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0화 매제 생각은 어떻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그녀는 고작 패자 경지잖습니까? 선배님이 그녀를 만났을 때는 천선 경지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금동이 신비하다고 해도 그리 강할 수 없습니다……."
계현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내가 왜 너희들에게 거짓말을 하겠느냐?"
천극방의 영은 말했다.
"처음에는 금동 때문에 그녀에게 접근했다. 금동이 대체 어떤 내력인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소리는 너무 착했다. 세상이 험악해도 그녀는 여전히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천극방의 영의 표정이 부드럽게 변했다.
"그런 말씀은 하지 마십시오. 소름이 돋습니다."
계현은 몸을 부르르 떨고 여전히 의아해서 물었다.
"저는 잘 믿기지 않습니다. 선배님이 여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감추기 위해 꾸며낸 말이 아닙니까?"
천극방의 영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놈아, 감히 그딴 식으로 말하다니! 내가 너를 못 때릴 것 같으냐?"
말을 마친 그는 심호흡을 하고 진남을 힐끗 쳐다보았다.
"한 가지 더 말해주면 너도 믿을 거다. 나는 그녀의 금동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고 줄곧 그녀를 따라다녔다. 너는 아마 상상도 하지 못할 거다.
오랫동안 관찰했지만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선신비가 나타나고 그녀의 금동이 강렬하게 반응했다. 내가 옆에 없었더라면 그녀는 통제 불능이 되고 주화입마에 빠졌을 거다."
진남은 깜짝 놀랐다.
"청궁에 있는 주선신비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주선신비는 청궁에 있는 신비한 존재였다.
그것이 청궁에 나타났고 대상계에서 열 명의 후계자를 찾겠다고 선포했다.
덕분에 대상계 전체가 들끓었다.
대세력들은 판을 짜고 몰려들었다.
창, 주제, 황보절도 참여했지만, 창은 실패를 하고 주제와 황보절은 십 대 주선이 되었다.
주심도는 십 대 주선들은 각각 하나의 커다란 비밀을 짊어졌다고 했다.
전신은 십 대 주선들 가운데서 가장 특별한 존재였다.
하지만 진남은 소리의 금동이 주선신비와 연관이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소리는 대체 어떤 신분이고 무슨 내력이 있을까?'
"우와, 그렇게 대단한 여인이었습니까?"
계현은 깜짝 놀랐다.
계현은 형님인 계창이나 주제 등 천존들이 청궁으로 가서 주선신비를 얻으려고 했지만 커다란 타격을 입었고 몇몇 천존들은 목숨까지 잃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이 제때 물러났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더 많은 천존들이 죽었을 수도 있었다.
주선신비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너 주선신비의 내력을 아느냐?"
천극방의 영은 진남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저도 잘 모릅니다."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천극방의 영은 목소리를 깔고 진남에게 전음했다.
"알고 있다면 나를 속이지 말고 솔직하게 말하거라. 네 진짜 신분을 말하지 않은 건 그렇다 쳐도 이 일은 반드시 나에게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진남은 씁쓸하게 웃고 말했다.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닙니다. 주선신비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천극방의 영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렇다면 주선신비는 청궁 상현경천의 신물이 아니라 청궁보다 더 높은 곳에서 온 것인가?'
"그래, 모른다니 어쩔 수 없지 뭐."
천극방의 영은 눈을 찌푸리고 말했다.
"오늘 마침 만났으니 한 가지 묻자. 너는 이제 천존정상이고 대상계의 최고 경지가 되었다. 이제 청궁으로 돌아갈 계획이냐?"
천극방의 영이 육성으로 물었다.
"네, 청궁으로 갈 겁니다."
진남은 솔직하게 말했다.
"청궁으로 간다는 말이요? 임 형, 나도 데려가시오."
계현은 눈을 반짝거렸다.
다음번 천존싸움까지 몇십 년이 남았고 계현은 예전부터 청궁에 가보고 싶었다.
"그렇다면 우리 시간을 맞춰서 함께 청궁에 가는 게 어떠냐? 소리도 함께 데리고 가서 주선신비를 보여줘야겠다."
천극방의 영은 잠깐 고민하더니 말했다.
천극방의 영은 진남이 천궁에서 왔고 전력도 강하니 함께 간다면 좋은 점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같이 청궁에 가겠다고요?"
진남은 살짝 놀랐다.
그러나 곧 정신을 차리고 통쾌하게 대답했다.
"문제없습니다."
진남은 주선신비에 대해 궁금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천극방의 영이 함께 가고 주선신비와 연관이 있는 소리도 함께 간다면 주선신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수 있었다.
또, 진남은 천극방의 영과 소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고 천극방의 영이 왜 특별한 임무를 내렸으며 소리가 살해를 당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아볼 수 있었다.
"다만, 지금은 안 됩니다. 저는 얼마 전에 봉화와 함께 상편의 진리를 완성했고 서른세 개의 소선역을 한 바퀴 돌아야 합니다."
진남은 한마디 보충했다.
"그래, 나도 지금 가겠다는 말은 아니었다. 대략 이 년 후에 가자꾸나. 나도 준비해야 될 것들이 있다. 나와 소리는 주재를 돌파해야 한다. 아니면 갈 수 없다."
천극방의 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계현이 아연실색했다.
"세상에, 제가 잘못 들은 거 아닙니까? 이 년 사이에 패자에서 주재까지 진급하겠다고요? 저는 삼십 년이나 걸려서야 주재 경지를 돌파했습니다."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 나와 소리는 절세의 천재다. 너 같은 폐물과 비교할 수 있겠느냐?"
"칫, 이건 분명 편애입니다."
"그래, 편애 맞다. 나를 물기라도 할 거냐?"
천극방의 영은 갑자기 멈추고 말했다.
"소리가 방금 한 부분에 대한 강의를 끝냈고 나를 찾으러 오겠다고 한다. 잠시 후, 너희들을 그녀에게 소개해 줄 건데 그녀의 의심을 사지 않게 조심하거라. 나는 지금 진세언(秦世言)이라는 가명을 쓴다. 들키지 말고 잘하거라."
진남은 살짝 놀랐다.
"잠시만요, 선배님. 방금 진, 진세언이라고 하셨습니까?"
천극방의 영은 의아해서 물었다.
"무슨 문제가 있느냐? 진세언이라는 사람을 아느냐?"
진남은 마른기침을 했다.
'알기만 할까요? 제 아들 이름입니다.'
"아, 아닙니다. 이름을 잘 지어서 놀랐습니다. 너무 듣기 좋습니다."
진남은 얼른 손을 저었다.
천극방의 영을 진세언이라고 부를 생각을 하니 진남은 기분이 이상했다.
"당연하지! 누가 지은 이름인데!"
천극방의 영은 으쓱했다.
그는 진세언이라는 이름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이때, 셋은 무언가 느끼고 동시에 시선을 돌렸다.
멀리서 금빛이 그들에게로 날아왔다.
"소리, 소개할게. 이들은 내 벗이다. 이자는 임효지이고, 이자는 계현……."
천극방의 영은 그녀를 마중하며 입을 열었다.
그러나 말이 채 끝나지 않았는데 금동 여인은 임효지를 보고 눈빛이 흔들렸다.
"임, 임 오라버니?"
소리는 믿을 수 없는지 목소리가 떨렸다.
"응?"
천극방의 영과 계현은 깜짝 놀랐다.
"오랜만이다. 많이 컸구나."
진남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임 오라버니, 진짜 오라버니가 맞아요?"
소리는 밝게 웃으며 진남에게 달려와 안겼다.
그녀는 울먹이며 말했다.
"임 오라버니, 드디어 다시 만나는군요."
천극방의 영은 그 모습을 보자 화가 나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그는 소리를 몇 해 동안 쫓아다녔지만 한 번도 안아본 적이 없었다.
소리가 그를 상냥하게 오라버니라고 부른 적은 더욱 없었다.
"우와! 임 형, 대, 대단하시오."
계현은 혀를 차며 감탄했다.
'임 형은 천극방의 영이 좋아하는 여인도 꼬시나?'
"소, 소리, 이자와……. 아는 사이냐?"
천극방의 영은 분노를 겨우 누르고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세언, 이분이 바로 내가 자주 말했던 그 오라버니야."
소리는 진남의 품에서 고개를 쳐들고 추억에 잠긴 듯 말했다.
"그때 임 오라버니가 구해주지 않았더라면 나와 할아버지는 그 나쁜 놈에게 죽었을 거다."
천극방의 영은 놀라서 화가 눈 녹듯이 사라졌다.
그 일을 소리는 여러 번 그에게 말해주었다.
그녀는 오라버니가 엄청 대단하고 천존이 될 뻔했다고 했다.
천극방의 영은 그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자세히 묻지 않았다.
그런데 소리의 오라버니가 하필 임효지일 줄이야!
"이놈아! 왜 미리 나에게 알려주지 않았느냐? 하마터면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망신할 뻔했잖아!"
천극방의 영은 임효지에게 신념을 전했다.
"어라? 설마 저를 연적으로 생각한 겁니까? 그래서 저를 공격하려고 했습니까?"
진남은 묘한 표정으로 말했다.
"허허, 그럴 리가 있느냐? 나는 그리 소심한 사람이 아니다."
천극방의 영은 화제를 돌리려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너 정말 잘했다!"
천극방의 영은 오늘따라 임효지가 유난히 마음에 들었다.
그때 임효지가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그는 소리를 만나지도 못했을 것이었다.
"소리, 너도 이제 컸으니 나를 이렇게 안으면 안 된다. 이름을 밝히기 싫어하는 진세언 도우가 질투를 할 수도 있다."
진남은 소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어머! 너무 좋아서 실수했어요."
소리는 반응하고 재빨리 진남의 품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그녀는 손을 뻗어 진남의 팔짱을 끼고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그런데 진세언과 무슨 상관이 있어요? 저는 오라버니가 제 친 오라버니 같아서 가깝게 대하는 거예요.
임 오라버니, 이제 저도 이름이 있어요. 할아버지가 이름을 맹리아(孟離兒)라고 지어줬어요."
"그래! 할아버지는 잘 지내시느냐?"
"얼마 전에 구천지존이 되셨고 아주 건강해요! 할아버지도 오라버니를 무척 보고 싶어 해요. 제 법술강의가 끝나면 함께 할아버지를 뵈러 가요."
진남은 그녀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고 천극방의 영을 보며 말했다.
"매제 생각은 어떻소?"
풉-!
계현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천극방의 영은 부끄럽고 화가 났지만 겨우 미소를 짓고 말했다.
"형님, 소리의 말대로 함께 할아버지를 뵈러 갑시다."
진남도 그 모습을 보자 웃음이 나왔다.
자호천존은 역시 멋있는 선배였다.
진남은 그의 말대로 삼십이소선역에서 놀라운 일을 발견했다.
얼떨결에 천극방의 영은 진남의 '아들'이 되었다가 또 '매제'가 되었다.
"임 오라버니, 그런 농담은 하지 마세요! 저와 세언은 그런 사이가 아니에요."
"오, 그래? 세언, 내 매제가 되고 싶소?"
"네 당연합니다."
"임 형, 나도 매제가 되고 싶소!"
넷은 웃고 떠드는 사이에 사이가 더 돈독해졌다.
진남 등은 맹리아의 법술강의가 끝나고 함께 할아버지를 만나러 갔다.
다섯은 작은 정원에 모여 선주를 마시며 수련 중에 겪었던 재미있는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맹리아는 원래 천극방의 영에게 약간의 방어심리가 있었지만 임효지 때문에 의심이 싹 사라졌다.
천극방의 영을 대하는 태도 등이 전보다 훨씬 좋아져서 천극방의 영은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며칠 후.
맹리아는 아쉬운 마음으로 진남과 계현을 배웅했다.
진남은 지금 실력으로 서른세 개 소선역을 한 바퀴 다 도는데 몇 개월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진남은 구석구석에 있는 신비함을 다 느껴보려고 속도를 늦추었다.
진남은 열아홉 개월 동안 서른세 개의 소선역을 전부 돌아보았다.
그는 제일소선역의 북극지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조용히 깨달음을 얻었다.
시간은 조금씩 흘러 몇 개월이 지났다.
역사는 흐르고 성천력 이천삼십구 년이 되었다.
진남이 두 눈을 떴다.
그가 엄청난 기세를 풍기자 방원 만 리의 천지가 흔들리고 깊은 잠을 자던 생령들은 깜짝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