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3화 제이십구소선역으로
"상마지권!"
진남은 겁을 먹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쳤다.
쿠쿠쿵-!
엄청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허공이 연달아 무너지고 사라졌다.
형세는 불 보듯 뻔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남은 무시천에게 밀려 연신 뒤로 물러났다.
"고작 이 정도 전력이라면 너무 실망이다."
무시천은 진남을 조롱했다.
"나에게 실력을 보여주겠다고 하지 않았소?"
고비는 입을 삐죽거렸다.
진남의 말은 멋있었다.
하지만 진남의 실력은 너무 형편없었다.
절반 이상의 주재대성 강자들을 초월하는 실력이었지만 절천보수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고비는 속은 게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무상결!"
진남은 심의를 움직였다.
신비한 느낌이 그의 몸에 퍼졌다.
서로 다른 기운들이 그의 몸에서 연거푸 솟구치며 사방을 흔들었다.
"여러 개의 문도법이네? 좋아 보이지만 아쉽게도 다른 문도법들은 마공에 비해 너무 등급이 낮다. 너는 이것들을 융합할 수 없다. 역시 별 볼 일 없는 것들이구나."
무시천은 단번에 진남의 문제점을 짚어냈다.
"그렇소? 제삼진도(第三陣圖)!"
진남은 손가락을 튕겼다.
스르륵-!
무시천의 발아래로 수많은 무늬들이 쫙 퍼졌다.
무시천이 미처 피하기 전에 대진은 형성이 되었다.
열 명의 진남이 대진의 각 모서리에 나타났다.
진남의 형상 두 개가 터지더니 천지에 변화가 생기고 커다란 나무가 천지 가운데 우뚝 서 있었다.
나뭇잎은 투명하고 나뭇가지는 유리 같았으며 공허한 불도의 느낌이 들었다.
"환술인가?"
무시천은 눈썹을 추켜세웠다.
무시천은 마음이 서늘해졌다.
그의 주위로 서로 다른 여덟 개의 살기가 나타나더니 그를 공격했다.
"이런 거였어? 하하. 재미있구나."
무시천은 눈을 살짝 크게 뜨더니 비밀을 알아내고 호탕하게 웃었다.
"무법, 명룡강세(冥龍降世)!"
무시천은 법인을 만들었다.
환술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크고 시커먼 용들이 어디선가 나타나 고개를 들고 포효했다.
잠시 후,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제삼진도가 산산조각 났다.
"제이진도(第二陣圖)!"
진남은 다시 공격했다.
커다란 구궁(九宮) 그림이 하늘에 펼쳐지고 방원 몇십만 리를 휩쓸었다.
이번에는 여러 문도법들이 펼쳐졌을 뿐만 아니라 진남도 그림에 들어왔다.
진남은 구궁의 주인이 된 것처럼 엄청난 살국을 만들어 무시천을 공격했다.
고비는 두 눈을 반짝거렸다.
진남의 이 수단은 대부분의 주재 강자들보다 훨씬 강했다.
"좋다! 이 정도는 돼야 내가 직접 나서서 죽일 가치가 있다."
무시천은 마음이 점점 차갑게 변하고 더 흥분이 되었다.
그의 몸은 명룡(冥龍)들과 하나로 융합되고 양손은 용의 발이 되었다.
무시천은 횡포하기 그지없는 힘으로 진남의 살국을 하나하나 찢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무시천은 더 많은 무법을 사용하여 천지를 뒤흔들었다.
진남은 심신이 엄청난 충격을 입었다.
무시천이 싸움에 제대로 임하기 시작했다.
쿠쿠쿵-!
무시천과 진남의 싸움은 점점 더 격렬해졌다.
매 순간 몇백 번 부딪혀 보는 사람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고비는 넋이 나갔으며 피가 들끓었다.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그들과 좀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계현과 혈도인 등의 싸움도 격렬했다.
계현은 심의를 셋으로 나누어 혈도인 등을 붙잡고 있었다.
평범한 천재들은 적을 만나면 무예 실력의 우위를 가리고 싶어 하고 비열한 수단은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달랐다.
언제 습격을 할지 알 수 없었다.
"대무천상(大巫天象)!"
이때, 무시천이 엄청난 수단을 사용했다.
그가 손을 휘두르자 천지 전체가 일그러졌다.
옛 무당의 의지가 시공간을 넘어 강림한 것 같았다.
보이지도 않고 형체도 없는 힘이 진남을 제압했다.
진남의 몸에서 펑펑펑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진남은 태고선산을 등에 짊어진 것 같은 압력을 느꼈다.
무시천은 고무의 의지에 힘입어 기세가 쭉쭉 강해졌다.
마치 무적이 된 것 같았다.
"네 전력이 고작 이 정도라면 나의 상대가 될 수 없다."
무시천의 목소리는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
무시천은 진남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무시천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여러 살기들이 허공에 생겨나고 밀려왔으며 기세가 대단했다.
"이 정도밖에 되지 않았으면 자네와 싸우러 왔겠소?"
진남은 전혈이 들끓었다.
그는 진도도결과 탄일도결을 융합하여 사용했다.
도의들은 눈부시게 빛나더니 허공을 찢었다.
"제일진도(第一陣圖), 무상신도!"
진남은 무시천의 뒤로 날아갔다.
그는 양손으로 신비한 법인을 만들어 앞으로 힘껏 쳤다.
이번에는 앞에서 사용한 두 진도들과 달랐다.
처음에 엄청난 기운이 주변으로 퍼져 무시천은 깜짝 놀랐다.
곧이어 수많은 진문들이 용처럼 사방으로 퍼졌다.
진남은 열세 개 문도법의 최강의 힘을 천지에 드러냈다.
"좋다! 아주 좋다! 내가 너를……. 점점 더 죽이고 싶게 만드는구나!"
무시천은 흥분해서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무시천은 금법(禁法)을 사용하여 몸에 흐르는 무당의 피들을 불태웠다.
그가 풍기던 상고무의(上古巫意)가 엄청 강해져 열세 개의 엄청난 기세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세상을 놀라게 할 충돌이 곧 일어날 것 같았다.
"임씨 성을 가진 인간의 전력이 이리 강할 줄은 몰랐다. 고작 주재대성이 저 엄청난 녀석을 흔들었다. 하긴, 절천보수족을 보통 사람이 굴복시킬 수는 없지……."
고비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는 진남을 다시 보게 되었다.
바로 이때였다.
진남은 심신이 흔들리더니 눈앞의 모든 것들이 어둠으로 변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시공지력이 강림하여 진남의 모든 것을 봉인했다.
진남은 꼼짝할 수 없고 싸울 수도 없었다.
"어찌 된 일이야? 왜 시공지력의 일급 방해가 나타난 거지?"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와 무시천의 싸움이 후세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면 시공지력은 처음부터 그를 막았을 것이었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 발목을 잡는 걸까?
"아차!"
진남은 반응했다.
무상신도는 펼쳐졌다.
하지만 진남이 직접 지휘하지 않으면 위력은 대폭 낮아졌다.
시공지력이 진남을 봉쇄했기에 그는 제자리에서 무시천에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
진남이 모르는 일이 있었다.
무시천, 혈도인 등의 저장주머니에 있던 영패가 눈부신 빛을 뿜었다.
"물건이 세상에 나왔어?"
무시천, 혈도인 등은 어안이 벙벙했다.
"젠장, 하필 왜 지금 나오는 거야……."
무시천은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표정이 다양하게 변했다.
어렵사리 좋은 사냥감을 만났는데 중요한 순간에 떠나야 하다니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지금 그곳에 가지 않으면 두 달 동안 심혈을 기울인 것이 헛고생이 되었다.
"아까 내가 말을 잘못했다. 너는 역시 운수가 좋구나. 이번에는 너를 보내주겠다. 볼일을 마치면 다시 너를 찾아가겠다."
무시천은 심호흡을 하고 진남을 노려보며 말했다.
"네가 어디에 있든 상관없다. 반드시 너를 찾아 머리를 비틀어버리겠다."
말을 마친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혈도인, 천인진인, 상파도인도 계현에게 위협하는 말을 했다.
그들은 강한 진법을 펼쳐 속박을 벗어나고 허공으로 사라졌다.
진남을 속박하던 시공지력도 감쪽같이 사라졌다.
진남은 다시 자유를 얻고 두 눈도 회복되었다.
"임 형, 멋있소. 고작 한 달만에 무시천과 승부를 가릴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니! 진보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오!"
계현은 크게 웃으며 의기양양해서 다가왔다.
계현은 자신의 전력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어라? 다 갔소?"
진남은 주변을 훑어보고 물었다.
"다 갔소. 그들이 원하는 보물이 마침 나타난 것 같았소. 임 형 우리……."
계현은 손을 비볐다.
"보물이 나타났다고? 계현, 자네의 생각을 지지하오!"
고비는 눈을 반짝거리고 두 귀를 세웠다.
"나이도 어리면서 벌써 다른 사람의 물건을 뺏을 생각을 하시오? 누구한테서 배운 나쁜 버릇이요?"
진남은 기가 막혀 손가락으로 고비의 이마를 튕기며 말했다.
"우리가 갈 필요는 없소. 그들과 목숨을 걸고 싸운다면 우리는 중상을 입을 거요. 그러면 성천무교로 가는 것에 영향을 줄 수 있소."
계현은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자네 말이 일리가 있소. 우리 저놈들은 일단 봐줍시다."
고비는 그들의 말을 듣고 힘이 빠져 축 처졌다.
그들 셋은 계속 길을 재촉했다.
잠시 후, 그들은 복천산맥을 벗어났다.
천존전장을 거의 벗어날 때 진남은 능심공자와 소월청에게 신념으로 자신의 상황을 전했다.
진남은 천공전 전주에게도 신념을 전했다.
열다섯 명의 주재정상들이 목이 빠져라 그를 기다리게 할 수 없었다.
또, 진남은 용도천존에게 신념을 전하고 몇 마디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 도중에 진남은 용도천존에게 몇 가지 암시를 주었다.
진남은 대상계에 기반이 없어 큰 시끄러움에 부딪히면 용도천존과 염명천존의 도움이 필요했다.
진남은 성천력 이천삼 년부터 이천삼십일 년 사이에 청궁에 많은 대기연이 나타난 것을 알고 있었다.
특히, 이천삼십 년에 열 개의 천존나무가 나타나기 전날 밤에 주선들의 비석이 드러날 것이었다.
진남은 천존이 되기 전에 대기연을 얻을 수 없었다.
하지만 용도천존과 염명천존더러 미리 대기연들을 가져오게 하면 진남은 그 속에서 좋은 점을 얻을 수 있었다.
어느새 열닷새가 지났다.
진남, 계현, 고비는 천존전장을 떠나 제일소선역의 화존좌경에 들어섰다.
그들은 오래된 배를 타고 제이십오소선역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들은 육신으로 허공을 찢고 제이십구소선역으로 날아갔다.
"휴, 서열이 낮은 소선역에 와야 내가 가진 힘이 천지를 소멸할 수 있을 정도라는 것을 느낄 수 있소!"
계현은 제이십구소선역에 모습을 드러내고 감탄했다.
진남도 같은 생각이었다.
상고시대의 제일소선역에 있는 공간 규칙 등은 후세보다 훨씬 강했다.
제이십구소선역에서라면 그는 주먹 한 방으로 몇십만 리를 소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일소선역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배포가 겨우 그 정도밖에 안 되는구먼."
고비는 하품을 하며 힐끗 쳐다봤다.
"허허. 꼬맹이, 배짱이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소. 자꾸 비아냥대면 확 삶을 수 있소. 절천보수로 국을 끓이면 맛이 일품이라고 들었소."
계현은 이를 갈았다.
"자네는 힘이 없고 작은 사람을 괴롭히는 비겁한 자요. 임 형한테도 그따위로 말해 보시오."
고비는 멸시가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왜 임 형을 삶겠소?"
계현은 눈을 흘기고 고비를 무시했다.
"우리 먼저 가봅시다."
진남은 살짝 웃었다.
계현과 고비가 옆에서 투닥거리는 모습을 보니 수련하는 날들이 전혀 심심하지 않았다.
그들은 다시 길을 떠났다.
제이십구소선역의 공간 규칙 등은 서열이 높은 소선역들보다 못했지만, 여전히 강했다.
성천무교는 줄곧 개방적이고 진보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성천무교는 대상계에 무도가 더 성행하기를 바랐다.
때문에 제이십구소선역에는 다른 소선역보다 무인들이 훨씬 많았다.
실력, 내공, 배경 등이 강하지 않은 가문들은 먼 길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와 성천무교 부근에 자리를 잡았다.
일부 가문들은 성천무교의 도움을 받아 강해지고 운명을 바꾸었다.
하지만 그대로 계속 유지하니 일부 문제들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