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1화 쓰레기다
사람들은 얌전히 기다렸다.
어느새 하루가 지났다.
도장의 무인들은 처음에 열도 안 되더니 이제는 이십여 명이 되었다.
"임 형!"
드디어 계현도 나타났다.
그는 진남을 보자 흥분했다.
계현의 옆에는 고비가 있었다.
고비는 진남을 보고 사사의 등의 시선도 보았다.
고비는 고개를 돌리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꼬맹이, 왜 이리 철이 없소? 지금이 무슨 상황이라고 아직도 심통을 부리시오?"
계현은 고비의 머리를 툭 치며 툴툴댔다.
"자네가 뭘 안다고 그러시오?"
고비는 잔뜩 화가 나서 다른 곳으로 갔다.
"어라? 말대꾸를 했소? 내가 진짜 자네를 어찌하지 못할 줄 아시오?"
계현은 이를 갈았다.
그의 체내에 있던 규칙지력이 꿈틀거렸다.
"그만하시오."
진남은 계현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말했다.
"심사부터 통과합시다."
계현은 그제야 손을 거두었다.
도장은 이미 열기가 가득했다.
여러 소리들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이게 무슨 일이요? 하루가 지났는데 왜 막는 자가 나타나지 않소?"
"막는 자가 누구인 것 같소?"
"그걸 어찌 알겠소? 하지만 막는 자가 된 자는 재수가 없소."
"맞소. 막는 자는 침입자들에게 공격을 당하고 또 막는 데 성공했다고 해도 미움을 받을 것이요. 정말 사람들에게 미움을 많이 받는 일이요."
무인들은 막는 자가 되지 않은 것을 기뻐했다.
이때, 이변이 일어났다.
도장의 앞쪽에 있던 혼돈에서 빛들이 용솟음쳤다.
빛은 빠른 속도로 모여 커다란 다리가 되었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었다.
둥-! 둥-! 둥-!
귀청을 찢을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대한 요수가 땅을 밟는 소리 같았다.
"나오는 건가?"
사람들은 그곳을 쳐다보고 깜짝 놀랐다.
둥-! 둥-! 둥-!
소리는 점점 커지고 신비한 사람도 가까워졌다.
"도우들……."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금색 팔괘 도포를 입은 청년이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그는 무인들을 훑어보며 장난기가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안녕? 내가 막는 자다. 너희들은 나의 인정을 받아야 두 번째 관문에 들어갈 수 있다."
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임성기, 사사의 등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믿을 수 없었다.
청년은 바로 심약주재였다.
"심약주재였어? 어찌 된 일이야? 왜 심약주재가 막는 자가 되었을까!"
"맞아. 처음부터 심약주재는 나타나지도 않았잖아?"
"이제 어떻게 하지? 두 번째 관문에 못 들어가는 거야?"
임성기, 사사의 등 무인들은 헛숨을 들이켰다.
그들은 표정이 보기 싫게 변했다.
"세상에! 이렇게 하는 게 어디 있소? 이제 두 번째 관문에 어떻게 들어가라는 거요? 성천무교에서 일부러 벌인 일 아니오?"
계현은 욕설을 퍼부었다.
진남은 그를 힐끗 보고 미소를 지었다.
'심약 선배님이 막는 자라……. 이제 재미있어지겠구나.'
"도우들,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거라.
통과하는 규칙은 간단하다. 나를 만족시키고 내 인정을 받으면 된다. 무예를 펼쳐도 좋고 무예 재능 등을 보여줘도 좋다. 내가 막는 자가 되었으니 편하게 해도 된다.
무예 재능을 펼치는 것을 제외하고 나를 공격하는 것도 가능하다. 나와 싸워서 백을 셀 동안 버티면 된다."
심약주재는 활짝 웃었다.
"백을 셀 동안만 버티면 된다고?"
무인들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 말은 하지 않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심약주재는 천존정상 정도의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무인들은 심약주재와 싸워 백을 셀 시간을 버틸 수 없었다.
"심사가 시작되었다. 시간도 충분하다. 하루 동안 몇 번이고 도전해도 된다. 너희들은 마음껏 발휘를 하거라.
하지만 한 명씩 줄을 서서 와야 한다. 자리를 너무 많이 차지하면 안 돼."
그리곤 심약주재는 뒷짐을 쥐고 사람들을 훑어보며 말했다.
"누가 진봉화냐?"
진남은 깜짝 놀랐다.
'진봉화? 이번 심사에서 일 위를 하게 되는 진봉화?'
"심약 선배님, 제가 진봉화입니다."
한 청년이 나서서 공수했다.
그는 언행이 자연스럽고 의젓했다.
'저자가 진봉화였어?'
진남은 살짝 놀랐다.
바로 진남이 전에 유난히 주목했던 패자 경지의 청년이었다.
"너는 내 심사를 받을 필요 없다. 바로 두 번째 관문으로 가거라."
심약주재는 손을 저었다.
심약주재의 말에 무인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진남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진봉화를 주목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패자의 경지인 무인이 지금까지 왔기에 무예 재능이 뛰어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진봉화가 특권까지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심약 선배님, 왜 저자는 심사를 보지 않아도 됩니까?"
"그러니까요. 진봉화는 왜 바로 두 번째 관문에 들어갈 수 있습니까?"
"심약 선배님, 공평하지 않습니다."
무인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그들은 화가 나지 않았다.
그저 마음이 불편하고 질투가 났을 뿐이었다.
"심약 선배님, 다른 선배님들의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저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특별한 것도 없고 경지도 낮으니 규칙대로 하겠습니다. 제가 이번 심사에 참가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진봉화는 포권하고 말했다.
태도가 겸손하고 오만하지 않았다.
"그래. 좋다. 좋아. 패자의 경지가 그런 각오를 가지고 있다니 훌륭하다."
심약주재는 고개를 끄덕이고 무인들을 훑어보며 차갑게 말했다.
"공평하지 않다고?
그래, 공평하지 않다. 내가 막는 자이니 누구를 통과시키는지도 내 마음이다. 불만이 있으면 성천무교에 가서 말하거라. 참지 못하겠다면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고 공격하거라."
심약주재는 엄청난 기운을 뿜어 바다처럼 사람들을 덮었다.
무인들은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소름이 돋아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너는……."
심약주재는 진봉화를 보더니 말했다.
"내가 방금 한 말은 바꿀 수 없다. 어서 가거라."
심약주재는 소매를 뿌리쳤다.
엄청난 힘이 진봉화를 감싸고 빛이 가득한 다리로 데려갔다.
"자, 누가 먼저 시도하겠느냐?"
심약주재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도장은 조용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심약주재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하나같이 다 무슨 꼴이냐? 용기도 없느냐?
좋다. 너희들이 나서지 않으면 내가 직접 지목하겠다.
사씨 가문의 직계 제자가 나오너라."
사사의는 바짝 긴장해서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심약 선배님, 저를 부르셨습니까?"
심약주재는 그를 훑어보더니 말했다.
"그래, 너다. 장로들이 네 무예 재능이 뛰어나다고 칭찬하더구나. 어디 한번 보자."
그의 말에 사사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심약주재도 내 이름을 들어봤다니!'
사사의는 첫 사람으로 나서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었다.
그는 심약주재를 잘 모르고 그의 기준이 어떤지 등을 몰랐다.
때문에, 다른 사람이 먼저 시도를 하면 준비를 조금 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잘만 하면 심약주재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고 친해질 계기가 될 수도 있었다.
심약주재와 친해진다면 천존과 친해진 것과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더 좋을 수도 있었다.
'내가 몸을 사릴 게 있는가? 나는 무예 재능이 심약주재보다는 못 하지만 그에게 인정받을 정도는 충분히 된다.'
사사의는 생각을 다시 가지자 마음이 편해졌다.
"심약 선배님, 저는 십 년 동안 새로운 초식과 공법의 총강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펼쳐도 되겠습니까?"
사사의는 포권하고 물었다.
"펼쳐 보거라."
심약주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사사의는 정신을 집중했다.
그의 기세가 전부 드러나고 사방으로 용솟음쳤다.
"제가 만든 낙수지검(洛水之劍)입니다."
사사의는 저장주머니에서 선검을 꺼냈다.
그는 몇백 개의 그림자로 변해 허공에서 날아다녔다.
파란색 검 꽃들이 허공에 피어났다.
철썩-!
바다도 없고 호수도 없고 강도 없었다.
하지만 도장에 파도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인들은 마치 커다란 물이 그들을 덮치는 느낌을 받고 소름이 돋았다.
"사사의는 무예 재능이 뛰어나구나."
진남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제가 만든 공법의 총강입니다. 이름은 비천경(飛天經)입니다."
사사의는 검을 거두고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기세도 평온해졌다.
그는 중얼거리며 법인을 만들었다.
그의 몸에서 현묘한 의지가 드러나 미풍처럼 도장에 불었다.
"사사의는 역시나 대단해!"
"스스로 공법을 만들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스스로 술법을 만들고 공법의 총강까지 만들었으니 사사의는 틀림없이 통과할 거다."
무인들은 저도 몰래 감탄했다.
그들은 사사의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스스로 공법을 만드는 일은 하늘에 오르는 것보다 더 어려웠다.
가장 어려운 것은 총강을 만드는 일이었다.
총강을 만들었다면 총강에 따라 공법을 더 발전시키는 일은 어려움이 적었다.
'내 현재 무예 재능은 사사의보다 못하다. 그와 싸웠다면 졌을 것이다…….'
구석에서 살펴보던 고비는 몰래 주먹을 꽉 쥐었다.
절천보수족은 태어날 때부터 엄청 강했다.
하지만 많은 능력과 혈통의 힘은 그들이 성장을 해야 절천보수의 정상에 이를 수 있었다.
"하지만 싸움에서 지더라도 겁을 먹고 물러설 수 없다."
고비는 진남을 바라보았다.
차분하게 생각해보니 진남이 그를 위해서 막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일은 목에 걸린 가시처럼 이해되지도 않고 불편했다.
"이름이 무엇이냐?"
심약주재는 입을 열었다.
"저는 사사의라고 합니다. 사손(謝遜)의 손자입니다."
사사의는 얼른 대답했다.
그는 속으로 크게 기뻐했다.
이름까지 물어봤으니 분명 통과할 것이었다.
"아, 사사의라……."
심약주재는 말끝을 흐렸다.
그는 표정이 차갑게 변하더니 멸시를 감추지 않고 말했다.
"방금 보여준 것은 대체 뭐란 말이냐? 사씨 가문의 직계 제자가 겨우 이 정도냐?"
그의 말에 도장은 조용해졌다.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것 같았다.
무인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선, 선배님……. 그, 그게 무슨 말입니까?"
사사의는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다.
그는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것처럼 넋이 나갔다.
"무슨 말이겠느냐? 더 솔직하게 말해줘야 하느냐? 네가 만든 술법이라던가 총강은 쓰레기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내 앞에서 펼치다니!"
심약주재는 사정을 봐주지 않고 예리한 말투로 말했다.
한마디 한마디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쓰, 쓰레기?"
사사의는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그는 마음속에서 화가 치밀었다.
화를 참지 못한 그는 호된 목소리로 물었다.
"심약 선배님,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제가 만든 술법과 총강이 선배님보다 못하지만 그 정도로 볼품없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다른 무인들도 심약의 말이 지나쳤다고 생각했다.
"어이구, 억울하냐? 그럼 깨끗이 인정하게 해주마.
낙수지검은 백일곱 가지 허점이 있다. 그건 둘째치고 주재라는 자가 만든 술법의 의지와 위력 등이 선술보다 못하구나.
많은 시간과 정력을 들여서 고작 선술을 만들었느냐? 너는 무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술법을 만들었느냐? 그저 칭찬과 인정을 받고 명예를 탐내서 만든 것이다!
스스로 만든 공법이라는 게 무엇인지 아느냐? 공법마다 세상에 둘도 없는 핵심 진리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네가 만든 공법 총강에는 문양신전(問陽神典)의 핵심 진리가 있다.
이래도 이 공법을 네가 만든 공법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
심약주재는 호되게 꾸짖었다.
그의 말은 천둥처럼 도장을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