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7화 기영이 되겠느냐?
"깼구나. 상처는 좀 괜찮아졌느냐? 우리가 도와줄 게 있느냐?"
천극방의 영은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돌려 웃으며 물었다.
"선배님 신경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이제 괜찮습니다."
진봉화는 자리에서 일어나 공수했다.
"자식, 예의를 차릴 필요 없다."
천극방의 영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고도 위에서 기묘한 대문으로 걸어가는 임효지를 보며 말했다.
"생각해봤는데 이 일은 아무래도 너에게 말해줘야겠다. 수서인이 우리에게 말한 것이다. 만세무회 다섯 번째 심사에서 임효지는 그저 슬쩍 문을 밀기만 해도 아홉 개의 별이 강림하는 이상을 일으킬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무엇 때문인지 갑자기 물러섰다는구나."
진봉화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럼 임효지가 일 위란 말인가?'
천극방의 영은 계속 말했다.
"결과 때문에 충격을 받았느냐?"
정신을 차린 진봉화는 고개를 젓고 진지하게 말했다.
"선배님, 솔직히 말씀드리면 충격을 받지 않았습니다. 세상에 무예 재능이 저보다 강한 사람이 많을수록 저는 더 기쁩니다."
평범한 사람인 그가 어찌 일 위에 신경 쓰지 않을까?
다만 그는 반드시 일 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진봉화는 무예 재능이 임효지보다 낮았다.
그는 앞으로 노력하여 무예를 더 깊이 이해하겠다고 결심했다.
게다가 진봉화는 중요한 말을 하지 않았다.
봉도서는 줄곧 그의 마음속에서 매우 거룩한 존재였다.
그는 봉도서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 줄곧 마음에 걸렸다.
만약 임효지가 봉도서를 도와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었다.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니 시름 놨다. 하지만 이 자식이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른다. 우리 함께 여기서 기다리자."
천극방의 영은 환하게 웃었다.
진봉화가 실패했지만 천극방의 영은 그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좋습니다. 선배님!"
시간이 조금씩 흘렀다.
많은 거물들과 진봉화가 지켜보는 가운데 진남은 고도 위에서 한 걸음씩 앞으로 걸어갔다.
세 시진 후, 그는 기묘한 대문 앞에 도착했다.
진남은 진봉화와 똑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는 손을 문 안으로 뻗어 부문, 문자, 무늬 등을 빠르게 꺼냈다.
과정은 매우 순조로웠다.
반 주 향이 탈 시간도 안 돼 진남은 기묘한 대문 안에 있던 것을 전부 꺼냈고 마지막 '명' 자 모양의 부호만 남았다.
"중요한 순간이 되었다!"
천극방의 영, 자호천존 등 거물들은 매우 긴장됐다.
진봉화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진남도 이 부호가 기묘하다고 느꼈는지 잠깐 멈췄다 다시 손을 뻗었다.
시공 전체가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진남의 팔이 문 안으로 조금씩 들어갔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지켜봤다.
진남의 손이 들어가는 동안 조용하고 아무런 이상도 일어나지 않았다.
손바닥이 신비한 부호에서 일 촌 정도 떨어진 곳까지 갔을 때 신비한 힘이 폭발해 진남의 손은 앞으로 더 나가지 못했다.
쿠웅-!
천극방의 영, 자호천존 등 거물들과 진봉화는 식해 속에 번개가 터진 것 같았다.
"……실패했나?"
모두들 표정이 어두워졌다.
'어떻게 된 거지?'
'임효지가 왜 실패했지?'
'설마 인연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인가? 하지만 임효지와 진봉화만 무예 재능이 비슷하다! 심약주재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무예 재능이 이들과 비교가 안 된다. 봉도서와 인연이 있는 사람이 어찌 다른 사람일 수 있을까?'
그들은 생각이 복잡해지고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이때, 진남이 다시 손을 뻗었다.
그는 진봉화가 겪은 과정을 중복하는 것처럼 한 번 실패했으니 다시 시도하려 했다.
거물들이 미처 정신을 차리기 전에 진남의 손바닥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빠르게 '명' 자 부문에 닿았다.
진남이 손을 뒤로 당기자 '명' 자 부문이 사라졌다.
대문 전체가 사라졌다.
"어……."
사람들은 넋을 잃고 이 광경을 바라봤다.
매우 놀라운 이상이 발생했다.
고도가 조금씩 부서지고 사라졌다.
조용히 서 있던 봉도서는 항고의 깊은 잠에서 깨어난 것 같았다.
깨끗하던 책장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와 구름 속으로 솟아올랐다.
희미하고 신비한 노랫소리가 소세계 전체에 울려 퍼졌다.
장엄하고 숙연하며 정중한 분위기가 빠른 속도로 소세계 전체를 휩쓸었다.
구름 위에 오래된 선궁이 천천히 나타났다.
잠시 후, 선궁의 진면모가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선궁은 한 층뿐이고 높이가 천여 장, 넓이가 만여 장이었다.
선궁은 붉은색 선목으로 지었고 기둥에 세상의 모든 현묘함을 표시하는 듯한 많은 글자들이 새겨졌다.
끼이익-!
굳게 닫혔던 대문이 천천히 열렸다.
희미하고 오래된 기운이 홍목선궁에서 용솟음쳐 사방으로 퍼졌다.
진남은 기묘한 힘에 끌려 대문 앞으로 왔다.
"성…… 성공했나?"
다들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천극방의 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진남은 첫 번째에 실패하고 두 번째에 성공했다.
그들은 이렇게 큰 변화가 일어날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인연이 있는 자, 들어오거라.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
늙고 쉰 목소리가 궁전 안에 울려 퍼졌다.
목소리는 몇만 년 동안 갇혔던 것 같았다.
바로 봉도서의 기영이었다!
그는 완전히 깨어났다.
"음월, 자네가 깨어난 게 맞소?"
천극방의 영은 정신을 차리고 기뻐했다.
"기…… 기영이 진짜 깨어났어?"
자호천존 등 거물들도 정신을 차렸다.
마음속의 기쁨을 뭐라고 표현할 수 없었다.
"천 형, 나요. 신경을 써줘서 고마웠소. 이자를 따라 들어오시오."
음월의 목소리에는 기쁨이 드러났다.
시공의 변화와 창상지변을 겪고 다시 깨어났을 때 지인을 만났으니 아무리 무덤덤한 사람이라도 감동할 것이었다.
"하하하, 좋소!"
천극방의 영은 크게 웃고 앞으로 걸어갔다.
자호천존 등 거물들도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뒤를 따랐다.
"선…… 선배님, 저도 함께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 저는 선배님이 찾던 인연이 있는 자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줄곧 선배님을……."
진봉화는 정신을 차리고 떠보듯 물었다.
그는 긴장하고 흥분되며 한편으로 불안했다.
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음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봉화, 당연히 들어올 수 있다. 너도 들어오거라."
진봉화는 기뻐서 말했다.
"선배님 감사합니다!"
너무 기뻐 진봉화는 음월이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걸 발견하지 못했다.
음월의 말에는 다른 뜻도 있는 것 같았다.
진남 등은 홍목선궁 안으로 들어갔다.
궁전에 들어서는 순간, 그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
선궁 안은 매우 넓었다.
양옆의 벽에는 늙은 용의 피로 만든 촛불이 천천히 타고 있었다.
불빛의 도움으로 그들은 궁전의 가운데에 있는 무늬들에서 기묘한 빛이 반짝거리는 팔괘도안을 발견했다.
그림에는 연꽃이 조용히 떠 있었다.
그림 속 연꽃은 평범한 연꽃들과 달랐다.
연꽃의 꽃잎은 청색, 파란색, 보라색 세 개이고 선명한 무늬가 있었다.
연꽃의 뿌리는 이미 시커메졌고 살기를 풍겼다.
꽃잎에서 풍기는 생기와 선명히 대비되었다.
"응? 음월, 자네……."
천극방의 영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천 형, 나중에 다시 말합시다. 인연이 있는 자, 너는 이름이 무엇이냐?"
음월은 진남에게 물었다.
"저는 임효지라고 합니다."
진남은 빠르게 공수했다.
"임효지, 임효지라……."
음월은 몇 번 중얼거리고 가볍게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임 도우, 나를 깊은 잠에서 깨워줘서 고맙다. 나는 또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 도와줄 수 있겠느냐?"
진남은 생각도 하지 않고 말했다.
"선배님, 편히 말씀하십시오.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 거절하지 않겠습니다."
진남도 바보가 아니었다.
연꽃의 상황과 천극방의 영이 놀라는 것을 보고 그는 짐작 가는 것이 있었다.
"허허, 사실 아주 간단하다. 네 손바닥을 이 비석 위에 얹으면 된다."
음월이 살짝 웃자 세 개의 꽃잎은 빛을 뿜었다.
청색, 파란색, 보라색 빛이 한데 모이고 얼마 안 돼 높이가 열 장, 넓이가 한 장이고 여러 가지 무늬가 가득한 비석이 천천히 나타났다.
"알겠습니다."
진남은 더 묻지 않고 앞으로 걸어가 비석 위에 손을 올렸다.
묘한 느낌이 진남을 덮었다.
진남은 깊이 빠져들었다.
궁전 안의 모든 것이 그와 단절되었다.
"음월, 자네……."
천극방의 영은 어두운 표정으로 세 개의 꽃잎을 바라보았다.
"천 형, 자네가 본 것처럼 나는 오래지 않아 혼백이 흩어질 것이오."
음월은 말했다.
"뭐라고요?"
진봉화, 자호천존 등 거물들은 크게 놀랐다.
'봉도서의 기영이 죽는다고?'
"자네를 도울 방법이 뭐요?"
천극방의 영은 낮게 말했다.
"천 형, 나는 근원의 힘이 상처를 입은 거라 방법이 없소. 운명이니 슬퍼하지 마시오."
음월은 담담하게 말했다.
"게다가 나는 그동안 이미 그 공법의 총강을 만들었소. 때문에, 미련이 없소."
진봉화는 어안이 벙벙했다.
'공법의 총강? 무슨 공법이지?'
진봉화가 궁금해할 때 빛이 그에게 떨어졌다.
"진봉화, 너는 나의 공법과 인연이 있는 자는 아니다. 하지만 너는 나와 인연이 있는 자이다. 이것이 바로 네가 아홉 개의 별이 강림하는 이상을 일으킬 수 있고 그 문을 보게 된 이유이다."
음월은 정색하고 말했다.
"공법의 총강을 임 도우에게 전수한 후 나는 완전히 죽을 것이다. 하지만 봉도서는 기영이 없다면 큰 상처를 입고 십 년도 안 돼 도기로 될 것이다.
너에게 묻겠다. 내 뒤를 이어 봉도서의 기영이 되겠느냐?"
사람들은 경악했다.
"기…… 기영이요? 제가요?"
진봉화는 자신을 가리키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너다. 너만이 내 뒤를 이어 봉도서의 기영이 될 수 있다."
음월은 말했다.
"걱정할 것 없다. 봉도서의 기영이 되어도 자유를 잃지 않는다. 계속 수련할 수 있고 너의 무도를 탐구할 수 있다. 하지만 기영이 되면 어느 정도 구속은 받을 것이다.
숨김없이 다 말해주겠다. 봉도서의 기영이 되면 나를 대신해 내가 완성하지 못한 소원을 완성해야 한다. 임효지를 도와 함께 공법을 완성해야 한다."
말이 끝나자 삼색 연꽃에서 선기가 뿜어져 나와 청년으로 변했다.
청년은 평범하게 생겼지만, 눈빛이 범상치 않았다.
그가 눈을 마주치자 진봉화는 마치 하늘의 별을 본 것처럼 마음이 떨렸다.
옆에 있던 천극방은 창백해진 청년의 얼굴을 보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극방의 영은 빠르게 기분을 숨겼다.
그는 자신의 벗을 잘 알았다.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그는 슬퍼하면 안 되었다.
"진봉화, 기영이 되겠느냐?"
음월은 천천히 물었다.
대전 안의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천극방의 영, 자호천존 등 거물들은 조용히 보기만 하고 입장을 표시하지 않았다.
봉도서의 기영을 전수하는 일은 정해진 것이고 신성한 것이라 방해를 하면 안 되었다.
"선배님, 저는 철이 들어서부터 재능이 평범하다고 온갖 무시를 받고 벗도 사귀지 못했습니다. 저는 세상을 증오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저는 제 인생에서 첫 번째 무예인 조술(祖術)을 수련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새로운 세상에 들어왔습니다.
저는 무예들이 갖고 있는 진리와 변화에 깊게 빠지고 전에 없던 기쁨을 느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말고 천천히 수련했습니다. 저는 여러 가지 무예를 체험하고 무예에 깃든 이야기와 뒷이야기를 통해 배움을 얻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이 세상에 무도지보인 봉도서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언젠가 봉도서를 직접 만나고 무예에 대한 봉도서의 이해를 느껴보고 싶다는 원대한 목표가 생겼습니다.
솔직히 말해 저는 수련에 별 관심이 없고 싸우는 건 더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가 경지를 돌파하는 이유는 더 높은 단계의 무예를 이해하고 더 강한 무예와 공법을 접촉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오늘 선배님께서 저더러 봉도서의 기영이 되라고 하셨습니다. 무도의 진리를 보고 세상의 많은 공법을 볼 기회를 주셨는데 제가 어찌 거절하겠습니까?"
진봉화는 천천히 말했다.
마지막에 그의 눈에 빛이 돌았다.
그는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