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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352화 (1,352/1,498)

1352화 죽어도 여한이 없다

"앞에 있는 은궐강을 건너면 중현경천이오."

진남은 소개를 하고 강을 건넜다.

강에 있던 해수들은 진남의 위압을 무시하고 포효하며 공격했다.

진남은 신경 쓰지 않고 근원의 힘으로 보이지 않는 장막을 만들어 모든 것을 차단했다.

그들은 여전히 웃고 떠들며 분위기가 좋았다.

위험이 가득하고 수많은 천존 거물들조차 조심스러워하는 청궁이 아니라 평범한 곳에 놀러 온 것 같았다.

또 사흘이 지났다.

진남 일행은 강을 건너 중현경천에 이르렀다.

맹리아는 얼굴의 미소가 굳더니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리아, 왜 그러느냐?"

천극방의 영은 안색이 변해서 물었다.

진남과 계현은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맹리아의 금동은 불꽃처럼 타오르고 신비하고 강한 기세를 뿜었다.

"아차! 리아의 눈 안에 있는 힘이 폭주하려고 한다."

천극방의 영은 표정이 어두워져서 말했다.

"효지, 조금 있다가 나를 도와줘."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계현도 긴장했다.

이때, 맹리아의 눈에서 뿜어지던 금빛이 잠잠해지고 강렬한 기운도 점차 사라졌다.

맹리아는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핏기가 사라져 창백했고 무척 허약해 보였다.

"리아!"

천극방의 영은 놀라서 그녀의 차가운 손을 잡았다.

따뜻하고 묵직한 힘이 그녀의 손으로 전달되었다.

"세, 세언."

맹리아는 두 눈에 두려움이 가득하고 목소리도 떨렸다.

"나, 나 무서워. 방금 느꼈어. 저, 저쪽에서 그것이 나를 부, 불렀어. 나는 가고 싶지 않아. 우, 우리 돌아가자. 응?"

천극방의 영은 그녀의 손을 꽉 잡고 부드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리아, 겁먹지 마. 내가 너를 안전하게 지켜줄 거다. 우리 이번에는 꼭 가야 해. 걱정 말거라. 내가 문제를 해결할 거다. 네가 다시 폭주하지 않게 할게. 나를 믿어줄래?"

천극방의 영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말투는 단호했다.

진남과 계현도 그것을 느꼈다.

맹리아는 얼굴이 계속 창백했지만 두 눈에 두려움이 많이 사라졌다.

그녀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네 말을 들을게."

"착하다."

천극방의 영은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남에게 눈치를 주었다.

진남은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 대동천결을 움직였다.

근원지체에 속하는 진리가 커다란 그물처럼 사방으로 뻗었다.

청궁은 대상계나 차하계가 아니었기에 진남의 근원지체는 제압을 받았다.

진남은 천지와 융합할 수 있었다.

"임 형, 불길한 예감이 살짝 드오."

계현은 몰래 진남에게 신념을 전했다.

"점술을 연마하면 육감이 꽤나 잘 맞소. 내가 점을 쳐보는 것이 어떻소?"

그는 임효지와 천극방의 영이 있으니 아무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보니 그는 청궁을 과소평가하고 너무 아름답게 생각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럼 한번 해보시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동의했다.

"은밀하게 해야 하오. 리아가 발견하지 못하게 하시오."

계현은 대답하고 몰래 점을 치기 시작했다.

그의 실력으로 맹리아를 속이는 것은 문제없었다.

천극방의 영은 아주 똑똑하게 들었다.

다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계속 앞으로 걸어갔으나 속도는 많이 느려졌다.

천극방의 영이 머리를 쥐어짜 우스갯소리를 한 덕분에 딱딱하던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한 시진 후.

천극방의 영과 진남은 예고도 없이 걸음을 멈추었다.

그들은 안색이 변하고 마음이 서늘해졌다.

"효지!"

천극방의 영은 전음으로 외쳤다.

쿵-!

진남은 소리 없이 힘을 전부 드러냈다.

그의 기운은 엄청 강해서 방원 십만 리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주변의 생령들이 놀라고 평평하던 땅이 솟아올라 태고의 산이 되었다.

계현과 맹리아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다.

새파란 하늘이 순식간에 금빛으로 변해 대지와 모든 것들을 비추었다.

그들은 금빛의 세계에 들어선 것 같았다.

그리고 만 장 크기의 금색 큰손이 시공간을 넘어 빠른 속도로 진남 일행을 잡으려고 날아왔다.

슉-!

"어딜 감히!"

진남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눈빛이 날카로워지더니 앞으로 날아갔다.

"근원의 주먹!"

진남은 초기의 빛으로 변해 엄청난 힘을 뿜으며 금색 큰손과 부딪혔다.

쿠쿠쿵-!

천지가 흔들리고 강기가 마구 흩어졌다.

진남은 순수한 힘으로 금색 큰손을 제압했다.

하지만 곧 진남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차!"

커다란 금색 큰손은 빛을 잃고 형체가 흐릿해지더니 그대로 진남의 몸을 지나 아래로 날아갔다.

"안 된다!"

천극방의 영은 긴 머리카락을 흩날렸다.

그의 몸에 잠들어 있던 기세가 전부 깨어났다.

커다란 금색 큰손은 다시 이변을 일으키더니 속도를 백 배나 더 높였다.

천극방의 영이 미처 손을 쓸 새도 없이 금색 큰손은 그의 몸을 지나 맹리아를 잡고 청궁으로 사라졌다.

"세언-!"

맹리아의 목소리가 천지에 메아리쳤다.

천극방의 영은 안색이 변해서 다시 공격하려고 했다.

하지만 하늘을 가득 채운 금빛과 커다란 금색 큰손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모든 것이 처음 모습으로 돌아갔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았다.

천극방의 영은 눈을 찌푸렸다.

"천 형……."

진남과 계현은 그를 바라봤다.

잠시 후 매우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천극방의 영의 체내에서 빛들이 뿜어져 나왔다.

빛들은 태고의 파도처럼 엄청난 위압을 풍겨 사방을 충격했고 천지를 흔들었다.

문 같기도 하고 그림 같기도 한 형상이 하늘에 나타나 모든 걸 눌렀다.

방원 몇십만 리의 생령들은 깜짝 놀랐다.

진남도 엄청난 압박을 느꼈다.

"감히 내 여인을 건드렸느냐?"

천극방의 영은 분노하여 소리쳤다.

그의 눈에서 절세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는 대상계에서 가장 강한 동술을 드러낸 것처럼 청궁의 금제들을 꿰뚫고 비석을 바라봤다.

그는 두 손을 뻗어 앞쪽 몇십만 리의 천지를 잡아 청궁의 중현경천에서 끌어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검의가 재난처럼 방원 백만 리를 휩쓸었다.

그는 천지를 검으로 변화시켰다.

"이것이 바로 천극방의 힘인가?"

진남은 소름이 돋고 가슴이 떨렸다.

그의 경지로 공격을 막는다고 해도 중상을 입을 것이었다.

천극방의 영은 지금 청궁에 있어 힘이 많이 제압되었다.

'천극방의 영이 만약 대상계로 돌아와 천극방을 불러온다면 얼마나 대단할까? 무상천존과 비슷할까?'

"천 형, 침착하십시오!"

진남은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소리쳤다.

그는 근원지체를 움직였고 천지의 힘을 드러내 그물처럼 천극방의 영을 덮었다.

"나더러 어떻게 침착하라는 거냐! 도와주지 않을 거면 썩 꺼지거라! 오늘 주선신비를 부수겠다!"

천극방의 영은 마귀처럼 악기가 하늘을 찔렀다.

"천 형, 주선신비가 리아를 키웠습니다. 주선신비가 그녀를 데리고 가서 상처를 입힐 거라고 확신할 수 없습니다. 만약 그녀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는다면 지금 주선신비와 죽기 살기로 싸우고 결과를 어떻게 책임지실 겁니까?"

진남은 방대한 힘을 드러냈고 그의 목소리가 종처럼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천극방의 영은 몸을 떨었다.

그의 눈빛이 밝아졌다.

슉-! 슉-! 슉-!

잠시 후, 천극방의 영은 마음이 평온해졌다.

그가 드러냈던 방대한 기세와 그가 불러왔던 천극방의 그림자 그리고 두 손에 나타났던 천지의 검이 모두 사라졌으며 흔들리던 천지도 평온해졌다.

방원 백만 리에 있던 생령들은 모두 한숨을 내쉬었다.

생령들은 자신들의 머리를 덮었던 사신이 떠나간 느낌이 들었다.

"아이고, 깜짝이야……."

계현은 이마에 돋은 땀을 닦고 마음을 진정했다.

"좀 전에는 내가 너무 충동적이었다. 나는 리아의 몸에 본심묘인(本心妙印)을 주입했다. 그녀가 어디에 있든 상황을 느낄 수 있다!"

천극방의 영은 길게 숨을 들이쉬더니 가부좌를 틀고 앉아 현묘한 법인을 만들었다.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눈빛은 복잡했다.

그는 후세에서 왔기에 천극방의 영과 주선신비가 싸우지 않았다는 걸 잘 알았다.

그가 상고시대로 돌아왔고 마침 천극방의 영의 옆에 있어 천극방의 영을 설득했기 때문일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성천력 이천오십 년, 천극방의 영은 임무를 내렸다.

같은 해에 금발의 소녀가 죽었다.

"리아는 살아있다!"

진남이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천극방의 영은 눈을 번쩍 뜨고 기뻐했다.

"그녀의 기운은 조금도 손상되지 않았다. 그녀는 주선신비가 있는 곳에 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가자, 지금 바로 그곳으로 가자!"

진남은 무언가 말하려다 포기했다.

"왜 그러냐?"

천극방의 영은 진남을 힐끗 보고 말했다.

"걱정하지 말거라. 좀 전에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서 이성을 잃었다. 이제 그러지 않을 거다. 문제가 생기면 방법을 찾아 해결하겠다."

천극방의 영은 진남이 자신이 충동적으로 행동할까 봐 걱정하는 줄 알았다.

진남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전부 말하려 했다.

하지만 엄청난 시공지력이 그를 막았다.

결국 진남은 한숨을 쉬고 말했다.

"좋습니다. 갑시다."

이때, 먼 곳에 있던 계현은 손을 내밀었다.

"천 형, 지금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할 말이 있습니다."

천극방의 영은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점괘가 나왔느냐?"

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천극방의 영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말하거라."

"천 형, 화를 내지 마십시오."

계현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점괘가 좋지 않습니다. 열 가지 방법으로 점을 쳤는데 결과가 같습니다. 사랑에 집착하면 죽을 것이고 되살아날 수 없을 것입니다."

진남은 마음이 무거웠다.

천극방의 영은 침묵하더니 옅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너희 사제는 진짜 귀찮구나. 너의 스승이 전에 나에게 점을 쳐준 적 있다. 이삼백 년 안에 죽을 거라고 했다. 지금 너도 이번에 가면 죽을 거라고 하는구나.

하지만 그러면 어떠냐? 대상계의 무도를 진흥시키려면 죽을 수 있다. 그럼 하지 말아야 하느냐? 대상계의 무도를 진흥시킬 수 있다면 나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

마찬가지로 리아를 구할 수 있고 리아와 함께 할 수 있다면 나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

이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운명을 알게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천극방의 영은 두려움을 무시했다.

"가자."

천극방의 영은 허공에서 선검을 잡아다 어깨에 메고 앞장섰다.

* * *

사흘 후, 중현경천의 깊은 곳.

"저것이 주선신비인가?"

진남과 계현은 눈앞의 광경에 마음이 떨렸다.

파란색 바다의 끝에 높이가 구만 구천구백아흔아홉 장 되는 낡은 비석이 우뚝 서 있었다.

비석에는 글자들이 가득 새겨졌고 옅은 금빛이 뿜어져 나왔으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

비석은 기운을 풍기지 않았지만, 천지의 끝인 것 같고 오묘함이 최고치에 도달했다.

비석의 주위에 있던 기운이 방대한 천존 경지의 기이한 생령들과 상고의 요수들이 포효하며 비석으로 날아갔다.

그것들은 비석에 닿는 순간 기묘한 힘에 끌려 비석 안으로 들어갔다.

진남과 계현만 놀라지 않았다.

주선신비가 나타났으니 대상계의 거물들만 놀란 것이 아니었다.

"응? 바다는 이상합니다. 바닷물에 상상할 수 없는 힘이 있습니다."

계현은 무언가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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