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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361화 (1,361/1,498)

1361화 제자리로 돌아가다

"도우, 네 이름을 아직 물어보지 않았구나."

사람들과 함께 걸어가던 좌현노인은 고개를 돌리고 진남을 바라보았다.

"선배님, 저는 임효지라고 합니다."

진남은 공수하고 대답했다.

"네가 임효지구나."

좌현노인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미소를 짓고 말했다.

"임효지 도우, 대단하다. 연단청도 너에게 겁을 먹고 싸움을 포기하게 하다니."

진남은 살짝 놀라서 대답하지 못했다.

좌현노인은 이어서 말했다.

"임효지 도우, 주선의 후계자가 되겠느냐?"

진남은 마음이 흔들렸다.

"선배님? 주선의 후계자는 무엇입니까?"

진남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주선의 후계자를 뽑는 건 내가 계획한 일이다. 여덟에서 열 정도 뽑으려고 한다. 왜 이런 계획을 했는지 아직은 너에게 알려줄 수 없다. 다만 주선의 후계자가 되면 제황지법(帝皇之法)을 얻을 수 있고 좋은 점이 많다."

좌현노인은 말했다.

"선배님, 그럼 우리도 주선의 후계자가 될 수 있습니까?"

계현은 두 눈을 반짝거리며 물었다.

용도천존도 마음이 흔들렸다.

"너희에게도 기회가 있다. 하지만 후계자가 되고 못되고는 너희들에게 달렸다."

좌현노인은 말했다.

"체."

우공노조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임효지 도우, 영감탱이가 너를 속이는 말에 넘어가지 말거라. 누가 주선신비의 유일한 기영이 될지 아직 모른다. 내가 기영이 되면 주선의 후계자를 뽑는 계획은 진행하지 않을 것이다."

진남은 답을 얻었다.

기영들의 싸움에서 결국 좌현노인이 이길 것이었다.

진남은 놀라지 않았다.

좌현노인은 예전에 주선신비의 유일한 기영이었다.

그의 내공은 우공노조보다 훨씬 강했다.

'좌현노인은 입이 너무 무거운 게 아쉽다. 아니면 십 대 주선을 만든 이유를 알아낼 수 도 있을 텐데…….'

진남은 생각했다.

그는 주선의 후계자가 되겠다고 좌현노인에게 대답할 수도 있었다.

시간이 되어 시공법칙이 나타나고 진남이 후세로 돌아가면 좌현노인도 그를 어떻게 할 수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좌현노인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라 진남도 쉽게 시도하지 못했다.

가는 동안 그들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반 시진이 지나고 진남 등은 빛을 발견했다.

기이한 기운이 신비한 곳에서 흘러나오고 그들은 정신이 들고 가슴속이 후련해졌다.

"거의 다 왔다."

우공노조는 맹리아를 힐끔 쳐다봤다.

맹리아는 몸을 흠칫 떨고 두 눈에 금빛이 번쩍거렸다.

그녀는 알 수 없는 기대감이 들어 빨리 출구로 빠져나가고 싶었다.

"리아, 걱정하지 말거라."

천극방의 영은 그녀의 새하얀 손을 잡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전음했다.

"너의 주선제동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내 너를 구해내마. 네가 평범한 사람이 되고 금동의 침해를 받지 않게 해줄게."

맹리아는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혹시 내가……."

천극방의 영은 고개를 젓고 말했다.

"혹시라는 건 없다. 너는 반드시 주선제동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정 안되면 내가 그곳에 가서 주선제동을 풀어주면 될 일이다."

그의 말에는 패기와 자신감이 가득했다.

대상계에서 주선제동의 깊은 곳에 쳐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천극방의 영밖에 없었다.

"그리고 너는 내 아이를 낳겠다고 약속했다."

천극방의 영은 화제를 돌리고 허허 웃었다.

"누가 네 아이를 낳겠다고 했어!"

맹리아는 얼굴이 상기되었다.

그녀는 천극방의 영을 꼬집으며 말했다.

"너무 싫어! 이런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하다니……."

하지만 천극방의 영과 투닥거린 맹리아는 어느새 마음이 편해졌다.

그녀는 사람들과 함께 흰빛을 향해 걸어갔다.

드디어 그들은 흰빛에서 나왔다.

그들 앞에는 절세의 복지가 나타났다.

하늘은 파랗고 해와 달이 높이 걸려 있었으며 별들이 반짝거렸다.

선산들은 하늘 높이 솟았고 기이한 화초들이 가득했으며 이름 모를 요수들이 뛰어다녔다.

생기가 넘치고 평화로운 곳이었다.

"이게……."

계현은 멍해졌다.

그는 이곳에 신과 마가 대립하고 살기가 가득하여 공포스러운 곳일 거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평화로운 곳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리아라고 했지? 저기 사당이 보이느냐? 너는 저곳에 가면 된다."

좌현노인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들이 고개를 들어보니 앞쪽에 커다란 호수가 있고 영기를 품은 안개가 가득했다.

호수 위에는 삼 층 높이의 금색 사당이 있었다.

"리아. 내가 같이 가겠다."

천극방의 영은 맹리아의 손을 잡고 그곳으로 가려고 했다.

"잠깐!"

우공노조는 표정이 살짝 변해서 소리를 질렀다.

"그녀 혼자 가야 하오. 우리는 저곳에 발을 들이면 안 되오. 아니면 모두 위험해질 거요."

계현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선배님, 저곳이 그리 위험합니까? 제가 점을 쳐보니 계속 앞으로 가면 엄청난 좋은 점이 있습니다."

계현은 우공노조가 겁을 주는 거라고 생각했다.

"자식, 네 점술로 신성한 곳의 천기를 알아보려고 했느냐?"

우공노조는 차갑게 웃고 말했다.

"신성한 곳은 절세의 복지가 맞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복지인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는 저곳이 절세의 살지이다. 저곳의 꽃 하나, 풀 하나 심지어 돌까지 세상을 멸망시킬 정도의 금제를 품고 있다. 네가 있는 곳에서 일 장 떨어진 곳의 일 촌도 안 되는 땅은 무상천존 한 명을 죽일 수 있다.

좌현노인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공의 말이 맞다. 다들 함부로 움직이지 말거라."

계현은 속으로 욕설을 퍼붓고 표정이 확 바뀌었다.

진남과 용도천존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신성한 곳이 이렇게 공포스러울 줄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일 촌의 땅이 무상천존 한 명을 죽일 수 있다. 그럼 일 장이나 천 장, 만 장은 또 어떠할까? 기이한 화초나 커다란 나무 그리고 태고의 선산들은 얼마나 대단한 금제를 품고 있을까?'

표정이 달라진 천극방의 영은 입을 열려고 했다.

그러나 맹리아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세언, 너는 이곳에서 기다리거라. 나는 혼자 가겠다. 걱정하지 말거라."

말을 마친 그녀는 천극방의 영의 손을 놓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단호하게 사당으로 걸어갔다.

일 장 정도 걸어가자 그녀의 몸에서 눈부신 금빛이 나와 하늘 높이 솟구쳤다.

신성한 곳은 놀란 것 같았다.

여러 가지 빛들이 땅, 화초, 나무, 산, 요수의 몸 등에서 솟아올라 활짝 펼쳐졌다.

대도의 소리와 대도의 노래가 천지에 울려 퍼졌다.

"이제 해결 방법을 알려주시겠소?"

천극방의 영은 정신이 번쩍 들어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좌현노인을 바라보았다.

"천극방 도우, 화를 내지 마시게. 제동이 아직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했소."

좌현노인은 웃으며 말했다.

"주선제동이 제자리로 돌아가면 신성한 곳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신성한 이상들이 나타날 것이요. 이것은 보기 드문 대기연이니 다들 놓치지 말기를 바라오."

말을 마친 그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앞쪽을 주시했다.

다른 쪽에 있던 우공노조는 이미 가부좌를 틀고 앉아 기운을 모으고 있었다.

천극방의 영은 표정이 어두워졌지만, 감정을 억누르고 진남 등과 함께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하지만 그는 엄청난 대기연을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두 눈에는 오직 맹리아의 아름다운 뒷모습뿐이었다.

맹리아는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가 사당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금빛이 더 눈부시게 빛났다.

그녀의 위쪽에 용들이 나타나고 점점 뚜렷해졌다.

진룡구도의 용들과 달리 그녀의 위에 나타난 용들은 금빛이었고 분위기가 더 고귀하고 신성했다.

용들은 춤을 췄고 이상들이 나타났다.

얼마나 지났을까?

호수에 도착한 맹리아는 한 걸음씩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신비한 사당에 들어섰다.

그녀는 사명감을 느꼈다.

그녀는 이곳에 속했고 이곳에서 존재했으며 다른 어떤 곳에도 속하지 않았다.

곧 생각이 점차 사라지고 대상계에서 있었던 일들이 흐릿해졌다.

"세언……."

그녀는 중얼거렸다.

결국 그녀의 몸은 흩어져 금빛 용의 기운으로 변했다.

용의 기운은 전부 그녀의 두 눈에 스며들었다.

진남 등은 신성한 곳의 위쪽에 신비하고 흐릿하며 커다란 종이 나타난 것을 발견했다.

누가 두드리는 것도 아닌데 종소리가 뎅 뎅 뎅 하고 울려 퍼졌다.

종소리가 울리자 엄청난 대도와 천지의 진리가 구천십지에 흩어졌다.

진남 등은 가슴이 설렜다.

수많은 현묘함이 그들에게 덮치는 것 같았다.

종소리는 그들이 천존으로 진급할 때와 비슷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렇게 큰 종을 본 적이 없었다.

'이것이 바로 대도의 종인가?'

슈슈슉-!

신성한 곳의 나무와 화초, 산천과 강, 천지와 하늘 등 모든 것들이 종소리를 듣고 깨어난 것 같았다.

웅장한 형상들이 나타나 종을 둘러싸고 앉았다.

그들은 호수의 사당을 바라보았다.

형상들 중에는 신도 있고 마(魔)도 있고 부처도 있고 신선도 있으며 무(巫)인도 있었다.

그들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는데, 진남 등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제동귀위(帝瞳歸位), 만법귀원(萬法歸源)! 무묘생일(無妙生一), 만재도공(萬載道空)……."

모든 형상들이 동시에 외쳤다.

그들은 천지의 도법을 말하는 것 같았고 한 글자를 내뱉을 때마다 도운(道韻)들이 빠르게 사방으로 흩어졌다.

진남 등은 도운에 푹 빠졌다.

그들은 수련했던 공법이나 천지에 존재하는 규칙을 똑똑히 알게 되었고 잘 몰랐던 부분에 대해서도 깨달음을 얻었다.

특히, 용도천존과 계현은 실력이 가장 약했기에 그들의 수확이 그대로 드러났다.

용도천존의 몸에서 엄청난 용혼들이 나타나 헤엄쳤다.

용혼들 중 가장 큰 용혼은 대조화를 겪은 것처럼 진짜 용으로 변하고 있었다.

계현의 몸에는 음과 양 두 개의 기운이 나타나 소용돌이치더니 팔괘(八卦)로 변하기도 하고 구궁(九宮)으로 변하기도 했다.

계현은 천존의 기운을 약하게 드러내기 시작했다.

계현은 바로 천존이 되지 못했지만 천존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그는 이제 천존지과만 먹으면 반드시 천존이 될 것이었다.

천극방의 영은 문득 정신을 차렸다.

그는 계현과 용도천존의 변화를 보고 감탄했다.

"역시 천극방의 영의 부인답다. 제자리로 돌아갔을 뿐인데 이렇게 큰 움직임이 있다니……."

진남 등이 눈을 뜨자 하늘 가득한 신과 마, 부처 등의 형상들이 사라졌다.

천지는 다시 평화로워졌다.

유일하게 달라진 점이라면 그들이 아까 느꼈던 생기들이 더 왕성해지고 모든 것들이 튼실하게 자란다는 점이었다.

"제동이 제자리로 돌아가니 위력이 대단하구나."

우공노조는 흰 기운을 내뱉었다.

그는 만족스러웠다.

조금 전에 그도 엄청난 이득을 얻었다.

진남은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맹리아가 제자리로 돌아가면서 생긴 이상은 확실히 엄청난 대조화였다.

그와 진봉화는 봉도서의 도움을 받고 몇 년을 노력해서야 대동천결의 상편을 만들었다.

그런데 방금 얼마 되지 않는 시간에 대동천결 하편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상이 조금만 더 길었더라면 진남의 흐릿한 생각이 영감이 되어 하편을 만드는 씨앗이 될 수도 있었다.

씨앗이 있으면 나무를 크게 키우는 건 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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