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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299화 (1,299/1,498)

1299화 머리가 아프군

사사의는 아무렇지 않게 남도주를 굴리며 입가에 비웃음을 띠었다.

"도우, 겁을 먹은 거요? 그렇다면 나도 할 말이 없소."

그가 말을 마치자 옆에 있던 임성기, 도요요, 한소양이 다가왔다.

"사 도령, 그런 마음은 버리시오. 이곳에 있는 자들 중 자네가 천선 경지일 때부터 만세무회에 참석하여 이 위를 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자가 있소?

저 도우에게 아무리 큰 배짱을 준다고 해도 감히 자네와 겨루겠소? 한다면 죽으려고 하는 거나 다름없는데 말이오."

임성기는 장난기가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오?"

고비는 화가 나서 그를 노려보았다.

'절천보수인 내가 저따위 녀석에게 겁을 먹겠는가?'

"고비, 흥분하지 마시오. 자네를 유인하려고 일부러 약 올리는 거요."

진남은 전음했다.

"두 분, 생각하고 싶은 대로 하시오. 우리는 이만 가보겠소."

진남은 무뚝뚝하게 말했다.

진남은 이곳에서 무예를 겨룰 생각이 없었다.

만세무회의 다음 심사가 중요했다.

"그렇다면 나도 더 말하지 않겠소.

도우는 누구의 제자이고 어느 세력에 소속되어 있소? 그들이 자네가 겁쟁이처럼 싸우지도 않고 겁을 먹은 것을 알면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보기에 그들이 안다고 해도 자네를 탓하지 않을 거요. 자네는 주제 파악을 잘한 것뿐이니까."

사사의는 웃으며 말했다.

그는 두 눈에 멸시를 전혀 숨기지 않았다.

고비는 입을 삐죽거렸다.

그는 이제 사태 파악을 했지만 사사의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진남이 이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면 고비는 사사의와 싸웠을 것이었다.

그러다 순간 고비는 깜짝 놀랐다.

진남이 걸음을 멈추었기 때문이었다.

"사 도우,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소. 하지만 어찌 되었든 자네는 한 말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오."

진남은 차갑게 말했다.

진남은 사고를 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사사의가 너무 달라붙었다.

사사의는 별 볼 일 없는 수작을 부렸지만, 효과를 보았다.

"시작한다."

사람들은 두 눈이 반짝거렸다.

"하하하.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도우, 그럼 오늘 한번 봅시다. 고작 자네 실력으로 나를 어떻게 할지 말이오."

사사의는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흥분되었다.

역시 그는 방법을 제대로 사용했다.

무예 겨루기 결과에 대해 그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심약주재보다는 약하지만, 앞에 있는 무명 무인들보다 훨씬 강하니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도우, 세상 물정을 모르는구먼."

임성기는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무예 겨루기는 진남이 질 게 뻔했다.

"많은 말을 할 필요 없소. 어떤 방식으로 겨루겠소?"

진남은 무표정으로 말했다.

"좋소. 아주 통쾌하구먼. 이제 자네에 대한 인상이 조금 바뀌었소. 이곳에 도우들이 많으니 증인이 되어달라고 요청하고 영변투(靈變鬪)를 하는 게 어떻소?"

사사의는 물었다.

"영변투?"

진남은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영변투는 각자 한 개의 초식을 펼치고 상대방의 초식을 익히는 방식이었다.

시간은 한 시진이었다.

상대방의 초식에서 깨달음을 더 깊이 얻는 자가 이기는 겨룸이었다.

취도대천무도에서는 영변투를 많이 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공평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무예 재능이 강한 패자와 무예 재능이 평범한 주재가 영변투를 한다면 주재가 이겼을 것이었다.

주재가 장악한 초식을 패자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영변투를 하자고? 사사의가 엄청난 초식을 장악한 것 같구나. 그래서 저리 자신만만하구나."

진남은 중얼거리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사사의는 머리를 잘 굴렸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에는 진남의 손에 코를 다칠 게 분명했다.

대상계에 불후상마진결과 어깨를 견줄 초식은 없었다.

"알겠소. 우리 영변투를 합시다."

말을 마친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방대한 시공지력이 그의 몸을 덮었다.

진남은 한마디 말도 나오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진남은 말을 한 것 같지도 않았다.

'이게 뭐야? 왜 사사의와 무예를 겨루는 데 시공지력이 나타난 거지?"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무예 겨루기가 후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가?'

"왜 그러시오? 겁이 나시오?"

진남이 대답을 하지 않자 사사의는 또 조롱을 하려고 했다.

"진남, 어찌 된 일이냐? 시공지력이 방해를 했느냐?"

명초노조는 그 모습을 보자 진남에게 전음했다.

그는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진남을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진남의 무예 재능으로 사사의를 이기는 것은 아무 문제 없었다.

진남도 싸움을 두려워할 사람이 아니었다.

"네, 일 급 시공지력이 방해했습니다."

진남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참 시끄럽게 되었구나."

명초노조는 입꼬리가 비틀렸다.

"그래. 영변투를 하는 것은 자네를 너무 괴롭히는 것 같소. 용호투를 합시다. 그럼 공평하오?"

사사의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는 영변투로 확실하게 이기고 싶었다.

하지만 사사의는 용호투를 해도 자신이 이길 거라고 확신했다.

"그렇게 합시다."

진남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번에도 방대한 시공지력이 강림해 진남의 말과 행동을 막았다.

하지만 다른 무인들이 보기에 진남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왜? 용호투도 싫으시오? 그럼 이렇게 합시다. 자네가 원하는 방식으로 무예를 겨룹시다. 그럼 되겠소?"

사사의는 이런 상황에 짜증이 났다.

'이 녀석 설마 후회하는 건 아니겠지?'

"임 형, 왜 그러시오? 저 녀석은 너무 건방지오. 겨루기에서 이기지 못하더라도 기세에서 밀리면 안 되오."

흥분했던 고비는 진남의 모습에 참지 못하고 전음했다.

"고비, 문제가 생겼소. 나는 지금 저자와 무예를 겨룰 수 없소."

진남은 전음했다.

"무슨 문제요? 대체 무슨 문제가 생겼소?"

고비는 어안이 벙벙했다.

'무예 겨루기일 뿐이잖아? 대체 무슨 문제가 생길 수 있지?'

"자네에게 말할 수 없소."

진남은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고비는 명초노조와 달랐다.

명초노조는 진남과 마찬가지로 미래에서 상고시대로 온 사람이었다.

때문에, 어떤 일에 대해 대화를 나누어도 시공지력의 방해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고비에게 설명을 하려면 시공지력이 방해를 해서 한 글자도 말하지 못할 게 뻔했다.

고비는 기분이 가라앉고 표정이 보기 싫게 변했다.

고비는 진남의 말이 변명이라고 생각했다.

진남이 이제 와서 말을 번복하는 것은 겁을 먹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임 형, 이런 상황까지 왔는데 무예 겨루기를 해야 하지 않겠소?

결과는 중요하지 않소. 임 형이 져서 술법을 내주어야 한다고 해도 원망하지 않겠소. 임 형, 우리는 패배할 수도 있고 모욕을 당할 수도 있지만, 겁을 먹으면 안 되오!"

고비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특히 마지막 말은 말투가 무거웠다.

진남은 살짝 놀랐다.

진남은 고비가 자신을 오해한 것 같아 씁쓸했다.

하지만 고비의 생각과 마음가짐은 좋은 것이었다.

진남은 손을 뻗어 고비의 머리를 토닥거렸다.

그리고 그는 고비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사사의를 바라보며 무뚝뚝하게 말했다.

"사 도우, 미안하오. 오늘은 자네와 무예 겨루기를 할 수 없소. 다른 날로 약속하는 건 어떻소?"

그의 말에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저게 무슨 말이야? 무예 겨루기를 하지 않겠다니?"

"뭐 하는 거야? 겁을 먹었으면 그렇다고 하면 되지. 말을 돌려서 하기는. 에잇, 재미없어!"

무인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그들은 진남을 비웃었다.

"다른 날로 약속을 미루자고? 지금 나를 놀리는 거요?"

사사의는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그의 목소리는 천둥 같았다.

그가 은근히 뿜어내는 기운에 방원 몇십 장의 선의가 일그러졌다.

사사의는 당장이라도 공격을 할 것 같았다.

"사 형, 침착하시오. 저런 사람 때문에 규칙을 어기지 마시오."

임성기 등은 얼른 사사의를 말렸다.

"걱정하지 마시오."

사사의는 기세를 거두었다.

그는 경멸이 가득한 시선으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나는 자네가 오기가 좀 있다고 생각했소. 내가 눈이 삐었었구먼. 됐소. 자네 같은 사람과 무예 겨루기를 해 봤자 시간 낭비요."

사사의는 고비를 바라보며 말했다.

"첫 번째 심사에서 재과를 얻었다는 것은 자네 혈통이 대단하다는 뜻이라고 생각하오. 저따위 사람을 따르면 종족에 미안하지도 않소?"

고비는 화를 버럭 내고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임 형이 자네와 무예 겨루기를 하지 않으면 내가……."

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진남은 그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방대한 규칙지력이 몸을 감싸 고비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사사의는 무예 재능이 엄청 뛰어났다.

고비는 고작 패자 경지이고 충동적이어서 사사의의 말 몇 마디에 흥분했다.

고비가 사사의와 무예 겨루기를 한다면 질 게 분명했다.

또, 사사의만 좋은 노릇이었다.

"도우들, 흩어지거라. 이런 겁쟁이들과 한 궁전에 있지 말거라."

임성기는 차갑게 웃었다.

"그래, 그래."

"두 번째 심사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곧 세 번째 심사가 시작될 거다."

"응, 세 번째 심사는 어떻게 진행될까?"

무인들은 너도나도 한마디씩 하면서 자리를 떴다.

"이만 가보겠소."

진남과 명초노조는 다시 도장으로 날아왔다.

도장은 텅텅 비었다.

계현과 다른 무인들은 두 번째 심사에 참가하러 다른 곳으로 갔다.

"임효지, 방금 왜 나를 막았소? 자네가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나라도 사사의와 무예를 겨루려고 했소. 그게 무슨 문제라도 있소?"

고비는 자유를 얻자 화가 나서 진남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고비, 나를 믿어주시오. 방금 사사의와 싸우지 않은 것은 확실히 다른 문제가 있었소. 그를 무서워서 피한 게 아니오. 방금 달려들었더라면 술법을 그자에게 순순히 넘기는 꼴이 되었을 거요."

진남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고비는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겁을 먹은 것도 그렇지만 이제 와서 다른 핑계를 대는 거야?'

"졌어도 내 일이요. 내가 원해서 한 일이요."

고비는 말투가 차가워졌다.

말을 마친 그는 땅에 내려와서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나는 다른 곳으로 가서 이 술법을 익히겠소."

진남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고 손으로 미간을 문질렀다.

'머리가 아프군.'

"하하. 진남, 걱정 말거라. 고비는 너를 알게 된 시간이 짧아 네 성격을 잘 모른다. 나중에는 고비도 알게 될 거다."

명초노조는 살짝 웃으며 위로했다.

"어쩔 수 없지요."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마음을 다스리고 기다리기 시작했다.

한 시진이 지나고 방대한 파동이 도장을 휩쓸었다.

찬란한 빛들이 빠른 속도로 도장에 떨어졌다.

빛들은 사람 형상으로 변했다.

전보다 백여 명은 줄어들었다.

"허허, 두 번째 심사는 너무 쉽소. 내가 말하지 않았소. 내 무예 재능은……."

계현은 자랑하며 다가오다가 의아해서 물었다.

"고비는 어디 갔소?"

명초노조는 웃으며 말했다.

"고비는 지금 기분이 좋지 않다."

계현은 호기심이 생겼다.

"왜 기분이 좋지 않습니까?"

진남은 고개를 젓고 방금 벌어진 일들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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