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0화 도망쳐야겠습니다!
"공자, 이만큼이면 절세이보라고 할 수 있겠소?"
진남은 물었다.
백여 개의 중요천황석이 나타났다는 소문에 여기 모였던 천재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백여 개의 중요천황석은 당연히 절세이보라고 할 수 있소."
진리공자는 정신을 차리고 옅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내가 도우들을 만만하게 본 것 같소. 이렇게 합시다. 가격을 제시하시오. 중요천황석들은 내가 전부 사겠소."
연단청은 침착하게 말했다.
"진리 도우, 이렇게 많은 중요천황석을 자네 혼자 차지하겠다니, 너무 양심이 없는 거 아니오?"
오만한 청년도 말했다.
"그러게 말이오! 진리 형, 저는 공법을 수련하는 데에 중요천황석이 몇십 개 부족합니다!"
회색 도포를 입은 노인들은 안색이 어두워졌고 식은땀을 흘렸다.
다른 궁전의 무인들도 경악했다.
진남 등이 시비를 걸려고 온 줄 알았는데 진짜 보물을 팔러 왔을 줄이야!
진리공자가 연회를 열었고 연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모두 범상치 않은 인물들이었기에 중요천황석을 팔기도 쉬울 것이었다.
"도우 이름이 무엇이오? 나는 순양궁(純陽宮) 관문제자 양소비(陽少飛)요. 나의 아버지는 순양궁 궁주요! 내 체면을 봐주어 서른 개의 중요천황석을 싼 가격에 팔겠소?"
오만한 청년이 진남을 보며 말했다.
"허허, 양소비, 물건을 사는데 가문을 밝혀야 하느냐?"
이때, 궁전에서 남색 두루마기를 입은 청년이 걸어 나왔다.
청년은 손에 옥구슬을 굴렸고 멸시하는 표정을 지었다.
남색 두루마기를 입은 청년의 뒤에서 한 무리의 무인들이 걸어 나왔다.
남자들도 있고 여자들도 있었는데 그들은 나이가 많지 않았고 경지가 천존 대성에 도달했다.
"남렬(藍烈), 내 일에 참견하지 말거라!"
양소비는 싫은 티를 감추지 않고 싸늘하게 말했다.
"됐어, 그만 싸워."
노란색 치마를 입은 여인이 부드러운 소리로 말하고는 진남 등을 바라보았다.
"나는 연아(煙兒)이다. 도우들이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중요천황석을 내놓아서 탄복했다. 하지만 사람이 많아 중요천황석이 부족할 것이다. 도우들은 중요천황석들을 어떻게 팔 생각이냐?"
사람들의 시선이 진남 등에게 쏠렸다.
조신진은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간단하오. 우리는 선정은 받지 않고 선검만 받겠소! 갖고 있는 검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 많은 중요천황석을 바꿀 수 있소!"
진남은 깜짝 놀라 전음했다.
"조 형, 그것 때문에 온 것 아닙니까? 왜 검으로 바꾸려는 겁니까?"
조신진은 진남을 힐끗 보고 말했다.
"걱정하지 말거라. 이 형님이 다 생각이 있다."
진남은 그제야 안심했다.
"검과 바꾸겠다고?"
천재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이렇게 황당한 요구를 들어본 적 없었다.
"나의 검은 열 가지 상고의 흉수의 피에 자모천정(子母天精)을 배합하여 만든 것이고 이 품 선기이다. 중요천황석과 바꿀 수 있겠느냐?"
검은 옷을 입은 청년이 가장 먼저 검을 꺼냈다.
검은 피처럼 시뻘겋고 짐승 울음소리가 들렸다.
"량야(梁也), 너무 궁상맞지 않느냐? 고작 이 품 선기로 중요천황석을 바꾸려고? 너 진짜……."
양소비는 조롱했다.
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조신진은 굶주린 늑대가 풍성한 잔칫상을 본 것처럼 두 눈을 반짝거렸고 호흡도 가빠졌다.
"바꿉시다, 바꿉시다! 중요천황석 한 개로 바꾸겠소. 어떻소?"
진남은 말문이 막혔다.
'이 자식, 검을 목숨처럼 좋아하는구나. 검을 보자마자 이성을 잃다니. 량야가 중요천황석 열 개와 바꾸겠다고 해도 바로 대답할 것 같은데.'
"이렇게 할 수도 있다고?"
양소비 등 천재들은 경악했고 믿을 수 없었다.
"나에게 마천지혈(魔天之血)과 가람성수(?藍聖水) 그리고 세 개의 태초의 선석으로 만든 선검이 한 자루 있다. 삼 품 정도의 선기이다."
"나에게는……."
천재들은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진남 등의 앞으로 날아와 그들을 에워쌌다.
"형님, 이렇게 팔면 안 됩니다. 제가 팔겠습니다. 더 많은 선검을 바꿀 수 있습니다."
진남은 조신진에게 전음했다.
"좋다, 좋다. 네가 팔거라. 선검을 많이 바꾸면 된다."
조신진은 병아리가 모이를 쪼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인들의 주목을 받던 천재들의 연회가 어영부영하게 보물을 바꾸는 모임이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환검대회로 변했다.
얼마 안 돼 백여 개의 중요천황석은 서른여 개밖에 남지 않았다.
조신진도 한꺼번에 백여 자루의 여러 가지의 선검을 얻고 기뻐했다.
이내 환검대회도 썰렁해졌다.
진남이 팔기 시작한 후로 가격이 비싸졌고 천재들은 이익을 별로 보지 못했다.
그들은 갖고 있던 선검을 거의 다 바꾸었다.
"도우들."
이때, 줄곧 아무 말 없던 진리공자가 담담하게 말했다.
"나에게는 중요천황석을 바꿀 검이 없소. 이렇게 합시다. 나머지 중요천황석을 나에게 파시오. 자네들에게 염제지석(炎帝之石)을 한 개 주고 내가 빚을 진 거로 하면 어떻소?"
진리공자는 돌을 한 개 꺼냈다.
중요천황석과 달리 돌은 불꽃처럼 사방을 환하게 비추었다.
진남은 돌에서 방대한 순수한 화의(火意)와 매우 옅은 신비한 기운이 있다는 걸 느꼈다.
"염제지석? 진리 형님, 대단한 물건을 내놓으셨습니다!"
양소비는 감탄했다.
염제지석 한 개는 서른여 개의 중요천황석보다 약했다.
하지만 그는 진리공자와 사이가 좋기에 당연히 진리공자의 편에 서야 했다.
조신진은 진남에게 전음했다.
진남은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오. 바꾸지 않겠소."
무인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양소비는 소리쳤다.
"도우, 진리 형님은 염제지석을 한 개 내놓았고 또 자네에게 빚을 지겠다고 했소. 이미 성의를 보였는데도 자네는 바꾸지 않겠다는 거요?"
진남은 고개를 젓고 말했다.
"진짜 미안하오. 우리는 선검과 바꿀 거요."
"자네……."
양소비는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진리공자가 말렸다.
진리공자는 저장주머니에서 파란색 빛을 반짝거리는 옥패를 한 개 꺼내고 말했다.
"그럼 수황지옥(水皇之玉)을 한 개 더 추가하겠소. 어떻소?"
진남은 옥패를 힐끗 보았다.
옥패는 수의(水意)가 엄청 강했고 좀 전에 꺼냈던 염제지석보다 조금 약했다.
"염제지석, 수황지옥을 내놓다니. 진리 도우, 대단하오! 이 두 가지 지보의 도움을 받으면 나는 수화살술(水火殺術)을 수련할 수 있을 거요!"
천재 등급의 인물은 감탄했다.
이 두 가지 지보를 합치면 서른여 개의 중요천황석보다 훨씬 강했다.
"공자, 미안하오. 그래도 바꾸지 않겠소."
진남은 평온하게 말했다.
"응?"
천재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진남이 이 두 가지 지보를 앞에 두고 거절할 줄 몰랐다.
양소비는 더 화가 났다.
"도우, 너무 욕심내지 마시오. 현기가 열렸을 때 중도에 봉변을 당하지 않도록 조심하시오!"
"도우, 웬만하면 바꾸시오!"
"도우, 진리공자가 이렇게까지 성의를 보였으니 요구를 들어주시오. 벗이 한 명이라도 많으면 적이 많기보다 나을 거요."
다른 천재들도 한마디씩 했다.
그들의 말에는 위협도 섞여 있었다.
만약 다른 무인들이 이런 상황에 부딪혔다면 고개를 숙였을 것이다.
이건 진리공자 한 명의 미움을 사는 것이 아니라 한 무리의 대세력 천재들의 미움을 사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들이 만난 건 미래의 청궁의 주인과 진남이었다.
조신진은 기쁜 표정으로 검을 만졌고 진남은 표정이 변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번에는 선검만 바꿀 것이오. 다른 건 바꾸지 않겠소."
진남은 싸늘하게 말했다.
"응?"
양소비 등 천재들은 진남이 계속 이런 태도를 보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허허, 도우, 오기를 부리지 마시오. 나중에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를 수 있소."
남렬은 콧방귀를 뀌더니 살기를 풍겼다.
"됐어. 다들 더 말하지 말아."
연아라는 여인은 강물이 꿈틀거리는 것 같은 옅은 노란색의 선검을 꺼내고 물었다.
"도우가 선검만 바꾼다고 하니 내가 진리 오라버니를 대신해 검을 줄게. 구곡하검(九曲河劍)은 아홉 가지의 원하(元河)의지로 만든 것이야. 어때?"
진남이 고개를 끄덕이려는데 진리공자는 고개를 젓고 말했다.
"연아, 이건 내 일이다. 어찌 너의 검을 쓰겠느냐?"
말을 마친 그는 진남을 바라보았다.
담담한 눈빛 속에 예리한 빛이 스쳤다.
"나의 양신검(陽神劍)으로 자네의 나머지 중요천황석을 바꾸겠소."
말을 마친 후 진리공자는 손을 저었다.
불꽃이 타오르는 것 같은 선검이 천천히 나타났다.
선검은 엄청난 검의를 풍겼고 긴 거리를 휩쓸었다.
검은 전에 다른 천재들이 내놓은 선검보다 위능이 훨씬 더 강했다.
양소비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진리공자, 이 검은……."
진리공자는 말하지 말라는 듯 양소비를 힐끗 보았다.
그러고는 진남에게 물었다.
"어떻소?"
"좋소."
진남은 더는 거절하지 않고 조신진더러 검을 챙기게 하고 나머지 중요천황석을 전부 진리공자에게 주었다.
진리공자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지금까지 검을 바꾸었는데 자네들의 이름도 모르오. 이름을 말해주겠소?"
진남은 개의치 않고 말했다.
"나는 임효지요. 옆에 있는 이분은 나의 선배님이시오. 우리는 아직 문파가 없소."
그는 주천만계의 사람이 아니었기에 이름을 말해도 괜찮았다.
"임효지라……."
천재들은 전에 들었던 적 있는지 몰래 머리를 굴렸다.
진리공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물었다.
"임 도우군. 임 도우가 나의 궁전 문 앞에 와서 보물을 바꾸려 한 것도 나의 체면을 봐준 것이오. 임 도우, 나와 함께 안으로 들어가 술이나 한잔하면서 무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건 어떻소?"
진남은 마음이 흔들렸다.
그는 자신들이 연거푸 진리공자의 부탁을 거절했고 진리공자와 양소비 등 천재들의 미움을 샀다는 걸 잘 알았다.
하지만 대연세계산 안에서는 무력을 쓸 수 없었기에 들어가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가장 중요한 건 그는 이번 기회에 여기 있는 천재들의 실력과 주천만계의 무도에 대해 제대로 알아볼 수 있었다.
"어?"
조신진에게 의향을 물으려던 진남은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가장 먼저 중요천황석을 바꾼 량야는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그의 손바닥에 놓인 중요천황석은 힘을 잃은 것처럼 모든 빛과 기운들이 조금씩 사라졌고 시커메졌다.
"제길!"
진남은 저도 모르게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이곳으로 오는 길에 조신진에게 물었다.
조신진은 자신이 가짜를 만드는 수단이 뛰어나 천재들이 중요천황석을 흡수하려 하지 않으면 절대 가짜라는 걸 발견할 수 없다고 했다.
천재들은 중요천황석을 가지면 바로 연화하지 않고 연회가 끝난 후 궁전으로 돌아가 연화할 것이었다.
하지만 량야는 바로 연화하기 시작했다.
"도망쳐야겠습니다!"
진남은 옆을 바라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조신진은 이미 빛으로 변해 앞으로 날아갔다.
진남이 그를 발견했을 때 그는 이미 거리의 끝에 도달했고 모퉁이를 돌아 사라졌다.
"젠장!"
진남은 다시 욕설을 퍼부었다.
'이 자식이 나를 버리고 도망치다니! 이런 자가 미래의 청궁의 주인이라고?'
"도우, 미안하오. 우리는 다른 볼일이 있소. 나중에 다시 만납시다!"
진남은 한마디 남기고 엄청난 속도로 앞으로 날아갔다.
"응?"
진리공자 등은 어리둥절했다.
'이들 형제는 왜 갑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