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8화 나는 너를 믿는다
"하하, 좋다! 오늘부터 너는 봉도서의 차기 기영이다!"
음월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이것은 그의 전승이었다.
"음월, 축하하오, 좋은 후계자를 찾았군!"
천극방의 영, 자호천존 등 거물들도 축하했다.
"선배님, 한 가지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좀 전에 공법의 총강에 대해 언급하고 저더러 임효지와 함께 공법을 완성하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은 무슨 말입니까?"
진봉화는 궁금했다.
"그건……."
음월이 말하려고 할 때 옆에 있던 비석에서 붉은색 빛이 반짝거렸다.
음월은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비석과 진남의 발아래에서 청색, 파란색, 보라색, 검은색 빛이 솟아올랐다.
네 가지 색이 대전을 밝게 비추고 주위의 벽에서 반짝이던 불빛을 전부 덮었다.
"역시 저자는 아직 가장 적합한 인연이 있는 자가 아닌가?"
음월은 살짝 실망해서 중얼거렸다.
"가장 적합한 인연이 있는 자가 아니라고?"
천극방의 영, 자호천존 등 거물들은 어안이 벙벙하고 자신들이 잘못들은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진봉화는 더욱더 의아했다.
하지만 그는 계속 묻지 않고 조용히 기다렸다.
잠시 후, 음월은 마음을 진정하고 진봉화를 보며 말했다.
"천 형과 거물들이 아직 너에게 전부 말해주지 않은 것 같구나. 이 일은 내가 폐관하기 전부터 설명해야 한다.
나, 천 형, 성천무교 그리고 강자들은 대상계에 무도를 널리 알리려고 노력했다. 스스로 자랑하기 부끄럽지만 우리의 노력으로 대상계의 무도는 열 배 넘게 빨리 발전했다. 그리고 없는 것 같지만 존재하는 대세를 형성했다.
내가 폐관하기 일 년 전 머릿속에 어떤 장면들이 나타났다. 장면은 열두 시진에 한 번씩 나타났다. 어떤 방법을 써도 계속 나타났다. 장면은 완전하지 않고 희미했다. 한 달 넘게 반복적으로 느껴서야 겨우 장면 속의 정보를 느꼈다. 멀지 않은 장래에 대상계의 무도는 이유 없이 몰락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진봉화는 깜짝 놀랐다.
'대상계의 무도가 몰락한다고? 심지어 사라질 수 있다고?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무도의 흥망성쇠는 그 시대에 최고급 천재가 나타났는지 나타나지 않았는지에 달렸다.
이 시대에는 창, 주제, 황보절, 엽소선 등 절세의 천재들이 이미 나타났고 앞으로 심약주재 등 천재들도 전설을 만들 것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도대세가 점점 강해지고 번창할 것이며 몰락할 가능성이 없었다.
"믿지 못하겠느냐? 솔직히 말해 나와 천 형도 믿지 않는다. 하지만 옛말은 틀리지 않다. 오랜 역사 속에서 많은 세력들은 번창했다 몰락하는 과정을 겪었다. 어느 누구도 재난을 면하지 못한다.
무도대세는 종문이나 가문과 동일시할 수 없다. 장면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때 나는 사명을 느꼈다. 때문에 폐관을 선택하고 평생의 심혈을 기울여 역천지법을 만들었다.
나는 운이 좋고 자질이 높은 인연이 있는 사람을 찾으려 했다. 그에게 나의 역천지법을 완성하고 절세의 패자가 되어 언젠가 상황을 뒤집고 대상계의 무도를 지키게 할 것이다."
음월은 창백하던 얼굴이 상기되어 활력이 넘치고 생기가 돌았다.
진봉화는 음월이 무도에 깊이 빠진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때문에, 그는 봉도서의 기영이 되었고 그 장면 때문에 사명감이 생겼을 것이었다.
"하지만 역천지법이 그리 쉽게 만들 수 있겠느냐? 나는 역천지법을 만드는 과정에 근원의 힘을 너무 많이 썼다. 그러다 보니 지금과 같은 상황이 되었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봉도서는 연법을 가장 중시한다. 내가 만든 역천지법은 가장 적합하고 인연이 있는 사람이 계승해야 한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나는 요구를 낮추었다.
임효지가 손을 올려놓은 비석은 봉도지비(封道之碑)이다. 그것은 원래 열 개의 빛을 뿜을 수 있다. 하지만 임효지는 다섯 개밖에 일으키지 못 했다. 임효지는 요구의 절반을 만족시켰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아니다."
음월은 고개를 저었다.
"임효지가 가장 적합한 사람이 아니라고? 그렇다고 해도 조급해하지 마시오. 진봉화는 자네를 대신해 차기 기영이 될 것이오. 나와 성천무교도 최선을 다해 진봉화를 돕겠소. 우리가 함께 가장 적합한 사람을 찾으면 되지 않소?"
천극방의 영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천 형, 봉도서의 기영으로서 나는 나와 인연이 있는 사람이 언제 나타날지 느낄 수 있소. 하지만 나의 사명과 인연이 있고 적합한 사람이 언제 나타날지는 느낄 수 없소. 일 년이 될 수도 있고 십 년이 될 수도 있고 백 년, 천 년, 심지어 만 년이 될 수도 있소!
우리 모험을 할 필요도 없고 기다릴 필요도 없소. 절반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자를 만난 것도 인연이 있다고 할 수 있소. 이것만으로 충분하오.
물론 우리는 가장 인연 있고 적합한 사람을 계속 찾아도 되오. 하지만 지금은 임효지를 키워 무도를 진흥시킬 사명을 짊어지게 합시다.
임효지가 절세의 강자가 되면 전승하는 사명을 짊어지고 함께 찾도록 하면 되오. 물론 이런 일은 임효지에게 말해주지 마시오."
음월은 담담하게 웃었다.
"자네의 말이 일리가 있소. 하지만 왠지 자네가 임효지를 음해하는 느낌이 드오."
천극방의 영은 뭔가 생각이 있는 듯 물었다.
"선배님, 누가 저를 음해합니까?"
이때, 현묘한 느낌에서 벗어난 진남은 천극방의 영이 한 말을 들었다.
음월은 천극방의 영을 노려봤다.
천극방의 영은 하품을 하며 말했다.
"아니다, 아니다. 우리가 농담을 한 것이다."
음월은 진남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임효지, 진봉화와 함께 삼색 연꽃 위로 올라가거라."
진남과 진봉화는 마주 보고 앞으로 걸어갔다.
진봉화는 모든 사실을 알았지만 진남은 아무것도 몰랐다.
그는 음월을 깨웠으니 매우 큰 기연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걸음을 멈추자 삼색 연꽃에서 엄청난 빛이 솟아올라 그들을 감쌌다.
진남 등은 눈앞의 광경이 변하는 것을 느꼈다.
잠시 후, 눈앞의 모든 것들에 변화가 생겼다.
그들은 채색 공간 속에 있고 대전 안의 모든 것과 갈라졌다.
음월은 문자가 가득 새겨진 두루마기를 입고 그들 앞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표정이 엄숙한 그는 화를 내지 않아도 위엄이 흘렀다.
"진봉화, 나는 봉도서의 첫 번째 기영의 이름으로 네가 봉도서의 차기 기영이 되는 걸 허락한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정신을 집중하고 전승을 받거라!"
음월은 딱딱하게 말했다.
"기영?"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스승님을 뵙습니다!"
진봉화는 정색하고 연거푸 세 번 인사하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호흡을 진정시켰다.
쿠웅-!
방대한 빛이 채색 공간에서 폭발해 진봉화에게 주입되고 엄청난 파동을 일으켰다.
현묘한 전승이 시작되었다.
"임효지, 전에 내가 잠이 든 건 다른 이유가 아니고 전심전의로 공법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흘렀고 공법의 총강밖에 만들지 못했다.
너는 봉도서와 인연이 있는 사람이다. 나는 공법 총강을 너에게 전수할 생각이다. 너는 전수받기를 원하느냐?"
음월은 물었다.
"공법 총강이요?"
진남은 깜짝 놀랐다.
그는 음월이 이렇게 큰 기연을 주려고 할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음월은 봉도서의 기영이었다!
그는 오랜 시간을 들여서 공법의 총강을 만들었다.
이 공법이 얼마나 대단하고 놀라운지 상상할 수 있었다.
"선배님, 그게……."
진남은 서둘러 포권했다.
"효지, 안심하거라. 내가 나의 평생의 심혈을 너에게 전수해주려고 한다. 하지만 나도 조건이 있다.
첫째, 앞으로 진봉화와 함께 이 공법을 완성해야 한다.
둘째, 너는 절세 강자가 되어 진정한 능력이 생긴 후에 대상계의 무도대세를 신경 써야 한다. 만약 무도의 대세가 몰락하기 시작하면 너는 손을 써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
셋째, 너에게 봉도비석의 법결을 전수하겠다. 언젠가 법결을 흔들게 하고 열 개의 빛을 일으키는 사람이 나타나면 공법을 그자에게 전수하거라. 할 수 있겠느냐?"
음월은 진남의 눈을 보며 천천히 물었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세 가지 조건을 제시한 것 같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조건이라고도 할 수 없었다.
앞의 두 가지는 말하지 않아도 진남은 스스로 할 것이었다.
세 번째 조건은 음월이 자신의 심혈을 계속 전승하기 위한 것이었다.
만약 합당한 사람을 만나면 진남도 당연히 후대에게 전수할 것이었다.
"임효지, 봉도서는 인연을 가장 중시한다. 너는 이 공법과 인연이 있는 사람이다. 너 외에 다른 사람은 배울 수 없다. 나는 이제 생명이 다 되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된다. 나를 도와줄 수 있겠느냐?"
음월은 말투가 무거워졌다.
"선배님, 과언이십니다. 선배님께서 스스로 만드신 공법의 총강을 전수해주시는 건 저에게 엄청난 기연입니다! 제가 선배님을 돕는 것이 아니라 선배님께서 저를 도와주시는 겁니다."
진남은 공수하고 말했다.
"선배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선배님께서 제시한 세 가지 조건을 전부 동의합니다. 제가 할 수 있다면 무조건 하겠습니다. 지금 바로 맹세를……."
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음월은 옅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맹세를 할 필요 없다. 너는 이 공법과 인연이 있는 자이다. 네가 동의했으니 됐다. 나는 너를 믿는다.
효지, 이 공법이 너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공법의 도움으로 네가 무적천존이 심지어 전설 속의 무상천존의 경지에 도달하여 전설을 창조하기를 바란다.
너도 내 제자처럼 가부좌를 틀고 앉아 정신을 집중하거라. 지금 바로 대동천결(大同天訣)을 너에게 전수하겠다."
운명의 수레바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같은 시간, 선궁.
천극방의 영, 자호천존 등 거물들은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쳐들었다.
위쪽 하늘이 변하기 시작하고 절세의 이상들이 잇달아 나타났다.
마치 절세의 재난이 강림할 것 같았다.
벼랑 아래쪽에 있던 봉도서는 화르륵 소리를 내며 책장을 넘겼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현묘함이 끊임없이 나와 세상에 영향을 줬다.
새로운 기운, 의지, 생기가 발산되었다.
음월이 진봉화에게 전수를 시작했다.
"도우들."
이때, 삼색 연꽃 위에서 뿜어져 나온 빛 속에 음월의 형상이 나타났다.
그는 머리카락이 새하얗게 되고 빛으로 이루어진 몸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금은 점점 크게 번졌다.
사람들은 죽기 전에 불만이 생기거나 후회하거나 마음을 풀고 해탈했다.
하지만 음월은 아무런 기분도 느낄 수 없고 오히려 기운이 넘쳤다.
음월은 자신이 죽지 않고 영원히 살아있다고 생각했다.
"봉도서의 기영이 바뀌었소. 게다가 진봉화는 경지가 낮소. 봉도서의 근원은 큰 충격을 받을 것이오. 자네들이 나를 도와 진봉화가 봉도서를 제대로 장악할 때까지 봉도서를 제압해주기 바라오."
음월은 공수하고 말했다.
"됐소. 그따위 얘기하지 마시오. 자네가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오."
천극방의 영은 눈을 흘겼다.
"맞습니다. 음월 선배님, 봉도서는 성천무교의 지보입니다. 또 대상계 전체의 무도와도 연관 있습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저희 성천무교에서는 봉도서를 제압할 겁니다."
자호천존도 서둘러 말했다.
"고맙다."
음월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오늘은 그의 일생에서 가장 많이 웃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