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6화 천지대동요를 일으킬 징조
붉은빛이 번쩍거리고 번졌다.
한참이 지나 드디어 우렁찬 새소리들이 하늘을 갈랐다.
진봉화, 심약주재, 진남의 등 뒤로 방대하고 깃털 등이 자금색으로 변한 진짜 금오처럼 실체를 갖춘 이상이 나타났다.
잠시 후, 스물일곱 마리의 자금색 금오들이 하늘에서 날아다니며 패기를 드러냈다.
하늘 가득 물들었던 붉은 빛은 자금색으로 덮였다.
다른 화도산의 금오 이상들은 힘을 잃고 빛을 잃었다.
스물일곱 마리의 자금색 금오는 천지의 왕인 것 같았다.
아무것도 그들과 비교할 수 없었다.
"이것은……."
선성의 무인들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충격을 금치 못했다.
아홉 마리의 금오가 동시에 나타나고 이상이 실체를 갖추었다.
단숨에 아홉 마리의 금오가 나타난 것은 금오 이상의 최고봉이었다.
만세무회에서 서열 삼 위에 든 자들 중 이런 이상을 불러올 수 있는 자들은 매우 드물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 사람이 아닌 세 사람 모두 엄청난 이상을 불러온 것이었다.
'세 사람의 무예 재능이 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좋다, 좋다, 아주 좋다!"
자호천존은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무척 기뻤다.
이런 상황을 그는 예상했지만 확신할 수 없었다.
진봉화는 한 번에 아홉 마리의 자금색 금오를 불러올 게 분명했다.
하지만 심약주재와 임효지는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허허, 몇 년 동안 심약은 여러 방면에서 많이 강해졌소. 그의 무예 재능도 전보다 훨씬 강해졌소."
자호천존의 옆에 한 청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청년은 기분이 좋아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바로 천극방의 영이었다.
"그런데 저 녀석의 무예 재능이 이 정도일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소."
천극방의 영은 진남을 바라보며 고민했다.
'임효지를 키우는 데 힘을 들여야 할까?'
"천 형, 임효지 때문에 많이 놀랐소. 저 아이도 키워보는 게 어떻소?"
자호천존은 진남이 마음에 들었다.
"생각해보시오. 천궁에서 온 자이니 신분이 비범하오. 그리고 성장해서 언젠가 그 족쇄를 뚫을 수 있다면……."
천극방의 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말이 일리가 있소. 저 녀석의 성품이 어떤지 자세히 살펴보겠소."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진봉화, 심약주재, 진남의 등 뒤에 있던 이상들이 더 놀라운 변화를 일으켰다.
방원 몇백만 리의 하늘이 어두워졌다.
셋이 앉은 화도산은 소세계의 시작점인 것처럼 바람이 용솟음쳤다.
바람이 천지에 휘몰아치고 자금색 금오들은 힘을 얻은 것처럼 힘이 나서 소리를 지르고 날개를 펄럭거렸다.
금오들의 날갯짓에 세상의 모든 것들이 변했다.
"풍운변환!"
"풍운변환 이상이 생겼다!"
"다음은 일월동광이다. 저들 셋은 일월동광 이상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즉, 세 개의 태양과 세 개의 달이 동시에 나타나 세상을 비출 것이다."
"다른 무인들이 참 운도 없구나. 하필 저자들을 만나다니!"
산성의 무인들은 감탄했다.
"왜 운이 없다고 하느냐? 강하기만 하면 어느 만세무회에 있든지 가장 빛나는 자가 될 것이다. 저자들과 같은 무회에 참가했으면 차이를 볼 수 있고 자신의 목표를 명확히 할 수 있다. 심지어 이야깃거리가 될 수도 있다."
나이가 든 무인은 호된 말투로 말했다.
"선배님 말씀이 맞습니다."
감탄하던 무인들은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 인사를 했다.
천극방의 영은 무언가 생각나서 말했다.
"사람들에게 이번 심사의 비밀을 알려줘야 하지 않소?"
자호천존은 이마를 탁- 쳤다.
"하마터면 잊어먹을 뻔했소."
천극방의 영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점점 신경을 쓰지 않는구먼……. 됐소. 이번에는 내가 직접 설명하겠소."
말을 마친 천극방의 영은 휙 날아서 선성의 위쪽에 나타났다.
"도우들, 오랜만이다."
천극방의 영은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했다.
목소리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성 전체에 울려 퍼졌다.
"누구지?"
"천극방의 영인가?"
"뭐? 전설 속의 천극방?"
무인들은 저도 몰래 고개를 들고 살폈다.
천극방의 신분은 이내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사람들은 믿을 수 없었다.
그들 대부분은 천극방을 본 적이 없었다.
"선배님께 인사드립니다."
주재 강자들이 먼저 반응하고 인사를 했다.
다른 무인들도 따라서 인사를 했다.
"됐다. 쓸데없는 인사치레는 하지 않아도 된다."
천극방의 영은 손을 흔들고 웃으며 말했다.
"너희들에게 이번의 다섯 번째 심사가 다른 때와 다르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내가 왔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번 만세무회를 주의 깊게 봤다. 다른 때와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에 세 천재가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성천무교의 지보인 봉도서도 참여했다.
천극방의 영은 놀라운 말을 했다.
선성의 무인들은 귀를 의심했다.
무인들은 봉도서가 어떤 존재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성천무교가 만세무회의 다섯 번째 심사에 지보를 내놓기도 했지만 봉도서를 내놓은 적은 없었다.
성천무교는 창립 이래 공개적으로 봉도서를 사용한 적이 없었다.
거물들은 호화로운 선물로 봉도서를 빌리려고 시도했지만, 매번 거절을 당했다.
대상계에서 봉도서를 본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이번 다섯 번째 심사에는 천극방의 영이 직접 나타나고 봉도서도 사용했다. 무슨 변화가 생긴 것일까?'
주재정상들은 무언가 생각이 나서 헛숨을 들이켰다.
이런 변화는 엄청난 것이었다.
"도우들은 화도산에서 무예 재능을 심사할 때 처음에 아홉 가지 금오가 나타나고 다음에 풍운변화가 생기고 그다음에 일월동광이 나타나는 것을 잘 알 거다.
이번 심사에서 일월동광이 나타나고 봉도서의 인정을 받으면 천지대동요 이상을 얻을 수 있다. 봉도서에게 더 많은 인정을 받으면 상고 전설에 존재하던 아홉 개의 별이 세상에 강림하는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
도우들도 이제 알았을 거다. 이번 심사에서 봉도서의 인정을 가장 많이 받는 자가 만세무회의 일 위를 차지할 수 있다."
천극방의 영은 웃으며 말했다.
"참, 한 가지 일이 더 있다. 저들 셋……. 아니, 심사에 참가하는 무인들 중 봉도서의 인정을 받는 자가 있으면 천지대동요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면 봉도서에서 힘이 뿜어져 소무상계를 휩쓴다. 심사에 참가하지 않은 무인들도 꽤 많은 이득을 볼 수 있다.
대동요 이상을 일으키는 무인이 많을수록 봉도서가 뿜어내는 힘이 더 강해지고 도우들도 더 많은 이득을 볼 수 있다."
천지가 조용해졌다.
"도우들, 좋은 소식이 아니냐?"
천극방의 영은 한참이 지나도 호응하는 사람이 없자 의아해서 물었다.
쿵-!
선성의 무인들은 이제야 반응했다.
"봉도서가 뿜는 힘이라니!"
"이건 큰 기연이다!"
"저 무인들 중 진봉화, 임효지, 심약주재는 천지대동요 이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셋 다 일으킬 수도 있지!"
선성은 순식간에 열기를 띠고 소리가 하늘을 진동했다.
무인들은 모두 흥분했다.
그들은 구경만 하고 있었는데 봉도서의 기연을 얻을 기회가 생겼다.
봉도서의 기연은 작았지만,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뜨거운 분위기와 주목하는 많은 사람들의 기다림 속에 한 시진이 지났다.
진봉화, 심약주재, 진남이 일으킨 이상에 변화가 일어났다.
무상소세계의 동쪽 끝에 세 개의 태양이 떠오르고 서쪽의 끝에는 세 개의 달이 떠올라 방원 몇백만 리를 환하게 비추었다.
셋은 동시에 일월동광 이상을 일으켰다.
화도산이 심사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고의 무예 재능이었다.
또, 고비와 다른 무인은 풍운변환을 일으켜 시선을 끌었다.
"다음은 봉도서의 인정을 받고 천지대동요를 일으키는 것만 남았다."
선성의 무인들은 술과 차를 꺼내고 기다렸다.
천극방의 영과 자호천존 등 거물들도 자리를 잡고 술을 마시며 기다렸다.
진봉화, 심약주재, 진남 등 심사에 참가한 무인들은 바깥 상황을 전혀 몰랐다.
무인들은 정신을 집중하고 신비한 느낌에 빠져들었다.
* * *
"응? 왜 이렇게 변한 거지?"
진남은 두 눈에 놀라운 기색이 가득했다.
한 시진 전에 진남은 하늘을 지나 허공에 들어섰다.
그는 허공을 뚫어보고 끝없는 세상과 건곤(乾坤, 하늘과 땅)을 보았다.
진남은 자신의 모든 것들을 자세하게 느낄 수 있었다.
좀 전에 그가 느끼던 기이한 느낌이 몇십 배로 늘어났다.
그의 눈앞에 있던 까마득한 어둠에 오랫동안 별들이 떠 있었다.
그런데 원래 눈부시게 반짝이던 빛에 얇은 망사를 씌운 것처럼 흐릿해졌다.
몽롱한 느낌은 점점 더 짙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남은 방대한 힘에 봉인이 된 것 같았다.
그는 감옥에 갇힌 것처럼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 없고 앞으로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었다.
"이게 바로 자호천존이 말하던 심사에 변화가 있다는 것이구나."
진남은 점차 깨달았다.
만세무회의 마지막 관문은 그리 쉽지 않았다.
"먼저 이 감옥부터 부수자."
진남의 두 눈에 빛이 스쳤다.
진남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정신을 집중했다.
어둠 속의 몽롱함은 점점 짙어졌다.
진남은 질식할 것 같았다.
진남은 몽롱한 느낌에 죽을 때까지 갇힐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진남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고 파동도 없었다.
그는 심신, 체험, 감오 등을 풀어놓고 모든 것을 즐겼다.
어느새 질식할 것 같은 기분이 사라졌다.
진남은 바다의 물방울이 되어 몽롱함을 없애는 것 같았다.
잠시 후, 진남은 문제를 발견했다.
몽롱한 느낌은 끝이 없이 밀려왔다.
아무리 녹여 없애려고 해도 사라지지 않았다.
"몽롱한 느낌의 시작점이 있을 텐데…….
이것들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작점을 없애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 시작점을 찾지 못했다. 즉 이렇게 천천히 맞춰가야 한다."
진남은 결정을 내렸다.
그는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
진남은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몰랐다.
진남의 심신은 최대로 가라앉았다.
바로 옆에서 천지가 무너지고 재난이 닥쳐도 진남은 놀라지 않을 정도였다.
마치 혼백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 * *
그 시각, 소무상계.
심사에 참가한 무인들이 화도산에서 하나둘 눈을 떴다.
그들은 무예 재능을 한계치까지 심사했고 더 이상 심사할 게 없었다.
하루가 지났다.
오십여 개의 화도산들 중 열 명이 남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진남, 진봉화, 심약주재였다.
다른 일곱 명은 일월동광 이상을 일으키고 있었다.
"어? 저기 보시오. 세 사람의 등 뒤에 변화가 생겼소."
구천지존 경지의 무인이 고함을 질렀다.
대화를 나누던 무인들은 일제히 바라보았다.
진남 등 셋의 등 뒤로 몽롱한 금빛 빛무리가 생기고 흐르는 물처럼 허공에서 흘러 방원 만 리를 휩쓸었다.
"저자들 셋이 천지대동요를 일으킬 징조구나!"
무인들은 흥분했다.
그들은 원래 불안했다.
봉도서와 연관된 일이라 진남 등 세 사람들 중에서 누가 대동요를 일으킬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천 형, 봉도서에 반응이 생겼소."
다른 쪽에서 자호천존이 눈을 감고 자세히 느껴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음, 좋다! 진봉화와 함께 봉도서의 인정을 받다니 다른 두 녀석도 대단하다."
천극방의 영은 칭찬했다.
그는 심약주재와 임효지도 천지대동요를 일으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심약주재와 임효지는 무예 재능이 진봉화만큼 대단하지 않으니 좀 늦게 이상을 일으킬 것 같았다.
하지만 천극방의 영은 너무 섣부른 판단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