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2화 선제의 영패
잘생긴 소년이 큰 결심을 내리고 말했다.
"동생, 이렇게 하자. 내가 너에게 한 수 가르쳐 주면 빨리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네가 깨달음을 얻으면 거의 응천 경지 실력을 가질 수 있다."
진남과 천극방의 영은 어안이 벙벙했다.
잘생긴 소년은 엄청 아까워 하며 말했다.
"이것은 내가 쉽게 전수하지 않는 비밀 술법이다. 평소였다면 절대 내놓지 않았을 거다. 그러니 성공하면 영생지수는 나에게 주고 검도 나에게 줘야 한다."
진남은 그제야 알아차렸다.
잘생긴 소년이 전에 응천천존으로 만들어주겠다고 했던 말은 다 거짓말이었다.
지금 그 술법을 꺼내놓는 것은 좋은 점도 얻고 싶고 시간도 아껴야 하기 때문이었다.
"네, 그렇게 합시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되었든 잘생긴 소년을 이곳에 데려온 보람이 있었다.
"그래, 눈을 감거라."
잘생긴 소년은 두 손을 모으고 오래된 주문을 외웠다.
마지막에 그는 양손으로 진남을 밀었다.
현묘한 힘들이 뿜어져 나와 진남을 덮었다.
진남은 무상홍류(無上洪流)가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무상홍류는 진남의 영혼을 끝없는 어둠으로 밀어 넣었다.
* * *
"이게……."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믿을 수 없었다.
그의 영혼과 의식이 끝없는 허공에 도착했다.
그의 뒤에 주천만계를 상징하는 별들이 다양한 빛을 반짝였고 그의 앞에 산이 있었다.
산은 차가운 어둠 속에서 빛을 뿜으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산이 아무런 기세도 풍기지 않았지만 진남은 웅장하고 천지에 우뚝 서 있는 느낌을 받았다.
진남은 세상의 모든 것들이 산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산이 이 세상에 유일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네 뒤에는 주천만계가 있고 앞에는 세계성산(世界聖山)가 마주하고 있다! 이 속에 엄청난 비밀이 있고 끝없는 진리가 있다. 마음을 차분히 하고 자세히 느껴보거라. 그러면 세계성산의 의지를 장악할 수 있다."
잘생긴 소년의 목소리가 진남의 마음속에서 울려 퍼졌다.
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위엄이 넘치며 대도의 소리 같았다.
진남은 충격을 받았지만 곧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지의 기이한 풍경을 살펴보았다.
* * *
그 시각, 동굴에 있던 잘생긴 소년은 진남이 빠르게 집중하는 것을 보자 감탄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천극방의 영을 보며 말했다.
"천극방, 자네에게도 한 수 전수해줄까?"
천극방의 영은 경계한 채 말했다.
"자네, 무슨 꿍꿍이요?"
잘생긴 소년은 입꼬리를 움찔하더니 진지하게 말했다.
"임 동생이 깨달음을 얻기 시작했소. 그가 아무리 무예 재능이 대단하다고 해도 하루가 걸려야 될 거요. 그동안 우리 둘 다 할 일도 없는데 내가 자네에게 한 수 가르쳐 주면……."
천극방의 영은 여전히 경계하면서도 궁금했다.
"자네가 진짜 그리 좋은 마음을 품었다는 말이오?"
잘생긴 소년은 어이가 없어서 콧방귀를 뀌었다.
"자네가 나를 못 믿겠다면 됐소."
천극방의 영은 여전히 의심되었지만 잘생긴 소년이 신비하고 강하다는 사실이 떠올라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이때, 진남의 몸에서 엄청난 기운이 폭발하더니 보이지 않는 산으로 변해 우뚝 섰다.
잘생긴 소년은 돌아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상에!"
천극방의 영은 그리 놀라지 않았다.
대상계에 있을 때부터 임효지의 대단한 실력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이럴 리가! 이게 말이 되오? 임효지는 성산의 의지를 느끼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소."
잘생긴 소년은 믿을 수 없었다.
그는 동술을 펼쳐 진남을 살폈다.
"아무리 선천무체(先天武體)이라고 해도 적어도 반나절은 걸려야 하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소?"
그는 성산의 의지를 다 익히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 잘 알고 있었다. 예전에 그도 깨달음을 얻는데 두 시진이 걸렸다.
"선천무체? 그게 뭐요?"
천극방의 영은 궁금해서 물었다.
잘생긴 소년은 멍청하게 말했다.
"선천무체라니? 무슨 말을 하는 거요?"
"방금 자네가 선천무체라고 하지 않았소?"
"내가? 자네가 잘못 들었소."
잘생긴 소년이 뻔뻔하게 우기자 천극방의 영은 기가 막혀서 물러섰다.
잘생긴 소년은 천극방의 영을 무시하고 입을 꾹 다문 채 진남을 자세히 살폈다.
시간은 천천히 흘러 한 시진이 지났다.
진남의 몸에서 시커먼 빛이 순식간에 폭발했다.
천극방의 영은 임효지의 기운과 육신에 신비한 변화가 생긴 것을 발견했다.
임효지는 엄청난 천재지보를 복용한 것처럼 거대한 돌파를 이루었다.
천극방의 영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잘생긴 소년이 전수한 술법 덕분에 이렇게 큰 변화가 생길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진남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는 기쁨에 잠겼다.
이제 그의 마음속에 산 한 채가 생겼다.
산은 실체가 아니지만, 확실히 존재하면서 진남에게 끊임없이 힘을 제공했다.
진남은 자신의 힘이 영원히 사리지지 않을 것이며 끝없는 허공에서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고맙습니다."
진남은 잘생긴 소년에게 인사를 올리고 선검을 건넸다.
잘생긴 소년은 진남에게 엄청난 기연을 주었다.
때문에, 진남은 잘생긴 소년에 대한 마음이 달라졌다.
전에 품었던 불쾌한 감정도 눈 녹듯이 사라졌다.
뒤통수 한 번 맞은 대가로 이런 수확을 얻을 수 있다면 진남은 몇백 번, 몇천 번이라도 맞을 수 있었다.
"허허. 녀석, 대단하구나. 내가 너를 과소평가했다."
잘생긴 소년은 진남의 어깨를 두드리며 제자리로 갔다.
"다시 해보자!"
그들은 다시 삼재취선진을 펼쳤다.
진남이 뿜어내는 힘은 붉은색으로 변했고 높이고 두 장이나 되었다.
잘생긴 소년이 호통을 치고 손자국을 날렸다.
위력이 전보다 몇 배는 강해졌다.
두 시진 정도가 지나자 금색 수정에는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수정에서 나오던 차가운 기운도 몇 배 늘어났고 그들의 몸에 얇은 얼음이 덮였다.
영생지수를 꺼내고 천극방의 영은 물었다.
"우리 이제 어디로 가면 되오? 그 못을 다시 사용할 거요?"
"처음에는 방법이 없어서 파망선정을 사용했소. 이제는 될 수 있으면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오. 괜히 살지에 들어갈 수 있소. 걱정하지 마시오. 점을 쳐보겠소."
잘생긴 소년은 원래 수단을 다시 사용했다.
마지막 점괘를 확인한 그는 놀라서 말했다.
"점괘는 앞으로 백 장 더 가면 큰 수확이 있을 거라고 나왔소."
그들은 동굴의 끝에 있었다.
앞으로 백 장 더 가려면 동굴 벽을 뚫을 수밖에 없었다.
"설마 이 산에 기연이 있나?"
셋은 마음이 동하여 빨리 손을 썼다.
그들은 곧 이상함을 발견했다.
분명 돌인데 마치 보이지 않는 힘이 덮여 더 단단해진 것 같았다.
그들이 온 힘을 다해 공격을 해도 겨우 일 장을 뚫었다.
반 시진을 노력한 끝에 그들은 끝내 백 장을 뚫었다.
그들 앞에 방원 몇십 장이 되는 동굴이 나타났다.
동굴에는 아무것도 없고 바닥에 신비한 무늬가 있었다.
"이건 전송대진이구나. 구소선제는 뭘 이리 복잡하게 만들었을까? 전송대진을 발견하지 못하면 이곳에 갇혀 죽으란 건가? 선제나 됐다는 사람이 장난스럽기도 하지……."
잘생긴 소년은 중얼거리며 진법에 올라섰다.
진법이 움직이고 보이지 않는 힘이 그들을 감싸고 사라졌다.
잠시 후, 그들은 다른 곳에 나타났다.
몸을 가누자마자 귀청을 찢을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열 개의 방대한 기운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진남 일행을 고개를 들었다.
그들은 방원 만 장이 되는 궁전에 도착했다.
벽에는 벽화들이 새겨져 있었고 오래된 기운이 가득했다.
대전 앞에는 두 개의 구리 문이 있고 위에는 각각 날카로운 글자체로 '구(九)'자와 '소(宵)'자가 새겨졌다.
대연천종의 후손 동양과 진리공자, 연단청, 연아, 그리고 다른 두 천재들은 구리 문 앞에서 열 마리의 태고이종들과 치열하게 싸웠다.
열 마리의 태고이종들은 높이가 삼 장이 되는 금색 털 원숭이들이었다.
원숭이들은 붉은색 선봉을 들고 있었고 속도가 빠르며 힘이 엄청 강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들은 다섯 개의 서로 다른 신통법을 펼칠 수 있었다.
진남이 전에 만났던 태고이종들보다 몇 배는 더 강했다.
"너희들?"
동양, 진리공자, 연단청 등은 곁눈질로 확인하고 안색이 확 변했다.
특히 동양은 진리공자들보다 표정이 더 어두웠다.
진남 일행이 도망을 간 뒤로 그들은 세 개의 신물을 얻었고 복지로 가서 많은 좋은 점을 얻었으며 수많은 살기들을 제치고 이곳에 왔다.
이곳은 가장 중요한 대금제인 천기전이었다.
천기전에 오려면 몇천 개의 전당을 거쳐야 했다.
그중 사람이 반드시 죽는 절전(生殿)이 절반이고 생전(生殿)도 절반이었으며 서른세 개의 고전에만 신물이 있었다.
신물들을 모두 없애야만 주전에서 계속 앞으로 나가 전승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때문에, 동양은 거대한 대가를 치르고 서른세 개의 고전의 소재를 파악했고 다른 천재들을 각각 보내 신물을 없애게 했다.
하지만 임효지 일행은 쉽게 주전으로 왔고 노력도 없이 그들의 성과를 나누려고 했다.
그들은 대연천종 종주의 혈통인 것처럼 구소선제의 배려를 받았다.
때문에, 동양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진리도우, 내가 먼저 비밀 술법을 펼쳐 태고이종들을 잠깐 잡아두겠다. 너희들은 저 녀석들을 없애거라."
동양은 단호하게 말했다.
말을 마친 동양은 저장주머니에서 영패를 꺼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영패는 시커먼 나무로 만들었고 위에 아무런 그림도 없었다.
겉보기에는 평범하지만 엄청난 위압을 풍겼다.
"선제의 영패?"
잘생긴 소년은 눈썹을 추켜세웠다.
"네가 뭘 좀 아는구나?"
동양은 차갑게 말하며 신기한 법인을 만들어 힘을 전부 영패에 주입했다.
웅-!
영패는 떨리더니 용이 탈피하듯 오색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선제의 영패는 선제가 직접 강림한 것과 같다. 모든 금제들은 내 명령을 들어라. 모든 힘을 나에게 가하라."
동양이 호통을 치자 주전 전체가 흔들렸다.
수많은 무늬가 허공에 나타나더니 힘들이 모여 그의 몸속으로 주입되었다.
그는 번개처럼 빠르게 손을 써 수많은 사슬을 날려 보냈다.
사슬들은 신룡이 세상에 나타난 것처럼 방대한 힘을 드러내며 태고이종들을 공격했다.
태고이종들은 포효했고 살기가 사라졌으며 겁에 질렸다.
선제의 영패가 동양에게 큰 힘을 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영패의 힘 덕분에 동양이 사용한 신통법들은 구소선제의 기운을 담고 있었다.
선제의 기운은 태고이종들을 강하게 제압할 수 있었다.
진리공자, 연단청 등은 홀가분해졌다.
그들은 더 이상 태고이종들에게 발목을 잡히지 않았다.
천재들은 잘생긴 소년 등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좋은 길을 두고 굳이 지옥 길을 선택했구나."
연단청은 냉소를 짓더니 무지갯빛으로 변해 임효지에게 날아갔다.
그는 잘생긴 소년보다 진남이 더 싫었다.
"죽어라!"
진리공자, 연아 등은 살기가 가득해서 잘생긴 소년을 공격했다.
이미 준비하고 있던 잘생긴 소년은 몸을 날려 천극방의 영 뒤로 도망갔다.
천극방의 영은 엮이고 싶지 않았지만 잘생긴 소년이 어찌나 찰싹 붙어있는지 한 걸음도 벗어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