연법이 인도하는구나! 우리가 이곳에 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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