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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326화 (1,326/1,498)

1326화 서열 구 위

천존전장, 성변지지.

한참이 지나고 아홉 가지 색깔의 꽃봉오리들이 활짝 피어났다.

꽃에서 뿜어져 나온 아홉 가지 색깔의 빛이 천지를 환하게 비추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상고 이상들도 펼쳐져 장관이었다.

무인들은 아홉 가지 색깔의 꽃에 시선을 집중했다.

꽃이 지는 순간에 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이었다.

드디어, 반 시진이 지났다.

아홉 가지 색깔의 꽃들은 변화를 일으키고 열 개의 천존지과가 맺혔다.

천존지과는 짙은 향기를 풍겼다.

향기를 맡은 무인들은 가슴이 설렜다.

"탄생했다!"

은근하게 느껴지던 성세홍류가 드디어 터졌다.

쿠쿠쿵-!

강한 힘들이 동시에 폭발하여 구름 위로 솟구쳤다.

이상들은 전부 부서져 하늘을 가득 채운 빛이 되었다.

성변지지 전체가 격렬하게 흔들리고 허공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장관이라는 말로도 형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

몇천 명의 주재 강자들은 동시에 기운을 뿜었다.

강자들이 뿜는 기운은 후세에서 서열이 낮은 선역을 부수고 근원을 상할 수 있게 할 정도로 강했다.

이때, 새로운 기세가 절세의 용처럼 기운들을 뚫고 하늘 높이 솟구쳤다.

창이었다.

창이 뿜은 기운이었다.

창이 기운을 드러내기 전에 무인들은 그와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했지만 이제 엄청난 차이를 느꼈다.

창은 혼자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전부 이길 수 없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과 비교를 해보면 보잘것없는 개미와 커다란 산 같았다.

슉-!

창은 먼저 손을 썼다.

그는 눈부신 번개와 같이 변해 빠르게 날아가면서 오른손을 첫 번째 천존나무로 뻗었다.

예전에 천존전장에 열 개의 천존지과가 나타나면 무인들은 동시에 달려들었다.

그런데 오늘은 기이한 장면이 펼쳐졌다.

무인들 대부분은 꼼짝도 하지 않고 창이 날아간 방향을 쳐다봤다.

게다가 무인들은 다른 천존나무에도 가지 않았다.

창 외에도 주제, 황보절, 엽소선, 심약주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섯 천재들의 경지는 이미 천존정상과 대적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들이 달려들어 이들과 싸운다면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었다.

"하하하, 계창. 성격이 왜 이리 급하냐?"

호탕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주제는 엄청난 만법불침의지를 풍기고 방대한 위압을 풍겼다.

주제의 주변에 있던 무인들은 안색이 확 바뀌었다.

"지난번에는 시원하게 싸우지 못했다."

주제는 무뚝뚝하게 말하고 제자리에서 사라지더니 창의 위쪽에 나타나 주먹을 휘둘렀다.

쿵-!

바다처럼 엄청난 힘이 폭발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을 없애버릴 정도로 강한 힘이었다.

"이럴 줄 알았다. 하지만 굳이 이럴 필요가 있느냐? 천존이 되고 제대로 싸우면 되지 않느냐?"

창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의 등 뒤로 신비한 그림이 서서히 떠올랐다.

서른세 개의 빛이 상고의 신비함을 드러냈다.

"계창, 나도 있다."

이때, 다른 목소리가 천지에 울려 퍼졌다.

청색 옷을 입은 청년이 허공에서 상고대신처럼 나타났다.

소년은 검을 뽑아 휘둘렀다.

검에서 빛이 뿜어져 나와 천지를 삼켰다.

소년은 젊은 엽소선이었다.

"그래, 너를 잊지 않고 있었다."

창은 웃었다.

그는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이 싸움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엄청난 파동과 강기가 사방에서 휘몰아쳤다.

"너희들끼리 싸우거라. 나는 천존을 돌파하러 가겠다."

황보절은 호탕하게 웃더니 마기를 잔뜩 풍기며 앞으로 달려갔다.

"황보, 지난번에 내 검법을 부쉈다고 이번에도 가능할 줄 아느냐?"

황보절이 얼마 가지 않았을 때 무뚝뚝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심약주재가 아홉 개의 분신으로 변해 엄청난 대진을 만들었다.

대진은 황보절의 주변을 다 막아 도망가지 못하게 했다.

심약주재와 황보절은 서로 원한이 없고 한 번 싸웠을 뿐이었다.

심약주재는 황보절을 공격하지 않고 천존지과를 얻어 천존으로 진급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심약주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천존으로 진급하는 것이 아니었다.

심약주재가 오랫동안 폐관 수련을 하면서 위험과 재난을 겪은 것은 자신을 초월하고 다른 네 사람과 비슷한 경지거나 혹은 네 사람을 초월하기 위해서였다.

"얼마 전에 마공을 만드는데 성공했는 데 시험해볼 상대가 없었다. 마침 잘 왔구나."

황보절은 오히려 기뻤다.

그의 등 뒤로 마의들이 뿜어져 나와 주변을 마역으로 만들었다.

쿠쿠쿵-!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천존싸움이 서막을 열었다.

예전의 천존싸움과 다른 점이라면 대상계에서 가장 눈부신 존재들이 먼저 싸움을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즉, 그들은 서로를 싸울 상대로 생각했다.

"싸우기 시작했다!"

다른 무인들도 기뻤다.

이런 상황은 그들이 꿈에도 바라던 바였다.

그들도 남은 여덟 그루의 천존나무를 얻을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얼른 가보자!"

안군경, 음방한, 나진후, 전호 등 이름있는 천재들과 주재 강자들은 정신을 차리고 달려갔다.

멀리서 보면 마치 홍수가 앞으로 밀려가는 것처럼 충격적이었다.

"임 형, 그럼 우리는 잠깐 헤어집시다. 고비, 자네는 명초 선배님과 함께 가서 도와주시게."

계현은 입을 열었다.

그는 몸이 근질거렸다.

진남과 명초노조는 머리를 끄덕였다.

곧 넷은 흩어져서 움직였다.

계현은 여덟 번째, 명초노조는 일곱 번째, 진남은 네 번째 천존나무를 선택했다.

쿠쿠쿵-!

잠시 후, 성변지지에 귀청이 찢어질 듯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허공이 혼돈으로 변하고 무도의지들이 서로 부딪혀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저자들과 싸워볼 수 없다니 아쉽다."

진남은 창과 황보절 등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몸속의 전혈이 들끓었지만 강제로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천존지과를 가지고 천존으로 진급하고 보자."

진남은 고개를 젓고 감정을 가라앉혔다.

이때 진남의 식해에 어떤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녀석, 싸움이 시작되었지? 내가 너에게 큰 선물을 주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러 왔다. 지금 그 선물을 주마."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천극방 선배님?'

"선배님. 봉화의 말은 농담이었습니다. 선배님은 저에게 충분히 많은 도움을 주셨으니 다른 선물은 주지 않으셔도 됩……."

진남은 얼른 전음했다.

그러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진남은 손등에 새겨진 천극방 각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천극방의 목소리가 다시 진남의 식해에 울려 퍼졌다.

천극방의 말투는 엄숙하고 위엄이 넘쳤다.

"천극방의 도우들은 듣거라. 어떠한 이유 때문에 한 도우의 천극방 서열에 착오가 생겼다. 그리하여 특별히 도우들에게 알리는 바이다.

임효지, 소속이 없는 무인이다. 천극방 서열 구 위로 진급했다."

진남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천극방 서열 구 위? 내가 언제 구 위까지 되었어? 설마 이게 천극방이 말하는 커다란 선물이야?'

불길한 예감이 생긴 진남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의 예감이 맞았다.

성변지지에 한 번도 없었던 놀라운 장면이 벌어졌다.

하늘을 가득 채웠던 소리들이 사라지고 바람 소리만 들렸다.

창, 주제를 포함한 무인들은 행동을 멈추었다.

그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현재 창, 주제, 황보절, 엽소선은 천극방에서 공동으로 이십 위였다.

정적은 곧 깨졌다.

"와, 이게 사실이야?"

"천극방 구 위라니, 얼마나 대단해!"

"임효지? 임효지는 또 누구냐?"

"고작 주재 정상이 그리 대단한 실력이 있다는 말이야?"

성변지지는 시끌벅적해졌다.

천극방 서열 십 위 안에 든 자들은 천존들 중에서도 최고인 십 대 천존들이었다.

그런데 주재정상인 사람이 새로운 십 대 천존이 되었다니 믿을 수 없었다.

창, 주제, 황보절, 엽소선은 임효지보다 서열이 십일 위나 낮았다.

천극방 서열은 위로 올라갈수록 돌파하기 더 어려웠다.

한 등급 차이라고 해도 두 강자의 실력은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났다.

즉, 그들이 신처럼 받드는 창, 주제 등이 신비한 임효지보다 실력이 엄청 낮다는 뜻이었다.

떠들썩해진 건 성변지지만이 아니었다.

천극방의 영은 성변지지의 주재강자들에게만 소식을 전한 것이 아니었다.

서열 백오십 위 안에 드는 천존거물들도 소식을 받았다.

소문은 천존들의 입을 통해 폭풍처럼 빠르게 대상계를 휩쓸었다.

위로는 천존, 아래로는 천선 경지까지 모르는 사람이 없고 놀라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천극방 구 위? 대체 얼마나 대단할까?"

"그자가 기억이 난다. 삼십 년 전에는 천극방 서열 이백몇 위였어. 어느새 구 위가 된 거지? 삼십 년 동안 어떤 기연을 만났기에 이렇게 대단해졌지?"

"우와, 잘못된 거 아니야?"

"허, 그렇다면 그자가 바로 대상계 제일천재야?"

"대상계에 이렇게 대단한 자가 숨어있었다니! 성변지지의 창과 주제 등 천재들이 이 소식을 듣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군!"

성변지지를 주목하고 있던 대상계의 무인들은 전부 들끓었다.

여러 세력과 거물들은 엄청난 힘을 들여 임효지를 조사했다.

임효지를 알고 있는 용도천존, 염명천존, 검하천존 등은 복잡한 감정이 들기도 하고 놀라기도 했다.

검하천존은 은근히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 * *

그 시각, 천극방.

사건의 장본인인 천극방의 영은 활짝 웃고 있었다.

외부의 혼란과 반응을 살핀 그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천 형, 이렇게 하는 게 맞소? 임 도우는 공공의 적이 될 거요. 창과 주제 등은 임 도우를 노릴 게 분명하오."

자호천존은 화가 잔뜩 나서 신념을 전했다.

"자호, 자네 뭘 걱정하는가? 자세히 생각해보게나. 그 녀석은 음월의 대동천결을 물려받고 여기서 이십 년을 수련했소. 지금의 녀석은 전력이 엄청 강하오.

이 정도 상황도 이겨내지 못하며 어떻게 큰 인물이 되겠소? 젊은이들은 압력을 좀 받아야 하오."

"맞는 말이지만 너무한 거 아니오? 임효지를 천극방 서열 십 위를 시켜주면 되지 않소? 임효지를 구 위에 올리니까 내가 십 위로 밀려나지 않았소. 덕분에 많은 천존들이 나에게 임효지와 싸워서 졌냐고 묻소……."

자호천존은 분노가 하늘 높이 솟구쳤다.

천극방의 영은 어이가 없었다.

자호천존은 결국 진남을 위해 온 것이 아니었다.

"대범하게 인정하면 되지 않소? 나는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소."

천극방의 영은 눈을 흘겼다.

그는 주변을 봉쇄하고 신념도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임효지, 너에게 큰 선물을 주었으니 나를 실망시키지 말거라."

천극방의 영은 다시 미소를 지었다.

* * *

그 시각, 천존전장의 성변지지.

"우와, 임효지가 서열 구 위라고?"

황보절과 싸우던 심약주재는 놀라서 주변을 살폈다.

잠시 후, 심약주재는 무인들 뒤쪽에 서 있는 임효지를 발견했다.

"임효지, 무슨 상황이야? 이십여 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어떤 기연을 만났기에 전력이 이렇게 많이 강해졌느냐?"

심약주재는 숨도 쉬지 않고 몰아서 물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계현, 고비, 명초노조 등도 정신을 차리고 임효지를 살폈다.

"임 형, 너무하오. 전력이 이정도로 강해졌으면서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았소!"

계현과 고비는 놀라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진남, 이게 무슨 상황이냐? 천극방 서열 구 위가 되다니?"

명초노조는 의아했다.

진남은 강하지만 시공규칙이 방해를 해서 당당하게 서열 구 위가 되고 대상계에 이름을 날릴 수 없었다.

그는 후세에서 '임효지'라는 이름을 들은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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