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2화 십 대 선제의 가르침
"앞당겨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것 같구나."
유응상은 진남의 표정을 보고 담담하게 말했다.
진남은 한숨을 쉬고 말했다.
"당연하지. 힘들게 상고시대로 돌아왔는데 당연히 이 기회에 경지를 진급하고 더 높은 경지에 도달하고 싶다."
유응상은 조용히 나무 위에서 진남의 앞으로 내려왔다.
싱그러운 향기가 진남의 코를 찔러 진남은 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나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유응상은 미소를 지었는데 꽃이 활짝 핀 것만 같았다.
"네가 돌아가는 시간을 연장시켜 줄 방법이 있다."
진남은 정신이 번쩍 들어 물었다.
"어떤 방법이야?"
유응상은 말했다.
"간단해. 나는 시공성전을 너에게 전수해줄 수 있다. 무예천부가 강하다면 시공성전을 삼 개월 안에 이 단계까지 수련해서 한 달을 연장할 수 있다. 만약 일 단계까지밖에 수련하지 못하면 열흘을 연장할 수 있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유응상은 시공성전을 최고의 경지까지 수련하면 시공법칙을 지배할 수 있다고 했다.
시공성전은 매우 대단했고 시공궁전의 알려지지 않은 비밀일 수 있었다.
진남은 침착하게 물었다.
"조건이 뭐야?"
유응상은 칭찬하듯 말했다.
"간단하다. 너는 시공각인이 있기에 시공궁전에 들어와야 한다. 나의 사적인 요구인데 나중에 성과를 이루면 내가 성전의 성녀가 되는 걸 도와달라. 어떠냐?"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유응상은 물었다.
"안 돼?"
진남은 한숨을 쉬고 미간을 만지며 말했다.
"유 낭자, 시공궁전에 가입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주천만계의 사람이 아니라 다른 세상에서 왔기에 너를 도와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유응상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임 도우, 너는 자신이 있는 세상을 잘 모르는구나. 네가 있는 그 세상도 주천만계에 속한다. 그리고 네가 나중에 성과를 이루면 도와달라는 것이다. 성과를 이루지 못하면 필요 없다."
그녀가 진남에게 시공성전을 전수하려는 건 겸사겸사 도와주는 것이었다.
진남이 성과를 이루면 좋지만 이루지 못한다 해도 그녀는 잃는 것이 없었다.
진남은 곰곰이 생각하고 문제가 없자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좋다. 유 낭자, 너의 조건에 동의한다!"
시공성전이라는 엄청난 공법을 얻고 시간을 연장할 수 있는데 그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유응상은 고개를 끄덕이고 파란색 선옥을 꺼냈다.
"시공성전은 열아홉 개 단계이다. 너는 지금은 시공궁전의 외문제자이다. 종문의 규칙에 따라 나는 열 개의 공법을 전수하겠다. 나중에 어느 정도 강해지면 다시 나를 찾아오거라. 그때면 나머지 공법을 전수하겠다."
진남은 이견이 없었다.
그들은 우연히 만났을 뿐이었다.
유응상이 공법을 후수로 남기는 것도 당연한 것이었다.
유응상은 또 금색 영패를 한 개 꺼냈다.
영패에는 '유'자가 쓰여 있었고 신비한 기운을 풍겼다.
"이 영패를 잘 간수하거라. 나중에 이 영패를 통해 나와 연락할 거다. 너는 진리공자, 연단청 등의 미움을 샀기에 무상천존으로 진급하기 매우 불리할 것이다."
유응상은 말했다.
"그들을 만나면 이 영패를 보여주거라. 그럼 그들이 함부로 너에게 시비를 걸지 못할 것이다."
진남은 눈을 반짝거렸다.
'이 영패는 좋은 물건이구나!'
"유 낭자 고맙다!"
"예의를 차리지 말거라. 나는 이제 갈 거다. 더 물을 것 있느냐?"
진남은 순간 시공성전이 생각나 물었다.
"유 낭자, 만약 시공성전을 삼 단계까지 수련하면 시간을 얼마나 연장할 수 있느냐?"
유응상은 진남의 눈을 보며 말했다.
"삼 단계까지 수련하면 삼 개월을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목표를 너무 높게 잡지 말거라. 너는 시간이 삼 개월밖에 없다. 삼 단계까지 수련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녀는 시름 놓이지 않는 듯 의미심장하게 한마디 했다.
"시간을 연장하기 위해 이익을 탐해 잘못된 선택을 하지 말거라! 시공성전을 수련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착실하게 기초를 닦는 것이다. 아니면 후환이 남을 것이다."
진남은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유 낭자, 걱정하지 말거라. 절대 섣불리 행동하지 않겠다."
유응상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미리 말하는데 시공궁전에 관해서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거라. 아니면 번거로움과 재앙을 불러올 것이다."
그녀는 선광으로 변해 하늘로 날아갔다.
진남은 그녀가 날아간 방향을 보며 감탄했다.
그는 미래의 청궁의 주인에게 골탕을 먹은 후 이렇게 또 기연을 얻게 될 줄 몰랐다.
"됐다. 생각하지 말자. 현기가 열릴 때까지 며칠 남았다. 시공성전이나 수련하자!"
진남은 중얼거리고 앞으로 날아갔다.
얼마 안 돼 그는 은밀한 동굴을 발견하고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는 마음을 진정하고 신념을 선옥에 주입했다.
"만계에는 규칙이 많다. 시공규칙만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
"시공규칙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그것은……."
진남의 식해 속의 시공각인이 빛을 반짝거리기 시작하더니 시공궁전의 무상의 존재가 그의 귓가에 소곤거렸다.
간단한 몇 마디 말을 듣고 진남은 시공성전을 이해하게 되었다.
시간이 조금씩 흘러 약 열 시진이 지난 후, 진남의 신념은 선옥에서 나왔다.
그는 감탄했다.
시공성전은 보통 대단한 것이 아니었고 진남의 상상을 훨씬 초월했다.
"어떤 존재가 이런 공법을 만들었는지 모르겠구나……."
진남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 두 손에 기이한 법인을 만들었다.
시공성전을 수련하려면 우선 특수한 각인을 통해 식해 속에 잠자고 있던 시공각인을 불러일으키고 전부 장악해야 했다.
그리고 다른 각인으로 시공각인을 움직여 천지에서 시공지력을 흡수하여 체내에 융합시켜야 했다.
* * *
시간이 흘러 여드레가 지났다.
희미한 기운들이 용처럼 진남의 체내에서 헤엄쳐 다녔다.
진남은 큰 현기가 덮인 것처럼 기운이 매우 신비했다.
진남의 식해 속의 시공각인은 크게 흔들렸고 방대한 힘을 주입한 것처럼 천천히 부풀어 오르더니 삼판연꽃으로 변했다.
시공성전의 첫 번째 단계였다.
첫 번째 단계를 수련하면 진남은 시공지력의 기초를 움직여 시간이 빨리 가게 하거나 시간을 반대로 되돌릴 수 있었다.
이런 능력은 매우 대단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진남이 움직일 수 있는 시공지력은 매우 적었다.
그는 기껏해야 예전의 엽소선 정도에 도달하여 한 사람을 조금 전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었다.
"시공성전은 배우기 어렵구나.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겨우 첫 번째 단계를 수련했구나……."
진남은 눈을 뜨고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이런 속도라면 그는 세 번째 단계까지만 수련할 수 있고 미래로 돌아가기 전에 네 번째 단계를 수련하여 시간을 더 연장할 수 없었다.
"됐다. 육 개월로 끝내자. 그럼 시공지광을 떠난 후 후수를 남길 시간은 되겠다."
진남은 고개를 젓더니 더 생각하지 않고 수련을 계속했다.
유응상이 그의 생각을 알았다면 칼을 뽑아 그를 찌르려 했을 것이었다.
그녀는 천부가 매우 높았다.
게다가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시공궁전의 성녀 후보가 되었다.
그렇게 시공지석의 도움을 받았지만, 그런데도 이십여 일이란 시간을 들여 첫 번째 단계를 수련했다.
세 번째 단계까지 수련하는 데 그녀는 일 년이 걸렸다.
시간이 꽤 지난 후, 수련 중이던 진남은 기이한 느낌이 들어 눈을 뜨고 위쪽 하늘을 바라봤다.
파란 하늘은 금색으로 변했고 세상 모든 걸 금빛으로 물들였다.
평소에 흔히 볼 수 있던 풀과 나무들도 매우 신성하게 느껴졌다.
"현기가 열리려나?"
진남은 마음이 흔들렸다.
천극방의 영 등이 소식을 전해왔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날아갔다.
진남은 대동천결을 움직여 방대한 신념을 드러냈다.
그는 천지의 모든 것이 신비한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잠시 후, 무형의 위압이 천지에 나타났다.
처음 위압을 느낀 진남은 긴장되고 숭배하려는 마음이 생겼다.
한 시진 후, 찬란한 하늘에 넓이가 십만 리 되는 열 개의 틈이 생겼고 시작점과 끝이 보이지 않았다.
마치 열 개의 신비한 천도(天圖)가 인간 세상에 나타난 것 같았다.
선궁과 선성들이 보였다.
그곳에 있던 기영들은 이상에 놀라 알록달록한 빛을 반짝거렸다.
금빛 세상 속에서 기영들은 유달리 눈에 띄었다.
진남이 이곳으로 온 건 현기가 열리는 것에 대해 전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는 현기를 놓치지 않도록 다른 무인들이 하는 대로 할 생각이었다.
진남은 걸음을 멈추고 작은 언덕에 내려 세상의 모든 변화를 느끼며 조용히 기다렸다.
데엥- 데엥- 데엥-
희미한 종소리가 세상에 울려 퍼졌다.
선궁들과 선성들에서 무인들이 솟아올라 하늘을 바라보며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종소리가 서른세 번 울렸을 때 하늘에 생긴 열 개의 틈에서 보라색 기운이 내려왔다.
열 개의 엄청난 위압이 넓은 시공을 넘어온 것처럼 천지를 충격했다.
"이건 무슨 위압이지?"
진남은 놀랐다.
청궁의 깊은 곳에 있을 때도 그는 이렇게 강한 기운을 느끼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모래알처럼 작아진 느낌이 들었다.
"진남, 계현, 용도! 현기가 열리기 전에 십 대 선제의 형상이 대연세계산에 강림하여 법술을 가르친다! 이건 매우 얻기 힘든 기연이다. 너희들은 마음을 진정하고 잘 듣거라!"
이때, 천극방의 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십 대 선제가 법술을 가르친다고?"
진남은 깜짝 놀랐다.
십 대 선제가 어떤 경지인지 몰랐지만 존재한 지 몇백만 년이나 되는 대연천종에 선제가 열 명밖에 나타나지 않았으니 이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진남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숨을 죽이고 정신을 집중했다.
갑자기 그는 눈앞이 시커메지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둠의 끝에 열 개의 엄청난 빛이 나타나더니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위엄 있는 열 개의 형상들이 나타나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진남이 생각할 새도 없이 첫 번째 형상은 입을 열었다.
그의 말에 천지가 흔들렸다.
기이한 광경이 펼쳐졌다.
진남은 마치 대도지음이나 세상의 지리지언(至理之言)을 듣는 것 같았다.
하지만 말이나 글자들은 흐릿하고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진남은 종잡을 수 없었다.
중요한 순간이라 그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정신을 집중하여 들었다.
첫 번째 형상은 오래 강의하지 않았다.
두 번째 형상, 세 번째 형상은…….
진남도 저도 모르게 현묘한 상태에 빠져 느끼기 시작했다.
마치 대도를 느끼고, 자신을 느끼는 것 같았다.
열 번째 형상이 강의를 마치고 난 후.
열 개의 형상은 떠나가지 않고 동시에 입을 열었다.
천둥 같던 소리가 더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마치 세상을 벗어나 주천만계 전체에 울려 퍼질 것 같았다.
순간, 진남은 처음 그들이 하는 말을 제대로 들었다.
그들이 한 말 중의 첫 번째 글자 선이었다.
하지만 그는 첫 번째 글자만 알아들었고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글자와 뒤의 모든 건 알아듣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는 기묘한 깨달음을 얻는 단계에 돌입했다.
천년의 세월이 흐른 것 같기도 하고 아주 짧은 시간이 지난 것 같기도 했다.
십 대 선제의 형상들의 법술 강의는 완전히 끝났다.
진남도 현묘한 느낌에서 벗어났다.
"십 대 선제의 법술 강의는 진짜 대단하구나!"
진남은 기뻤다.
이번에 그는 수확이 적지 않았고 규칙지력에 대한 이해도 새로운 단계에 도달했다.
뿐만 아니라 시공성전에 대한 깨달음도 더 깊어졌다.
예전 같으면 두 번째 단계를 수련하려면 시간이 꽤 걸렸을 거지만 지금은 이삼 일이면 가능했다.
이대로라면 그는 떠나기 전에 시공성전의 네 번째 단계를 깨닫고 시간을 더 연장할 수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