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이야, 꼬맹이가 좋고 나쁜 것을 잘 모르는 게 아니오? 임 형, 걱정 마시오. 내가 가서 단단히 혼내겠소."
계현은 화가 잔뜩 났다.
신현문무에서 계현은 진남의 성격을 똑똑히 알았다.
진남은 무서울 게 없는 사람이었다.
진남은 고작 주재대성이면서 주재정상 요수들이 가득한 동굴에 뛰어들어 싸울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진남이 고작 사사의에게 겁을 먹을까?
"됐소. 고비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오."
진남은 손을 저었다.
"하긴, 태어난 지 일 년도 안 되는 꼬맹이인데 유치할 수 있지. 나도 예전 일들을 고비가 어려서 따지지 않은 거요……."
세 사람은 한담을 나누었다.
도장은 다시 시끌벅적해졌다.
고비는 혼자 구석에 앉아 모든 것을 무시했다.
반 시진이 지나고 좌 장로가 나타나 말했다.
"도우들, 잘 휴식했느냐? 이제 세 번째 심사를 시작하겠다.
세 번째 심사는 지기쇄공입천현(知己碎空入天玄)이다. 첫 번째 심사와 어떤 면에서는 비슷하다. 구체적인 것은 너희들이 직접 체험해보거라.
다들 가부좌를 틀고 앉아 나와 함께 체내의 힘을 움직이고 주문을 외우자!"
진남과 다른 무인들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정신을 집중했다.
"천광지안(天光地暗), 일월연변(日月演變)……."
무인들은 좌 장로와 함께 주문을 읊었다.
마지막 글자를 읊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수많은 빛들이 허공에서 나타나 그들의 몸을 감쌌다.
슉-!
진남은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다른 세계에 도착했다.
"응?"
진남은 이상함을 느끼고 살펴보았다.
그는 하늘과 땅을 관통하는 보라색 광막의 밖에 있었다.
광막 안에는 끝없이 넓은 평원이 있고 무인들과 거대한 요수, 생령 등이 있었다.
그들은 엄청난 술법을 펼치며 서로 싸우는 중이었다.
엄청난 싸움이었다.
광막 밖에 있는 진남은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하고 기운도 느낄 수 없었다.
광막 안에 있는 무인, 요수, 생령 등도 광막을 발견하지 못했고 진남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곳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도우, 나는 이번 심사의 심사관이다."
이때 부드러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파란색 짧은 머리의 여인이 진남과 멀지 않은 곳에 나타났다.
'세 번째 관문은 심사관도 있어?'
진남은 바로 포권하고 인사했다.
"도우, 잘 부탁드리오."
파란색 짧은 머리 여인은 살짝 웃었다.
"세 번째 심사는 첫 번째 심사와 마찬가지로 두 개의 작은 관문이 있다.
첫 번째 작은 관문을 건너면 침부를 얻을 수 있고 네 번째 심사에 참가할 수 있다. 두 번째 작은 관문을 건너면 사기 등급에 이르러 바로 다섯 번째 심사에 참가할 수 있다. 그 외에 세 번째 심사의 첫 관문은 네 관찰력, 심력, 무예 재능 등을 전면적으로 심사하게 된다.
잠시 후, 너는 광막에 들어가 싸움에 참가해야 한다. 물론 싸우라는 것이 아니다.
너는 저들이 펼치는 초식들을 살펴보고 배워야 한다. 다 배우면 전장을 떠날 수 있다. 그리고 나를 공격해서 이기면 세 번째 심사의 두 번째 관문에 들어갈 수 있다."
파란색 짧은 머리 여인은 잠깐 멈추었다가 이어서 말했다.
"도우, 명심하거라. 네가 원래 가지고 있던 술법으로 나를 공격하면 기권으로 간주한다. 공격 기회는 한 번밖에 없다. 네가 사용한 법술의 위력이 부족하여 나를 이기지 못하면 실패이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첫 번째 심사의 비밀을 자세히 설명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첫 번째 관문의 난점은 시시각각 변하는 대전장에서 술법을 몰래 배워야 하고 위력도 낮으면 안 된다는 말이오?"
진남은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렇다."
파란색 짧은 머리 여인은 살짝 웃었다.
'진짜 이리 쉽다고?'
진남은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쉬운 게 맞다. 더 말하지 말고 얼른 들어가거라. 너는 광막에 있기에 저자들은 너를 발견하지 못한다. 위험하지 않다."
파란색 짧은 머리 여인은 손을 휘둘렀다.
보라색 광막에 틈이 생겼다.
진남은 그 안으로 들어갔다.
쿠쿠쿵-!
진남이 들어서는 순간 천지를 뒤흔드는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수많은 무도 의지들이 큰비처럼 진남의 심신에 충격을 주었다.
"이것도 어려운 점이구나."
진남은 중얼거렸다.
대전장은 위험하지 않았다.
하지만 엄청난 폭풍에 있는 것처럼 주변의 영향을 받아 진남은 심신을 집중하기 어려웠다.
"동허지동!"
진남은 동술을 사용하고 규칙지력으로 날개를 만들어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는 전장 전체를 빠르게 훑어보았다.
대전장에서 싸우는 무인들은 한가지 술법만을 펼치는 경우가 적었다.
그들은 여러 수단을 바꾸고 전술을 개변했다.
이것 역시 어려운 점이었다.
술법을 몰래 배우려면 한 번 훔쳐본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무예 재능이 엄청 높은 사람이라고 해도 등급이 아주 낮은 술법이라면 몰라도, 한눈에 술법을 배울 수 없었다.
"그렇다면 전력이 강한 존재들부터 살펴보자."
진남은 결정을 내리고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그는 무지갯빛처럼 폭풍을 뚫고 전장을 살폈다.
전장은 엄청 컸다.
진남은 반 시진을 소모해서야 전장을 한 바퀴 돌았다.
그는 백여 명의 훌륭한 존재들을 기억했다.
"태연분화(太衍分化)"
진남은 망설이지 않고 법인을 만들었다.
진남의 몸에서 눈부신 빛이 솟구쳤다.
빛은 허공에서 모여 진남의 형상으로 변했다.
모습이 흐릿하기는 하지만 진남의 분신들이나 마찬가지였다.
"가거라!"
진남은 하늘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내려다보았다.
그는 시선이 닿는 곳의 서른여 명의 훌륭한 존재들을 살폈다.
나머지 분신들은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 똑같이 아래를 살폈다.
덕분에 진남은 전장 전체를 살필 수 있었다.
시간은 조금씩 흘러 사흘이 지났다.
사흘 동안 진남은 서른여 개의 형상을 살폈다.
형상들 중 반은 이미 죽었고 나머지 절반은 전부 중상을 입었다.
이번 관문에서 어려운 점 중 하나였다.
대전은 변화가 많아 다른 사람보다 경지가 훨씬 높지 않은 이상 누가 죽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진남은 어쩔 수 없이 경지가 좀 높은 존재들을 선택해서 살폈다.
"찾았다!"
진남은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중년 서생이 진남의 눈에 띄었다.
서생은 저장주머니에서 선주를 꺼내 꿀꺽꿀꺽 삼켰다.
피곤하던 서생의 표정은 흥분으로 바뀌고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진남은 서생을 사흘 밤낮 관찰했다.
서생은 크고 작은 몇십 번의 싸움을 거쳤기에 선단의 도움을 받아도 규칙지력이 거의 고갈되었다.
몸에 난 상처들은 생기를 갉아먹었고 서생은 기운이 다 빠졌다.
그는 곧 죽기 직전이었다.
"죽어라!"
서생은 고함을 지르며 검을 휘둘렀다.
그가 휘두른 몇만 개 검의 그림자는 빛으로 변했다.
빛은 번개 같기도 하고 무지개 같기도 하며 세상의 유일한 빛무리 같기도 했다.
빛은 곧게 나가다가 부서졌다.
"바로 이 초식이다."
진남은 살짝 기뻤다.
사흘 동안 드디어 강한 존재가 같은 초식을 사용하는 것을 보았다.
"모이거라!"
진남은 신념으로 분신들을 전부 거두었다.
그의 심신은 빠르게 가라앉았다.
중년 서생이 초식을 사용하는 모든 행동, 기세, 의지들의 변화는 그림처럼 그의 머릿속에서 반짝거렸다.
하루가 지나고 진남의 주변에 검의가 나타났다.
검의는 점점 강해졌다.
다른 사람이 공격하는 장면을 보고 초식을 배우는 일은 너무 어려웠다.
무예 재능이 뛰어난 진남이라고 해도 사 할 정도밖에 배우지 못했다.
물론 하루 동안에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초식을 두 번 보고 사 할을 배운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라는 것을 진남은 몰랐다.
진남은 살짝 아쉬웠다.
"이것만 가지고는 부족해."
그는 파란색 짧은 머리 여인이 한 말이 떠올랐다.
그녀는 술법이 일정한 위력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검술은 위력이 충분했다.
그러나 진남은 칼을 쓰는 무인이었다.
진남은 이 검술을 도술에 응용하면 실수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진남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심의지력을 선도로 만들었다.
선도가 그의 등 뒤에 떠올랐다.
진남은 한 시진 정도 지나 광막에서 나왔다.
"잠깐!"
진남이 칼을 휘두르려고 하자 파란색 짧은 머리 여인은 날아서 그와 거리를 두었다.
그녀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도우, 너는 이번 심사에 통과했다."
진남은 의아해서 물었다.
"진짜 통과한 거요?"
파란색 짧은 머리 여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며칠 동안 네 행동을 지켜보았다. 너는 통과했을 뿐만 아니라 아주 훌륭한 성적을 얻었다."
진남은 도의를 거두고 말했다.
"그럼 나를 두 번째 관문으로 데려가 주시오."
파란색 짧은 머리 여인은 말했다.
"물론이다. 두 번째 관문은 제비를 뽑아야 한다."
그녀는 태고정석으로 만들어진 함을 꺼냈다.
그 위에는 여러 부문이 새겨져 있고 신비한 파동이 일었다.
동술을 사용해도 보이지 않았다.
파란색 짧은 머리 여인은 계속 설명했다.
"두 번째 관문은 막는 자와 침입자로 나눈다. 막는 자는 한 사람이다.
만약 막는 자를 뽑았으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한 침입자들을 막으면 된다. 사람을 많이 막을수록 너는 더 좋은 상품을 얻을 수 있다. 상품이 무엇인지는 네가 막는 자가 되어야 말해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침입자를 뽑았다면 막는 자를 뚫고 지나가야 두 번째 관문을 시작할 수 있다. 아니면 실패했다고 보고 침부 등급을 부여한다. 그리고 네 번째 심사를 계속해야 한다."
진남은 그녀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저었다.
이런 것까지 자세히 규정한 것을 보면 심사를 설계한 사람은 생각이 꼼꼼한 사람이었다.
"막는 자였으면 좋겠구나."
진남은 혼잣말을 하며 손을 뻗었다.
막는 자가 더 재미있을 것 같았다.
잠시 후, 진남은 함에서 옥석을 꺼냈다.
옥석 위에는 살기등등한 붉은색 글자가 있었다.
-침입자
"운이 별로구나."
진남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 침입자도 나쁘지 않다.'
"도우, 들어오너라. 성공하길 바란다.
파란색 짧은 머리의 여인은 몸을 구부정하게 하고 안으로 들라는 손짓을 했다.
멀지 않은 곳의 허공이 흩어지고 소용돌이로 변했다.
진남은 그 속으로 사라졌다.
* * *
진남의 앞에는 채색 큰 길이 쭉 뻗어 있었다.
진남은 빠르게 날아갔다.
몇 시진을 날아가서야 진남은 환하게 보이는 곳을 찾았다.
그는 그 안으로 날아갔다.
눈앞이 환해지고 진남은 한 도장에 도착했다.
방원 천 장 정도 되는 크지 않은 도장이었다.
사방은 혼란스럽고 도장은 어둠 속에 떠 있는 것 같았다.
진남은 어떤 기운을 느끼고 살폈다.
유난히 인상이 깊었던 패자 청년과 사사의, 임성기 등은 이미 그곳에 있었다.
"허허. 누군가 했더니 자네였구먼. 세 번째 심사의 첫 번째 관문을 넘고 이곳에 온 걸 보니 무예 재능이 괜찮은가 보오. 아쉽소. 오기가 있었더라면 앞날이 훤할 텐데."
사사의는 진남을 비웃었다.
진남은 그를 힐끗 쳐다봤다.
사사의는 처음에는 진남을 화나게 하려고 일부러 조롱했다.
하지만 지금 사사의는 단순히 진남이 마음에 안 들었다.
진남은 그를 무시했다.
시공지력이 방해를 하기에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