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5화 만세무회에 모이는 무인들
한참이 지나 진남은 마음에 떨림이 느껴졌다.
"전인심법이 반응했어?"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이때, 앞에 있던 사람들 중에서 갑옷을 입고 얼굴에 칼자국이 있으며 커다란 검을 멘 중년 사내가 이곳을 살펴보았다.
"진남이냐? 아니면 항하생이냐? 그것도 아니면 항원이냐? 나는 명초다!"
중년 사내는 기뻐서 신념을 전했다.
"저는 진남입니다. 명초 선배님을 뵙습니다."
진남은 얼른 인사를 올렸다.
"어? 임 형, 아는 자요?"
계현과 고비는 진남의 행동에 의아했다.
"하하하. 네가 만세무회에 참가할 거라고 확신했다."
중년 사내는 호탕하게 웃으며 전음했다.
그는 기분이 유난히 좋았다.
"음, 이분은 내가 아는 선배님이시오. 이분은……."
진남은 계현과 고비에게 소개하려다가 멈추었다.
그는 명초노조가 상고시대에서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지 알지 못했다.
"안녕, 나는 명초라고 부르면 된다."
중년 사내는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님을 뵙습니다."
계현은 공수하고 인사했다.
고비도 두 발을 쳐들었다.
중년 사내는 경지가 주재 대성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진남과 동년배였다.
진남에게 선배면 그들에게도 선배였다.
"선배님께서는 이름을 바꾸지 않으셨습니까? 저의 몸 주인은 임효지라는 자입니다."
진남은 바로 대답했다.
"역시 너였구나. 나는 금방 깨어났을 때 사방용도를 가져다 용도천존과 친해지려고 했다. 그런데 임효지라는 녀석이 먼저 가져갔다고 하더구나. 그때 임효지가 너라는 느낌이 들었다."
명초노조는 감탄했다.
"나는 너처럼 운이 좋지 않았다. 내가 들어온 이 몸은 평범한 무인이었다. 삼 년 전에 겨우 패자가 되었다. 그러니 몸 주인의 도호를 바꾸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진남은 그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삼 년 만에 패자에서 주재정상이 되는 일은 웬만한 천재라도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명초노조에게는 큰일이 아니었다.
명초노조는 원래 주재정상이었다.
그는 진남처럼 이 세상의 여러 기연에 대해 훤히 뚫고 있었다.
때문에, 경지를 높이는 일은 아주 쉬웠다.
"노조, 다른 두 선배님들을 만난 적이 있습니까?"
진남은 물었다.
"네가 그 일을 물으니 말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 무척 이상한 일이다."
명초노조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삼 개월 전에 제십오소선역에서 기연을 빼앗는 중에 검존자의 전승이 느껴졌고 내 전심법인에도 파동이 생겼다.
나는 주변을 살피면서 이상한 행동도 했지만 나에게 전음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른 반응도 없었다."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니겠지?"
명초노조는 물었다.
"항원 선배님은 전심법인은 후세에서 한 주재 강자가 만든 법술이라고 했습니다.
이 시대의 무인들은 전심법인을 모릅니다. 파동이 일었다면 항원이나 항하생 선배님일 겁니다.
그들이 선배님과 아는 척을 안 한 것은 다른 사정이 있었을 겁니다. 일이 생겼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진남은 잠깐 생각하고 말했다.
그들이 상고시대로 오면 빙의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빙의를 하면 두 가지 결과가 있을 수 있었다.
몸 주인의 저항에 사라지거나 몸 주인의 심의를 차지하는 것이었다.
전심법인이 반응을 했다면 빙의에 성공하고 사라지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나중에 그들과 만나서 자세히 물어봐야겠다."
명초노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님도 만세무회에 참가할 겁니까?"
진남은 물었다.
"만세무회는 참가해야지. 나도 무예 재능이 약하지 않다. 아마 이 위를 하는 것은 문제없을 것이다.
그리고 너도 알지 않느냐? 며칠 후면 성천무교에 이변이 일어나고 괜찮은 기연이 나타난다."
명초노조는 웃으며 말했다.
"너는 이미 천극방 서열이 이백여 위가 되지 않았느냐? 이 기연은 나에게 양보하거라. 나는 아직 천극방에 오르지도 못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님, 괜찮습니다. 기연들이 저에게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가져가십시오. 하지만 그때 가서 이 두 녀석도 데려가 주십시오."
명초노조는 계현과 고비를 보고 말했다.
"저 둘은 무슨 내력이냐? 믿을 수 있는 자들이냐?"
진남은 말했다.
"이자는 계현입니다. 점술에 능한 자입니다. 요수는 이름이 고비이고 절천보수입니다……."
진남과 명천노조는 대화를 나누면서 계현을 따라 정(丁) 자 선궁에 도착했다.
취도대천무도의 선궁들은 비범했다.
그들이 머무르는 정 자 선궁은 '태심무석(太心武石)'이라 불리는 귀한 광석으로 만들었다.
천존 경지 아래의 무인들은 선궁에 묵을 때 일부러 수련하지 않아도 심신이 편안하고 머리가 맑고 빠르게 돌아갔다.
현묘한 느낌이 드는 경우도 있었다.
계현은 아쉬웠다.
갑(甲) 자 선궁은 호선무석(昊仙武石)으로 만들어졌고 청선호수(?仙湖水)와 화신훈향(化神熏香)이 있었다.
갑 자 선궁에서 열흘만 있어도 무도를 깨닫는 상태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런 상태는 시간제한이 있었고 몇 시진밖에 유지할 수 없었다.
진남 일행은 잠깐 쉬고 성천무교의 제자를 찾아 등록했다.
명초노조, 계현, 고비는 성안에 있는 것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들은 정 자 선궁에서 만세무회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진남은 혼자 거리를 누볐다.
성천무교의 영향을 받아 제이십구소선역에서는 무예를 겨루는 분위기가 짙었다.
무인들 사이에 갈등이 있으면 무예 겨루기를 통해 해결했다.
취도대천무도의 무예 겨루기는 진남이 후세에서 겪은 것들과 전혀 달랐다.
이들은 무예 재능만 겨루는 것이 아니라 무도에 대한 이해 등도 겨루었다.
때문에, 무예 겨루기는 몇십 가지 종류가 있고 각자 달랐다.
가장 보편적인 것은 용호투(龍虎鬪)라는 것이었다.
무인들은 작은 범위의 영역에 앉아 있고 성천무교에서 제공한 연무선비(演武仙碑)가 서로 다른 초식을 알려줬다.
무인들은 초식을 통해 깨달음을 얻어야 했다.
깨달음을 빨리 얻는 자 혹은 더 깊이 깨닫는 자가 승자였다.
진남은 쉬체경지일 때 벌써 무예에 푹 빠진 사람이었다.
때문에, 그는 무예를 겨루는 분위기가 짙은 이곳에 치명적인 매력을 느꼈다.
진남은 이런 분위기에 푹 빠졌다.
어느덧 열흘이 지났다.
계현은 진남에게 신념을 전했다.
"임 형, 이리저리 다니며 구경하는 것을 그만두시오. 만세무회가 곧 시작될 거요. 우리 이제 성천무교로 갑시다."
무예 겨루기에 푹 빠졌던 진남은 꿈에서 깬 듯 고개를 들었다.
성안은 이미 분위기가 뜨겁고 수많은 소리들이 울려 퍼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갑을병정 여러 선궁들과 거리에 있던 무인들은 무지갯빛으로 변해 하나둘 날아갔다.
그 장면은 파도가 치는 같고 엄청 놀라웠다.
"드디어 왔구나……."
진남은 위쪽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의 두 눈에 불꽃이 이글거렸다.
진남은 선궁으로 날아가 계현 등과 만났다.
"우리 이제 갑시다."
계현은 살짝 흥분했다.
그는 하늘에 있는 소용돌이로 달려갔고 진남 등도 그의 뒤를 따라갔다.
잠시 후, 진남 일행은 소용돌이를 지나 새로운 소세계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 도장에 들어섰다.
도장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크고 자금색 무늬들이 가득했다.
순수한 선의들은 강처럼 흘러내렸다.
시선이 닿을 수 있는 끝에는 높이가 천 장이 되는 주홍색 아치형 문이 있었다.
그 위에는 느낌 있는 글자가 네 개 쓰여 있었다.
아치형 문은 안개가 몽롱하게 끼고 노을빛이 반짝거렸다.
선산과 선궁의 형태가 은근히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도장에는 이미 사람들이 가득했다.
주재정상의 거물들도 있고 천선 경지도 있었다.
심지어 지선 경지도 한두 명 있었다.
대부분은 패자가 되지 못한 무인들이었다.
경지가 낮은 무인들은 눈치가 빠르게 도장의 양쪽에 물러서 있었다.
그들은 삼삼오오 떼를 지어 오는 사람들을 살펴보며 귓속말을 했다.
만세무회는 대상계의 무인이라면 아무런 조건이 없이 참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인들 대부분은 자신을 잘 알았다.
그들은 괜히 무회에 끼어들어 시끄러움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들이 이곳에 온 목적도 만세무회를 구경하고 일 위, 이 위, 삼 위를 추측하여 재미 삼아 내기를 하려는 것이었다.
"만세무회에 참가하는 무인들은 매번 더 많아집니다. 지난번에 성천무교는 만세무회에 참가한 무인들이 천칠백여 명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번에는 아마 이천 명을 넘는 것 같습니다."
계현은 분위기에 휩쓸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렇다. 나도 전에는 만세무회를 과소평가했다. 이 위를 하는 것도 어려울 수 있겠구나. 이제 삼 위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명초노조도 고개를 끄덕였다.
"노조, 저도 지금은 삼 위를 하면 만족합니다."
계현은 따라서 말했다.
계현은 이제 얌전해졌다.
그는 겸손하게 굴지 않으면 나중에 큰 망신을 당할 것 같았다.
"계현, 자네는 너무 나약하오. 내가 나가면 적어도 이 위는 할 거요."
고비는 진남의 어깨에서 거만하게 말했다.
만세무회는 대상계의 모든 무인들이 참가할 수 있었다.
경지나 배경을 보지 않았기에 고비도 참가할 자격이 있었다.
"허허, 허풍을 치는 것은 누가 못하겠소? 나는 일 위를 한다고 허풍 칠 수 있소."
"내 말을 의심하는 거요? 그럼 내기합시다!"
"내기하자고 하면 내가 겁낼 줄 아시오? 합시다!"
진남은 계현과 고비를 무시하고 동호지동을 사용하여 무인들을 살폈다.
"이곳에 많은 강자들이 모였구나……."
진남은 중얼거렸다.
살펴보니 주재정상이 적어도 열다섯은 되고 주재대성은 서른 명이었다.
이때, 앞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환한 미소를 지은 청년과 무표정에 긴 머리카락을 발목까지 늘어뜨린 청년 그리고 작고 귀여운 모습으로 선단을 먹는 여자아이가 함께 도장에 도착했다.
"저자들은 임성기(林成器), 장립(張立), 도요요(桃夭夭)잖아?"
"맞아. 얼마 전에 함께 무탑에 가서 탑 꼭대기까지 올랐다고 하더구나."
사람들은 그들을 주목했다.
"무탑의 꼭대기까지 올라갔다고?"
진남의 두 눈에 빛이 반짝거렸다.
며칠 동안 무예 겨루기를 구경하면서 진남은 무탑에 대해 알게 되었다.
무탑은 성천무교가 만들었고 구 층까지 있었다.
무인들의 무예 재능을 심사하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보통은 일 층에서 구 층까지 가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세 사람은 꼭대기까지 올랐기에 무예 재능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 셋은 저도 아는 자들입니다.
임성기는 구소도통(九?道統)의 진전제자입니다. 천극방 서열이 높지 않고 사백이십일 위입니다.
장립도 구소도통의 진전제자입니다. 저자는 임성기보다 서열이 조금 높은데 사백이 위입니다.
여자아이는 도요요라고 하는데 앞에 두 사람보다 훨씬 강합니다. 해령도통(海靈道統)의 진전제자일 뿐만 아니라 해령도통 종주의 유일한 여제자입니다. 일 년 전에 천극방 서열 이백오십육 위에 올랐습니다."
계현은 일부러 고비를 빼놓고 진남과 명초노조에게 단숨에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