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6화 다섯 관문으로 바뀌다
"오? 자네 언제 이리 많은 정보를 얻었소?"
진남은 살짝 놀랐다.
"하하. 며칠 동안 선궁에 가만히 앉아 있었겠소? 몰래 사람을 찾아 선석을 엄청 쓰고 만세무회에 참가하는 천재 무인들의 자료를 수집했소."
계현은 '어떤가? 내가 선견지명이 있지?' 하는 표정을 드러냈다.
소용돌이를 통해 더 많은 무인들이 날아왔다.
팔 대 천존가문과 상고대족 그리고 다른 대세력의 제자들도 있었다.
만세무회는 천극방 서열 싸움이나 천존 싸움보다 못하지만 이름이 있다는 세력들은 거의 모였다.
"임 형, 저자는 사사의(謝思意)라고 하오. 여인처럼 생기고 이름도 여인 같지만 사실은 사내요. 저 녀석은 엄청 대단하오. 팔 대 천존가문인 사씨 가문의 직계 제자요. 천극방 서열은 높지 않지만 천선 경지일 때부터 만세무회에 참가했소. 그 뒤로 만세무회에 매번 참가했는데 계속 이 위를 했소.
저 여인은 두미(杜眉)라고 하오. 딱 요정이요. 아무런 공법을 사용하지 않고 언어와 행동으로 천재들을 그녀의 치마폭에 쓰러지게 하오. 그녀의 실력과 배경도 간단하지 않소. 천극방 서열 이백삼 위이고 곧 이백 위에 들 것 같소. 칠해도통(七解道統) 전임 종주의 외동딸이요…….
그리고 저자는……."
진남과 명초노조가 호응도 하지 않았지만 계현은 아는 사람이 나타나면 자세히 설명했다.
마지막에는 작은 반응이라도 얻으려고 고비에게 전음해서 설명했다.
처음 세상에 나온 고비는 그의 설명에 깜짝깜짝 놀랐다.
특히, 두비를 소개할 때 고비는 계현과 열렬히 토론을 했다.
* * *
두 시진이 지났다.
"응?"
진남은 소박한 차림에 나무 비녀로 머리를 틀어 올리고 무표정한 청년이 소용돌이를 통해 들어온 것을 발견했다.
청년은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시선을 그 누구에게도 주지 않았다.
청년은 가운데로 걸어가 아치형 문에 포권을 하고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는 눈을 감고 주변에서 보내는 놀라운 시선에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청년은 경지가 패자정상이었지만 그에게서 풍기는 기운은 패자보다 훨씬 강했다.
"임 형, 저자를 아시오? 엄청 대단하지 않소?"
계현은 머리를 쑥 들이밀며 물었다.
"모르오. 지난번에 무예 겨루기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소. 엄청 대단했소."
진남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진남은 백여 번의 무예 겨루기를 구경했다.
그중 네 번의 무예 겨루기가 인상 깊었다.
네 번의 무예 겨루기 중 두 번은 저 청년이 있었다.
청년은 처음에는 패자와 겨루었다.
진남이 살펴보니 상대방은 무예 재능이 평범한 자였다.
청년은 패자와 세 번 겨루었는데 매번 약간의 차이로 이겼다.
무척 흥미진진한 겨룸이었다.
두 번째에 청년은 주재 대성의 무인과 겨루었다.
주재대성 강자는 청년이 아까 싸웠던 패자보다 실력이 두세 등급은 더 높았다.
하지만 청년은 주재대성 강자와 세 번의 겨룸에서 약간의 차이로 계속 이겼다.
이번에도 흥미진진하게 무예 겨루기가 진행되었다.
아주 재미있는 상황이었다.
무예 겨루기는 비슷한 자들끼리 해야 실력이 늘 수 있었다.
비슷한 상대를 만나지 못하면 무인들은 자신보다 강한 자를 선택했다.
청년의 행동을 보면 상대방에게 모욕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아주 진지하게 싸움에 임했다.
청년은 무예 겨루기를 즐기는 것 같았다.
"숨은 인재구나."
진남은 중얼거렸다.
진남은 의욕이 생겼다.
이때, 도장에 큰 소란이 일었다.
진남, 명초노조 등은 놀라서 시선을 돌렸다.
도장에는 거의 사천 명이 되는 무인들이 모여 있었다.
큰 소란이 일었다는 것은 비범한 자가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흰 두루마기를 입고 얼굴이 옥처럼 맑으며 비범한 기세를 뿜는 청년이 흰 천을 감은 검을 메고 나타났다.
그가 지나는 곳마다 무인들이 길을 내주었다.
그는 곧장 도장의 앞쪽에 다가갔다.
"재미없다, 재미없어."
청년이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모든 사람들의 귀에 똑똑히 들렸다.
청년은 검을 빼 땅에 꽂더니 검에 기대 눈을 감고 고르게 숨을 쉬었다.
잠깐 쉬려는 것 같았다.
패자 경지의 청년과 마찬가지로 그는 눈을 뜨지도 않고 아무도 살펴보지 않았다.
그의 행동과 패자 경지 청년의 행동은 차이가 있었다.
청년은 모든 사람들을 경시했다.
그러나 나서서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은 없었다.
더 많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심약주재, 심약주재다!"
"나도 심약주재가 만세무회에 참가할 거란 소리를 들었어. 처음에 믿지 않았는데 진짜 왔어!"
"허, 심약주재가 왔으니 만세무회의 일 위는 당연히 그가 차지하겠지."
"그래, 다 둘러보아도 심약주재와 싸울 자격과 능력이 있는 자는 없는 것 같구나."
계현은 깜짝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상에, 진짜 심약주재요? 그자가 만세무회에 참가하러 왔다는 말이오? 우리 형님, 아니 창과 함께 청궁에 간 거 아니었어?"
진남은 살짝 놀랐다.
'저자가 젊은 시절의 심약주재야? 하긴 최근 몇십 년 동안 이렇게 큰 소란을 몰고 다닐 사람은 주제, 창 등 네 사람 외에 심약주재밖에 없긴 하지.'
심약주재는 천극방의 서열이 또 높아져서 현재 사십구 위였다.
천극방의 사십구 위는 엄청난 순위였다.
심약주재는 주재정상이지만 대상계의 천존 정상 거물들에게 타격을 줄 수 있었다.
가히 심약천존이라고 부를 만한 실력이었다.
때문에, 그는 대부분의 천존 거물들보다 훨씬 눈부신 존재였다.
주로와 가엽은 심약천존에 대해 설명할 때 매우 아쉬워했다.
몇십 년 동안 심약주재는 주제, 창보다 실력이 조금 낮았지만 매년 강해졌고 곧 주제와 창을 쫓아갔다.
이는 대상계의 사람들이 전부 아는 일이었다.
그 뒤로 주제와 창은 천존거물이 되고 공동으로 서열 일 위가 되었다.
심약주재는 서열 오 위가 되고 대상계 상위의 존재가 되었다.
천극방의 영도 유난히 심약주재를 좋아했다.
하지만 그 뒤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심약주재는 주저앉았고 서열 십 위 밖으로 밀려났다.
그리하여 심약주재는 주제와 창과 함께 천극방에서 수련할 기회를 잃었다.
심약주재가 그때 기회를 잡았더라면 대상계의 구도는 다른 변화가 있었을 것이었다.
이때, 호탕한 웃음소리가 도장 끝에 자욱하게 있는 안개를 뚫고 울려 퍼졌다.
"하하, 심약 드디어 왔구나. 계속 안 오면 천극방더러 명령을 내리라고 해서 강제로라도 데려오려고 했다."
청색 두루마기를 입은 자상한 노인이 다가왔다.
노인은 흰색 눈썹에 검은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노인의 곁에는 중년 사내와 중년 여인이 있었다.
"교주님을 뵙습니다."
주재 강자들은 깜짝 놀라 공수했다.
다른 무인들도 따라서 인사를 했다.
"저 사람이 성천무교의 교주인가?"
진남은 인사를 하면서 호기심이 가득한 시선을 보냈다.
노인이 다가올 때 진남은 어떤 기운도 느끼지 못했다.
"허허. 임 형, 표정을 보니 잘 모르는가 보오. 성천무교의 교주의 이름은 자호(紫昊)천존이요. 천극방 서열 구 위이고 십 대 천존거물이요."
계현은 전음했다.
"서열 구 위?"
진남은 깜짝 놀랐다.
성천무교의 교주가 이리 강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도우들, 이 노인에게 그리 예를 차리지 않아도 된다."
자호천존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
"도우들이 멀리서 와준 것만 해도 나는 너무 고맙다."
자호천존은 위엄을 부리지도 않고 말투도 친근했다.
하지만 자호천존의 위엄이 느껴져 떠들썩하던 도장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심약주재만이 기지개를 켜고 하품을 했다.
"자호 선배님, 만세무회가 매년 더 강해진다고 하는데 질은 왜 점점 떨어지는 겁니까?
이곳에 있는 자들 중 괜찮은 사람이 몇 안 됩니다. 그런데 왜 선배님과 천 형은 자꾸 저더러 오라고 하는 겁니까?"
그의 말에 강자들과 천재들은 미간을 찌푸렸다.
'심약주재는 너무 건방을 떠는 거 아니야? 이곳에 있는 무인들을 전부 신경도 안 쓴다는 거지?'
하지만 불쾌했음에도 누구 하나 나서서 반격하는 사람이 없었다.
심약주재는 실력이나 재능 등이 엄청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심약주재보다 약했다.
"아……."
진남은 그 모습을 보자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심약주재를 만나기 전에 진남은 상상한 적이 있었다.
다만, 오만하고 예의 없는 심약주재의 모습은 진남이 상상했던 것과 너무 달랐다.
"심약, 아직도 그 버릇을 못 고쳤느냐? 충고 한마디 하겠다. 말을 그리 극단적으로 하면 나중에 난감해지는 건 너다."
자호천존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심약주재는 입을 삐죽거렸다.
자호천존의 체면 때문에 참았지만, 그는 도장의 사람들에게 자신과 겨뤄볼 자가 있는지 질문할 수도 있었다.
"됐다. 다들 오랫동안 기대했지? 그럼 선포하겠다. 만세무회를 정식으로 시작한다! 구체적인 규칙은 좌(左) 장로가 소개를 하겠다.
자호천존은 말했다.
"도우들, 간단하게 설명하겠다. 만세무회는 다섯 개의 관문이 있다."
좌 장로는 앞으로 한걸음 나서서 큰 소리로 말했다.
그의 첫 번째 말에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왜 다섯 관문으로 변했지? 쭉 네 개의 관문이었잖아?"
계현은 궁금했다.
"다들 예전과 달리 관문이 한 개 더 많아졌다는 것을 발견했을 거다. 그럼, 이번 만세무회의 상품은 구별이 있을지도 궁금하겠지?
큰 차이가 있다. 도우들이 알고 있던 것처럼 일 위는 단세호에 들어갈 수 있고 천지무궁을 전부 열람할 수 있다. 또 세 개의 지보를 빌릴 수 있다. 이 위는……."
좌 장로는 느긋하게 말하더니 말투를 바꾸었다.
"차이점이라면 첫 번째 관문과 세 번째 관문에 있다.
첫 번째 관문은 파허입도견중생(破虛入道見衆生)이다. 무인들마다 주어지는 구체적인 심사는 다르다. 하지만 난이도는 같다.
첫 번째 관문은 득과(得過)와 재과(再過) 두 개 등급으로 나눈다. 득과를 얻은 무인들은 두 번째 관문에 참가할 필요 없이 세 번째 관문으로 직접 들어갈 수 있다. 또, 성천무교에서 특별히 준비한 기연도 얻을 수 있다.
그러면 득과를 얻었는지 재과를 얻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바로, 심사가 끝나고 가슴에 각인이 나타나 알려줄 거다.
그리고 세 번째 관문도 미리 알려주마. 세 번째 관문은 침부(?浮)와 사기(乍起)로 나뉜다. 사기가 되면 바로 다섯 번째 관문에 들어갈 수 있다. 기연은 없다."
그의 말이 끝나자 무인들은 술렁거렸다.
"좋소, 너무 좋소. 그럼 관문마다 다 치러야 하는 게 아니지 않소? 또 기연도 얻을 수 있소."
계현은 무척 만족스러운 것 같았다.
계현은 재과와 사기를 아주 쉽게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인간은 역시 인간이군. 높고 낮음의 구별인데 굳이 득과와 재과, 침부와 사기로 나누다니 정말 이상하오……."
고비는 성천무교를 무정하게 비판했다.
"도우들, 이제 잘 알겠느냐? 그럼 이제 첫 번째 관문인 파허입도견중생 심사를 시작하겠다!"
좌 장로는 말을 마치고 물러섰다.
자호천존은 손을 들고 앞으로 튕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