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5화 마음 가는 대로 심사를 즐기다
"됐습니다. 자호 선배님, 우리가 바보도 아니고 그리 많은 말을 할 필요가 있습니까? 바로 심사를 시작합시다."
심약주재는 귀찮은 말투로 말했다.
"이 녀석……."
자호천존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 네 말대로 하자. 다섯 번째 심사를 정식으로 시작하겠다.
이번 심사에서 일 위를 한 명 뽑는다. 나머지는 이 위다. 판단 기준은 우리가 알아서 정하겠다. 너희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전부 발휘하면 된다.
좌 장로, 자네가 진행하시오."
좌 장로가 나서서 말했다.
"내가 이름을 부르는 자는 화도산으로 날아가거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가는 순서대로 가면 된다.
첫 번째, 진봉화!"
다섯 번째 심사에 참여한 무인과 선성에 있던 무인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닌지 의심했다.
다섯 번째 심사에서 이름을 부르는 순서는 의미가 남달랐다.
성천무교의 거물들이 평가한 순위였기 때문이었다.
전에 열린 무회에서 오른 쪽 첫 번째 화도산에 앉은 자들은 거의 일 위를 했다.
예상 밖의 결과는 거의 없었다.
"우와!"
"저자의 재능은 심약주재나 임효지보다 더 강하다는 말인가?"
"진봉화는 경지가 패자일 뿐이잖아? 성천무교에서 그를 첫 번째 자리에 놓다니, 무도 재능이 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나는 진봉화가 배경이 세서 진급한 줄 알았다!"
"화도산 순위는 배경이 대단하다고 앞에 앉히는 게 아니다!"
"빨리 배율을 고치자!"
잠시 후, 선성도 술렁거렸다.
여러 가지 소리들이 울려 퍼졌다.
"진봉화를 첫 번째에 앉혔어?"
심약주재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두 눈에 빛이 스쳤다.
자호천존의 전음을 받았을 때 그는 진봉화의 무예 재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봉화의 경지가 너무 낮았다.
심약주재는 성천무교가 그를 돌봐준다고 생각했다.
심약주재는 성천무교의 늙은이들이 진봉화를 이 정도로 높게 평가할 줄 몰랐다.
심약주재가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 성천무교의 늙은이들이 이런 선택을 했다는 것은…….
"이번 무회는 재미있구나."
심약주재는 입꼬리가 올라갔다.
앞에 진봉화가 있고 뒤에 임효지가 있으니 심심하지 않았다.
"이제부터 진봉화는 빛을 발하고 대상계에 이름을 날릴 거다."
진남은 감탄했다.
그도 진봉화에게 지기 싫었다.
진남은 이런 무회가 후세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시공지력의 방해 때문에 최선을 다해 겨루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었다.
진봉화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쏠렸지만 그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좌 장로에게 인사를 한 다음 패자의 힘을 드러내며 첫 번째 산봉우리로 날아갔다.
이런 상황에서 무덤덤한 태도를 보이는 진봉화는 평범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
"두 번째, 심약!"
"세 번째, 임효지!"
"네 번째……."
좌 장로는 계속 이름을 불렀다.
뒤에 있는 자들은 큰 파동을 일으키지 않았다.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차 한 잔을 마시는 시간이 지나고 다섯 번째 심사에 참가한 무인들은 모두 화도산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다섯 번째 심사가 시작되었다!"
좌 장로는 양손으로 법인을 만들고 천둥 같은 목소리로 선포했다.
화도산들은 봉인을 벗어난 것처럼 눈부신 금빛을 반짝거렸다.
멀리서 보면 쉰여 개의 금빛 거인들이 대지에 서 있는 것처럼 보는 사람들의 심신에 충격을 주었다.
진남도 마음이 흔들렸다.
화도산에 앉았을 때 진남은 별다른 느낌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좌 장로의 말이 끝나자 그는 신비한 힘이 그의 영혼을 때리는 것 같았다.
슉-!
잠시 후, 진남의 눈앞에 벌어진 상황이 달라졌다.
소무상계의 다른 무인들이 존재하지 않고 끝이 없는 짙은 파란색의 바다가 나타났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곧 반응하고 동허지동을 사용하여 주변을 살폈다.
모든 것이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커다란 바다에 파도도 일지 않고 불안할 정도로 고요했다.
진남은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
평지를 걷는 것처럼 파문도 일지 않았다.
진남은 최강술법으로 바다를 공격했다.
공격은 바다에 흡수된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무예 재능을 심사하는 중이고 이런 상황이니 얌전히 깨달음을 얻는 수밖에 없겠구나."
진남은 중얼거리고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진남을 중심으로 방원 몇만 리의 바닷물이 부글거렸다.
물방울들이 떠올라 진남의 몸에 주입되었다.
처음에는 몇백 개였는데 이내 몇백만 개가 되고 천지를 가득 채웠다.
진남은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그는 온몸이 따뜻해지고 생각 등이 뚜렷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우물에서 기어 나오는 것처럼 하늘이 점점 커지고 넓어졌다.
"역시 성천무교에서 하는 무예 재능 심사도 남다르구나."
진남은 중얼거리며 깊이 빠져들었다.
그는 이 기회에 무예 재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려고 했다.
시간이 흘러 어느새 한 시진이 지났다.
선성의 무인들은 여러 수단으로 쉰여 개의 화도산을 살폈다.
우렁찬 소리가 하늘을 갈랐다.
고비의 뒤에 몸집이 크고 기세가 강하며 온몸에 불을 뒤집어쓴 커다란 금오 형상이 나타났다.
금오는 날개를 펄럭거리며 하늘로 날아올라 사방을 시뻘겋게 물들였다.
"저기 봐봐. 누가 금오 이상을 불러왔다."
"이렇게 빨리 금오 이상을 불러오다니 무예 재능이 보통이 아니다."
"아직 결론을 내리지 말거라. 금오 이상일 뿐이다."
선성의 무인들은 정신이 번쩍 들어 대화를 나누었다.
잠시 후, 우렁찬 소리가 연거푸 울려 퍼졌다.
세 개의 금오들이 무인들 등 뒤에 나타나 날개를 펄럭거렸다.
하늘은 시뻘겋게 물들었다.
몇 개의 태양들이 대지의 끝에서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선배님, 저는 처음 만세무회에 참가해서 잘 모릅니다. 금오 이상은 무엇을 뜻합니까? 무도 재능을 대표합니까? 가르쳐주십시오."
선성에서 한 패자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구천지존에게 예를 갖추고 물었다.
그는 희귀한 상고 선석 몇 개를 꺼냈다.
구천지존은 그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선석은 넣어두거라. 그럴 필요가 없다.
만세무회의 다섯 번째 심사는 거의 무예 재능과 연관이 있다. 매번 알 수 없는 변화들이 있지만 처음에는 거의 비슷하다. 화도선들부터 알려주마.
심사에 참가한 무인들은 산봉우리에 오르면 깨달음을 얻고 잠재된 무예재능을 깨울 수 있다. 그리고 이상으로 변하지.
이상은 하나부터 금오부터 아홉 마리의 금오까지 있다. 금오의 수량이 많을수록 무인의 무도 재능이 높다는 뜻이다. 아홉 마리 금오를 불러오면 이미 엄청난 것이다.
아홉 마리 금오 위에는 두 가지 이상이 더 있다. 풍운변환(風雲變幻)과 일월동광(日月同光)이다.
그 위에 또 무엇이 있는지 올해 성천무교가 준비한 걸 보면 된다."
구천지존은 감탄했다.
"오십여 명의 무인들이 심사에 참가했지만 진봉화, 심약주재, 임효지만 일월동광 현상을 초월할 수 있을 거다."
패자는 설명을 들었지만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선배님, 그렇다면 다른 무인들은 금오 이상을 불러오고 심지어 두 마리의 금오도 나타났는데 왜 진봉화 등 세 명은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까?"
구촌지존은 웃음을 터뜨렸다.
"도우, 그건 또 다른 것과 연관이 있다. 그들 셋은……."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더 많은 금오 이상들이 무인의 등 뒤에 나타나 날개를 흔들었다.
진남의 등 뒤는 여전히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진남의 마음에는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넓은 바다가 사라지고 선선들이 나타났다.
선산들은 엄청난 산맥을 이루었다.
진남은 힘을 사용했지만 산들을 움직일 수 없었다.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가장 높은 산봉우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마음을 가라앉혔다.
"응?"
진남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바다에 앉아 있을 때는 바닷물이 왜 사라졌는지 몰랐지만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마음을 맴도는 기묘한 느낌이 그의 생각 등을 맑게 해주었다.
이번에는 기묘한 느낌이 더 강해졌다.
그 외에 진남은 옅지만 전혀 다른 느낌을 받았다.
신비한 기운 같은 것이 그의 몸으로 들어와 조용히 지켜봤다.
진남의 몸에 아무런 변화를 일으키지 않았다.
그저 훔쳐보는 것 같았다.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이런 느낌을 좋아하지 않았다.
"모르겠다."
진남은 고개를 젓고 더 생각하지 않았다.
이런 느낌을 그는 막을 수 없었다.
아니면 이런 심사에 참가하지 말았어야 했다.
시간은 어느덧 세 시진이 흘렀다.
그 사이에 일부 무인들의 등 뒤에 여섯 마리의 금오가 나타났다.
금오들은 점점 실체를 갖추고 더 패기가 넘쳤다.
실력이 강하지 않은 무인들에게는 세 마리의 금오가 나타났다.
진남, 진보화, 심약주재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진남은 점점 더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바다에 있을 때는 흔들리지 않았다.
산에 있을 때 진남은 고승처럼 한 걸음 한 걸음을 탐색했다.
그는 피곤함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갈수록 편안하고 즐길 수 있었다.
진남은 산들과 하나가 되었다.
그의 시선은 하늘로 향했다.
하늘에 변화가 생겼다.
하늘은 이제 새파랗지 않고 오색찬란하고 다채로웠다.
"그렇구나……."
진남은 밝은 깨달음을 얻었다.
바다, 산, 그리고 하늘.
그것들은 한 단계 한 단계 진행하는 심사 같았다.
무인들은 얻은 것이 깊을수록 더 멀리 갈 수 있었다.
그래야만이 산들이 보이고 또 하늘이 보였다.
무예 재능이 부족하면 바다에 빠지거나 산에서 길을 잃을 수 있었다.
이런 방식으로 무예 재능을 심사하면 무인들은 심사하는 도중에 자신의 실력을 더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자신을 정확하게 알면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실력이 강하면 끝까지 개발하고 낭비하지 말아야 했다.
실력이 약하면 마음을 다잡고 한 걸음 한 걸음 진보하면 되었다.
진남은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그는 심신을 풀어주고 하늘을 향해 다가갔다.
진남은 마음이 가는 대로 심사를 즐겼다.
백 걸음…….
천 걸음…….
만 걸음…….
진남은 얼마나 걸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거기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는 마치 영혼이 없는 꼭두각시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드디어 하늘에 도착했다.
끝없이 찬란한 빛은 무언가에 끌린 것처럼 빠른 속도로 진남에게 날아왔다.
잠시 후, 모든 빛들이 진남의 몸에 주입되었다.
하늘은 어두워지고 진남의 몸이 하늘을 환하게 비추었다.
* * *
그 시각 선성.
"세 사람의 등 뒤에 반응이 생겼다."
무인들은 고함을 질렀다.
진봉화, 심약주재, 그리고 진남의 등 뒤가 시뻘겋게 물들었다.
시뻘건 색은 위로 뻗어 하늘을 가득 채웠다.
일부 무인들이 불러온 금오들이 하늘에서 날아다니며 방원 만 리에 영향을 주었지만, 그들 셋이 뿜는 빛이 더 눈부셨다.
"저 세 사람들 중 누가 더 많은 금오를 불러올까?"
"예전의 만세무회에서 한 번에 가장 많은 금오를 불러온 게 여섯 마리다. 저자들은 아마 일곱 마리를 불러올 것 같다."
"맞아. 저자들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잖아."
무인들의 시선은 다시 진봉화 등 셋에게 집중되었다.
자호천존과 좌 장로 등은 기대에 차서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