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8화 주인이 아니다
"좌 장로, 부탁이 있습니다. 이 기연을 가지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두 번째 심사에 참가하게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진남은 공수하고 전음했다.
"도우, 그럴 필요가 없다. 너는 무예 재능이 훌륭하니 두 번째 심사에 참가하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우리가 이런 제도를 만든 것은 다 나름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좌 장로는 고개를 저었다.
"맞습니다. 제가 당돌했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자들은 심사 결과가 어떻습니까?"
진남은 계현, 고비, 명초노조를 바라보았다.
시간은 흘러가고 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둘 깨어났다.
깨어난 사람들이 다 재과를 얻은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 대부분은 득과였다.
"어렵지 않네, 뭐."
고비와 명초노조가 깨어났다.
고비는 입꼬리를 올리고 오만하게 말했다.
고비는 재과를 얻었다.
명초노조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도 수확이 적지 않았다.
도장의 무인들 대부분이 깨어나고 도장은 다시 시끌벅적해졌다.
"어라? 왜 아직도 깨어나지 않는 거지?"
진남, 명초노조, 고비는 계현을 바라보았다.
계현의 무예 재능도 최상급일 것인데 왜 아직 반응이 없는 걸까?
'계현은 보아하니 위험하겠구만.'
고비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계현이 깨어나면 한바탕 골려 줄 생각이었다.
번쩍-!
이때, 계현이 눈을 번쩍 떴다.
"어억! 내가 실수로 산 전체를 없앴어!"
계현은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사람들은 다 그를 쳐다보았다.
"계현, 무슨 일이오? 얼른 말해보시오. 우리 다 같이 웃어봅시다."
고비는 비열하게 웃으며 가까이 다가갔다.
"에잇, 나는 파허인가 하는 것을 완성하고 두 번째 입도할 때 산의 비밀을 한눈에 알아보았소. 요수들이 달려들 때 부주의로 상고지보를 사용했소……."
계현은 원망스러운 표정이었다.
"와하하하! 계현, 잘도 꾸며대는구먼. 입도의 비밀을 하나도 못 알아낸 것 같소."
고비는 배를 그러안고 웃었다.
"맞다. 계현, 실패를 했으면 한 거지. 괜찮다. 뒤에 또 기회가 있다."
명초노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
계현은 어이가 없었다.
"도우들, 첫 번째 관문은 끝이 났다. 재과에 이른 도우들은 앞으로 나오너라."
이때, 좌 장로가 입을 열었다.
진남, 고비, 명초노조는 계현의 부러움이 가득한 시선을 받으며 계현을 버리고 앞으로 갔다.
심사에 참가한 무인은 이천여 명이었다.
재과에 든 무인은 이백 명도 되지 않았다.
게다가 첫 번째 심사에서 삼백여 명의 무인들이 탈락했다.
"도우들, 나를 따라오너라."
좌 장로는 소매를 휘둘렀다.
안개 속에서 선광이 가득한 다리가 앞으로 뻗어 있었다.
진남 일행은 다리에 올라섰다.
다른 장로가 나타나 남은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도우들, 재과를 얻지 못했지만 실망하지 말거라. 한 번의 성적은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다. 이제 두 번째 심사를 시작하겠다. 두 번째 심사는……."
장로는 계현을 힐끗 쳐다보았다.
계현은 어이가 없었다.
장로는 무표정으로 말했지만 그를 비웃는 것 같았다.
* * *
그 시각 성천무교의 신비한 곳.
보라색 빛이 눈부시게 빛나더니 자호천존으로 변했다.
자호천존은 주변을 살펴보고 다른 움직임이 없으니 저택으로 들어갔다.
그는 정원에 있는 의자에 앉아 선차를 따랐다.
반 주 향이 타는 시간이 지나자 금빛이 번쩍이고 다른 형상이 나타났다.
진남이 있었다면 천극방의 영을 알아보았을 것이었다.
"자호, 상황이 어떻소?"
천극방의 영은 정원에 들어서며 고함을 질렀다.
"천 형, 왜 그리 서두르시오? 방금 첫 번째 심사가 끝났소. 이백여 명이 재과를 했소. 괜찮지 않소?"
자호천존은 웃으며 말했다.
"오, 지난해보다 훨씬 많아졌구먼. 보아하니 대상계의 무도가 점점 더 강해지는 게 맞는 것 같소. 점점 많은 천재들이 나타나는구먼."
천극방의 영은 눈을 반짝거렸다.
그는 이어서 말했다.
"내가 주목하라던 녀석은 살펴보았소?"
자호천존은 손가락을 튕겼다.
수막이 생겼다.
그 안에 한 청년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사람들을 따라 걸어갔다.
진남이 특별히 신경을 썼던 패자 경지의 청년이었다.
"이자 맞소?"
자호천존은 물었다.
"오, 맞소. 내가 이 녀석을 우연히 발견하고 살짝 떠봤는데 무예 재능이……. 세상에."
천극방의 영은 감탄했다.
"그 네 녀석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을 정도요."
자호천존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럼 이자겠구먼."
그는 이내 무언가 생각나서 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 심약 녀석이 큰 타격을 입고 체면도 말이 아니겠소."
천극방의 영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
"안 그래도 그 녀석에게 타격을 주고 싶었소. 참, 저 청년은 이름이 뭐요? 나에게 말해준 적이 없소."
"아, 생각해봅시다. 오 무슨 화였던 것 같은데…….
아, 생각났소. 저 녀석은 성이 오씨가 아니라 진봉화요!"
* * *
차 한 잔을 마시는 시간에 진남 등은 좌 장로를 따라 하늘에 있는 한 선궁에 들어왔다.
선궁의 일 층은 벽에 옛 그림이 가득하고 엄청 넓었다.
진남 등 몇백 명의 사람들이 있어도 그리 붐비지 않았다.
좌 장로는 잠깐 기다렸다가 사람들 앞에 나섰다.
좌 장로는 엄숙하던 얼굴에 미소를 띠고 말했다.
"도우들, 이번 기연은 조금 특별하다."
그가 말을 마치자 성천무교의 두 제자가 밖에서 들어왔다.
제자들은 보라색 나무 탁자를 들고 왔다.
탁자 위에는 오색찬란한 선옥들이 선기를 뿜었다.
좌 장로는 이어서 말했다.
"여기 있는 옥간들은 한가지 술법이 적혀있다. 너희들은 한 사람이 하나씩 가질 수 있다.
술법 대부분은 선술이나 도술이다. 그러나 한 옥간에는 천존 선배님이 직접 만든 술법이 있다."
좌 장로의 말에 사람들은 눈을 반짝거렸다.
천존 거물이 만든 술법은 대상계에서 엄청 가치가 있고 얻기도 힘들었다.
"옥간들은 특수한 처리를 해두었기에 동술이나 신념 또는 다른 수단으로 볼 수 없다. 천존이 직접 만든 술법을 얻을 수 있는지 없는지는 운에 달렸다."
좌 장로는 한마디 보충했다.
"참 할 일도 없나 보오."
심약주재는 입을 삐죽거렸다.
그는 먼저 앞으로 나가 옥간을 집었다.
심약주재는 옥간을 확인도 하지 않고 선궁 밖으로 날아갔다.
그에게 천존이 만들었다는 술법은 큰 의미가 없었다.
"도우들, 시작하거라."
좌 장로는 크게 신경 쓰지도 않고 손짓했다.
사람들은 앞으로 다가가 옥간을 하나씩 가져갔다.
진남, 고비, 명초노조도 하나씩 집었다.
"에잇, 소귀원술(小歸元術)이다. 이건 도술도 아니고 선술이잖아!"
"운이 별로인가 봐. 나도 선술을 가졌어."
"하하. 나는 운이 엄청 좋은가 봐. 내가 가진 건 도술이야."
무인들이 술렁거렸다.
진남은 신념을 옥간에 주입했다.
"소오행술(小五行術)?"
네 글자를 확인하니 짐작이 갔다.
그는 소오행술을 읽어보고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도술이었다.
오행의 신비함을 이용하여 영역을 만들고 적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다.
그리 나쁘지 않은 성과였다.
평소에 보기 드문 도술이었다.
"너도 못 가졌느냐? 나도 그냥 도술이다."
명초노조는 옥간을 흔들었다.
"임 형과 선배님은 운이 별로인가 봅니다. 그렇다면 제가……."
고비는 중얼거리며 신념을 주입했다.
잠시 후, 고비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고비는 얼굴에 기쁨이 가득했다.
"하하하. 천존이 만든 극묘삼성진천술(極妙三聖?天術)이다!"
모든 시선이 고비에게 쏠렸다.
"뭐? 극묘삼성진천술? 태일(太一)천존이 만든 술법이잖아?"
"진짜 태일천존이 만든 술법을 뽑은 거야? 태일천존은 그 술법으로 천존 거물을 두 명이나 죽였어!"
"우와, 태일천존의 술법이라니, 저 녀석 대단해!"
놀란 목소리들이 울려 퍼졌다.
무인들 대부분은 부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고비를 바라보았다.
태일천존은 자호천존과 마찬가지로 대상계 십 대 천존에 속하는 유명한 사람이었다.
태일천존이 만든 술법은 엄청난 신위를 가지고 있어 다른 천존 거물들의 술법보다 훨씬 강했다.
"저 녀석."
진남과 명초노조는 저도 몰래 미소를 지었다.
절천보수는 하늘의 도움을 받는지 운이 좋았다.
"임 형, 선배님, 우리 휴식할 곳을 찾읍시다. 저는 이 술법을 익히고 싶습니다."
고비는 흥분했다.
고비는 인간 세상이 참 좋다고 생각했다
쉽게 좋은 기연을 얻었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우리……."
진남과 명초노조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를 뜨려고 했다.
이때, 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두 분, 잠깐만 기다려보시오."
진남과 명초노조가 고개를 돌려보니 사사의가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도우, 이 술법은 나에게 엄청 도움이 되오. 그러니 술법을 나에게 팔지 않겠소?
걱정하지 마시오. 가격은 자네 마음에 들 정도로 후하게 쳐주겠소."
사사의는 고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싫소."
고비는 생각도 하지 않고 거절했다.
사사의는 두 눈에 빛이 스쳤다.
그는 진남을 바라보며 허허 웃었다.
"도우, 자네가 요수의 주인이요? 자네가 설득해 술법을 나에게 팔지 않겠소?
어떤 조건이라도 제시하시오. 반드시 만족시키겠소. 그리고 도우가 허락한다면 이제부터 자네는 내 벗이고 사씨 가문의 벗이 될 수 있소."
진남은 생각도 하지 않고 손을 저었다.
"사 도우, 오해를 한 것 같소. 나는 고비의 주인이 아니라서 대신 나설 수 없소. 고비가 팔지 않겠다고 하면 팔 수 없소. 미안하오."
고비는 진남을 힐끗 쳐다봤다.
고비는 진남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고 진남을 따르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사의는 표정이 굳었다.
그는 진남이 그의 체면을 봐주지 않을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이 술법이 꼭 필요했다.
이 술법을 장악하고 그가 가지고 있는 것까지 더해지면 태일천존과 인연을 맺을 가능성이 컸다.
그럴 수만 있다면 사사의는 엄청난 좋은 점을 얻을 수 있었다.
사사의는 머리를 굴렸다.
'이런 상황은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성천무교에서 싸울 수도 없고……. 그렇지!'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오른 사사의는 옅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도우, 너무 단호하게 거절하는 거 아니오?
우리 이렇게 합시다. 마침 만세무회에 참가했으니 무예를 겨루는 것이 어떻소? 도우가 지면 도술을 나에게 주시오. 내가 지면 이 물건을 도우에게 주겠소."
사사의는 손바닥을 뒤집어 저장주머니에 넣었던 구슬을 꺼냈다.
구슬은 동그랗고 옅은 파란색을 띠었다.
구슬은 신비한 기운을 풍기고 놀라울 정도로 방대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남도주(藍道珠)잖아?"
"남도주는 경지를 돌파하게 도와줄 뿐만 아니라 무예 재능도 제고시켜 준다!"
"사씨 가문의 직계는 역시 다르구나. 이렇게 귀한 지보를 꺼내다니!"
자리를 뜨려던 무인들은 걸음을 멈추었다.
무인들은 그들을 둘러싸고 감탄했다.
고비는 입을 삐죽거렸다.
그는 남도주에 관심이 없었다.
진남은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사 도우, 그러지 마시오. 이 술법은 이 아이에게도 소중하오. 때문에 술법을 걸고 무예를 겨루지 않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