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9화 가짜를 내놓다
진남이 조신진에게 물었다.
"연회에 참가할 겁니까?"
"아니."
조신진은 고개를 젓고 말했다.
"우리는 그곳에 가서 물건을 팔 거다. 정확히 말해 우리의 좋은 물건으로 천재들이 갖고 있는 좋은 물건을 바꾸는 것이다. 그들이 갖고 있는 보물 중에서 한 가지가 너에게 도움이 되겠다."
진남은 어리둥절해서 말했다.
"하지만 저에게는 좋은 물건이 없습니다. 형님도……."
그러나 진남의 말이 끝나기 전에 조신진은 옅은 검은빛이 반짝이는 손바닥만 한 검은색 돌을 꺼냈다.
"뭔지 보거라."
진남은 동술을 움직여 자세히 관찰했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더 의문이 들었다.
아무리 봐도 검은색 돌에는 매우 순수한 기운밖에 없었다.
다만 진남은 이런 기운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기운이 얼마나 현묘한지 느낄 수 있었다.
"조 형, 뜸 들이지 마십시오. 저는 눈썰미가 좋지 않아 이것이 어떤 좋은 물건인지 모르겠습니다."
진남은 씁쓸한 미소를 짓고 고개를 저었다.
탁-!
조신진은 손가락을 튕기고 말했다.
"네 말이 맞다. 이건 흑무석(黑霧石)인데 좋은 물건이 아니다. 주천만계에 많지는 않지만, 가격이 비싸지 않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럼 이걸로……."
조신진은 말하지 않고 한 손에 법인을 만들고 중얼거렸다.
잠시 후 그는 낮게 소리치며 손가락을 튕겼다.
일곱 개의 빛이 흑무석에 주입되었다.
흑무석이 크게 떨리고 정원에 용이 포효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재난 같은 기운이 돌에서 뿜어져 나왔다.
"응?"
진남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퍼퍼펑-!
폭발음이 연거푸 울려 퍼지고 감싸고 있던 것들이 사라진 것처럼 흑무석의 표면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다섯 번째 폭발음이 울려 퍼질 때 손바닥만 하던 흑무석은 주먹만 해졌다.
흑무석은 더는 시커멓지 않고 일곱 개의 빛을 반짝거렸다.
돌 안에 많은 흉수들의 형상이 스쳤다.
진룡이 헤엄치고, 봉황이 하늘을 부수고, 기린이 나타나는 것 등이었다.
진남은 동력의 작용으로 순수한 기운이 만 배 이상 강해져 상고의 재난이 닥친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주천만계의 오묘함이 있었다.
내력을 알 수 없었지만 매우 진귀한 보물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이건……."
진남은 깜짝 놀랐다.
'흑무석이 어떻게 이렇게 변했지?'
"어떠냐? 대단하지? 이건 내가 스스로 만든 독문절학(獨門?學)이다. 주천만계에 나밖에 아는 사람이 없다."
조신진은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지금부터 이 돌은 흑무석이 아니라 중요천황석(衆妖天荒石)이다."
진남은 정신을 차렸고 조신진이 하려는 큰일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가짜를 만들자는 겁니까?"
조신진은 인상을 찌푸렸다.
"퉤, 가짜를 만들다니?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하지 못하게 만드는 거다! 됐다. 긴말하지 않겠다. 할 거냐, 말 거냐? 성공하면 다섯 달 안에 응천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거다!"
"천재들은 평범한 인물이 아닙니다. 그들이 모를까요?"
"나의 능력을 믿지 않는 거냐? 천재들이 아니라 무상천존이 와도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지 못할 것이다!"
"좋습니다. 하겠습니다!"
"그래야지!"
"흑무, 아니 중요천황석 한 개면 됩니까?"
"당연히 안 된다! 진리공자의 체면을 봐주어 많은 사람이 올 것이다. 적어도 흑무석을 몇천 개는 준비해야 한다!"
"흑무석이 충분합니까?"
"당연하다! 여기는 산이 몇 개나 있다!"
진남과 미래의 청궁의 주인은 가짜를 만들기 시작했다.
* * *
약 다섯 시진이 지난 후, 검현도 한가운데.
다른 거리들은 시끌벅적했지만 가장 가운데는 오가는 무인들이 오히려 적었다.
검현도를 세운 세력이 다른 세력에게 선심을 풀기 위해 방원 몇만 리에 작은 궁전들을 가득 지었기 때문이었다.
그중에 궁전 한 개가 가장 눈에 띄었다.
그것은 다른 궁전들처럼 삼 층이 아니라 오 층이었다.
궁전 벽에는 신마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알 수 없는 위압감을 주었다.
궁전 아래에 강한 수단으로 몇 개의 오래된 선진을 쳐놨기에 궁전은 선의가 넘쳤다.
궁전의 주인은 소천궁의 관문제자인 진리공자였다.
궁전은 전에는 조용했지만, 지금은 문 앞에 이수들이 가득했다.
기린이 가마를 끌고, 교룡이 잠을 자고, 천조가 혼자 서 있었다.
이수들은 엄청난 기운을 풍겼고 사람들은 가슴이 떨렸다.
다른 궁전의 무인들은 이런 광경을 보고도 기분 나빠하지 않고 부러운 눈길을 보냈다.
사흘 전에 진리공자가 연회를 연다고 소문을 흘렸다.
하지만 참가자에 대한 조건이 높아 그들은 갖은 방법을 찾았지만 들어가지 못했다.
이때, 두 개의 형상이 궁전으로 날아왔다.
"어떻게 할 겁니까? 바로 쳐들어가겠습니까?"
진남은 낮은 소리로 전음했다.
가짜를 만든 적 없는 그는 막상 중요한 순간이 되니 조금 흥분했다.
"쳐들어간다고? 바보냐? 그럼 협공을 받을 것이다!"
조신진은 눈을 부릅뜨고 진남을 바라봤다.
궁전 문 앞에 도착한 후 조신진은 걸음을 멈추고 앞을 보며 단전에서부터 기를 끌어올려 소리쳤다.
"절세이보를 팝니다! 놓치지 마십시오!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먼저 온 사람이 임자입니다, 먼저 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습니다!"
천둥 같은 소리가 거리에 울려 퍼졌고 메아리가 쳤다.
주위의 작은 궁전에 있던 무인들은 깜짝 놀라 시선을 돌렸다.
"이자들은 간이 부었구나. 진리공자의 궁전 앞에서 보물을 팔다니! 진리공자가 연회를 열었다는 걸 모르나?"
"이자들은 연회가 열린 걸 알고 일부러 이러는 것 같다. 시비를 거는 것 같은데!"
무인들은 관심이 생겼고 시선을 돌리지 않고 조용히 지켜봤다.
조신진은 여전히 크게 소리치며 가끔씩 진남을 향해 눈을 희번덕거렸다.
진남은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멋쩍었지만, 용기를 내 소리쳤다.
조용하던 거리가 금세 시끌벅적해졌다.
"무엄하다!"
진남과 조신진의 앞에 있는 궁전에서 호통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회색 도포를 입은 노인 두 명이 절세의 신검처럼 궁전 안에서 날아 나왔다.
노인들은 두 개의 천존 정상의 위압을 풍겨 진남과 조신진을 덮었다.
"응? 저들이 풍기는 위압은 나보다 더 약하구나……."
진남은 흥분했다.
두 노인은 자아경지의 천존이거나 자아경지에도 도달하지 못했을 수 있었다.
진남은 처음으로 천존 정상들 사이의 차이를 느꼈다.
전에 대상계에 있을 때는 차이를 느끼지 못했었다.
"이곳은 소천궁의 관문제자인 진리공자가 머무는 곳이다! 공자가 안에서 천재들과 연회를 열고 있다. 여기서 떠들지 말고 썩 꺼지거라!"
한 노인이 차가운 표정으로 진남 등에게 소리쳤다.
그의 말은 차가운 칼날과 같았다.
마음이 강하지 못한 자라면 충격을 받았을 것이었다.
조신진은 입을 삐죽거리고 물었다.
"왜 소리치시오? 가지 않으면 어쩔 거요?"
노인은 화를 냈다.
"죽고 싶으냐?"
조신진은 고개를 쳐들고 멸시하듯 말했다.
"죽고 싶소, 어쩔 거요? 능력 있으면 어디 때리시오!"
"너……."
노인들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들은 조신진이 이토록 건방질 줄 몰랐다.
하지만 그들은 어쩔 수 없었다.
대연세계산의 현기가 열리기 전에는 무력을 쓸 수 없었다.
무력을 쓴다면 대연세계산의 규칙에게 진압될 것이었다.
"제대로 들으시오. 나는 매우 보기 드문 절세이보를 팔고 있소. 자네들의 태도가 계속 나쁘면 이대로 돌아가겠소! 진리공자가 알면 자네들은 편히 살 수 없을 거요!"
조신진은 말했다.
노인들은 화가 나 헛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절세이보를 갖고 있다고? 건방을 떨지 말고 이름을 말하거라."
조신진은 더 멸시하듯 말했다.
"왜 말해야 하오? 내가 바보인 줄 아시오?"
진남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미래의 청궁의 주인이 다른 사람의 체면 따위는 신경 쓰지 않을 것도, 또한 말투가 이렇게 날카로울 줄도 몰랐다.
왠지 비천한 느낌이 들었다.
이때, 담담한 목소리가 궁전 안에서 들려왔다.
"장로님들, 그자들이 왜 떠나지 않겠다는 겁니까?"
흰옷을 입고 긴 머리카락을 어깨까지 드리우며 용모가 준수한 청년이 궁전 안에서 걸어 나왔다.
청년은 신의 아들처럼 고귀한 느낌을 주었다.
진리공자였다.
진리공자의 옆에는 두 명이 서 있었다.
한 명은 진남이 만났던 연단청이고 다른 한 명은 손에 금부채를 쥐고 금색 두루마기를 입은 청년이었다.
그 청년은 오만했다.
진남은 몰래 동술을 움직여 관찰하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진리공자와 연단청은 모두 천존 정상의 경지에 도달했고 체내에 선광들이 반짝거려 능력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오만한 공자는 천존 대성의 경지였다.
"공자……."
노인들은 정신을 차리고 진리공자의 옆으로 날아갔다.
그들은 진리공자에게 상황을 설명하면서 싸늘한 눈빛으로 진남 등을 쏘아보았다.
진리공자는 그제야 진남 등을 바라봤다.
그의 새까만 눈동자에 선광이 반짝거렸다.
그가 동술을 움직여 진남 등을 관찰하는 게 분명했다.
"너희들은 어떤 절세이보를 팔려는 거냐? 꺼내보거라."
진리공자는 담담하게 말했다.
"미리 말해주마. 나는 지금 연회를 열어 천재들과 호걸들을 초대하고 있다. 너희들이 내놓은 물건이 좋지 않으면 너희들을 처벌하겠다."
'처벌하겠다'는 대국의 황실이나 종문이나 가문에서 권세를 장악한 인물이 부하들을 대할 때 쓰는 말이었다.
진리공자는 진남과 조신진을 자신의 부하들 수준 정도로 생각했다.
그는 진남과 조신진을 마음대로 처벌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조신진은 진리공자를 신경 쓰지 않고 진남을 보더니 옅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너는 우리를 처벌할 수 없다."
소년은 손바닥을 뒤집더니 홍황(洪荒)의지가 풍기는 돌을 한 개 꺼냈다.
"응? 중요천황석?"
연단청과 자만하던 공자는 동시에 진남의 앞으로 날아갔다.
그들은 강한 동술을 움직여 돌을 관찰했다.
"진짜 중요천황석이네."
연단청은 한참을 보더니,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리공자는 돌을 힐끗 보더니 움직이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것이 바로 너희들이 말하는 절세이보냐? 중요천황석은 보기 드물긴 하지만 이 정도 크기에 고작 한 개뿐이면 이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절세이보는 어림도 없다.
너희들이 나의 궁전 앞에서 물건을 판 건 나에게 시비를 건 것이다. 돌을 남기면 더는 따지지 않겠다."
그는 한두 마디 말로 중요천황석을 공짜로 가지려 했다.
회색도포를 입은 노인들의 눈에 조롱의 빛이 스쳤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진남은 손을 저어 저장주머니에서 수피(獸皮)주머니를 꺼냈다.
"공자, 누가 한 개뿐이라고 했소?"
그는 수피주머니를 거꾸로 쏟았다.
촤르륵-!
크고 작은 중요천황석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홍황의지는 몇십 배나 강해졌고 바람처럼 사방을 휩쓸었다.
"응?"
진리공자, 연단청, 자만하는 청년, 회색도포를 입은 노인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무인들은 동시에 깜짝 놀랐고 믿을 수 없었다.
'중요천황석이 백 개도 넘는데?'
중요천황석은 천요계(天妖界)에만 있었고 중요천황석이 한 개 만들어지려면 천 년의 시간이 걸렸다.
천요계의 요궁들은 중요천황석을 매우 중시했고 다른 종족의 무인들이 천요계로 와 중요천황석을 채석하는 걸 금지했고 어길 경우에는 죽였다.
천요계의 요궁은 요족들이 중요천황석을 외부로 갖고 나가 파는 것도 금지했고 수련하는 데만 쓸 수 있었다.
때문에, 외부에는 중요천황석이 매우 적었고 평소에는 몇 개만 가지고 있어도 많은 축에 속했다.
그런데 진남 등은 백여 개를 내놓았다.
'요궁의 요자에게서 빼앗기라도 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