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1309화 (1,309/1,498)

1309화 미래를 바꿔야 한다

같은 시각, 신비한 대문 앞.

진남은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

그는 미소를 짓고 천천히 걸음을 옮겨 글자들을 전부 손바닥에 움켜쥐었다.

그는 아무런 압력도 받지 않고 마음이 전에 없이 홀가분했다.

그가 갖고 있는 건 평생 모은 무도뿐이었다.

사람은 평생을 살면서 자신을 제대로 아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진남은 자신을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지만, 자신의 무도를 깨우치고 있다는 것만은 매우 명확했다.

이번 관문의 심사는 그에게 심사가 아니라 커다란 기연이었다.

이런 기연은 그가 후세에서 평생 만날 수 없는 것이었다.

진남은 앞으로 걸어가 글자들을 모두 잡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진남은 가득하던 글자들을 전부 잡았고 마지막 열 개만 남았다.

여덟 개.

네 개.

진남이 마지막 한 개를 잡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청동 대문이 크게 떨리고 금이 가기 시작했다.

마지막에 금이 대문 전체에 퍼졌다.

대문은 부서지지 않았지만 마치 살짝 밀기만 해도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도우, 축하한다."

쉰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선배님 고맙습니다."

진남은 허공에 인사를 했다.

그는 아직까지도 쉰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몰랐다.

'이 문 뒤는 어떤 세상일까?'

진남은 생각하며 대문 앞으로 걸어가 살짝 밀었다.

순간, 위엄 있고 신비한 힘이 강림해 그를 감싸고 그는 꼼짝할 수 없었다.

"이건……."

진남은 눈을 찌푸렸다.

'시공지력? 시공지력이 나를 방해하는 건가?'

'설마 이번 심사의 마지막 관문이 되었나?'

진남의 식해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성천력, 이천삼 년, 성천무교 만세무회, 승자, 진봉화.

다른 사람일 리 없었다.

역사는 바꿀 수 없었다.

"왜 멈췄느냐?"

쉰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신비하고 희미한 형상은 진남이 멈춘 걸 발견했다.

"선배님, 저는 대문을 열 수 없습니다."

진남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무엇 때문이냐? 너는 이미 봉……. 그것의 인정을 받았다. 다른 건 필요 없고 살짝 밀기만 해도 대문이 부서질 것이다."

쉰 목소리는 이해되지 않았다.

진남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심사를 통과한 걸 내가 어찌 모를까? 살짝 밀면 된다는 걸 어찌 모를까? 하지만 내가 시공의 흐름을 거스를 수 있을까?'

"선배님, 이유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저는 여기서 멈춰야 합니다. 나중에 인연이 되면 다시 만납시다."

진남은 인사를 하고 돌아서 뒤로 걸어갔다.

신비한 형상은 이 광경을 보고 넋을 잃었다.

그는 진남이 이렇게 갈 줄 꿈도 꾸지 못했다.

"도우!"

쉰 목소리는 강하게 말했다.

"지금 만세무회의 다섯 번째 관문의 심사 중이라는 걸 아느냐? 이것이 마지막 관문이라는 걸 아느냐?

전례를 깨고 말해주겠다. 너는 이 문을 열면 만세무회의 일 위를 할 수 있다. 일 위를 하면 뭘 얻을 수 있는지는 내가 말할 필요 없겠지?

너는 여러 가지 심사를 통과하고 어렵게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포기하려는 거냐?"

마지막 말을 할 때 쉰 목소리는 말투가 매우 사나웠다.

진남은 몸을 흠칫했다.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역시 내 생각대로 마지막이 되었구나.'

진남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주먹을 펴고 돌아서 인사를 한 후 떠나갔다.

그는 시커먼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 *

같은 시각, 소무상계.

천극방의 영, 자호천존, 심약주재 등 거물들과 선성의 많은 무인들은 하늘에 펼쳐진 광경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들은 아홉 개의 별이 강림하는 이상이 곧 나타날 것이라는 걸 잘 알았다.

또 임효지가 일 위가 되어 온갖 영광을 누릴 것이라는 것도 잘 알았다.

이때, 소무상계 위쪽의 어둠이 밀물처럼 사방으로 물러가고 세상은 다시 환해졌다.

아홉 마리의 자금색 새와 일월동광, 천지대동요 등 사라졌던 이상들이 다시 나타났다.

묘한 고요함이 깨졌다.

"이건……. 어떻게 된 거지?"

천극방의 영, 자호천존, 심약주재 등 거물들과 선성의 많은 무인들은 넋을 잃었다.

'아홉 개의 별이 강림하는 이상이 나타나야 하지 않나? 왜 전부 사라졌지?'

"역시!"

명초노조만 이 광경을 보고 깨달았다.

"설마……."

옆에 있던 고비와 계현은 노조가 탄식하는 걸 듣더니 매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들의 예감을 증명하려는 듯 오른쪽 세 번째 화도산 정상 위에 있던 진남은 천천히 눈을 떴다.

진남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또 멀지 않은 곳에서 이변을 일으키는 진봉화를 보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화도산을 떠나 선성으로 날아갔다.

"임효지, 어떻게 된 거냐? 아홉 개의 별이 강림하는 이상을 일으킬 수 있지 않았느냐?"

천극방의 영, 자호천존, 심약주재 등 거물들은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진남의 앞으로 날아가 진남을 둘러싸고 빠르게 물었다.

"아홉 개의 별이 강림하는 이상이요?"

진남은 어리둥절하더니 깨닫고 설명했다.

"선배님들 저는 중요한 순간에 돌파하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아홉 개의 별이 강림하는 이상을 일으키지 못했습니다."

천극방의 영은 어안이 벙벙해 물었다.

"실패했단 말이냐?"

진남이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본 천극방의 영은 정신을 차리고 진남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실망하지 말거라. 너는 이미 아주 잘했다. 너는 무예 재능이 심약보다 더 강하다."

심약주재는 웃으며 말했다.

"맞다. 임효지, 너의 무예 재능은 나보다 더 강하다. 그 네 명의 수준에 도달했다."

진남은 말했다.

"네, 저는 괜찮습니다. 벗이 기다리고 있어서 저는 먼저 가겠습니다."

말을 마친 후 그는 선성으로 날아갔다.

천극방의 영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감탄했다.

"의외요. 마지막까지 갔는데 실패하다니. 저자는 무예 재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봉도서와 인연이 없는 것 같소."

자호천존 등 거물들도 감탄했다.

"맞소, 저자는 전에 진봉화를 초월했었소."

"아쉽소. 이번에 두 명 모두 아홉 개의 별이 강림하는 이상을 일으킬 수 있을 줄 알았소."

천극방의 영은 거물들을 힐끗 보더니 또 심약주재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어떠냐? 아직도 진봉화에게 승복하지 못하겠느냐? 이번 만세무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일 위는 그자의 것이었다. 너희들은 그자를 이길 수 없다."

심약주재는 입을 삐죽거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진짜 진봉화에게 승복했다.

* * *

그 시각, 선성.

무인들도 정신을 차렸다.

"임효지가 실패했어?"

"젠장, 거기까지 갔는데 실패했단 말이야?"

"아홉 개의 별이 강림하는 이상은 이토록 일으키기 어렵나?"

"진봉화는 이상을 일으킬 수 있을까?"

성안은 시끌벅적했다.

사람들은 아쉬웠지만, 걱정이 더 컸다.

그들은 진봉화를 잘 알지 못했지만 무엇 때문인지 진봉화가 이상을 일으키기를 바랐다.

진남은 빠르게 고비와 계현의 옆으로 날아갔다.

고비가 슉 하고 진남의 어깨로 뛰어올라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임 형, 너무 강했소. 심약주재조차 자네에게 눌렸소. 자네의 무예 재능은 대상계에서 십 위 안에 들 것이오!"

계현도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맞소, 임 형, 자네 이번에 진짜 돋보였소! 이제부터 나는 밖에서 내가 임효지의 형제라고 큰소리칠 수 있겠소!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소."

진남은 울상을 하고 말했다.

"그만하시오. 나에게 아부를 떠는 걸 내가 모를 것 같소? 걱정하지 마시오. 나는 괜찮소. 일부러 나를 위안할 필요 없소."

계현은 고개를 젓고 진남의 두 눈을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임 형, 오해하지 마시오. 자네에게 아부를 떠는 것이 아니오. 자네 진짜 대단했소.

너무 압력을 받지 마시오. 가끔씩 아래를 내려다보면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소."

진남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현의 어깨를 쳤다.

* * *

이때, 성안이 시끄러워졌다.

"보시오!"

"진봉화도 임효지와 같은 상황이요!"

"진봉화가 이상을 일으킬 수 있을지 모르겠소!"

진남 등도 말소리를 듣고 저도 모르게 바라봤다.

진봉화의 등 뒤의 형상들이 진남의 등 뒤에 나타났던 형상들처럼 부서지고 백만 개가 되는 오래된 글자로 변해 세상에 떨어졌다.

세상은 다시 기이할 정도로 조용해졌다.

소무상계도 다시 어둠이 깔리고 세상은 빛이 없이 시커메졌다.

"이상이 일어날 것 같소!"

천극방의 영, 자호천존 등 거물들도 숨을 죽이고 집중했다.

임효지가 실패한 걸 본 그들은 불안했다.

시간이 느려진 것 같았다.

지금의 잠깐은 평소에 천 개를 셀 정도와 비슷했다.

시간이 꽤 흐른 후에야 무인들은 끝없는 어둠의 끝에 첫 번째 별빛이 나타난 걸 발견했다.

"나타났다!"

모두들 마음이 세게 흔들렸다.

첫 번째 별빛을 본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이어 두 번째 별빛, 세 번째 별빛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속도가 느렸지만, 별빛이 많아질수록 나타나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백 개 셀 시간이 지난 후 소무상계의 하늘은 반짝반짝 빛났다.

부드러운 빛이 땅을 비추고 무인들을 비추었다.

사람들은 모두 착각이 들었다.

그들은 소세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넓은 은하수로 끌려와 대상계의 모든 별을 보는 것 같았다.

쿠웅-!

엄청난 폭발음이 대상계에 울려 퍼졌다.

매우 신비하고 오래된 책이 세상에 나타나고 눈부신 빛들이 뿜어져 나와 선성으로 날아왔다.

빛들은 허공에서 신비하고 오래된 부호로 변해 무인들의 체내에 들어갔다.

무인들은 시끌벅적했다.

"성공했다!"

"진봉화가 성공했다!"

"하하하, 저자가 해냈다!"

"만세무회의 일 위다, 저자는 만세무회의 일 위다."

외침과 동시에 울려 퍼지고 하늘 높이 솟구쳤다.

"하하하하!"

천극방의 영, 자호천존 등 거물들도 참지 못하고 큰소리로 웃었다.

그들은 드디어 시름을 놓았다.

이번의 만세무회에서 누가 일 위를 하는가는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진남만 세상이 고요하게 느껴졌다.

그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머나먼 첫 번째 화도산 위에 있는 진봉화밖에 보이지 않았다.

진봉화는 눈부셨고 온갖 영예를 한 몸에 받았다.

이번 만세무회가 끝난 후 진봉화의 이름은 대상계 전체에 알려지고 많은 이들의 감탄을 자아낼 것이었다.

진남은 영예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시합에서 다른 사람과 싸우면서 피가 들끓는 과정을 즐겼다.

적이 없다면 기쁠까?

적이 없다면 재미없고 고독할 것이었다.

적이 없다는 것 때문에 느낄 수 있는 성취감과 긍지는 아마 무적이 된 그 순간 일 것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을 위해 많은 이들이 모여들었다.

'나는……. 한 번 졌다고 봐야 하나?'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나도 참, 이번 만세무회의 일 위가 진봉화라는 걸 알면서 이 문제를 고민하다니."

진남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예전의 무식한 진남이 아니었기에 빠르게 기분을 조절했다.

"나는 과거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바꿔야 한다."

진남은 중얼거렸다.

그의 두 눈에 불꽃이 타올랐다.

그 시각, 소무상계 전체는 흥분과 기쁨에 잠겼다.

줄곧 두 눈을 꼭 감고 있던 진봉화도 천천히 눈을 떴다.

눈앞의 광경에 그는 정신이 얼떨떨했다.

오랫동안의 고통이 이제야 진정한 가치를 찾은 것 같았다.

그의 아버지, 그를 배신한 형제, 그를 사랑하는 여인…….

이제부터 그의 운명은 완전히 바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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