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1368화 (1,368/1,498)

1368화 경지의 구별

"연단청이 이렇게 건방지고 포악했었나?"

진남은 기이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앞에 있는 연단청이 선전에서 치졸한 연기로 자신과 싸우던 연단청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생김새가 똑같지 않다면 그는 절대 믿지 않았을 것이었다.

"너무 건방지구나! 좀 쳐다봤다고 살기로 공격하다니!"

"건방지게 굴 자격이 되니까 건방지게 구는 거다. 저자가 누구인지 아느냐? 연단청이다. 최고급 세력의 내문제자이고 만계방(萬界榜)에 이름이 오른 자이다!"

"뭐라고? 천존 경지로 만계방에 이름이 올랐다고? 최고급 천재군!"

'만계방? 이름이 올랐다고?'

진남은 눈썹을 추켜세웠다.

그는 의문을 참고 주루 안의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었다.

주천만계가 낯선 진남은 주천만계의 무도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에 관심이 가장 컸다.

'좌현노인과 우공노조가 얼핏 말했던 제황과 대연천종의 열 명의 선제들은 어떤 경지일까?'

주루 안의 사람들은 이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그들이 무상천존을 초월한 경지에 대해 말할 때면 누군가 지운 것처럼 그들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얼마 안 돼 천극방의 영은 자신들도 같은 문제에 부딪혔다고 신념을 보내왔다.

"시공지력은 이것도 막을 수 있구나."

진남은 고개를 젓고 마음을 진정했다.

지금이나 후세에서나 그는 주천만계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도 진남은 꽤 많은 걸 얻었다.

최고급 세력의 이름을 알았을 뿐만 아니라 만계방에 대해서도 이해했다.

만계방은 천극방과 비슷한 것이었다.

주천만계의 무인 중에서 오백 살이 안 되었고 무상천존이나 무상천존 이하의 경지면 만계방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천극방과 다른 점이라면 만계방은 서열이 없었다.

연단청은 천존 경지로 만계방에 이름이 올랐기에 대단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만계방에 이름을 올리면 평범한 사람들은 최고급 천재라고 인정했다.

천극방의 영은 만계방에 대해 알게 되자 매우 흥분했다.

그는 진남 등에게 기회가 되면 만계방에 대해 많이 알아보라고 전음했다.

대상계의 일인자인 그는 만계방의 규칙 등을 알아보고 대상계에 적용하려 했다.

"여기에 계속 있어도 소식을 얻지 못하겠다."

진남은 고개를 젓고 주루를 나왔다.

그는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은 거의 이해했다.

이제 그는 어릴 적 모습인 청궁의 주인을 찾아야 했다.

"그자는 재물과 검을 좋아한다고 했다. 만약 검현도에 있다면 틀림없이 이 몇 개의 거리로 갈 것이다……."

진남은 검현도의 거리들의 특징을 생각하더니 몇 개의 거리를 골라 그곳으로 갔다.

하지만 정확한 위치도 모르고 사람을 찾는 건 매우 힘들었다.

다섯 시진이 지났고 진남은 몇 개의 거리를 전부 둘러보았다.

그러나 진남은 떠나지 않고 다시 찾으려 했다.

청궁의 주인이 그가 둘러본 거리에 왔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진남은 한 번 더 찾아보고 없으면 다른 선성으로 가려고 했다.

약 네 시진 후, 진남이 낙담하려고 할 때 앞쪽의 노점에서 소리가 들렸다.

"어르신, 봐주십시오. 이 검은 저와 인연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저의 도려가 환생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선정 한 개에 저에게 파십시오……"

거리는 시끄러웠지만 진남은 검을 사고파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삼베옷을 입고 머리를 묶었으며 허리에 목검을 찬 잘생긴 소년이 보였다.

소년은 생김새는 변하지 않았지만 처음 만났을 때와 달리 남루했고 입고 있는 삼베옷은 꿰맨 흔적도 있었다.

소년은 패기가 전혀 없었다.

"이 녀석이…… 청궁의 주인이 어릴 때 모습이라고?"

진남은 얼떨떨했다.

초상화를 보지 않았다면 그는 이 소년을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었다.

"에잇, 이 검은 선정 서른 개에 팔던 것이다. 선정 다섯 개에 팔겠다는데 한 개로 사려는 거냐? 장사를 방해하지 말고 썩 꺼지거라."

노점의 주인은 패기 있는 중년 사내였다.

그는 소년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어르신, 저의 도려는 매우 비참하게 죽었습니다. 저와 그녀는 어렵게 주재 경지에 도달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신기한 검광이 내려와 그녀를 죽였습니다.

그녀는 죽기 전에 살아서 저와 함께하지 못하지만, 검으로 환생하여 저와 함께하겠다고 했습니다."

미래의 청궁의 주인은 고통스런 표정으로 눈물을 뚝뚝 떨구며 말했다.

노점의 주인과 주위의 무인들은 폭소를 금치 못했다.

'누굴 속이려고?'

그때였다.

"도우, 나머지 네 개의 선정은 내가 대신 지불하겠다."

* * *

잠시 후, 검현도의 한 작은 정원.

잘생긴 소년은 주위를 둘러보았고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대문을 열었다.

"동생, 오늘 너에게 절세의 경치를 보여주겠다."

잘생긴 소년은 오만한 표정으로 안으로 들라고 손짓했다.

안으로 들어선 진남은 입꼬리가 비틀렸다.

정원은 방원 오십여 장이고 크지 않았지만, 파란색 돌을 깐 바닥이나 나무, 돌로 만든 책상, 나무 의자, 나무 침대에는 모두 검이 가득 걸려있었다.

검들은 빛을 반짝거렸는데 기세가 강한 것도 있고 아무런 특이한 점이 없이 평범한 것도 있었다.

심지어 부러져 영기를 잃은 검들도 있었다.

"후, 아쉽구나. 그 물건이 망가져 나의 보각(寶閣)을 보여줄 수 없다. 보각을 보게 되면 너는 깜짝 놀랄 것이다!"

잘생긴 소년은 정원 안의 광경을 둘러보더니 눈빛이 흐리멍덩해져 중얼거렸다.

"검현도로 오는 길에 막대한 손실을 입어 돈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니면 이것밖에 사지 못했을 리 없다."

그는 문득 각성하고 머리를 쳤다.

"동생, 서 있지 말고 들어오거라."

진남은 양옆을 둘러봤다.

'앉을 자리가 있나?'

잘생긴 소년은 이런 경험이 있는 것 같았다.

그가 소맷자락을 젓자 몇십 개의 고검이 웅웅 소리를 내며 검기를 풍기더니 책상 한 개와 의자 두 개로 변했다.

"동생, 뭐 하느냐, 어서 와 앉거라!"

진남은 어리둥절해 앞으로 다가가 독특한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허리 아래가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

'경지가 낮으면 하지가 얼겠는데?'

"동생, 나를 찾으러 왔느냐? 무슨 일이냐?"

잘생긴 소년의 눈에 빛이 반짝거렸다.

소년은 옛 벗을 만난 것처럼 온화한 미소를 지었지만, 진남은 마음이 서늘해졌다.

이번 모임에 참가한 무인들은 누구도 소년을 중시하지 않았고 소년은 경지가 천존 정상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진남은 소년이 보통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조 형, 형님을 찾으러 온 것이 맞습니다."

진남은 바로 인정했다.

"저는 더 강해지고 싶습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없지만, 소년은 청궁의 주인 조신진(趙信?)이었다.

"응. 짐작했다. 나는 검 말고는 가진 것이 없는데 네가 다른 이유로 나를 찾을 리 없지."

조신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궁금한 듯 물었다.

"너는 내가 강하다는 걸 어떻게 아느냐?"

"고수에게 들었습니다."

"그 고수는 대단하구나!"

조신진은 다리를 치고 감탄했다.

"맞다, 너의 문제는 주천만계에서 나만 해결할 수 있다! 아니면 너는 숙명(宿命)의 적을 격파할 수 없다!"

진남은 깜짝 놀랐다.

'숙명의 적? 창과 엽소선을 가리키는 건가? 이자가 어떻게 알았지?'

조신진은 진남의 의문을 눈치챈 듯 신비한 표정으로 말했다.

"헛다리 짚지 말거라. 나는 점술 같은 건 모른다. 너희들은 세계의 싸움, 근원의 싸움에 휘말렸다. 때문에 너희들은 숙명의 적이다. 승자가 모든 걸 지배하고 패자는 죽는다."

진남은 크게 놀랐다.

조신진의 말을 듣고 그는 짐작되는 바가 있었다.

"조 형, 세계의 싸움, 근원의 싸움이라면 혹시……."

진남의 말이 끝나기 전에 조신진은 고개를 젓고 말했다.

"아직은 말해줄 수 없다. 네가 이겼다면 말해줄 수 있지만, 지금은 안 된다. 아니면 너는 질 것이다."

진남은 의문을 가까스로 누르고 물었다.

"조 형, 저에게 문제가 있습니까?"

조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가 꽤 심하다. 너는 열몇 개의 공법을 수련했다. 그러나 가장 강한 공법은 완벽하지 않다. 게다가 너는 이제 곧 무상천존으로 진급하게 된다. 이런 상태로 무상천존으로 진급한다면 지도(至道)의 경지에 도달할 수 없다."

진남의 눈에 호기심이 드러났다.

"지도요? 무엇입니까?"

조신진은 말했다.

"사람들은 천존의 위는 무상천존이라고만 알고 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천존과, 무상천존, 혹은 다른 경지들 사이에는 구별이 있다.

천존의 관문은 자아, 식지(識地), 응천(應天), 지도로 나뉜다.

주천만계에서 천존의 관문을 식지까지 수련해도 대단하다. 응천까지 수련하면 최고급 천재라 할 수 있다. 지도까지 수련한 자들은 매우 적다."

진남은 마음이 흔들렸다.

자아, 식지, 응천, 지도는 그가 경험했던 사극지경과 비슷했다.

"저는 천존의 관문에서 어느 경지입니까?"

"그럭저럭 식지 정도 되겠다."

조신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응천의 경지에 도달하려면 아직 멀었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해 물었다.

"조 형, 가르쳐주십시오. 어떻게 하면 응천이나 지도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습니까?"

조신진은 뒤통수를 긁적이더니 잠시 생각하고 말했다.

"응천의 경지에 도달하는 건 어렵지 않다. 네가 지금 수련하고 있는 최강의 공법을 완성시키면 응천의 경지에 도달할 것이다."

조신진은 문득 감탄했다.

"너는 운이 좋구나. 주천만계에서 나를 찾다니.

허풍을 떠는 것이 아니라 나의 곁에 있으면 삼십 년이면 공법을 완성시키고 응천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에 그는 한마디 보탰다.

"이번에 대연세계산의 현기가 열릴 때 너는 무상천존에 도전하지 말거라. 아니면 나중에 해결하려면 시끄러울 것이다."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조 형, 저는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얼마 정도 있느냐?"

"여섯 달, 아니, 다섯 달 정도밖에 없습니다."

조신진은 안색이 시커메졌다.

"다섯 달? 나를 놀리느냐? 다섯 달에 응천의 경지에 도달하겠다고? 네가 나처럼 강한 줄 아느냐?"

진남은 씁쓸한 미소를 짓고 말했다.

"조 형, 놀리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진짜 시간이 다섯 달밖에 없습니다. 시간이 되면 저는 반드시 떠나야 합니다. 하지만 제가 떠난 후에……."

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조신진은 손을 젓고 말했다.

"나를 따라다니지 않으면 소용없다."

진남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조 형, 저를 강해지게 할 다른 방법이 없습니까?"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은 아주 많다. 무상천존으로 진급시키거나 제황 등급의 공법을 수련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너의 천적을 상대하는 데는 도움이 안 된다. 네가 아무리 강해져도 질 것이다. 응천의 경지에 도달해야만 그들을 이길 수 있다."

순간 조신진은 무언가 생각난 듯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아, 그 방법이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진남은 빠르게 물었다.

"무슨 방법입니까?"

조신진은 신비하게 웃고 말했다.

"헤헤, 비밀이다. 때가 되면 알게 될 거다. 그전에 우선 큰일을 해야 한다. 너 진리공자를 아느냐?"

"모릅니다."

"너는 진짜 아는 것이 적구나."

조신진은 눈을 흘기고 말했다.

"진리공자는 소천궁(小天宮)의 관문제자(關門弟子) 중 한 명이다. 천재라고 할 수 있다. 오늘 그는 검현도에서 연회를 열어 다른 세력의 천재들을 많이 초대했다."

진남은 마음이 흔들렸다.

'연단청이 검현도로 온 것이 진리공자의 연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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