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8화 믿지 않잖아!
"세……. 누구냐?"
맹리아는 앞에 있는 낯선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리아, 세언이다."
천극방의 영은 길게 숨을 들이쉬더니 죽을 각오를 하고 정중하게 말했다.
"전에 만났던 나는 진짜 내가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나이다. 나는 천극방의 영이다."
맹리아는 어안이 벙벙했다.
잠시 후에야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내가 아는 그 천극방?"
천극방의 영은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응. 그 천극방이 맞다. 나는 그것의 기영이다. 리아, 화를 내지 말거라. 일부러 너를 속인 것이 아니다. 네가 놀랄까 봐……."
맹리아는 환하게 웃고 말했다.
"괜찮다. 내 도려가 명성이 자자한 천극방의 영이라는데 기뻐해도 모자랄 판에 왜 화를 내겠어?"
천극방의 영은 기뻤다.
"리아, 화내지 않을 거지? 괜히 놀랐구나……."
맹리아는 천극방의 영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진남을 보며 말했다.
"임 오라버니, 성천무교와 사이가 좋지요? 그들에게 미리 말해주세요. 며칠 후 천극방의 영이 그곳에서 기이한 자세로 법술을 가르칠 것이니 구천선역의 모든 이들에게 알리라고 해주세요."
천극방의 영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리아, 다른 방식으로 벌을 받으면 안 될까……."
계현과 용도천존은 웃음을 참았다.
진남도 웃음을 참고 말했다.
"리아, 기회를 주거라. 일부러 너를 속인 것이 아니다."
"후."
맹리아는 한숨을 쉬고 천천히 말했다.
"세언, 나는 진작에 네 내력이 평범하지 않고 나를 속였다는 걸 느꼈어. 당신이 언제면 진실을 말해줄지 기다렸다. 이제라도 솔직하게 말해주어 기뻐. 때문에, 이번에는 용서해줄게. 이제부터 나를 속이면 안 돼."
천극방의 영은 감동했다.
"좋다, 리아, 걱정하지 말거라……."
맹리아는 무표정하고 말했다.
"그럼 이번 일은 지나갈게. 그런데 한 가지 일이 더 있다. 나는 주재 경지인데 천극방 서열이 이백여 위로 올라가 많은 강자들의 협공을 받았다. 이것도 네가 한 짓이지? 이건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
그녀의 말은 잊고 있던 진남의 상처를 건드렸다.
진남은 콧방귀를 뀌고 말했다.
"리아, 이런 일은 성질이 악랄하다. 제대로 처벌해야 한다."
천극방의 영은 할 말을 잃었다.
이때 그들의 위쪽의 하늘이 어두워졌고 좌현노인과 우공노조가 빛을 반짝거리며 걸어왔다.
마치 절세의 황자가 인간 세상에 내려온 것 같았다.
그들은 기세를 드러내지 않았지만, 진남 등은 커다란 압박감을 느꼈다.
"제동대인(帝瞳大人)을 뵙습니다."
좌현노인과 우공노조는 맹리아에게 공수했다.
맹리아는 깜짝 놀라 천극방의 영에게 다가갔다.
"리아, 두려워하지 말거라."
천극방의 영은 그녀의 어깨를 잡고 낮은 소리로 전음했다.
맹리아는 안정을 되찾고 물었다.
"선배님들 왜 저를 제동대인이라고 부르십니까? 선배님들이 저를 여기로 데려왔습니까?"
우공노조는 공수했다.
"제동대인 맞습니다. 대인이 여기 있는 걸 느끼고 제자리로 모셔가려고 왔습니다."
좌현노인은 공수했다.
"제동대인, 의문이 많을 겁니다. 천극방 도우가 대인을 제자리로 모시고 가면 모든 걸 알게 될 겁니다."
맹리아는 망연한 표정으로 물었다.
"제자리로 돌아가라고요? 어디로 가라는 거예요?"
좌현노인은 말했다.
"대인의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천극방 도우, 준비를 마쳤소?"
천극방의 영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했다.
"시작합시다."
좌현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야윈 손을 뻗어 맹리아 등을 잡았다.
방대한 법력이 맹리아 등에게 강림하여 그들을 데리고 허공으로 날아갔다.
* * *
잠시 후 법력이 흩어졌고 그들은 낯선 곳에 도착했다.
그들이 앞에 방대하고 시커먼 바다가 나타났다.
바다 위에 아홉 개의 길이 떠 있었다.
길들은 넓이가 몇십만 장이고 눈부신 빛을 반짝거렸으며 아래쪽의 어둠과 위쪽의 하늘을 비추었다.
아홉 개의 길은 날카로운 비늘들이 모여 이루어졌고 항고의 기운을 풍겼다.
바람이 불어왔고 그들은 흔들렸다.
아홉 개의 길은 깨어난 것처럼 아홉 마리의 용으로 변해 천지에서 헤엄치고 바다를 흔들었다.
"크라아아-!"
아홉 마리의 용은 그들을 발견하고 커다란 용안으로 바라보더니 시뻘건 입을 쩍 벌리고 큰소리로 포효했다.
"제길!"
계현은 안색이 어두워졌고 도망칠 준비를 했다.
"흩어져라!"
천극방의 영은 싸늘하게 소리쳤다.
바람이 멎고 장면이 흩어졌으며 아홉 개의 길이 바다 위에 펼쳐졌다.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 같았다.
"아홉 마리의 절천지룡이 변한 길이 아니겠지? 아니다, 이들은 절천지룡보다 더 강하고 늙었고 순수하다……."
용도천존은 아연실색하고 중얼거렸다.
그는 평생을 용족과 어울렸고 용족의 신통법을 수련했으며 용에 대해 잘 알았다.
"절천지룡?"
우공노조는 피식 웃고 말했다.
"도우, 이건 아홉 마리의 천지진룡이 변한 진룡구도이다. 천지진룡은 태어날 때부터 실력이 천존 경지와 맞먹는다. 용이 다 성장을 하면……."
그는 더 말하지 않았다.
"뭐요? 태어날 때부터 천존 경지였다고요?"
진남 등은 깜짝 놀랐다.
'그럼 다 자라면 무상천존의 경지에 도달하지 않을까? 자라는 과정에 기연을 얻는다면 무상천존을 초월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렇게 강한 아홉 마리의 천지진룡이 아홉 개의 길로 변했으니 이곳은 얼마나 대단할까?"
계현은 헛숨을 들이켰다.
"이곳은 대단하지만 절지(?地)는 아니다. 우리의 실력으로 충분히 건널 수 있다. 좌현 도우, 내 말이 맞소?"
천극방의 영은 담담하게 말했다.
"당연하오."
좌현노인은 웃고 말했다.
"제대로 말해 이곳은 위험한 곳이 아니오. 어쩌면 복지라고 할 수 있소. 이곳에는 기연이 많소."
계현 등은 결심했다.
우공노조는 그런 그들을 보고 콧방귀를 뀌고 말했다.
"물론 자네들이 수단이 어느 정도인지에 달렸소."
천극방의 영은 계현을 힐끗 보고 말했다.
"자식, 너의 스승이 가르친 수단을 드러내 아홉 개의 길 중에서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 점을 쳐보거라."
계현은 눈을 반짝거렸다.
"천 형, 저를 믿습니까?"
"헛소리하지 말거라."
계현은 흥분하여 귀갑(龜甲, 거북의 등딱지), 죽첨을 꺼내더니 젖 먹던 힘을 다해 공법을 최고로 발휘했다.
그는 신비한 세상에 빠진 것처럼 두 눈을 꼭 감고 중얼거렸다.
잠시 후 그는 오른손을 그었고 핏방울이 떨어졌다.
여러 가지 부호가 가득한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
"자미성입(紫薇星入), 천지운래(天地運來)……."
"점술인가?"
우공노조는 미간을 찌푸렸다.
계현은 한참 보더니 말했다.
"천 형, 점괘가 나왔습니다. 세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일곱 번째 길은 위험합니다! 첫 번째, 두 번째, 네 번째, 여덟 번째, 아홉 번째 길은 안전하고 수확이 있을 겁니다."
우공노조의 눈에 조롱의 빛이 스쳤다.
좌현노인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좋다!"
천극방의 영은 계현의 어깨를 치고 말했다.
"계현, 너와 용도는 세 번째 길로 들어가거라! 나와 리아는 다섯 번째 길로 들어가겠다. 효지, 너는 여섯 번째 길로 들어가거라!"
계현은 정색했다.
'내가 말한 것과 반대로 하네, 나를 믿지 않잖아!'
"자식, 허튼 생각 하지 말거라. 너를 믿지 않는 것이 아니다. 진룡구도는 다른 세상의 거물이 만든 것이라 대상계에 속하지 않는다. 이것들과 연관된 운명 등은 완전히 다르다. 너의 경지로 정확한 길을 알아차릴 수 없을 것이다. 반대로 할 수밖에 없다."
천극방의 영은 우공노조를 힐끗 보고 물었다.
"도우, 내 말이 맞소?"
그러자 우공노조는 피식 웃고 말했다.
"나에게서 정보를 알려고 하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하시오."
천극방의 영은 속으로 우공노조를 늙은 여우라고 욕하고 손가락을 튕겨 진남, 계현, 용도천존에게 선광을 주입했다.
"안으로 들어가면 서로 다른 세상에 도착할 것이다. 위험에 부딪히면 버티지 말고 선광을 움직이거라. 목숨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천 형, 걱정하지 마십시오!"
진남 등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망설이지 않고 무지갯빛으로 변해 용도로 날아갔다.
얼마 안 돼 그들은 사라졌다.
"우공, 자네 진 것 같소."
좌현노인은 웃으며 말했다.
"정확한 길을 선택했다고 위험하지 않소? 좌현, 너무 빨리 좋아하지 마시오."
우공노조는 안색이 어두워졌고 손을 저었다.
세 개의 수막이 펼쳐졌고 진남 등이 나타났다.
* * *
그 시각, 여섯 번째 천지진룡도.
진남은 엄청난 속도로 전진했다.
그를 누르는 용위도 점점 강해졌고 무형의 선산처럼 겹겹이 쌓였다.
"근원지체!"
잠시 후, 진남은 더는 버티지 못하고 대동천결을 움직여 육신을 수정으로 변했다.
압력은 약해졌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이곳은 만만치 않구나."
진남은 중얼거렸다.
다섯 시진이 지난 후 진남은 용도의 끝에 도착했다.
허공에 금색 용문이 떠 있었다.
진남은 잠시 관찰했고 현기를 발견하지 못하자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진남은 새로운 세상에 도착했다.
여덟 개의 조각달이 하늘에 걸렸다.
달빛은 싸늘했고 땅은 은은한 빛을 반짝거렸다.
산들이 기복했고 수림은 무성했으며 신비한 흉수들이 포효하는 소리가 들렸다.
"응? 이곳에는 여러 가지 기운, 의지와 규칙들이 가득하다. 청궁과 전혀 다르다."
진남은 자세히 관찰했다.
희미한 배척하는 힘이 느껴졌다.
그는 나쁜 사람이 되어 이 세상의 비난을 받는 것 같았다.
"근원지체, 신화천지!"
진남은 근원의 힘을 드러내 천지에 뿌리를 박았다.
배척하는 힘은 배로 커졌고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진남은 살짝 놀랐고 근원의 힘을 거두어들였다.
배척하는 힘은 약해졌고 진남은 버틸 수 있었다.
"청궁은 대상계에 속하지 않지만 나는 청궁에 융합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왜 진룡구도의 작은 세계에는 융합할 수 없지?"
진남은 중얼거렸다.
근원의 힘은 모든 것의 근원이고 가장 원시적인 힘이었다.
진룡구도가 어느 세상에 속하든 그는 이곳의 천지에 융합할 수 있어야 했다.
기껏해야 조금 낯설 것이고 대상계처럼 편안하지 않을 것이었다.
"이상하다. 혹시 근원의 힘에도 차이가 있나?"
진남은 한참 생각해도 답이 생각나지 않자 고개를 젓고 앞으로 날아갔다.
지금은 진룡구도를 돌파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진남은 빠른 속도로 날지 않았다.
그는 체내의 근원의 힘을 움직였고 강한 감지력으로 사방을 덮었다.
진룡구도는 엄청난 금지였기에 살기도 매우 강할 것이었다.
진남이 반 시진 정도 날았지만 아무런 살기도 나타나지 않았다.
진남은 기이한 점을 발견했다.
흉수들이 포효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산은 허허벌판이었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궁전?"
진남은 앞쪽에 있는 궁전들을 발견했다.
궁전들은 시커멓고 표면에 흔적들이 가득했다.
마치 엄청난 싸움을 겪었고 겨우 보존된 것 같았다.
진남은 천천히 다가갔다.
맨 앞에 있는 궁전에 간판이 걸려 있었다.
간판에는 윤회성전이라는 네 글자가 쓰여 있었다.
"윤회? 환생?"
진남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