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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292화 (1,292/1,498)

1292화 다시 무시천과 마주하다

"잠깐."

고비가 입을 열고 진남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인간, 네 성실한 태도와 제안에 마음이 흔들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우리는 반드시 주세를 해야 한다. 그리고 나는 칠색요화를 복용하지 않겠다."

그는 아직 어리지만 생각이 깊었다.

"그건 안 된다. 칠색요화는 반드시 복용해야 한다. 주세에 한 가지 더 보충하면 되지 않느냐?

만약 너를 호천제수로 만들지 못하면 조건 없이 너를 한 번 도와주고 떠나는 걸로 하자."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고비는 작은 머리를 만지며 고민에 빠졌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

고비는 드디어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하지만 한 가지 요구가 더 있다. 이 세 개의 시골들을 건들 생각을 하지 말고 훌륭한 곳을 찾아 시골을 잘 봉인해줘야 한다."

말을 마친 그는 계현을 흘겨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래."

진남은 칠요지화를 꺼냈다.

"그럼 맹세를 하자."

작은 짐승과 진남은 서로 잔머리를 쓰지 않고 깔끔하게 맹세를 했다.

그리고 고비는 꽃을 복용했다.

기묘한 기분이 고비의 마음에 생겨났다.

진남을 경계하던 마음들이 싹 사라졌다.

"나는 임효지라고 하오. 이분은 계현인데 점괘추연술에 능하오. 이제부터 우리 셋이 함께 다닐 거요."

진남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계현? 정말 듣기 싫은 이름이구먼."

고비는 계현을 무시했다.

"방금 뭐라 했느냐?"

계현은 버럭 화를 냈다.

"고함은 왜 지르시오? 재간이 있으면 자네도 경지를 패자로 제압하고 나하고 싸웁시다."

고비는 코를 후비적거리며 말했다.

"허허. 내가 그리 쉽게 속을 것 같소? 나는 주재 경지로 자네를 괴롭히겠소. 어찌할 거요?"

"임 형, 저 녀석이 경지만 믿고 나를 괴롭히오."

* * *

진남과 계현은 약속을 지켰다.

그들은 엄청난 수단으로 세 대요들의 시체를 들고 고비의 지시대로 날아갔다.

잠시 후, 그들은 한 산맥에서 은밀한 곳을 찾아 시체를 잘 보관하고 주변에 수많은 금제와 살국을 만들어 놓았다.

"고비, 평원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요? 왜 그렇게 많은 요수와 생령들이 죽었소?"

계현은 자연스럽게 물었다.

"점괘추연술의 일인자라고 하지 않았소? 점을 쳐서 알아보지 왜 나한테 묻는 거요?"

고비는 입을 삐죽거렸다.

"그만하시오. 그 일은 언급하지 마시오. 고비, 우리는 복천산맥에서 나가면 성천무교로 갈 계획이요."

진남은 말했다.

이제 복천산맥은 그들에게 별 의미가 없었다.

이곳에서 절천보수 한 마리를 얻은 것만 해도 큰 수확이었다.

"성천무교? 사문일종일교일성지(四門一宗一?一聖地) 중 교에 속하는 그곳에 가겠다는 말이요?"

고비는 얼른 물었다.

진남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두 눈에 금세 동경하는 빛이 어렸다.

그가 얻은 전승의 기억에서 아버지는 그곳을 무척 동경했다.

그러나 많은 이유들 때문에 끝내 가보지 못했다.

"그럼 출발합시다."

진남의 말이 끝나자 고비는 몸을 흔들거리더니 엄청 작아졌다.

손바닥만 한 크기로 변한 고비는 진남의 어깨에 뛰어올라 뒤뚱거리더니 편안한 곳에 자리를 잡고 눈을 감았다.

"허, 자네가 어르신이라도 되는 줄 아시오?"

계현은 고비를 뺨이라도 한 대 치고 싶었다.

"참나……."

진남은 고개를 젓고 날아서 허공으로 사라졌다.

고비는 실눈을 뜨고 점점 멀어지는 산맥과 평원을 바라보았다.

마치 이곳의 모든 것을 머릿속에 단단히 새겨두려는 것 같았다.

진남과 계현은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 * *

한 시진이 지났다.

그들은 복천산맥의 중간을 지나가고 있었다.

"엉?"

진남과 계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둘은 방대한 천지에서 이상함을 감지했다.

"이곳에 누군가 손을 쓴 것 같소. 감지력 비슷한 것이 있소. 우리가 저기에 들어가면 판을 짠 사람이 금방 알아차릴 거요."

고비는 눈을 뜨고 말했다.

진남과 계현은 서로 마주 보며 동시에 무시천 일행을 떠올렸다.

이런 수단을 사용할 수 있는 건 그들뿐이었다.

그들이 아직도 이곳에 있을 줄이야.

"임 형, 어떻게 하면 좋겠소? 길을 돌아가겠소?"

계현은 물었다.

"자네더러 나머지 세 녀석을 잡고 있으라면 어렵겠소?"

진남은 눈을 가늘게 뜨고 되물었다.

"그 셋을 말하는 거요? 전에는 혼자 셋을 상대할 자신이 없었는데 지금이라면……. 후훗."

계현은 우두둑 소리가 날 때까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런데 자네가 무시천을 상대할 수 있겠소?"

계현은 가장 중요한 것이 생각났다.

무시천은 천극방 서열이 이백 위 안에 드는 존재였다.

나머지 셋은 무시천보다 서열이 훨씬 낮았다.

"한번 해봅시다."

말을 마친 진남은 앞쪽으로 곧게 날아갔다.

잠시 후, 눈부신 혈광이 바다처럼 멀리서 뿜어져 나와 그들을 삼켰다.

계현은 멈춰서 손가락을 튕겼다.

검이 날아와 빛을 부쉈다.

앞쪽에서 엄청난 기세가 풍기고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곳은 너희들이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썩 꺼지거라."

한 형상이 허공에서 걸어왔다.

천극방의 서열 이백삼십일 위인 혈도인이었다.

혈도인은 진남과 계현을 보자 살짝 놀랐다.

그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누군가 했더니 너희들이었구나. 지난번에 무시천이 기분이 좋아 너희를 풀어줬다. 그런데 오늘은 또 이곳에 쳐들어왔구나.

너희는 참 운이 좋구나.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겠다. 스스로 무릎을 꿇고 소리가 나도록 땅에 이마를 조아리거라. 그럼 보내주겠다."

고비는 눈을 흘기더니 이를 드러내고 말했다.

"네 놈은 뭐냐? 감히 나더러 무릎을 꿇으라고 하다니?"

혈도인은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노려보며 말했다.

"고작 패자 경지의 요수가 나에게 그딴 식으로 말을 하느냐? 이번에는 너희를 그냥 보내주면 안 되겠다."

말을 마친 그는 엄청난 기세를 풍기며 빠른 속도로 진남에게 날아갔다.

고비는 고개를 쑥 들여보내고 외쳤다.

"계현, 저자를 해결하시오!"

계현은 입꼬리가 비틀렸다.

"조금 전까지 그리 흉악하게 굴더니 왜 자네가 나서지 않는 거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계현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혈도인의 앞을 막았다.

몇만 개의 선검 형상들이 드러나 상고 검진을 이루고 혈도인을 삼켰다.

"감히 반격을 해?"

혈도인은 살짝 놀랐다.

그는 공격을 하면 진남 일행이 도망을 칠 거라고 생각했다.

이곳에 그가 혼자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혈도인, 고작 천극방 이백삼십일 위가 나더러 무릎을 꿇으라고 하니 말이 되느냐?"

계현은 차갑게 웃었다.

온몸의 기운이 태고봉인을 뚫고 나오는 것처럼 쭉쭉 늘더니 하늘 높이 솟구쳤다.

"자, 보거라. 내가 천극방 그 나쁜 놈에게서 배운 새로운 초식이다. 만검조일(萬劍朝一)!"

계현은 법인을 만들었다.

천지가 흔들리고 몇십 가지 이상들이 사방에서 생겨났다.

그가 불러낸 선검들은 마치 무적의 검성들이 잡고 휘두르는 것처럼 엄청난 힘을 드러냈다.

그리고 다양한 검의들은 여러 초식으로 변했다.

계현을 중심으로 방원 백 리에 살기가 가득했다.

"응?"

혈도인은 눈을 찌푸렸다.

그의 마음에 한기가 돌았다.

그는 계현의 전력이 이리도 강할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내가 너희들을 과소평가했구나."

혈도인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들을 노려보더니 망설임 없이 세 개의 신념을 보냈다.

"혈도인, 고작 주재정상 한 명, 주재대성 한 명인데 혼자 해결할 수 없다는 거냐? 그런 실력이면 우리와 연합할 자격이 없다."

무뚝뚝한 목소리가 멀리서 울려 퍼졌다.

천극방 백칠십삼 위인 무시천, 이백일 위인 상파도인, 이백십오 위인 천인진인이 함께 다가왔다.

말을 한 사람은 무시천이었다.

"어라? 또 너희 둘이냐?"

느긋하던 무시천은 진남과 계현을 확인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임 형, 저 녀석은 좀 무섭소."

고비는 고개를 파묻고 낮은 목소리로 전음했다.

그는 무시천에게서 사악한 힘이 느꼈다.

다른 사람들은 비교도 안 될 만큼 강한 힘이었다.

"맞소. 저자는 엄청 강하오. 하지만 이 기회에 자네가 따르는 사람이 어떤 전력을 가졌는지 볼 수 있지 않소?"

진남은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그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공수했다.

"무 도우, 우리가 인연이 있는 게 확실하오.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렇게 만나지 않았소?"

무시천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우리가 인연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네가 참 운이 안 좋다는 건 잘 알고 있다. 너와 심약이 아는 사이라고 해서 내가 너를 어쩌지 못할 줄 아느냐?"

'심약주재?'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제야 진남은 지난번에 무시천이 그들을 쉽게 보내준 이유를 알아차렸다.

참심일도를 사용한 진남을 무시천은 오해했다.

"걱정 마시오. 나와 심약 선배님은 아무런 사이가 아니오. 무 도우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으니 다시 한번 가르침을 주시오."

말을 마친 진남은 기세를 드러냈다.

불후상마진결이 그의 몸에서 끊임없이 움직였다.

엄청난 마의가 사방에 스며들었다.

슉-!

진남은 제자리에서 사라지더니 무시천 앞에 나타났다.

그는 심의지력을 무상선도에 모아 무시천에게 휘둘렀다.

"먼저 공격을 했어?"

천인진인, 상파도인 그리고 혈도인은 경악했다.

"허허, 네 경지는 무 도우와 싸울 자격도 없다."

상파도인이 먼저 정신을 차렸다.

그는 차갑게 웃으며 저장주머니에서 손바닥만 한 크기의 나침반을 꺼냈다.

나침반에는 귀신 그림들이 끊임없이 번쩍거렸다.

"너희들이 상대해야 할 사람은 나다."

계현은 호통을 치고 시커먼 쇠사슬을 꺼내 규칙지력을 주입했다.

쇠사슬은 저승의 커다란 뱀처럼 날아가 빠른 속도로 천인진인과 상파도인의 몸에 감겼다.

"백라역(魄羅域)!"

계현은 법인을 만들었다.

시커먼 쇠사슬이 그들을 당겨오고 그 위에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

천도진인과 상파도인의 심의는 환상의 경지에 끌려 들어갔다.

"오호? 내가 여기 있는 것을 알고 일부러 온 거구나."

무시천은 양손에 무광(巫光)을 드러내어 진남의 도의를 막았다.

그는 형세를 살펴보더니 말했다.

"그렇소."

진남은 기세를 확 바꾸었다.

옛 마계가 등 뒤에 나타났다.

고비는 감탄했다.

그는 임효지가 마공을 이 정도로 깊이 수련했을 줄 몰랐다.

"한 달 동안 실력이 많이 늘었다. 복천산맥의 깊은 곳에서 일어난 대동란에 너도 참가를 했고 큰 기연을 얻은 게 분명하구나."

무시천의 두 눈에 초록색 불이 타올랐다.

그의 몸에서 엄청난 사의지력이 꿈틀거리며 조금씩 밖으로 드러났다.

주변의 온도는 급격히 내려갔다.

고비는 저도 몰래 몸을 부르르 떨고 마음에서 한기가 서렸다.

"너의 그런 모습은……. 불쾌하구나!"

무시천의 목소리가 듣기 싫게 변했다.

그가 드러내는 기운은 사왕(邪王) 못지않았다.

그 기운에 천지가 흔들리고 불안에 떨었다.

"무법, 대사라한(大邪羅漢)"

무시천은 엄청난 힘을 펼치기 시작했다.

기이한 미소를 지은 나한(羅漢) 형상이 무시천의 뒤에 나타났다.

형상은 무시천의 몸에 융합이 되고 육신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다.

쿵-!

무시천은 주먹을 휘둘러 진남의 심의지력을 부쉈다.

남은 힘은 커다란 강처럼 용솟음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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