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0화 파망선정(破妄仙釘)
"어라? 왜 사람이 이렇게 많지? 설마 환술인가?"
잘생긴 소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진남도 놀랐다.
그는 형상들이 왠지 익숙한 것 같았다.
진남은 문득 안 좋은 예감이 떠올랐다.
"누구냐?"
그곳에 있던 무인들은 진남 일행을 발견하고 호통쳤다가 이내 놀란 목소리로 바뀌었다.
"너희 둘이었어?"
무인들은 전부 고개를 돌렸다.
진리공자, 연단청, 양소비, 남렬, 연아 등 천재들이었다.
그들은 진남과 잘생긴 소년을 보더니 동시에 안색이 바뀌고 두 눈에 분노와 살기가 떠올랐다.
그들은 이곳에서 두 도둑놈을 만나게 될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어라? 너희들이었어?"
잘생긴 소년은 처음에는 놀라더니 이내 환하게 웃었다.
"의외구나. 이곳에서 벗들을 만나게 될 줄이야. 하늘이 내 편을 들어주는구나."
잘생긴 소년은 진리공자 등과 사이가 엄청 좋은 것처럼 행동했다.
"벗들?"
진리공자, 연단청의 분노와 살기가 더 강해졌다.
연단청은 호통을 쳤다.
"네 목숨을 취하겠다!"
슈슈슉-!
몇십 명의 천재들은 엄청난 기세를 드러내고 절세의 무지개로 변해 진남 등을 공격했다.
그들은 엄청난 기세를 풍기는 군대 같았다.
"벗들, 왜들 이러느냐? 이자가 나에게 시킨 거다. 그러니 나에게 따지지 말거라."
잘생긴 소년은 고함을 지르며 진남을 지목하고 줄행랑을 쳤다.
"저게 진짜!"
진남은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잘생긴 소년을 단칼에 베어버리고 싶었다.
천지에 귀청이 아플 정도의 굉음이 울려 퍼졌다.
사람들이 돌아보니 창 모양의 산이 무상의 검에 베인 듯이 쩍 갈라지고 그 사이로 금빛 물들이 솟구쳐 시커먼 물을 덮고 궁전으로 흘러내렸다.
흐릿하던 궁전이 점점 또렷해졌다.
그림 속에서 나온 것 같았다.
궁전은 엄청난 위압을 풍겨 천지를 휩쓸었고 사람들의 영혼도 흔들었다.
평범한 천존이었다면 이미 무릎을 꿇고 인사를 올렸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자들은 대부분 만계방에 이름이 있는 천재들이라 그리 쉽게 제압당하지 않았다.
"진리 도우, 저자들을 쫓지 말거라. 전승이 열렸으니 전승을 먼저 가져오자."
이때, 무인들 중 유일하게 진남 일행에게 달려들지 않은 청년이 말했다.
청년은 금관을 쓰고 기혈이 가득했으며 온몸에 귀티가 흘렀다.
"하지만……."
진리공자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임효지와 잘생긴 소년이 너무 미웠다.
그가 조직한 모임에서 그런 일이 벌어져 다른 천재들보다 훨씬 체면이 깎였기 때문이었다.
"진리 도우, 그만하자. 별것도 아닌 것들 때문에 시간 낭비할 게 있느냐?
걱정 말거라. 우리가 전승을 얻고 나서 저들이 대연세계산에 계속 남아 있다면 내가 반드시 폐인으로 만들어주겠다."
청년은 진리공자를 재촉했다.
그는 진남 일행을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다.
"그래."
진리공자는 청년의 신분을 알기에 바로 대답했다.
그는 진남 일행을 쫓아가지 않고 궁전으로 날아갔다.
"허허, 임효지, 이곳에 구소선제가 남긴 전승이 있다. 너도 놓치기 싫지? 안에서 기다리겠다."
연단청은 떠나기 전에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머리에 금관을 쓴 청년은 시커먼 빛을 뿜어 천재들을 감싸고 기세등등하게 궁전으로 날아갔다.
꽉 닫혔던 주홍색 대문이 스르륵 열리고 선기로 만들어진 다리가 나타나 그들을 맞이했다.
진남 일행은 그 모습을 보자 알아차렸다.
금관을 쓴 청년은 대연천종의 후손이었다.
"궁전이 마중하는 자이면 선조가 대연천종의 장로 정도는 될 거요."
잘생긴 소년은 말했다.
"우리 이제 어떻게 하면 되오?"
천극방의 영은 잘생긴 청년을 보며 냉소를 지었다.
"자네가 그때 사고를 쳐서 저자들과 원수가 된 것 같은데 우리 지금 들어가면 포위공격을 당할 게 뻔하오."
서른여 명의 천재들과 대연천종 후손 한 명이 모인 세력은 너무 강했다.
"하하, 우리에게 기회가 없는 것도 아니오. 여기서 기다리면 되오."
잘생긴 청년은 코를 만졌다.
"기다린다고?"
천극방의 영은 화가 나서 말했다.
"전승을 얻으려면 먼저 도착하는 것이 중요하오. 그 기회를 잃으면 걸림돌이 엄청 많소. 게다가 저자들 중에는 대연천종의 후손도 있으니 아주 빨리 구소선제가 남긴 대기연을 얻을 거요."
잘생긴 소년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만은 않소. 대연천종의 후손이 진리공자 등을 데리고 온 걸 보면 안에 엄청난 금제가 있고 천재들의 힘을 합쳐야 풀 수 있을 거요. 선제가 남긴 전승인데 들어가자마자 얻는다는 게 말이 되오? 넘어야 할 관문들이 가득할 거요."
그는 신비하게 웃더니 이어서 말했다.
"어쨌든, 나만 믿으시오. 나에게 다 계획이 있소."
진남과 천극방의 영은 서로 마주 보더니 상대방의 생각을 알아차렸다.
그들은 잘생긴 소년이 나중에 뒤통수를 치면 그가 보는 데서 선검들을 하나하나 망가뜨릴 작정이었다.
진남과 천극방의 영은 마음을 진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잘생긴 소년이 미래 청궁의 주인의 엄청난 수단을 펼칠 수 있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 * *
한참이 지나고 잘생긴 소년은 중얼거리더니 말했다.
"이제 들어갑시다."
셋은 빛으로 변해 궁전으로 날아갔다.
대문에 들어서는 순간, 고풍스럽고 황량한 기운이 확 덮쳤다.
그들의 눈앞에 황량한 땅이 나타났다.
하늘에는 여러 진문들이 뱀처럼 잠자코 공격할 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남은 등골이 오싹했다.
진문들마다 엄청난 살기를 품고 있어 살짝 건드려도 폭풍 공격을 당할 수 있었다.
"저자들이 위에 있다."
천극방의 영은 외쳤다.
진남이 고개를 들어보니 멀리 하늘의 끝에 방원 몇천 리가 되는 땅이 떠 있었다.
땅은 수정처럼 투명했기에 그 위에 자란 나무, 넝쿨, 꽃 등에 신의 빛이 반짝거리는 것을 진남 등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강한 금제들이 나무, 넝쿨, 꽃 등을 보호하고 있었다.
대연천종의 후손과 진리공자 등 천재들은 강한 수단을 펼쳐 그 금제들을 한 층 한 층 벗겼다.
"탈천등(奪天藤), 옥룡수(玉龍樹), 삼묘신화(三妙神花)! 세상에, 구소선제는 역시 손이 크구나. 이곳에 이런 신물들을 남겨주다니……."
잘생긴 소년은 침을 삼켰다.
진리공자 등은 무언가 느끼고 돌아보더니 두 눈에 차가운 빛이 반짝였다.
"감히 이곳까지 들어오다니!"
연단청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죽음이 두렵지 않은 모양이구나! 그렇다면 신물들을 얻은 후 저자들을 없애야겠다."
대연천종의 후손은 차갑게 말했다.
이때, 잘생긴 청년은 무척 아까워하며 저장주머니에서 손바닥만 한 크기의 못을 조심스레 꺼냈다.
못은 녹이 슬었고 특별하지도 않은 것 같았지만 만물을 멸망시킬 정도의 기운을 뿜었다.
"응?"
진리공자 등은 이상함을 느끼고 돌아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저도 몰래 비명을 질렀다.
"파망선정(破妄仙釘)?"
파망선정은 주천만계에서 보기 드문 특별한 신물이었고 사람의 힘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천지에서 생겨난 것이었다.
파망선정은 수량이 엄청 적어 대세력들도 몇 개 없었다.
파망선정으로 싸움을 할 수 없지만 하나의 공능이 있었다.
바로 잠시나마 허공이나 소세계 혹은 소공간 등을 찢고 다른 곳에 들어갈 수 있었다.
강한 전승일수록 관문이 많고 여러 개의 소세계나 공간으로 겹겹이 보호하는 경우도 있었다.
무인들은 전승을 얻으려면 관문들을 일일이 넘어야 핵심 공간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파망선정이 있으면 상황이 달랐다.
"동양(東陽) 도우, 저자들을 붙잡거라!"
진리공자는 빠르게 반응하고 호통쳤다.
동양이라는 대연천종의 후손은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더니 빠르게 손을 내리쳤다.
잠잠하던 진문이 살아난 것처럼 눈부신 빛들을 펼치며 멸망의 기운을 드러냈다.
"하하, 이걸로 우리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잘생긴 소년은 호탕하게 웃고 파망선정을 움직였다.
앞에 있던 허공이 부서지고 부드러운 힘이 그들을 감싸고 사라졌다.
"제길!"
진리공자, 연단청 등은 그 모습을 보자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아까 시간을 좀 들여서라도 저자들을 죽였을 걸 그랬다.'
"내가 저자들을 과소평가했구나."
동양은 느긋하게 말했다.
그가 진리공자 등을 말린 것은 전승을 빨리 가지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진남 일행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제 어떻게 하지? 저자들이 먼저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진리공자는 음침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구소선제가 남긴 전승을 얻기 위해 다른 커다란 전승도 포기했다.
"진리 도우, 걱정 말거라. 그리 엄중하지 않다."
동양은 콧방귀를 뀌었다.
"구소선제가 남긴 전승이 있는 곳이 그리 간단한 줄 아느냐? 저자들은 전승이 있는 곳의 상황도 모르고 구체적인 위치도 모른다. 재수가 없으면 살국에 들어갈 수도 있다. 운이 좋게 전승지에 간다고 해도 저자들은 전승을 가질 수 없다."
진리공자, 연단청 등은 그제야 표정이 조금 부드러워졌다.
돌발상황에 그들은 긴장했다.
그들은 최강의 수단을 사용하며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었다.
그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기 싫었다.
* * *
그 시각, 진남 일행은 공간이동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잠시 후, 그들은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더니 다른 곳에 도착했다.
진남과 천극방의 영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파망선정이 어떤 물건인지 잘 모르지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미래 청궁의 주인은 역시 대단했다.
진남과 천극방의 영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앞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산골짜기에 있었고 주변은 절벽이었으며 하늘에는 새까만 빛들이 가득했다.
새까만 빛을 뚫고 억지로 나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응? 저건 봉황혈수(鳳凰血樹), 청명완석(聽命頑石)! 그리고 저건 구성지화(九聖之花)잖아?"
천극방의 영은 헛숨을 들이켰다.
진남도 발견했다.
산골짜기 주변에는 이상한 형태의 나무, 꽃, 돌 등이 자랐다.
위에는 신의 빛이 가득하고 안에는 신비함을 품고 있는 걸 보니 평범하지 않은 천재지보였다.
"하하하. 우리는 운이 좋구나. 복지에 도착했어!"
잘생긴 소년은 호탕하게 웃었다.
"참, 우리 이 보물들을 어떻게 나눌지 상의합시다."
잘생긴 소년은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짓고 말했다.
"이번에 자네가 힘을 많이 썼으니 더 많이 가져가시오."
천극방의 영은 말했다.
믿음직스럽지 않지만 잘생긴 소년 덕분에 그들은 이곳까지 올 수 있었다.
"그럼 사양하지 않겠소. 하지만 나는 이 물건들이 필요하지 않소. 선검을 나에게 주고 이곳의 물건은 임효지와 자네 둘이 나눠 가지시오."
잘생긴 소년은 침을 삼키더니 진남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진남과 천극방의 영은 어안이 벙벙했다.
칠 품 선기가 귀하기는 하지만 이곳에는 천재지보가 이, 삼십 가지나 되어 칠 품 선기보다 더 값이 나갔다.
'이 녀석은 검을 목숨처럼 아끼는구나. 게다가 검을 그리 많이 가지고도 사용하지 않는다.'
진남과 천극방의 영은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천재지보를 가져갔다.
다만,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고 규칙의 힘으로 커다란 손을 만들어 하나씩 가져왔다.
그런데, 천재지보에서 갑자기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와 커다란 손을 뚫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