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7화 나는 너를 모른다
나천과 맹상혼은 안색이 변했다.
뒤쪽 세상 전체가 커다란 손으로 변해 그들을 잡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천지가 그들을 잡으려는데 어떻게 반항할 수 있을까?
"부숴라!"
죽음의 기운을 느낀 나천과 맹상혼은 최강의 선기를 드러내고 신통법을 사용하여 저항했다.
"시간, 거꾸로 흘러라!"
진남은 손가락을 튕겼다.
두 사람의 행동은 조금 전으로 되돌아갔다.
"응?"
나천과 맹상혼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들은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커다란 손을 상대로 다시 선기를 드러내고 신통법을 사용하려고 했다.
"베어라!"
진남은 그들이 어떤 행동을 할지 이미 알고 있었다.
진남이 손을 휘두르자 근원의 힘이 두 개의 도광으로 변해 빠르게 그들을 베었다.
"크악-!"
나천과 맹상혼은 수단을 펼쳐 겨우 막았지만 중상을 입고 온 몸에 피를 잔뜩 흘렸다.
"임 도우, 내가 잘못했다. 용서해다오! 네가 나를 공격하면 진양선궁에서……."
나천과 맹상혼은 겁이 덜컥 나서 용서를 빌었다.
쿵-!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패기 넘치는 주먹이었다.
용 모양의 진기가 그들을 사정없이 때렸다.
두 천재는 바로 목숨을 잃었다.
대전에 남은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자 소름이 돋았다.
두 천재들이 이리 쉽게 죽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잘 죽었다. 파렴치한 것들 같으니라고! 죽어 마땅하다!"
홍언존자는 침을 퉤 하고 뱉었다.
그는 진남을 바라보며 말했다.
"임 도우, 괜찮느냐?"
진남은 고개를 젓고 말했다.
"선배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붉은빛들은 저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았습니다."
진남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관에서 솟구친 붉은빛은 그에게 악의가 없었고 '선' 자에 전부 흡수되었다.
그의 식해에 있는 '선' 자에는 옅은 붉은색이 한 층 씌워져 더욱 위엄이 있고 신비하게 느껴졌다.
"선배님, 방금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옥간과 석지는 제가 고마워서 드리는 선물입니다."
진남은 손가락을 튕겨 옥간과 석지를 날려 보냈다.
"이, 이걸 내가 받아도 되느냐?"
홍언존자는 깜짝 놀랐다.
옥간에는 공법이 있었는데 고신이 장악했던 공법으로 가치가 엄청 컸다.
"선배님, 저를 벗이라고 생각하십시오. 그러니 사양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진남은 웃으며 말했다.
진남은 홍언존자를 존경했다.
칠 품 선기도 쓸 데가 있었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홍언존자에게 줬을 것이었다.
"그, 그래. 그럼 사양하지 않겠다."
홍언존자는 잠깐 고민하더니 선물을 받고 활짝 웃었다.
"이 관은 좀 이상합니다."
진남은 말했다.
그는 관을 자세히 살폈다.
고신을 묻은 무덤이라 아주 조심스럽게 열어야 했다.
"별문제는 없을 텐데……."
진남은 중얼거렸다.
그는 서른두 개의 옛 문자를 드러내 자신을 감싼 다음 손을 뻗어 관 뚜껑을 잡았다.
홍언존자 등은 궁금함을 못 이기고 고개를 들이밀었다.
진남은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쉽게 관 뚜껑을 열었다.
"응? 아무도 없어?"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관은 텅텅 비었고 옅은 노란색의 옥간만 남아 있었다.
"고신이 이곳에 묻힌 게 아니었나?"
홍언존자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대전의 온도가 이유 없이 차가워진 것을 느꼈다.
어둠 속에서 신비한 것이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진남은 살짝 찌푸리고 옥간을 꺼내 신념을 주입했다.
위엄 있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네가 이 옥간을 얻고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대연천경과 인연이 있는 자가 틀림없다!
나는 대연천종의 후손이다. 그러나 내 혈통이 각성했을 때 나는 이미 무상천존이 되어 대연현기(大衍玄机)를 놓쳤다!
나는 억울했다. 그리하여 고신이 된 후 다시 현기에 들어가 대연지법(大衍之法)을 이어받고 대연의 휘황찬란한 시기를 재현하려고 했다. 하지만 소인에게 배신을 당해 망망한 현기 속에 남게 되었고 기회를 잃었다.
내가 죽기 전에 이 무덤을 만든 것은 대연지법을 사람들 앞에 다시 선보이기 위해서였다. 내가 지도 한 장을 남겼으니 도우는 지도를 보고 대연성전으로 가거라.
도우가 내 소원대로 대연지법을 물려받는다면 언젠가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을 때 나 대신 용행운(龍行雲)이라는 자를 죽여줄 수 있느냐?"
진남은 지도를 받았다.
이 지도는 예전에 봤던 것들과 달랐다.
위에는 세 개의 소세계의 그림이 겹쳐 있었다.
대연성전은 가장 높은 소세계에 있었다.
"고신이 대연천종의 후손일 줄이야……."
진남은 감탄했고 살짝 흥분했다.
대연천종은 열 명의 선제를 배출한 대단한 종문이었다.
대연전승을 얻을 수 있다면 응천천존이 될 수 있고 심지어 지도천존이 될 수도 있었다.
'선배님, 그럼 한번 시도해보겠습니다.'
진남은 속으로 대답했다.
그는 홍언존자를 돌아보며 물었다.
"선배님, 대연성전이 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
홍언존자는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대연성전? 대연천종의 전승이 있는 곳 말이냐? 그곳을 들어본 적이 있다. 현기의 제삼중산(第三重山) 위에 있다. 구체적인 위치는 아무도 모른다. 인연이 있는 자라야 성전을 찾을 수 있고 심사를 통과하면 대연전승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진남은 살짝 놀라서 물었다.
"제삼중산은 무엇입니까? 현기 속에 다른 소세계가 있는 겁니까?"
진남은 현기를 열면 대연세계산의 산꼭대기이자 하나의 소세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러 상황들로 볼 때 그런 것 같지 않았다.
홍언존자는 웃으며 말했다.
"너도 참, 며칠이나 지났는데 이런 것들을 잘 알아보지도 못했느냐?
네가 대연세계산의 산 중턱에 왔을 때 일이 기억나느냐? 그때 산 중턱이 아니라 하나의 소세계에 온 것 같았지? 그게 바로 대연세계산의 신비함이다. 이 산은 열여덟 개 부분으로 나눠볼 수 있다. 산기슭에서 산꼭대기까지 매 구역이 다 소세계이다. 산꼭대기에는 마침 세 개의 소세계가 있다.
우리가 평소에 산에 오른다고 하는 것이 대연세계산에서는 등계(登界)하는 것이다. 대연세계산에 이런 말이 있다. 한 걸음마다 한 세계가 나오고 열여덟 개의 선인의 길이 열린다. 이 말에 엄청난 비밀이 있는 것 같다."
진남은 마음이 동하여 물었다.
"선배님, 그럼 어떻게 소세계에 들어갈 수 있는지 아십니까? 천궁의 장막을 찢으면 들어갈 수 있습니까?"
홍언존자는 소리 없이 웃더니 말했다.
"그건 안 된다. 네가 소세계의 천궁을 찢을 수 있을지는 둘째치고, 진짜 찢었다고 해도 끝없는 허공에 흘러들 것이다.
대연천종의 사람들은 대연세계산을 열여덟 개의 소세계로 만들 때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다. 까 소세계에는 구백아흔아홉 개의 등선대(登仙台)가 있다. 등선대들을 전부 통과해야만 다음 소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홍언존자는 무언가 생각나서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임 도우, 솔직하게 말하거라. 고신의 관에서 무엇을 얻었느냐? 대연성전으로 가려는 것이냐?"
수아와 다른 사람들은 얌전히 곁에 서 있고 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방금 일어난 변고에 그들은 제압되었다.
그들은 진남에게 존경스러운 마음만 남아 있었다.
진남은 숨기지 않고 고개를 끄덕여 인정했다.
홍언존자는 말했다.
"임 도우, 나는 대연성전이 있는 소세계를 잘 모른다. 하지만 주천만계 최고의 천재만이 그곳에 들어갈 수 있다고 들었다. 평범한 사람이 들어가면 거의 죽은 목숨이라고 하더라. 이번에 현기를 열어도 무인들 대부분은 제일중산(第一重山)이나 제이중산(第二重山)에 들어갈 뿐 제삼중산에 들어가지 않는다."
홍언존자는 숨을 고르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진리공자나 연단청 같은 등급의 천재들만 제삼중산에 들어갈 생각을 한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선배님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대연성전을 찾으러 제삼중산에 간다면 많이 조심하겠습니다."
홍언존자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저장주머니에서 옅은 흰색의 옥간을 꺼내 진남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 옥간에는 현기의 제일중산, 제이중산의 등선대의 위치가 기록되어있다. 나중에 시간을 훨씬 절약할 수 있다."
진남은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진남은 홍언존자와 한참 인사를 더 나누고 나서야 자리를 떴다.
진남은 결정을 내리고 모든 일들을 천극방의 영 등에게 알렸다.
"임 형, 나는 안 가겠소. 훌륭한 분을 만나서 무상의 점술을 가르쳐달라고 조르는 중이요."
계현은 우쭐거리며 말했다.
"나는 이곳에서 커다란 전승지를 만나서 당분간 떠날 수 없다."
용도천존도 고개를 저었다.
"허허, 녀석, 대단하구나."
천극방의 영은 감탄했다.
"크게 생각지 않고 들어간 무덤에서 대연성전의 위치를 알아내다니! 여러 대세력의 천재들이 대연성전의 위치를 알아내겠다고 얼마나 머리를 쥐어짜고 여러 수단을 펼치는지 아느냐?"
진남은 눈을 흘겼다.
"천 형, 무슨 말이 그리 많습니까? 같이 가고 싶으면 가는 거고 싫으면 그만두십시오."
천극방의 영은 콧방귀를 뀌었다.
"너 이제 다 컸다는 거지? 감히 나한테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다니. 대상계로 돌아가면 너를 제압할 거다! 성전의 위치를 알았는데 내가 안 갈 수 있느냐? 나도 방금 대연성전의 신물(信物)을 얻었다."
"신물이요? 어떤 신물 말씀입니까?"
"만나면 보여줄게!"
진남과 천극방의 영은 서쪽에 있는 등선대에서 만나 두 개의 빛으로 변하더니 천궁으로 사라졌다.
"나를 골탕 먹인 녀석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진남은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
다시 만난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었다.
* * *
그 시각, 제일중산과 제이중산은 전화가 만연했다.
각종 싸움들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천재지보들도 놀라울 정도로 많았다.
진남은 약속한 곳에 거의 도착했을 때 천궁에 오래된 성이 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성은 각양각색의 빛을 뿜었고 성 중앙에는 태고의 이상들이 끊임없이 오르락내리락했다.
사방에는 오, 육십 명 되는 무인들이 여러 수단을 펼쳐 성안에서 싸우고 있었는데, 기세가 엄청 강했다.
"이 성에 엄청난 전승이 있다……."
자세히 살피던 진남은 성의 깊은 곳에 엄청난 기운이 봉인된 것을 발견했다.
그 힘이 풀려나면 천지를 뒤흔들 것이었다.
"됐다. 대연성전에 먼저 가보자."
진남은 고개를 젓고 싸움에 끼어들려던 생각을 접었다.
문득 그는 곁눈질로 잘생긴 소년이 세 개의 고검을 메고 은밀하게 거대한 성문 입구를 돌아다니는 것을 발견했다.
진남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를 골탕 먹인 녀석이잖아?'
진남은 바로 성문으로 날아갔다.
"누구냐?"
소년은 기운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어라? 이렇게 빨리 동생을 잊었습니까?"
진남은 이를 갈았다.
"형님 노릇을 어떻게 하는 겁니까?"
잘생긴 소년은 어안이 벙벙해서 말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나는 너를 모른다."
진남은 차가운 미소를 짓고 말했다.
"허. 이제는 모른 척하는 겁니까? 됐습니다. 그렇다면 저도 할 말이 없습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진남은 칠 품 선기를 손에 들고 돌아서서 자리를 뜨려고 했다.
잘생긴 소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재빨리 진남의 팔을 잡고 말했다.
"아차, 생각이 났다. 우리 임 동생 아닌가? 어디 갔다 온 거냐? 사방을 뒤져도 네 그림자도 못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