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3화 나는 그럴 능력이 없다
"몇 글자를 들었느냐?"
천극방의 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문에 십 대 선제가 가르치는 것들은 대연천종의 최고의 비밀인 대연천경(大衍天經)이라고 한다! 글자를 많이 들을수록 현기에 들어간 후 더 큰 좋은 점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글자에 이런 비밀이 있을 줄 몰랐다.
용도천존은 빠르게 말했다.
"나는 다섯 개밖에 듣지 못했다!"
계현은 헤헤 웃고 말했다.
"용도 선배님, 제가 선배님보다 낫군요. 저는 일곱 개를 들었습니다."
천극방의 영은 피식 웃고 말했다.
"계현, 일곱 개를 듣고 득의양양하느냐? 나는 스물한 개를 들었다! 맞다, 효지, 너는 몇 개를 들었느냐? 나보다 많다고 하지 말거라!"
용도천존과 계현도 매우 궁금했다.
그들은 진남의 무예천부가 매우 강하다는 걸 알았다.
진남은 씁쓸하게 말했다.
"저는 대연천경과 인연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한 개밖에 듣지 못했습니다."
셋은 침묵했다.
잠시 후 천극방의 영이 정적을 깨고 말했다.
"한 개라도 괜찮다. 어차피……. 하하!"
가식적으로 위안했지만, 그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계현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진짜 의외요. 내가 들은 글자가 임 형이 들은 것의 일곱 배나 되다니! 임 형, 자네 너무 약하오!"
그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진남은 안색이 어두워졌고 규칙지력을 드러내 선광을 가두었다.
그는 이들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진남은 고개를 들었다.
열 개의 하늘을 가로지르는 커다란 틈은 더는 시커멓지 않고 짙은 보라색 빛을 반짝거렸다.
얼핏 보면 보라색 선정 같았다.
끼익- 하는 소리가 천지와 사람들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무상의 천문이 천천히 열린 것 같았다.
틈 속의 보라색 빛이 크게 흔들리더니 현묘한 기운들이 내려와 세상을 휩쓸었다.
얼마 안 돼 크기가 다르고 오색찬란한 신부(神符)가 함박눈처럼 떨어졌다.
"현기가 열렸다, 부적을 갖고 산으로 들어가자!"
이때, 먼 곳에 있던 선궁에서 천존 경지를 초월한 거물이 소리를 지르며 손을 내밀어 신부를 잡으려 했다.
다른 무인들도 정신을 차리고 하늘로 솟아올라 신부를 잡으려 했다.
진남도 빠르게 신부를 잡았다.
방대한 위력이 그에게 강림해 그를 끌더니 허공을 뚫고 무상지지(無上之地)에 도착했다.
진남은 바로 선 후 주위를 둘러봤다.
그가 도착한 곳은 산꼭대기 같지 않고 끝없이 넓은 세상이었다.
세상은 매우 넓고 높고 낮은 산들이 이어졌다.
산 중턱의 광경과 다른 점이라면 하늘이 어느새 어두워졌고 별들이 반짝거린다는 것이었다.
별들이 뿜은 빛은 진남이 전에 밤하늘을 볼 때의 별들이 뿜는 빛보다 더 눈부셨다.
일부 별들이 뿜은 빛은 해나 달처럼 세상 만물을 비추었다.
진남은 이런 광경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그와 달리 주천만계의 무인들은 이런 광경을 보는 순간 감탄하며 조용히 바라보았다.
각각의 별들은 한 개의 세상이었다.
주천만계성진도(諸天萬界星辰圖)는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십 대 세상 외의 다른 세상에서는 절세지도의 일부밖에 볼 수 없었다.
대연세계산의 꼭대기에서 볼 수 있다는 건 이 산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충분히 설명했다.
진남은 제자리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 날아갔다.
사람들은 신부의 도움으로 현기에 들어온 후 한곳으로 전송되지 않고 임의로 전송되었다.
진남의 방원 몇만 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응?"
먼 곳에 있는 작은 산의 산꼭대기에 다섯 그루의 하늘을 찌르는 나무가 자랐고 나무줄기에는 무늬가 가득했다.
무늬들은 희미한 신마대전도(神魔大戰圖)를 이루었고 사람들은 살벌한 기운을 느꼈다.
"선수육도(仙樹育圖)?"
진남은 깜짝 놀랐다.
매우 보기 드문 천재지보였다.
연화하면 경지를 진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림 속의 의지를 깨닫고 이상을 장악하면 신통법을 수련할 수 있었다.
대상계에서 이런 천재지보가 나타나면 매번 천존 강자들은 쟁탈전을 일으켰다.
'그런데 지금은 쉽게 만날 수 있다고?'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선광에 주입했던 규칙지력을 움직였다.
그때 계현의 비명이 들렸다.
"와, 내가 뭘 발견했는지 알아맞춰 보시오. 열 가지 선천술법이 들어있는 귀상선석(龜像仙石)을 발견했소!"
천극방의 영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게 뭐가 대단하냐? 여기는 대도지력이 가득한 선수가 있다!"
용도천존도 감탄했다.
"나는 수많은 순수한 규칙지력이 있는 선천혈하(先天血河)를 발견했다!"
진남은 숨을 들이쉬었다.
대연세계산이 나타날 때마다 이렇게 많은 천재나 강자들이 모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대연천종의 전승과 이곳에서 무상천존이 될 수 있다는 것만이 대단한 게 아니라 이곳의 도처에 보물이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효지, 계현, 용도, 시공지광이 끝날 때까지 다섯 달이 남았다."
천극방의 영은 무언가 생각난 듯 정중하게 말했다.
"방금 대연세계산에 도착했고 도처에 대단한 보물들이 있구나. 이곳에서 무상천존으로 올라가는 건 상상했던 것보다 더 쉽겠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상계가 탄생해서부터 진남이 살았던 시대까지 무상천존은 네 명밖에 없었지만 무상천존의 경지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대상계에서 무상천존에 도달하는 건 주천만계보다 수천, 수만 배가 어려웠다.
주경, 주재, 천존으로 진급하는 조건은 두 가지였다.
한 가지는 매우 성대한 장면이 있어야 하고 다른 한 가지는 매우 강한 천재지보를 얻어야 했다.
대상계에서는 이 두 가지 조건을 만족시킬 수 없었기 때문에 무상천존으로 되는 건 매우 어려웠다.
창, 주제, 황보절, 엽소선은 절세의 자격이 있었고, 마침 대상계의 무도대세가 휘황했기에 한 번에 성공할 수 있었다.
만약 대상계가 생긴 초기에 무상천존으로 진급하라고 했다면 그들도 힘들었을 것이었다.
진남 등이 부딪힌 문제는 현재 주천만계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들은 지금 대연세계산의 현기가 열리는 최고의 상황을 맞이했다.
"어, 천 형도 쉽지 않겠습니다……."
계현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천 형은 주재 정상이다. 다섯 달 내에 천존을 충격하고 무상천존이 될 수 있을까?'
"쓸모없는 놈, 입 다물거라!"
천극방의 영은 눈을 부라리며 호통쳤다.
"효지, 너희들은 무상천존으로 충격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시간이 많이 남았으면 좀 미루었다 더 강한 천존 경지로 무상천존에 도전하거라."
진남과 천극방의 영은 잘 알았다.
천존은 자아, 식지, 응천, 지도 네 개 경지로 나뉘었다.
자아 경지의 천존으로 이룬 무상천존과 지도 경지의 천존으로 이룬 무상천존과 비교가 안 되었다.
더 강한 천존 경지로 돌파하지 못하더라도 현기에는 도처에 보물이 있고 기연이 많았다.
만약 강한 기연을 얻어 더 강해진다면 무상천존이 된 후에도 더 강할 것이었다.
미룰 수 있으면 미루는 것이 가장 좋았다.
"잠시 헤어져 큰 전승을 얻을 수 있는지 보자! 엄청난 전승을 만나면 다시 모이자. 위험에 처하면 바로 전음하고 나머지 세 명은 최선을 다해 달려가 도와주자!"
천극방의 영은 또 말했다.
진남 등이 동의하자 선광은 사라졌다.
그들은 더는 전음하지 않고 기연을 찾는 데 열중했다.
진남은 산꼭대기로 날아가 다섯 그루의 선수를 동시에 연화했다.
그의 기운은 더 강해졌다.
그는 선수가 키우던 신마대전도도 조금씩 깨닫고 위력이 엄청 강한 새로운 신통법을 만들었다.
"다섯 달 동안 나는 어떻게든 응천의 경지로 돌파해야 한다."
진남은 중얼거렸다.
청궁의 주인이 그를 함정에 빠뜨렸지만, 그에게 말해준 것들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는 응천 경지의 천존으로 진급해야만 무상천존에 도전한 후 후세로 돌아가 창을 격파할 수 있었다.
결심을 내린 진남은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날아가려 했다.
이때 눈부신 빛이 엄청난 속도로 하늘을 날아 지나갔다.
진남은 고개를 쳐들고 바라봤다.
그는 빛 속에서 부적을 발견했다.
진남은 손을 저어 방대한 힘을 폭발시켜 부적을 끌어다 신념을 주입했다.
그러자 중후한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도우, 나는 진양선궁(?陽仙宮)의 진전제자 나천(羅川)이다! 고신(古神)의 무덤을 발견했는데 안에 절세지보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 우리 진양선궁에서는 강자들이 많이 오지 않았기에 세력이 약해 신묘를 열 수 없구나!
만약 도우 관심 있으면 이 부적을 움직여 이곳으로 와 함께 무덤을 부수자! 물론 무덤에 들어간 후 보물을 얻을지 얻지 못할지는 실력에 달렸다!"
진남은 두 눈을 반짝거렸다.
무덤 속의 고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지만, 진남은 무덤이 범상치 않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음모일 수도 있었다.
'나천'이라는 자가 일부러 이런 방법으로 무인들을 끌어다 죽이려는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가능성은 매우 작았다.
대연세계산의 현기가 열리면 천존이나 천존 이하여야만 들어올 수 있었다.
천존 이상의 존재들은 이곳에 들어오려면 경지를 가둬야 했다.
같은 경지로 이렇게 많은 무인들을 죽이는 건 불가능했다.
게다가 나천도 자신의 부적이 어떤 사람의 손에 들어가게 되고 어떤 사람을 끌어올지 몰랐다.
"가보자."
진남은 결심을 내리고 부적에 힘을 주입했다.
펑-!
부적은 가상의 새로 변해 날갯짓을 하며 하늘로 날아갔다.
진남은 그 뒤를 따랐다.
* * *
약 반 시진 후, 진남의 앞에 기이한 검은색 안개가 낀 넓은 땅이 나타났다.
주천만계의 별빛이 비쳐도 어둠을 밝힐 수 없을 것 같았고 귀신이 나올 것 같았다.
몸집이 커다란 형상이 가끔씩 안개 속에서 날아다녔다.
보는 사람들은 마음이 서늘해졌다.
"고신의 무덤은 진짜였구나!"
진남은 계속 새를 따라 날았다.
검은 안개 속에 높이가 구백구십구 장 되는 검은색 문이 우뚝 서 있었다.
문에는 얼굴이 희미한 청년이 십조금룡(十爪金龍)을 죽이는 그림이 새겨져 있었는데, 이는 사람을 유혹했다.
문은 고신의 무덤의 묘문일 것이고 용을 죽이는 청년은 이곳에 묻힌 고신일 것이었다.
진남은 다른 편을 바라보았다.
대문 앞에는 이미 이십여 명이 있었다.
그들이 풍기는 기운은 천존 경지에 도달했다.
먼 곳에서 몇 개의 강한 기운이 날아왔다.
부적에 끌려온 자들이었다.
진남은 그중에서 몇 개의 익숙한 형상을 발견했다.
"너야?"?
익숙한 형상들은 진남 등이 대연세계산에 처음 왔을 때 만났던 홍언존자 일행이었다.
"진짜 네가 진리공자 등을 속였느냐?"
수아는 물었다.
그녀의 말에 무인들은 깜짝 놀라 시선을 돌렸다.
"수아, 저자를 아느냐? 저자가 바로 임효지냐?"
파란색 두루마기를 입은 청년도 진남을 바라보았고 눈을 반짝거리며 물었다.
그가 바로 진양선궁의 진전제자 나천이었다.
만계방에 이름이 오르지 못했고 진리공자 등보다 약하지만 이자도 천재 등급의 인물이었다.
진양선궁은 주천만계에서 대세력이고 저력이 강했다.
"나는 그럴 능력이 없다."
진남은 고개를 젓고 부정했다.
"그렇지. 황량한 곳에 온 야만인이 어찌 진리공자 등 천재들을 속인 절세의 도둑일 수 있겠느냐? 그자는 진리공자 등을 속인 후 우연히 네 이름을 쓴 게 틀림없다!"
수아는 혐오하는 눈빛이 사라졌고 신념으로 나천에게 전에 임효지를 만났던 일을 말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