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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345화 (1,345/1,498)

1345화 신분과 목적이 뭐냐

진남은 자호천존을 보며 말했다.

"선배님, 봉화는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저는 진급하는 도중에 많은 깨달음을 얻어 그와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진남은 천존 정상 경지가 되었고 대상계에서는 더 이상 진급할 수 없었다.

때문에, 그는 대동천결을 완성하는 것과 청궁을 탐색하는 것에 정력을 쏟으려고 했다.

자호천존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그 녀석은 네가 천존으로 진급했다는 말을 듣고 줄곧 봉도서 안에서 너를 기다렸다. 그 녀석은 네가 꼭 자신을 찾아올 거라면서 우리가 연회에 요청해도 체면을 봐주지 않고 거절했다."

진남은 저도 몰래 미소를 지었다.

"그럼 지금 그를 찾으러 가겠습니다."

자호천존은 손을 내밀어 진남을 막더니 말했다.

"잠깐, 너에게 할 말이 있다."

진남은 걸음을 멈추었다.

"말씀하십시오."

자호천존은 신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먼저 하나만 묻겠다. 솔직하게 대답하거라. 천 형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어떤 사람인 것 같으냐?"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선배님, 왜 그렇게 물으시는 겁니까?"

"다른 건 상관하지 말고 내 물음에 대답하거라."

진남은 잠깐 고민하더니 말했다.

"천 형은 성격이 조금 이상하지만 엄청 좋은 분이십니다. 대상계의 무도를 발전시키겠다는 생각밖에 없는 분이십니다."

자호천존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그럼 네 생각에 대상계의 무도는 어떤 상황인 것 같으냐?"

"창, 주제, 황보절, 엽소선이 천존이 되고 대상계의 힘을 한 단계 더 높였습니다.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호천존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주변을 살피더니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네 말이 맞다. 지금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다. 네가 천존싸움에서 진급에 실패했을 때 천 형이 나를 찾아왔다. 천 형은 큰일을 벌여 너와 창 등을 더 높은 경지에 올릴 계획이다.

이제 네가 천존으로 진급했고 단숨에 천존 정상이 되어 천 형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천 형은 조만간 너를 찾아와 더 큰 도움을 줄 것 같다. 절대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내 예감에 이번 기회를 잡으면……. 미래에 무상천존이 될 수 있을 거다."

진남은 깜짝 놀랐다.

'천극방의 영이 큰일을 벌여서 창 등을 더 높은 경지로 올리려고 한다고? 일 년 후에 벌어질 큰 사건이잖아?'

가엽과 주심도는 창과 주제 등이 천존으로 진급하고 나란히 천극방 일 위를 한 일 년 뒤에 천극방에 들어가 비밀리에 큰 수련을 받았다고 했다.

수련을 받은 후, 주제는 영항불멸지체를 완성했고 창은 천제결을 만들었으며 황보절은 불후상마진결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엽소선은 시공법칙을 개척했다.

그들은 실력이 대폭 늘었다.

'나도 그 비밀 수련에 참가할 수 있다면…….'

진남은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는 비밀 수련에 참가하면 대동천결 상편을 완성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응?"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후세에서 얻은 소식을 생각해보니 창, 주제 등이 천극방 서열 일 위였고 임효지라는 사람은 언급되지 않았다.

천극방 서열 삼십 위 안에도 임효지는 없었다.

가엽과 주심도가 잊었을 리 없었다.

비밀 수련은 천극방이 창 등이 일 년 동안이나 공동 일 위를 했다고 내린 특별한 선물이었다.

'음월 선배님의 전승을 얻은 후로 천극방의 영 선배님은 나를 무척 관심하고 높은 기대를 걸었다. 때문에, 진급에 성공하지 못했을 때 바로 달려와 화를 내며 질타했지.

나는 이제 천존으로 진급했을 뿐만 아니라 단숨에 천존 정상이 되었다. 전력도 아마 창 등보다 강할 것이다. 천극방의 영 선배님이 큰일을 계획하고 있다면 나를 빼놓을 리 없고 가장 먼저 챙겼을 것이다. 그런데 왜…….'

여기까지 생각한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더 생각해봤자 답은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답을 알게 될 것이었다.

자호천존은 진남에게 통로를 열어주었다.

진남은 통로를 통해 봉도서를 만났다.

성천무교와 천극방의 영의 강력한 도움으로 봉도서는 전성기일 때만큼 회복했다.

진봉화는 힘이 조금 부족했지만 봉도서의 오 할에서 칠 할 정도의 힘을 움직일 수 있었다.

진남은 봉도서가 공법을 만들 때 도움을 주는 것에 엄청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는 진봉화에게 이번 진급에서의 세부 사항들과 근원지체의 여러 변화들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진남은 봉도서의 깊은 곳에 들어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깨달음을 얻기 시작했다.

* * *

시간은 천천히 흘러 어느덧 삼 개월이 지났다.

대상계는 풍운이 변하고 정세가 요동치며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이 모든 것들은 창, 주제, 황보절, 엽소선이 강하게 두각을 나타냈기 때문이었다.

강함과 명예를 상징하는 십 대 천존이라는 칭호는 과거형이 되었고 이제는 사 대 천존만 남았다.

무인들은 사 대 천존이 시대를 엄청 앞섰다고 감탄했다.

대상계에서 그나마 그들과 대적할 수 있는 세력은 심약천존과 돌연 나타난 통천천존(通天天尊)이었다.

다른 천존들은 사 대 천존과 같은 경지였지만 실력 차이는 매우 컸다.

임효지를 기억하는 무인들도 더러 있었다.

그들은 사 대 천존이 탄생하기 전에 임효지가 창조한 잠깐의 눈부신 순간을 기억했다.

* * *

그 시각, 성천무교의 금지에 한 형상이 나타났다.

바로 천극방의 영이었다.

"천 형……."

진봉화는 그를 느끼고 봉도서에서 나왔다.

천극방의 영의 차가운 표정을 본 진봉화는 살짝 놀랐다.

진봉화는 천극방의 영이 이런 표정을 짓는 것을 처음 보았다.

"임효지를 불러내거라. 그에게 할 말이 있다."

천극방의 영은 무뚝뚝하게 말했다.

"천 형, 지금 만나셔야 합니까? 좀 지나서 오시면 안 됩니까?"

진봉화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임효지와 저는 한 달 동안 토론한 끝에 얼마 전에 근원지체의 발전 방향을 결정했습니다. 임효지는 지금 공법을 넓히는 중입니다. 중도에 방해를 받으면 아마……."

천극방의 영은 진봉화의 말을 채 듣지 않고 귀찮다는 듯 손을 저으며 말했다.

"시끄럽다. 얼른 임효지를 불러내거라. 네가 부르지 않겠다면 내가 직접 손을 쓰겠다."

진봉화는 어안이 벙벙했다.

'대체 무슨 큰일이 일어난 거지? 천극방의 영의 태도가 왜 저렇지?'

"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진봉화는 의아함을 감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계속 진남을 부르러 가지 않아서 천극방의 영이 쳐들어간다면 시끄러워질 수 있었다.

잠시 후, 봉도서에서 빛이 나더니 진남과 진봉화가 함께 나왔다.

"선배님을 뵙습니다."

진남은 공수했다.

천극방의 영은 진남의 인사를 무시하고 진봉화를 보며 말했다.

"너는 옆에서 기다리거라."

말을 마친 천극방의 영은 손가락을 튕겼다.

빛이 나타나 천극방의 영과 진남을 덮었다.

진남은 그제야 커다란 변고가 일어났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천극방의 영은 무표정으로 말했다.

"임효지, 내가 너를 푸대접한 적이 있느냐?"

진남은 바로 대답했다.

"저는 선배님에게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선배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대동천결을 수련할 수도 없었고 천존나무 묘목의 기연 세 개도 얻지 못했을 겁니다."

천극방의 영은 눈빛이 점점 날카롭게 변했다.

"그렇다면 나에게 해명할 일은 없느냐?"

진남은 어안이 벙벙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선배님, 어떤 일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천극방의 영은 어이없다는 듯 웃더니 말했다.

"어떤 일을 말하는지 짐작이 가지 않느냐? 좋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너는 나에게 청궁에서 왔다고 했다. 그럼 너는 청궁의 누구냐? 무슨 목적으로 대상계에 온 거냐? 수련에 집중하고 대상계의 무도를 배우기 위해서 왔다는 말은 하지 말거라."

진남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진남은 그제야 그의 '신분' 때문에 변고가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의 신분이 불분명하다는 것을 천극방의 영은 알고 있었다.

천극방의 영이 다시 이 문제를 언급한 이유를 진남은 대략 알 것 같았다.

진남이 천존이 되어 천극방의 영은 진남을 천극방 서열 일 위로 올리려고 했을 것이었다.

그리고 시공지력이 절대 안 된다고 방해를 했을 게 분명했다.

진남이 천극방 서열 일 위에 오르면 너무 큰 영향을 미치고 후세의 모든 것들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

"선배님."

한참 침묵하던 진남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는 청궁에서 온 게 맞지만 누구인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제가 대상계에 온 것은 제대로 수련을 하고 강해지려는 것도 맞습니다. 믿지 못하겠으면 맹세를 할 수 있습니다."

천극방의 영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차갑게 웃었다.

"맹세? 맹세를 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느냐? 맹세를 푸는 방법은 내가 알고 있는 것만 해도 서른세 가지다. 그것도 몸에 아무런 해를 입히지 않는 것 말이다.

임효지, 아직까지도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 게냐? 제대로 수련을 하고 강해지려고 왔다고? 누구를 바보로 아느냐? 제대로 수련하기 위해서라면서 왜 너의 서열이 바뀌면 시공이 혼란스러워지느냐? 심지어 시공재난까지 일어나는 건 무엇 때문이냐?"

천극방의 영은 마지막 말을 할 때 말투가 거칠어졌고 천둥처럼 진남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진남은 계속 침묵했다.

그러자 천극방의 영은 화가 나서 씩씩거리다가 감정을 다스리고 냉담하게 말했다.

"임효지,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겠다. 네 신분을 말하고 진짜 목적을 말하거라. 대상계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 눈감아주겠다."

진남은 주먹을 꽉 쥐었다가 천천히 힘을 빼고 말했다.

"천 형, 죄송합니다. 저는……."

천극방의 영은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된다. 네가 대상계의 무도에 위협이 되는 행동을 하거나 음월의 당부를 저버리는 날이 있다면 나는 너를 용서하지 않을 거다."

말을 마친 천극방의 영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진남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

진남은 입을 벙긋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이 시대의 사람이 아니라 후세에서 왔다고 할까 천극방의 영은 나의 말을 믿지 않을 수도 있고 믿을 수도 있다. 만약 믿는다면 천극방의 영은 후세에 대해 물어볼 것이다. 그럼 이백여 년이 지나면 대상계 전체를 휩쓰는 전쟁이 일어난다고 말해줄까? 전쟁에서 천극방 선배님은 창의 손에 죽는다고 말해줄까?'

진남은 말해주고 싶었지만 시공지력이 방해를 할 것이었다.

이것이 그와 천극방의 영 사이에 있는 유일한 벽이었다.

진남은 이 벽을 해결할 방법이 없어 난감했다.

진봉화는 진남의 표정이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

"임 형, 왜 그러시오? 천 형에게 무슨 일이 생겼소?"

진남은 감정을 다스리고 말했다.

"아니요. 내가 천 형에게 미안한 일을 저질렀소."

진봉화는 진남이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을 알아차리고 더 묻지 않았다.

진봉화는 진남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말했다.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소? 천 형은 속이 좁은 사람이 아니니 나중에 잘 설명하면 용서할 거요."

이때, 자호천존이 급히 날아오더니 물었다.

"효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천 형이 저리 화가 난 게냐?"

진남은 씁쓸하게 웃었다.

"선배님, 죄송합니다.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

자호천존은 더 물으려고 하다가 천극방의 영이 자세히 묻지 말라고 하던 말이 생각나서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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