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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367화 (1,367/1,498)

1367화 다시 만난 연단청

"이런 씨!"

계현은 화를 냈다.

"수아라는 자는 사람을 얕잡아보는구먼!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단단히 혼내주겠소."

말을 마친 그는 진남 등이 자신에게 맞장구를 쳐주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주천만계, 광천계, 대연천종, 한 종문에 열 명의 선제……. 허허."

천극방의 영은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는 느끼는 바가 많았다.

용도천존도 감탄했다.

"청궁에 이렇게 큰 세상이 있을 줄은 몰랐다. 내가 꺼낸 용혼지석은 대상계에서 엄청 귀한 물건이다. 백 개면 엄청난 재부이다. 그런데 저 사람들에게는 가치가 없는 것이라니."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수아라고 하는 소녀는 말을 듣기 싫게 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주천만계에서 그들은 야만인이고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

"왜들 이러십니까? 지금 어디로 갈지가 가장 중요한 거 아닙니까? 계속 이곳에 서서 현기가 열리기를 기다릴 건 아니지요?"

계현은 어깨를 으쓱했다.

천극방의 영은 살짝 웃었다.

"그래, 홍언 도우는 좋은 사람이다. 우리에게 지도를 남겨주지 않았느냐?"

천극방의 영은 옥간을 위로 던지고 그 위에 손가락을 댔다.

옥간이 부서지고 빛으로 된 그림이 나타났다.

그림에는 크고 작은 빛들이 반짝거려 마치 밤하늘의 별 같았다.

한 개 빛은 하나의 성이거나 하나의 선궁이었다.

빛 옆에는 주석을 달아놓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이야, 이백여 개의 세력이 있었구나! 대연세계산에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인 거야?"

계현은 혀를 찼다.

진남의 두 눈에 빛이 스쳤다.

그는 장면이 크면 클수록 무상천존으로 진급할 수도 있고 다른 기연을 얻을 수도 있어서 좋았다.

"내가 살펴봤는데 열몇 개의 성은 광천계의 대세력들이 만든 것이다. 아무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우리 성 하나를 골라서 가보자."

천극방의 영은 말했다.

진남은 반응하고 대답했다.

"천 형, 저는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들어오기 전에 오적이 청궁 주인의 화상을 주면서 혼자 찾아가라고 했습니다. 제가 혼자 가지 않으면 의외의 사고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계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와, 청궁의 주인을 찾아간다고? 임 형, 우리 둘은 생사고락을 함께 한 지 몇 년이요? 이런 일에 나를 데리고 가지 않을 거요? 임 형……."

천극방의 영과 용도천존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정신을 차린 그들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네가 가서 뭘 하겠느냐? 임효지에게 주어진 조화다. 쫓아가서 일을 망치지 말거라."

용도천존은 마음이 흔들려서 말했다.

"천 형, 대연세계산에서 무력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하지 않았소? 내가 보기에 우리 흩어져서 서로 다른 성으로 가는 게 좋을 거 같소. 그리고 신념으로 소통을 하면 주천만계를 더 빨리 알 수 있지 않소?"

그들에게 이곳은 크고 새로운 세계였다.

알아봐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것도 좋은 방법이다."

천극방의 영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 발견한 건데 대연세계산에서 신념은 제압을 받아서 사용할 수 없구나. 내가 너희들 몸 안에 천극부를 주입할 것이다. 무슨 일이 있으면 이 부적으로 연락을 하자."

넷은 한참이나 논의를 하고 부적의 효력을 시험해본 후 흩어졌다.

진남은 검현도(劍玄都)라는 곳을 선택했다.

지도에 적힌 주석을 보면 이곳에는 검을 다루는 무인들이 많이 간다고 했다.

청궁의 주인은 두 가지 취미밖에 없으니 이 성에 갈 가능성이 있었다.

대연세계산의 산꼭대기는 날아가는 것을 금지했다.

진남은 무지갯빛으로 변해 날아갔다.

동시에 그는 대동천결을 몰래 움직이며 천지에 가득한 신비한 기운을 흡수하고 수련했다.

* * *

진남이 아무것도 모른 채 힘을 움직이며 기운을 흡수하는 때.

대연세계산 중턱에 수많은 선궁들이 있었는데, 방원 백만 리를 차지하고 있는 한 선궁이 있었다.

선궁의 벽에는 신비한 부문들이 가득했다.

선궁 안에서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던 한 여인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의 눈에서 신의 빛이 반짝거리고 모든 것을 꿰뚫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장로, 나갔다 오겠습니다."

여인은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유난히 듣기 좋았다.

"성녀, 제가 같이 가겠습니다."

엄청난 기세를 뿜는 노인이 다른 쪽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공손하게 말했다.

"아닙니다."

여인은 거절을 하고 선궁에서 나왔다.

그녀는 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더니 흔들림 없던 두 눈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어떤 사람이길래 이렇게 강한 시공지력을 가지고 있는 거야? 시공궁전(時空宮殿)의 후계자는 나밖에 없다고 했는데?'

* * *

반 시진 후, 진남은 검현도에 도착했다.

멀리서 보면 성이 아니라 오랫동안 봉인된 선검 같았고 사방으로 검기를 뿜었다.

성을 만든 사람은 엄청 대단했다.

흔적이 가득한 옅은 청색 성벽은 옛 정취가 느껴질 뿐만 아니라 신비한 규칙지력이 흐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검현도는 어느 등급이지? 상고도기? 아니면 그 위에 있는 존재인가?"

진남은 궁금한 것이 생겼지만 법보를 깊이 연구하지 않았기에 잘 몰랐다.

그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바로 사람들 틈에 섞여 성으로 들어갔다.

주천만계는 대상계보다 등급이 높았다.

진남은 모든 것들이 낯설었다.

하지만 또 많은 것들이 대상계와 비슷했다.

검현도 성에는 넓은 길들이 있고 무인들이 북적거렸다.

길 양쪽에서 장사꾼들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주루에서 손님을 끌려고 호객행위를 하는 자도 있었으며 보물을 파는 자들도 있었다.

"상고 조각입니다. 내력은 잘 모르고 한 조각당 선정(仙精) 세 개입니다. 도우들, 선 정 세 개만 있으면 절세의 지보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 만령루(萬靈樓)에 만 년 설양주(雪釀酒)가 있습니다. 한 병에 선정 열 개입니다."

진남은 구석 자리를 선택하고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주루로 들어가는 무인들과 가판대 앞을 지나가는 무인들을 살폈다.

성에 들어온 후 그는 주재 경지를 많이 보았고, 대부분은 천존 경지들이었다.

심지어 일부는 진남이 꿰뚫어 볼 수 없을 정도의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이성에 있는 천존 강자들의 수는 대상계 전체 천존 강자만큼 되는 것 같았다.

진남은 미리 예상을 하고 있었기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

그는 신념으로 강자의 기운을 살피지도 않았다.

하기 싫은 게 아니었다.

주천만계의 무력은 이미 대상계를 훨씬 넘었고 진남이 알고 있는 것들보다 훨씬 강했다.

진남이 함부로 살피다가 강자에게 들키면 시끄러웠다.

한참이 지났다.

진남은 천존 경지의 노인이 가판대에서 옥간 하나를 가져가고 무언가를 던져주는 것을 보았다.

"저게 선정인가?"

진남은 뚫어져라 쳐다봤다.

선정은 손바닥만 했고 불규칙적인 모양이었으며 옅은 붉은색이었다.

선정 안에는 작은 불이 활활 타오르는 것 같았다.

선정이 뿜어내는 기운은 대상계의 선의와 조금 비슷했다.

하지만 대상계의 선의보다 훨씬 더 신비했다.

"대상계의 선의가 변신을 하면 선정을 만들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대상계는 주천만계의 개발되지 않은 지역 정도이지 전혀 다른 세계는 아니구나."

진남은 중얼거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진남은 파란색 도포를 입고 주재중급의 기운을 풍기는 청년을 발견했다.

그는 앞으로 다가가 전음했다.

"도우, 나는 우연히 태고유적에 들어오게 되었고 실수로 대연세계산에 전송되었소. 지금 선정을 가진 게 없어서 그러는데 나에게 좀 팔 수 없겠소?"

선정은 대상계의 선석과 비슷한 것이었고 무인들 사이에 거래를 할 때 사용했다.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지 않으면 무엇이든 하기 불편했다.

현기가 열릴 때까지 열흘이나 더 있었다.

파란색 두루마기를 입은 청년은 진남이 천존정상이라는 것을 느끼고 머뭇거리며 말했다.

"선배님, 저도 선정을 많이 가지고 오지 않았습니다. 바꾸겠다면 바꿔드릴 수 있습니다. 무엇으로 바꾸시겠습니까?"

진남은 저장주머니에는 천재지보가 많았다.

그는 일부를 꺼내 보여줬다.

하지만 파란색 두루마기를 입은 청년은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선배님, 그것들로는 기껏해야 선정 열 개를 바꿔드릴 수 있습니다."

'너무 적잖아…….'

진남은 기가 막혔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럼 열 개를 바꿉시다."

파란색 두루마기를 입은 청년과 거래를 끝낸 진남은 한숨을 쉬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최상의 천재지보들을 더 준비할 걸 그랬다. 저장주머니의 물건들을 전부 꺼낸다고 해도 선정 스무 개에서 서른 개 정도밖에 바꿀 수 없다.'

"저기 주루에 가서 좀 쉬자."

진남은 고개를 젓고 앞에 있는 만령루로 갔다.

만령루는 도합 칠 층이었다.

아래 세 층은 일반석이고 사람들이 가득해서 시끌벅적했다.

남은 네 층은 단칸방으로 되어있었다.

진남은 자리를 잡고 앉아 선정 세 개를 지불하고 술을 한 주전자 시켰다.

그는 혼자 술을 마시며 주변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허허, 내가 어제 누구를 만났는지 아느냐? 천화성종(天花聖宗)의 사람을 보았다!"

"정말? 천화성종의 사람이 맞아? 그들이 제자를 받았다고?"

"천화성종은 주천만계 최고의 대세력이다. 성종의 종주는 살아있는 선제다!"

"단 형, 내가 찬물을 끼얹으려는 건 아니오. 이번에 현기가 열리면 겸손해야 하오. 대연세계산이 오백 년 만에 나타났소. 그 어느 때보다 더 늦게 나타난 거요. 그러니 오랫동안 참았던 대세력과 대세가의 제자들이 다 몰려올 거요."

"그걸 네가 말해야 알겠느냐? 오는 길에 이미 서천극락(西天極樂)과 염라신전(閻羅神殿)의 제자들을 만났다. 대연세계산은 원래 오십 년이나 백 년에 한 번 나타났는데 어찌 된 일인지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구나……."

진남은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이때, 거리가 시끄러워졌다.

거리가 보이는 자리에 앉은 진남은 밖을 내다보았다.

네 마리의 상고 신수인 기린이 금색 가마를 끌고 가는 중이었다.

기운을 다 거두었지만, 상고 신수의 위압과 흉악함은 사방으로 흩어져 보는 이들이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

"기린은 대상계에서 보기 드문 신수이다. 그것도 네 마리 모두 천존 경지의 실력에 엄청난 잠재력도 가졌다. 이런 신수들에게 가마를 끌게 하다니……."

진남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가마의 창문이 닫혀있지 않은 것을 발견한 진남은 창문을 지나 안을 살펴보았다.

가마에 있는 사람을 확인한 진남은 깜짝 놀랐다.

연단청!

진룡구도의 선전에서 만났던 소년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와 달리 연단청은 무표정했고, 오만함도 가리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어떻게 시공지광에서 연단청을 만났지? 설마 시공지광에서 저자와 만난 적 있었기에 선전에서 만났을 때 저자가 나를 그렇게 대한 것인가?"

진남은 한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바로 부정했다.

오적은 시공지광은 청궁의 주인의 기억과 같다고 했다.

그는 시공지광 안의 사람들은 실제로 존재하지만 실체는 가짜이고 환상 경지와 같다고 했다.

연단청은 무언가 느낀 것처럼 진남을 힐끗 보았다.

쿠웅-!

태고의 강 같은 살기가 진남에게 몰려왔다.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반짝거리며 살기를 드러냈다.

"나를 한참 봤지? 너를 죽여야 한다. 그런데 나의 살기를 막은 걸 보아 너는 제법이구나. 이번에는 넘어가 주겠다."

연단청의 담담한 목소리가 진남의 식해에 울려 퍼졌다.

동시에, 몇 개의 신음이 동시에 울려 퍼졌다.

연단청을 오랫동안 쳐다보던 다른 무인들도 그의 살기의 공격을 받은 게 분명했다.

네 마리의 기린은 낮게 소리치더니 가마를 끌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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