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4화 '선' 자의 활용
"응? 임 도우는 운이 좋지 않구나. 나쁜 놈이 이름을 도용하다니."
나천은 한마디 하고는 진남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는 대연세계산도 모르는 자가 진리공자 등 천재들을 속였을 거라고 믿지 않았다.
그는 진남을 신경 쓰지 않았지만 쫓지도 않았다.
진남은 천존이었고 고신의 무덤을 공격할 때 힘을 보탤 수 있었다.
무덤에 들어간 후에는 그들을 위해 태고의 살기를 막을 수도 있었다.
"이름이 같은 자라고?"
무인들은 실망하며 살기를 가라앉혔다.
진리공자, 연단청 등 천재들은 현상령을 내리진 않았지만, 그들이 나쁜 놈을 붙잡아 진리공자, 연단청 등 천재들에게 넘기면 호감을 얻을 수 있었다.
진리공자 등에게 호감을 얻는 건 엄청난 기연이었다.
다만 몇몇 무인들은 눈빛이 흔들렸다.
그들은 나중에 기회를 찾아 진남을 시험해보겠다고 결심했다.
"임 도우, 어서 떠나거라!"
홍언존자는 정신을 차리고 낮은 소리로 전음했다.
"나쁜 놈이 너의 이름을 썼다니. 나천 공자가 의심을 풀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잘못 죽이더라도 놓치지 말자고 생각할 수 있다. 너에게 매우 불리할 것이다."
맞는 말이었다.
방금 수아가 진남의 신분을 밝힌 후 그는 살기를 느꼈다.
"선배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는 촌구석에서 왔지만, 비장의 수가 있습니다. 저를 보호하는 건 문제 없습니다."
진남은 웃으며 말했다.
홍언존자는 설득할 수 없다는 걸 느끼고 사과했다.
"임 도우, 미안하다. 수아가 철이 없어 너의 이름을 밝혀 시끄러워졌구나."
진남은 고개를 젓고 말했다.
"선배님, 괜찮습니다. 선배님께서 미안해하실 필요 없습니다. 선배님, 고신의 무덤에는 어떤 현기가 있습니까?"
그들이 이야기를 나눌 때 무인들이 연달아 날아왔다.
얼마 안 돼 스물아홉 명이 되었다.
"도우들, 두 명만 더 오면 무덤을 부술 수 있다!"
나천은 사람들을 둘러보며 크게 말했다.
이번에 온 무인들 대부분은 이름 없는 자들이었다.
그들은 천존 경지였지만 풍기는 기운이나 배경 등이 나천과 비교가 안 되었다.
이번에 무덤을 부수는 일은 나천이 일으킨 것이었다.
때문에, 그는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마침 잘 왔구나."
담담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옅은 금색의 창을 등에 진 소년이 멀리서 천천히 걸어왔다.
소년은 엄청난 요기를 풍겨서 마치 대요가 변한 것 같았다.
소년이 풍기는 기세는 나천보다 더 강했다.
그의 이마에는 검은색 꽃이 새겨졌다.
꽃은 불꽃처럼 신비한 느낌을 주었다.
"저건……. 구유명염화(九幽冥焰花)?"
"구유명궁(九幽冥宮)의 제자인가?"
무인들은 깜짝 놀랐고 두려운 눈빛으로 소년을 바라보았다.
구유명궁 역시 주천만계의 대세력이고 저력이 진양선궁보다 더 강했다.
진남은 마음이 흔들렸고 자세히 관찰했다.
구유명염화는 예사롭지 않았고 끝없는 구유명염이 있었다.
구유명염을 드러낸다면 온 세상을 태울 수 있었다.
"도우는 이름이 무엇이냐?"
나천은 부드러운 표정으로 공수하고 물었다.
"나의 이름을 물을 자격이 된다. 나는 맹상혼(孟嘗魂)이다."
조신진은 나천을 힐끗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나천이다."
나천은 웃으며 말했다.
"맹 도우는 구유명궁의 제자이니 전력이 범상치 않겠다. 더 기다리지 말고 우리 함께 고신의 무덤을 부수자!"
나천은 세 개의 빛을 드러냈고 금색 무늬가 새겨진 선검이 그의 등 뒤에서 솟아올랐다.
검은 엄청난 검의를 풍기며 대문으로 날아갔다.
쿠웅-!
대문이 흔들렸고 청년이 용을 죽이는 그림은 깨어난 것처럼 빛을 뿜었다.
난폭한 기세가 용솟음쳐 사람들에게 몰려왔다.
마치 그림 속에서 용을 죽이는 것처럼 사람들을 죽이려는 것 같았다.
"손을 쓰거라!"
맹상혼 등 무인들은 여러 가지 신통한 술법을 드러내 공격했다.
진남도 문도법을 움직여 새하얀 도기를 드러냈다.
무덤의 문은 범상치 않고 위력이 엄청났다.
하지만 무인들의 연합 공격에 문은 어두워졌고 얼마 안 돼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부서졌다.
오래된 위압과 썩은 기운이 안에서 휘몰아쳤다.
기다리고 있던 나천, 맹상혼 등 무인들은 문이 부서지는 순간 무지갯빛으로 변해 안으로 쳐들어갔다.
진남은 대동천결을 움직였고 나천 등의 앞으로 날아가지도 않고 멀리 떨어지지도 않고 뒤를 따랐다.
"응? 저건……."
그들의 앞에 붉은색 땅이 나타났다.
땅은 엄청난 대전이 일어났던 것처럼 울퉁불퉁하고 해골이 가득했다.
또한, 여러 가지 강하고 신통한 의지들이 허공에서 맴돌며 오래도록 흩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여러 가지 법보, 병기 등이 널려있었으며 약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일부 살기가 하늘을 찌르는 곳에는 울창하게 자란 나무와 기화이초들이 바람에 흩날렸는데 기운이 범상치 않았다.
"저기 몇 개의 법보들은 삼 품 선기다!"
천존 대성 경지의 무인들은 무언가 발견하고 눈이 반짝거렸다.
진남은 환검대회를 겪었기에 주천만계의 법보에 대해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선기들은 아홉 개의 등급으로 나뉘었고 일 품이 가장 약하고 구 품이 가장 강하며 삼 품의 선기는 청궁의 주인의 세 개의 중요천황석을 바꿀 수 있었다.
삼 품 선기의 진짜 가격은 이렇게 비싸지 않을 것이지만 차이가 그리 크지도 않았다.
천존경지의 무인이라면 삼 품 선기를 만났을 때 안달이 날 것이었다.
"고검과 탑은 이미 파괴되었지만 풍기는 기운은 사 품 선기와 비슷하구나!"
한 천존 정상의 무인은 놀라 소리쳤다.
부서진 검은색 장검과 금이 잔뜩 간 작은 탑이 바닥에서 빛을 뿜었다.
그것들은 위능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기세가 대단했고 마치 세상을 깔보는 것 같았다.
사 품 선기는 파괴되었다 해도 가격이나 위능이 삼 품 선기를 훨씬 초월했다.
사 품 선기는 평소에는 찾기 힘들었다.
대세력의 제자가 아니면 평범한 천존은 갖고 있을 수 없었다.
슉-!
나천과 맹상혼은 동시에 정신을 차리고 엄청난 기운을 드러내 두 개의 파괴된 사 품 선기로 날아갔다.
"공격하거라!"
무인들은 깜짝 놀라 메뚜기처럼 전장으로 뛰어가며 여러 가지 신통한 술법을 드러내 공격했다.
이곳에는 사 품 선기와 삼 품 선기는 몇 개밖에 안 되었고, 나머지 법보들은 이 품 선기였다.
하지만 이 품 선기들은 온전하게 보존되었기에 몇 개만 가지면 삼 품 선기 한 개와 비슷했다.
그때 붉은색 전장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하고 음흉한 웃음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지더니, 희미하고 시커먼 사람 같기도 하고 요물 같기도 한 형상이 땅에서 뛰어나와 발톱을 드러내고 무인들을 잡으려 했다.
미처 대비하지 못했던 무인들은 충격을 받고 비명을 질렀다.
"삼절음혼(三?陰魂)이다!"
견식이 있는 천존 강자는 형상들의 내력을 알아보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삼절음혼이 이렇게 많다고?"
다른 사람들도 깜짝 놀랐다.
삼절음혼은 천지가 변한 특이한 생령이었는데, 영지가 없고 매우 살벌했다.
많은 술법들은 그것들에게 상처를 입힐 수 없었다.
삼절음혼이 몇십 마리라면 무인들은 감당할 수 있고 신경 쓸 필요 없었겠지만, 지금은 음혼군단처럼 수천, 수만 마리가 되었다.
"깨거라!"
나천은 천둥처럼 소리쳤다.
그는 이 품 선기의 전의를 입고 금빛을 반짝거리며 황금전신처럼 앞으로 손가락을 튕겼다.
아홉 개의 완전히 다른 글자들이 절세의 법령처럼 음혼 속에 들어가 음혼들을 부쉈다.
"맞다, 선제의 법술 강의에서 들은 글자로 음혼들을 죽일 수 있겠다!"
천존 무인들은 정신을 차리고 살초를 드러냈다.
살초들은 세 개 혹은 일곱 개의 글자와 함께 음혼들을 공격했다.
"쓸모 있구나!"
사람들은 기뻐했다.
그들은 한 번에 몇 개의 음혼을 부쉈다.
진남은 아쉬웠다.
그는 대연천경과 인연이 없어 한 개밖에 알아듣지 못했다.
글자들은 현기에서 쓸모가 매우 많았다.
그는 글자를 많이 얻지 못했기에 앞으로 힘들 것이었다.
"한 개라도 있으니 됐다. 한 개도 없으면 힘들 것이다……."
진남은 고개를 젓고 전에 보았던 '선' 자를 떠올려 공격하려 했다.
이때, 진남의 마음속에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많은 선광이 어디선가 날아와 그의 식해 깊은 곳에 모여 '선' 자를 이루었다.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선' 자는 절세의 선제가 쓴 것처럼 한 획 한 획이 절세의 천위가 있었다.
그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다.
'응? '선' 자는 다른 문자들과 달리 현기가 있나?'
진남은 곰곰이 생각했다.
'선' 자는 십 대 선제가 공동으로 말한 첫 번째 글자였고 서열이 특이했다.
진남은 흥분되었고 정신을 집중하여 '선' 자를 움직여 자신의 위력을 시험하려 했다.
그러자 '선' 자에서 순수한 선광이 뿜어져 나와 용처럼 그의 두 눈에 들어왔다.
"어떻게 된 거지?"
진남은 조금 놀랐다.
그의 두 눈은 아무런 변화도 생기지 않았고 동력도 강해지지 않았다.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 같았다.
진남은 의문이 들었다.
이때 그와 삼 리도 되지 않는 곳에 있던 무인이 세 개의 글자를 드러냈다.
글자들은 몇십 배나 커진 것처럼 진남은 모든 획을 뚜렷하게 보였고 현묘함과 의미가 진남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한 번 보았을 뿐이지만 진남은 세 개의 글자를 기억했고 그것들을 드러낼 수 있었다.
"글자들을 깨닫고 장악할 수 있다고?"
진남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렇다면…….'
"천 형, 저는 글자가 부족합니다. 혹시 다른 사람의 글자를 깨달을 수 있습니까?"
진남은 흥분을 누르고 체내의 선광에 전음했다.
"효지, 꿈꾸지 말거라. 글자들은 선제의 법술강의에서만 깨달을 수 있고 다른 사람한테서는 깨달을 수 없다. 또 대연세계산을 떠나면 드러낼 수 없다."
천극방의 영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글자를 한 개밖에 깨닫지 못했을 뿐이오. 괜찮소. 글자가 필요하면 말하시오. 자네를 도와주겠소!"
계현은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진남은 계현의 말을 무시했고 저도 모르게 흥분했다.
그는 '선' 자가 이런 현묘한 능력이 있을 줄 몰랐다.
'내가 무인들을 많이 관찰하면 모든 글자를 장악할 수 있지 않을까? 심지어 십 대 선제가 강의한 대연천경을 장악할 수 있지 않을까? 대연천경은 대연천종에서 가장 강한 법문이다!'
"침착하자."
진남은 헛숨을 들이쉬고 무인의 세 개의 글자를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글자들은 대도가 변한 것처럼 매우 현묘했다.
진남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예 천부로도 빠르게 다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선' 자의 기묘한 힘의 도움으로 그는 세 개의 글자의 모든 오묘함을 꿰뚫어 보았고 얼마 안 돼 완전히 장악했다.
이때, 선광들이 어디선가 '선' 자의 옆으로 날아와 진남이 방금 장악한 세 개의 글자로 변했다.
세 개의 글자는 크기가 '선' 자의 십 분의 일도 안 되었고 '선' 자의 옆을 에워쌌다.
"진짜 가능하구나!"
진남은 심장이 쿵쾅거렸다.
"다른 사람들의 글자를 보자."
진남은 시선을 돌려 그와 십여 리 떨어진 무인을 바라보았다.
"응?"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번에는 반응이 없었다.
'어떻게 된 거지? 한 번밖에 쓸 수 없나?'
"아니면 좀 전의 무인은 가까이에 있었기에 글자를 제대로 볼 수 있었나? 거리가 멀면 볼 수 없나?"
진남은 한 가지 가능성이 생각났다.
그는 몸을 움직여 삼절음혼을 피해 무인의 근처로 날아갔다.
무인과 삼 리 정도 떨어진 곳까지 갔을 때, 무인이 장악한 네 개의 글자가 몇십 배로 커졌고 선명해졌다.
"됐다!"
진남은 감탄하고 빠르게 느꼈다.
그때 전장에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나천과 맹상혼도 엄청난 강기를 드러내 싸웠고 두 개의 파괴된 사 품 선기를 차지하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