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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392화 (1,392/1,498)

1392화 생각하는 것도 안 되나?

단발머리 청년은 임효지가 육전선단을 한 알 더 꺼낼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육전선단은 엄청나게 귀했다.

배경도 든든하고 무예재능도 대단한 단발머리 청년도 종문에서 그 경지를 돌파할 때가 되어야 육전선단을 한 알 주겠다고 했다.

육전선단 두 알은 그가 욕심조차 내지 못할 양이었다.

"대단하구나!"

단발머리 청년은 화가 나서 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다.

"여인을 위해서 육전선단을 두 알이나 사용하고 네 앞날까지 포기하다니! 그런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으냐? 육전선단은 너를 위해 시간을 좀 더 벌어줄 뿐이다."

임효지가 지도천존보다 더 강한 기세를 뿜었지만 단발머리 청년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들이 조금만 더 버티면 임효지의 기운은 떨어질 게 분명했다.

"네 말도 일리가 있다."

진남은 큰 결심을 한 듯 단숨에 세 알의 단약을 꺼내 삼켰다.

쿠쿠쿵-!

진남을 둘러싼 허공들이 전부 부서졌다.

진남은 마치 오랫동안 잠들어있던 신마가 깨어난 것 같은 기세를 뿜었다.

기세가 하늘을 뚫을 것 같았다.

세상과 동떨어져 홀로 서 있으며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던 촉룡선수의 나뭇잎에 빛이 번지고 용의 포효가 울려 퍼졌다.

단발머리 청년, 진리공자 등 열아홉 명의 천재들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유, 육전선단을 세 알이나 복용했어?'

"가자!"

단발머리 청년, 진리공자 등은 거의 동시에 한기를 느끼고 정신을 번쩍 차렸다.

임효지의 행동에 그들은 벼락을 맞은 것처럼 용기를 잃고 빛으로 변해 날아가려고 했다.

'저 녀석은 미쳤다! 어찌 미친놈하고 계속 싸우겠는가?'

"도망가려고? 어림도 없다!"

진남은 영혼조차 터질 것 같았다.

그는 몸에서 폭주하는 힘을 풀어야 했다.

진남은 그들을 쫓아가며 반달 모양의 도기를 수도 없이 휘둘렀다.

그는 절세의 신왕 같은 기세로 천지를 휩쓸었다.

유응상은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임효지가 단약을 삼키던 장면만 남았다.

'진남은 다섯 알의 육전선단을 삼켰다. 모든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나를 위해…….'

진남은 열 명의 천재들을 쫓아가 중상을 입히고서야 폭주하던 힘이 많이 줄어 몸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세 알이나 다섯 알의 단약을 삼킬 걸 그랬어. 그럼 한 놈도 도망가지 못하게 했을 텐데."

진남은 후회가 되었다.

하지만 남은 천재들은 쫓아갈 필요가 없었다.

진남이 계속 쫓아가 죽이면 다른 천재들은 그의 힘이 빠지기를 기다려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육전선단을 더 복용하는 것은 낭비였다.

진남은 육전선단을 복용하고도 단력의 오묘함을 자세히 느끼지도 못했다.

다섯 알의 육전선단을 복용한 진남은 단약의 위능에 놀랐고 단약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다.

진남은 단약의 약력이 어떻게 변하는지 자세히 알아보고 단약의 처방과 단약을 만드는 술법을 배우려고 했다.

그러면 그는 후세로 돌아가서도 단약을 만들 수 있고 여제, 공주, 강벽난 등의 실력을 빠르게 키울 수 있었다.

진남은 이러한 생각을 하면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제자리에서 기다리던 유응상은 진남이 날아오는 것을 보자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몸은 좀 어때?"

진남은 그녀의 태도가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젓고 말했다.

"괜찮다. 이제 어쩔 계획이야? 나는……."

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유응상은 살짝 화를 내며 말했다.

"괜찮다고? 괜찮을 리 없잖아! 육전선단을 복용했잖아! 한 알을 먹어도 무상천존으로 돌파할 수 없는데 너는 단숨에 다섯 알이나 먹었어. 그럼 더 심각하잖아! 촉룡지과 하나를 위해 그렇게 할 필요가 있어?"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곧 웃으며 말했다.

"나는 진리공자 일행과 척을 졌다. 그들은 촉룡지과를 가져도 나를 보내주지 않을 거다. 게다가 나도 그들이 촉룡지과를 얻는 것을 원치 않는다. 네가 잘 모르는 게 있는데 나는 단약을 먹어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유응상은 살짝 설렜다.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거짓말! 진남이 무상천존으로 진급하는 데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어도 몸에 엄청난 후유증이 남을 거다. 그것을 해결하려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겠지…….

내가 걱정하고 미안해하지 말라고 일부러 그렇게 말한 거구나. 한 번 만났을 뿐인데 이 정도로 하는 걸 보면 임효지도 참…….'

그녀의 마음이 흐트러졌다.

"왜 그러느냐? 괜찮아?"

진남은 그녀의 표정이 변하는 것을 보자 물었다.

그는 유응상이 착각에 빠졌을 줄 생각도 하지 못했다.

"아, 아무것도 아니다."

유응상은 정신을 차리고 심호흡을 했다.

그녀는 평정을 되찾고 촉룡지과를 꺼냈다.

"가지거라. 이건 네가 가지는 게 맞다."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됐다, 촉룡지과는 나에게 의미가 없다."

유응상에게서 시공성전을 받은 진남은 그녀에게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했기에 그녀를 도와줬다.

"그, 그럼 내가 가질게."

유응상은 떠듬거리며 말하고 촉룡지과를 저장주머니에 넣었다.

"유 낭자, 이제 어디로 갈 계획이냐?"

진남은 다시 한번 물었다.

"아직 목적지가 없으니 너와 함께 움직일게."

유응상은 잠깐 생각하고 말했다.

"음, 그래도 된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내가 전에 지도 한 장을 얻었는데 좋은 곳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더구나. 우리 동쪽으로 가자……."

진남은 앞으로 날아갔다.

그는 유응상에 대한 인상이 좋았기에 데려가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진남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유응상의 눈빛에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

그녀는 혼란스러웠다.

그녀는 복수를 해야 하고 그전에는 남녀의 일에 엮일 생각이 없었다.

'포기하라고 설득해야 하나?'

다섯 시진이 지나고 진남과 유응상은 커다란 산에 들어섰다.

잠시 후, 그들은 백 장 높이의 제단을 발견했다.

제단은 어떤 요수의 뼈로 만들어졌고 위에는 다양한 부도들이 새겨졌는데, 많이 흐릿해졌고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

유응상은 제단을 돌아보며 자세히 살피더니 말했다.

"고법으로 만들어진 전송제단이다. 촉룡비경을 떠나 다른 곳으로 통하는 용도일 거다."

진남은 이미 눈치챘지만, 말을 하지 않았다.

유응상의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성격은 칭찬할 만했다.

그들은 제단에 올라서 힘을 주입했다.

부드러운 빛이 그들을 감싸고 사라졌다.

* * *

낯선 곳에 도착한 그들은 동시에 뼈를 에는 듯한 한기를 느꼈다.

"어라?"

그들은 문도법을 움직이고 전투태세로 주변을 살폈다.

주변에 검은 안개가 짙게 드리웠다.

진남이 전에 만났던 검은 안개와 달리 이곳의 검은 안개는 심연처럼 그들의 시선과 모든 것들을 삼킬 것 같았다.

어둠이 극에 달했다.

하지만 그들은 기이한 검은 안개에 빠져들지 않았다.

그들의 발아래에 넓이가 십 장 되는 핏빛 길이 어딘가로 길게 뻗었다.

진남과 유응상은 짙은 피비린내를 맡았다.

이 길은 수많은 피로 물든 것 같았다.

유응상은 안색이 살짝 변했다.

"장신도는 대연천종의 유명한 흉지이다. 이곳은 위험이 가득해서 안에 들어간 자들은 살아남을 가능성이 없다. 종문에서 큰 죄를 범한 제자들은 이곳에 보내지는데 살아서 벗어나는 자는 전에 범했던 죄를 사면해준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이곳이 살지라고?'

명도자가 그에게 지도를 줄 때 촉룡비경의 제단을 통해 다른 비경을 갈 수 있다고 했다.

명도자는 이 비경에는 아무런 위험도 없고 계속 앞으로 가면 대연천종의 핵심인 전승전에 도착할 수 있다고 했다.

'제단에 문제가 생긴 걸까? 아니면 장신도에 이제 위험이 다 사라진 걸까?'

진남의 머릿속에 두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후자의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했다.

제단에 변화가 있거나 누군가 손을 썼다면 유응상은 분명 발견했을 것이었다.

"유 낭자, 우리 옛 문자를 드러내어 주변을 보호하자."

진남은 말하는 동시에 '선' 자 등 옛 문자들을 하나씩 드러냈다.

옛 문자들은 그의 주변에서 춤추며 날아다녔다.

"너……."

유응상은 '선' 자를 보자 깜짝 놀랐다.

"너 '선' 자를 장악한 거야?"

진남은 바로 물었다.

"유 낭자, '선' 자를 장악한 게 특별한 일이냐?"

유응상은 복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 무예재능이 이 정도로 강할 줄 몰랐다."

그녀는 잠깐 숨을 돌리고 말했다.

"상고의 전설에 의하면 대연천종의 진정한 전승을 얻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대연성령을 이용하여 전승지에 들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 들어가려고 하는 무인들 중 누구도 대연성령을 욕심낸 적이 없었다."

"왜?"

유응상의 평온한 얼굴에 어쩌다 미소가 나타났다.

마치 비웃는 것 같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연천종이 남긴 대연성령 대부분은 대연의 후손들을 위해 남긴 것이다.

즉, 종주 혈통의 후손들이나 선제의 후손들만이 대연성령을 찾을 수 있다."

말을 마친 그녀는 보충했다.

"구소선제의 무덤에 있던 대연성령도 선제의 후손들을 위해 준비한 것이다. 네가 그것을 얻은 것은 운이 엄청 좋았던 거지."

진남은 그녀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은 확실히 운이 좋았다.

"첫 번째 방법은 권력자들을 위해 준비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구나.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이런 행동은 종문의 발전을 방해하기도 하지. 종문이 발전하려면 능력 있는 자가 높은 자리에 올라야 한다. 선조들의 그늘에 의지하면 발전할 수 없다."

유응상은 첫 번째 방법을 평가하고 이어서 말했다.

"대연천종의 마지막 종주는 사리가 밝은 사람이었다. 대연천종의 장로들 대부분이 대연성령만으로 전승을 얻을 수 있게 하자고 했다. 하지만 마지막 종주는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십 대 선제의 설법을 마련했다.

십 대 선제의 설법은 심사라고 볼 수 있다. 십 대 선제들은 옛 문자 삼천여 자에 대한 설법을 동시에 진행하고 옛 문자를 더 많이 장악한 자가 재능이 있다고 판단한다. 보통은 서열 삼십 위에 든 옛 문자를 장악하면 대연천종의 전승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서른 개의 옛 문자들 중 서열이 높은 글자를 얻은 자가 전승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이 더 크다."

진남은 깜짝 놀랐다.

그는 옛 문자에 이런 비밀이 있을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몇백 년 동안 '선' 자를 장악한 사람이 없었느냐?"

진남은 호기심이 동해서 물었다.

"몇백 년 동안 대연천종에 몇백 명의 전승자가 나타났다."

유응상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들 중에 '선' 자를 장악한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 아직 살아계실 텐데 이름은 무양선제(無陽仙帝)시다!"

진남은 깜짝 놀랐다.

'벌써 선제로 진급했어?'

"그럼 나도 대연천종의 진정한 전승을 얻고 선제가 될 수 있는 거 아니야……?"

진남은 코를 만졌다.

"꿈도 꾸지 말거라. 이미 세 개의 대연성령이 나타났고 아까 선제의 후손도 준비를 하고 온 것 같더구나. 너와 네 벗이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은 일 할도 안 된다."

유응상은 찬물을 끼얹었다.

"선제로 진급하는 일은 십만 년 후에나 있을 수 있겠다."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생각하는 것도 안 되나?'

그들은 조심스럽게 계속 앞으로 나갔다.

한 시진이 지나고 진남은 위험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는 추측하고 있던 일에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긴장을 늦추고 유응상과 한담을 나누었다.

유응상은 최고의 대세력 소속이었고 진리공자 등보다 신분이 더 높았다.

때문에, 진남은 대연천종의 많은 비밀들을 알 수 있었다.

위기의 순간에 써먹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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