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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313화 (1,313/1,498)

1313화 매우 실망했소

세상이 조금씩 조용해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사방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진봉화는 자신의 평온한 숨소리와 심장박동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그는 매우 평온했고 아무런 잡생각이 없었다.

진봉화는 손을 뻗어 기이한 대문을 만졌으나 실체가 만져지지 않고 오히려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문을 이룬 빛과 부호와 문자들은 실체가 없었다.

진봉화는 무언가 느끼고 빛, 부호, 문자들을 조금씩 꺼냈다.

얼마 안 돼 대문은 형태가 사라졌다.

진봉화는 신비한 깊은 곳에서 희미한 생명의 파동을 느꼈다.

진봉화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전에 어디선가 본 적 있는 것처럼 이 파동이 매우 익숙했다.

"거의 끝난다!"

자호천존 등 거물들은 저도 모르게 마음이 세게 흔들렸다.

진봉화는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계속 꺼냈다.

열 개.

여덟 개.

세 개.

대문은 완전히 사라지고 마지막 문자만 남았다.

문자는 글자체가 매우 난잡했다.

진봉화는 문자의 대략적인 윤곽을 보고 명 자라고 판단했다.

진봉화는 좀 전처럼 계속 손을 뻗어 잡으려 했다.

그의 손바닥이 '명' 자를 잡는 순간 보이지 않는 저항력이 나타났다.

"응?"

진봉화는 어리둥절했다.

'마지막 글자에 천기가 있나?'

그는 행동을 멈추고 잠깐 생각하더니 체내에 조금 남은 선력을 드러내 손바닥을 감고 계속 명을 잡으려 했다.

손바닥이 '명' 자와 몇 촌밖에 안 되는 곳까지 갔으나 보이지 않는 저항력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더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쿠웅-!

소세계 전체에 천지를 흔드는 폭발음이 울려 퍼지고 전에 드러났던 태고이상들과 빛, 문자들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자호천존 등 거물들은 웅웅 하는 소리가 들리고 눈앞의 모든 것이 어두워지는 걸 느꼈다.

"어떻게 된 거지?"

거물들은 안색이 변하더니 망설이지 않고 체내의 엄청난 힘을 움직여 동술을 드러내 최고로 움직였다.

하지만 그들의 눈앞은 여전히 시커멨다.

어둠은 약 열 개 셀 동안 지속되고 빠르게 사라졌다.

모든 것이 원 상태를 회복한 후 자호천존 등 거물들은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눈을 찌푸렸다.

"어……."

마지막 문자만 남은 대문은 다시 원상태를 회복했다.

피투성이가 된 진봉화는 봉도서에게 쫓겨난 것처럼 대문 앞이 아니라 벼랑 끝에 서 있었다.

우르릉-!

자호천존 등 거물들의 머릿속에 엄청난 폭발음이 다시 울려 퍼졌다.

폭발음은 좀 전보다 더 강해 그들은 몸이 살짝 떨렸다.

'진봉화가 실패했어?'

* * *

같은 시각, 제이십일소선역.

화선지, 지급 구역의 저수지 밑 깊은 곳에 있는 독립적인 선궁 안.

진남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체내의 규칙지력을 전부 드러내 사방의 깨끗한 힘과 의지를 전부 체내에 빨아들였다.

화선지는 폐관하고 수련하기 아주 좋았다.

잠깐 사이에 진남은 몸이 따뜻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대로라면 일 년이 아니라 반년이라도 그는 주재정상의 경지로 돌파할 수 있었다.

"응?"

진남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두 눈을 번쩍 뜨더니 동허지동을 움직여 위를 바라봤다.

위쪽의 저수지는 평소와 별 차이가 없었지만, 진남의 방대한 동력과 느낌은 그와 만 리 떨어진 곳에 서른여 개의 이상한 움직임을 발견했다.

한두 개라면 진남은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지만 적지 않은 양이라 그는 망설이지 않고 체내의 힘을 폭발했다.

그의 앞쪽에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누구냐!"

저수지가 출렁거렸다.

"공격하거라!"

외침이 허공에 울려 퍼졌다.

서른여 개의 방대한 기세가 하늘로 솟아오르고 삼십여 명의 형상들이 저수지에서 떠올랐다.

'강자가 이렇게 많다고?'

진남은 눈을 찌푸렸다.

삼십여 명 중에 스물세 명은 주재 경지에 도달했고 여섯 명은 주재정상에 도달했다.

나머지는 정상지존이었다.

"현룡곤천대진(玄龍坤天大陣)!"

삼십여 명의 형상들은 일제히 소리치며 빠르게 법인을 만들었다.

그들의 등 뒤에 옅은 파란색의 용 기둥이 하늘로 솟아올라 엄청난 속도로 진남의 부근에 떨어졌다.

크라아아아-!

용 기둥들이 모두 떨어지자 태고의 용들이 포효했다.

용 형상들이 가득 나타나 진남의 위쪽에서 헤엄쳤다.

"가두는 힘이 진짜 강하구나!"

진남은 눈빛이 긴장됐다.

상고의 대진일 뿐만 아니라 용 기둥들은 상고의 도기들이었다.

이렇게 많은 주재와 지존들이 동시에 최고로 움직였으니 가두는 힘이 보통 강한 것이 아니었다.

진남의 전력으로는 짧은 시간에 깨기 어려웠다.

이들은 미리 준비를 했던 게 분명했다.

진남은 빠르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담담한 표정으로 이들을 바라봤다.

"삼양도통, 지금 뭐 하려는 거요?"

이렇게 세력이 큰 걸 보아 삼양도통의 사람인 게 분명했다.

삼양도통의 장로 등급의 존재들일 것이었다.

진남은 자신이 언제 삼양도통과 원한을 맺었는지 생각나지 않았다.

"하하, 임효지 도우는 무예 재능이 강하고 천극방 서열도 높아 앞날이 창창할 것이다. 하지만 아쉽구나. 너는 죄를 많이 지어 우리가 너를 혼내주려 한다.

검하 선배님이 우리 삼양도통에 가입한 걸 모르지?"

맨 앞에 선 홍엽 장로는 호탕하게 웃었다.

"검하 선배님?"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누구지?'

"잠깐, 설마……. 그 황보 아무개의 아버지 검하천존?"

진남은 물었다.

"임효지, 진짜 너무하구나. 검하 선배님의 아들을 죽이고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느냐!"

홍엽 장로는 표정이 싸늘해졌다.

진남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깨달았다.

이 모든 건 그들에게 길을 안내하던 천선 경지의 조충 때문이었다.

조충이 그의 신분을 알고 삼양도통에 알려 검하천존을 움직인 것이었다.

'방심했구나!'

진남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는 조충이 이상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마음대로 하게 해서 시끄럽게 된 것이었다.

"여러분 함께 공격합시다! 명심하시오. 이자에게 중상을 입혀 천지옥에 가두면 되오. 절대 이자를 죽이지 마시오."

홍엽 장로는 말했다.

"알겠소!"

다른 장로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쿠쿠쿠쿵-!

사람들이 여러 가지 술법을 드러내 함께 공격했다.

마치 태고의 용이 진남을 덮치는 것처럼 기세가 천지를 덮고 살기가 엄청났다.

진남은 표정이 날카로워지고 등 뒤에 상마지계를 드러내 가장 먼저 날아온 살기들을 전부 삼켰다.

다음 순간 그는 과천일격을 드러내 다른 편에 나타나 나머지 살기들을 전부 피했다.

'사람이 너무 많다!'

진남은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

이곳을 가둔 대진이 얼마나 강한가를 떠나 앞에 있는 주재 강자들이 너무 많아 그는 이들을 상대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도망치는 건 어림도 없었다.

"멈추시오!"

이때, 멀리서 외침이 들려왔다.

명초노조와 계현이 엄청난 기세를 풍기며 빠르게 날아왔다.

그들은 이곳의 파동에 크게 놀란 게 분명했다.

"자네들 간이 부었군! 우리는 수련하러 이곳으로 왔소. 그런데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공격하는 거요?

이 일이 소문 나면 삼양도통은 구천선역의 무인들의 웃음거리가 될 거요. 그따위는 두렵지도 않은가 보오?"

명초노조는 호되게 소리쳤다.

"자네들은 임효지의 일행이오?"

홍엽 장로는 신경 쓰지 않고 되물었다.

조충은 임효지가 세 명과 함께 왔다고 했었다.

홍엽 장로는 임효지를 잡을 생각만 하고 나머지 세 명을 함께 잡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스스로 찾아왔으니 절대 봐줄 수 없었다.

"왜? 우리도 공격할 거요?"

명초노조는 싸늘하게 한마디하고 진남에게 전음했다.

"걱정하지 말거라. 나는 다섯 개의 화선영을 얻을 때 한 가지 물건을 더 얻었다. 이들을 상대할 수 있다."

말을 마친 후 명초노조는 진남이 말하기 전에 기이한 모양의 영패를 꺼내 신념을 전하고 홍엽 장로 등을 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내 오늘 삼양도통이 규칙이 없는 곳이 맞는지 보겠소!"

계현도 콧방귀를 뀌었다.

"그렇게 하시겠소?"

홍엽 장로 등은 저도 모르게 눈썹을 추켜세웠다.

'이자가 사람을 불렀나?'

"좀 전에 누가 무문영(無門令)을 썼소?"

위엄 있는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흰색 두루마기를 입고 허리에 선옥을 달고 긴 머리카락이 어깨까지 드리운 품위 있는 중년 사내가 멀리서 날아왔다.

전과 달리 그는 조급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홍엽 장로 등은 의아했다.

그들은 상대방이 그를 불렀을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풍(風) 장로를 뵙습니다."

홍엽 장로 등 장로들은 살기를 거두고 공수했다.

중년 사내는 삼양도통의 삼 대 부장로 중 한 명인 풍옥도인(風玉道人)이었다.

이자는 경지가 주재정상에 도달했고 무예 재능이 매우 대단했다.

풍옥도인은 전임 장로의 제자이고 현임 장로와 다른 태상장로의 중시를 받았고 다음번 장로가 될 가능성이 컸다.

"어? 자네들 전부 여기 있소? 어떻게 된 거요?"

풍옥도인은 장로들을 둘러보고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급히 오다 보니 이곳의 기운이 혼란스럽다는 것만 느끼고 제대로 관찰하지 못했었는데 자세히 보니 장면이 엄청났다.

이런 일이 화선지에 일어나다니 놀라웠다.

"풍 장로, 내가 무문영을 썼소."

명초노조는 자리에서 일어나 공수했다.

"자네요? 무문영을 나에게 주겠소?"

풍옥도인은 서둘러 물었다.

명초노조는 바로 영패를 건넸다.

"드디어 무문영을 가졌구나."

풍옥도인은 옛 생각에 잠겨 감탄했다.

"말하시오. 무슨 일이요? 내가 도울 수 있는 거라면 절대 거절하지 않겠소."

풍옥도인은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영패를 저장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풍 장로, 나는 삼양도통에 매우 실망했소. 나와 나의 벗은 화선영을 가지고 이곳에 수련하러 왔소. 그런데 왜 삼양도통의 장로들이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우리를 협공하는 거요?"

명초노조는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일이 있었소? 홍엽, 어떻게 된 거요!"

풍옥도인은 싸늘한 표정으로 사납게 외쳤다.

"풍 장로, 오해하지 마시오. 이 청년은 임효지요. 이자는 검하천존 선배님의 아들을 죽였소……."

홍엽 장로는 당황하지 않고 공수했다.

"아차!"

명초노조와 계현은 깜짝 놀라 진남을 바라봤다.

그들은 진남과 이들 사이의 원한이 별로 크지 않다고 생각했고 이렇게 큰일일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명초 선배님, 선배님께서 너무 서두르셔서 미처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진남은 난감했다.

이렇게 큰일은 삼양도통의 장로를 찾아도 소용없을 것이기에 그는 명초노조를 말리려 했었다.

'후, 용도 선배님께 전음하자!'

진남은 빠르게 저장주머니에서 영패를 찾아 신념을 전했다.

일이 커졌으니 용도천존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소?"

풍옥도인은 눈썹을 잔뜩 찌푸렸다.

검하천존과 연관되고 또 그자의 아들을 죽였으니 처리하기 쉽지 않았다.

일반적인 관계라면 그는 망설이지 않고 거절했을 것이지만 무문영은 그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약속과 연관 있었다.

* * *

같은 시각, 성천무교, 신비한 곳.

천지가 다시 조용해졌다.

매우 신비하고 현묘한 봉도서가 오래된 골짜기에 조용히 있었고 신비하고 기이한 대문이 허공에서 옅은 금색 빛을 반짝거렸다.

이번의 조용함은 지난번의 조용함과 완전히 달랐다.

진봉화는 숨소리는 물론 심장이 뛰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몸이 아팠지만, 그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

실망?

괴로움?

슬픔?

어느 것도 아니었다.

방금 방대한 힘에 밀리는 순간 그는 전에 없던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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