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1화 절천보수, 고비
"임 형, 이곳은 악기가 하늘을 찌르고 혈광이 뭉쳐 흩어지지 않았소. 불길한 징조요. 어서 떠납시다."
계현은 자리를 뜨려고 했다.
"이렇게 시커먼데 뭉쳐 흩어지지 않은 혈광을 어디서 봤소?"
진남은 멸시하듯 한마디 했다.
그리고는 그는 잠시 생각하고 말했다.
"이곳에는 큰 변화가 일어났고 위험이 사라진 것 같소. 기연도 이미 누군가 가져갔을 것이오.
계속 있는 건 별 의미가 없소. 하지만 이미 왔으니 앞으로 가봅시다. 뭔가 이상하면 그때 떠납시다."
말을 마친 후 진남은 울상이 된 계현을 끌고 앞으로 걸어갔다.
* * *
시골이 점점 많아졌다.
둘은 오래된 시체의 바다에 빠진 것 같았다.
"응? 저건……."
둘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들의 앞에 산 같은 시골이 세 개 나타났다.
골격들은 천지의 힘이 주입된 것처럼 빛을 반짝거리고 강한 힘이 있었다.
골격에서 풍기는 위압은 더 대단해 사방의 천지를 휩쓸었다.
진남과 계현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절천보수의 시골? 이 세상에 절천보수가 있다고?"
계현은 무언가 느끼고 믿을 수 없어 깜짝 놀랐다.
"절천보수? 그건 뭐요?"
진남은 물었다.
"이 요수들은 천지가 처음 열릴 때 오묘함이 키운 것들이오. 이것들은 태어날 때부터 패주와 맞먹는 힘을 갖고 있고 만법을 풀 수 있소. 커서 주재 정상의 경지에 도달하면 천존 거물과 마찬가지요.
많은 요족들 중에서 이것들은 가장 최고급 존재라고 할 수 있소. 시조의 용과 세력이 대등하오. 운이 좋으면 호천제수(昊天帝獸)로 변해 무적천존이 되어 요위가 세상을 누를 수 있소.
하지만 아쉽게도 이 세 마리의 절천보수는 모두 죽었소. 대상계 전체에 절천보수가 한 마리도 없을 거요……."
계현은 탄식했다.
"호천제수?"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익숙한 이름인데? 가엽과 주로에게서 들었나?'
"우리는 운이 좋소. 절천보수의 시골은 상고의 문도지기를 만들기 가장 좋은 물건이오."
계현은 웃으며 망설이지 않고 빠르게 세 개의 시골로 날아갔다.
그는 전에 신현공간에서 많은 강한 요수의 시골을 얻었다.
하지만 앞에 있는 것들과 비하면 그것들은 많이 약했다.
이때, 이변이 일어났다.
"무엄하다!"
위엄 있고 우레 같은 외침이 허공에 울려 퍼졌다.
계현은 행동을 멈추었다.
진남도 눈빛이 사나워졌다.
세 마리의 절천보수의 뒤쪽에서 방대한 기세가 솟아올라 그들에게로 날아왔다.
"너희들은 이것들의 시체에 손을 대지 말고 썩 물러가거라. 아니면 가만있지 않겠다."
귀청을 찢는 외침이 다시 들렸다.
"선배님,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계현은 안색이 어두워져 굽실거렸다.
"잠깐, 뭔가 이상하오."
진남은 미간을 찌푸리고 앞으로 날아갔다.
"아직도 물러가지 않느냐? 내 말을 듣지 못했느냐?"
신비한 사람의 목소리에는 화가 가득했다.
마치 당장이라도 살기를 드러낼 것 같았다.
"임 형, 가지 말고 어서 물러갑시다. 이곳은 너무 위험하오."
계현은 깜짝 놀라 말렸다.
"괜찮소."
진남은 손을 뻗어 규칙의 힘을 드러내 계현을 잡고 앞으로 날아갔다.
"인간, 감히!"
"인간, 기회를 줬는데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구나. 나를 탓하지 말거라!"
"인간, 너희들은 수련하기 쉽지 않다. 나는 너희들을 죽이고 싶지 않다. 어서 물러가거라!"
"인간, 이건 너희들이 자초한 것이다!"
"인간, 다가오지 말거라!"
"인간아……."
분노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진남은 듣지 못한 것처럼 빠르게 절천보수의 위로 날아가 아래를 내려다봤다.
진남은 말을 잃었다.
계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커다란 수좌 뒤쪽의 깊이가 오 장 정도 되는 구덩이에 길이가 팔만큼도 안 되고 옅은 금색 털이 가득하고 이마에 옅은 보라색 뿌리가 난 작은 짐승이 두 발로 허리를 짚고 소리치고 있었다.
작은 짐승은 진남과 계현을 보자 외침을 멈췄다.
순식간에 천지는 조용해졌다.
계현은 분노가 치밀었다.
엄청난 기세로 흉악하게 몰아붙여 그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선배님'이 고작 패자 경지의 작은 짐승일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진남도 의아했다.
그는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상황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우우~."
작은 짐승이 먼저 반응했다.
그는 앳된 울음소리를 내며 눈물이 그렁그렁한 두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맑고 순하여 공격성이 전혀 없어 보였다.
진남과 계현은 입꼬리가 비틀렸다.
"아닌 척해도 소용없다. 방금 나에게 호통을 친 것이 너지?"
계현은 기세를 드러내며 무섭게 물었다.
"우우?"
작은 짐승은 눈을 껌벅거리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인정 안 한다 이거지? 그래, 인정 안 해도 상관없다. 내 오늘 기분이 좋으니 너를 단단히 혼내주겠다."
계현은 주먹을 쓰다듬었다.
그는 방금 놀라서 도망갈 뻔했기에 상황을 파악하고 너무 창피해 화가 났다.
"인간, 뭐 하는 짓이냐? 나는 절천보수족이다. 나를 공격한다면 우리 종족 사람들을 불러 너를 혼내라고 하겠다."
작은 짐승은 놀라서 뒤로 물러서며 위협했다.
"절천보수?"
계현과 진남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
"허허. 임 형, 오늘 운수가 확실히 좋소. 이 절천보수는 대상계의 마지막 한 마리일 거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으니 굴복시키기 딱 좋은 시기인 것 같소.
임 형, 지난번에 칠색요화도 얻지 않았소? 이것을 굴복시키면 되겠소."
계현은 전음했다.
"절천보수라……."
진남은 마음이 흔들렸다.
그는 줄곧 천존전장에서 상고이수 한 마리를 굴복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만 앞에 있는 작은 짐승은 혈통이 고귀하지만 경지가 너무 낮았다.
"그렇게 합시다!"
진남은 한참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아직도 구십칠 년을 더 있을 수 있었다.
그동안 작은 짐승을 빠르게 성장시켜 함께 싸울 수 있었다.
"꼬맹아,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겠다. 너 방금 우리를 위협했지? 우리 평소 성격대로라면 너를 죽였을 것이다. 하지만 네가 절천보수의 혈통인 것을 감안해서 기회를 한번 주마. 임 형을 따르고 이 꽃을 복용하거라."
계현은 땅에 내려와서 말했다.
그는 엄청난 기세를 뿜었다.
수많은 규칙지력들이 사방에 스며들더니 보이지 않는 그물이 되어 이곳을 가두었다.
진남은 칠색요화를 꺼내고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말거라. 네가 나를 따르면 절대……."
하지만 그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작은 짐승은 웃음을 터뜨리고 비웃으며 말했다.
"인간, 나에게 그런 협박은 먹히지 않는다. 너를 따르라고? 어림도 없다. 나는 고비(古飛)이다. 이곳에서 죽더라도 너희들에게 머리를 숙이지 않을 거다."
'고비?'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고비, 호천제수(昊天帝獸)…….'
곰곰이 생각하던 진남은 깜짝 놀랐다.
가엽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다음번에 열 개의 천존나무가 나타날 때 주제 등이 천존이 되고 요수 한 마리도 천존이 되었다.
요수는 호천제수인데 이름이 고비이고 도호가 혼세노조(渾世老祖)였다.
혼세노조는 이름을 날린 후 거리낌 없이 행동하고 성격도 괴팍했다.
그가 싸워서 이기지 못하는 천존이 있었다.
혼세노조는 몰래 그 천존이 가장 아끼는 딸을 유혹하고 그 천존에게 전서를 내렸다.
싸움을 약속한 날 혼세노조는 천존의 딸을 안고 나타났다.
그 모습을 본 천존은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었다.
'설마 이자가 혼세노조야?'
"하하, 꼴에 기개가 있구나. 그렇다면 나도 사양하지 않겠다."
계현은 차갑게 웃었다.
그는 바로 상고선검을 불렀다.
엄청난 힘이 눈부신 무지갯빛으로 변해 고비에게 날아갔다.
고비는 온몸의 털을 세우고 으르렁거렸다.
그의 몸에서 선광이 번쩍거렸다.
그는 절천보수족의 재능을 드러내 검의를 점점 약하게 만들었다.
패자가 주재의 공격을 당해낸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고비는 경지가 너무 낮아서 이내 밀렸다.
검의가 그의 힘을 뚫고 그의 머리를 내리쳤다.
크라아아-!
고비는 두 눈이 붉어지고 포효했다.
그는 무척 분했다.
위기의 순간에 선검은 절천보수의 이마에서 삼 촌 떨어진 곳에서 멈추었다.
"이야. 임 형, 이 녀석은 허풍이 심한 게 아니라 진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소. 이제 어떻게 하면 좋겠소?"
계현은 입을 열었다.
그는 함부로 생명을 죽이는 파렴치한 사람이 아니었다.
방금 그가 한 행동은 고비의 배짱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고비는 아직 작은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계현은 그런 고비가 마음에 들었다.
"내가 해보겠소."
진남도 고비가 마음에 들었다.
그는 손을 젓고 고비에게 날아갔다.
"인간, 나에게 억지로 칠색요화를 먹인다면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
턱을 쳐들고 말하는 고비는 꼬마 전사처럼 온몸에 오기가 가득했다.
"그런 일은 나도 못 한다."
진남은 고개를 젓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
"나는 너에게 선택할 권리를 주겠다. 나를 따르라는 것은 노예가 되라는 뜻이 아니다. 그건 절천보수의 위엄을 건드리는 일이 아니냐? 그 점에 대해서는 선마도세를 할 수 있다.
또, 네가 알아야 할 게 있다. 절천보수족은 전설 속의 호천제수가 될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너는 몇십 년 사이에 호천제수가 되어 사방에 위엄을 떨칠 것이다."
그의 말에 계현은 어이가 없었다.
계현은 임효지가 사람을 너무 잘 구슬린다고 생각했다.
몇십 년 후에 작은 짐승이 호천제수가 될 가능성은 없었다.
몇십 년이 아니라 몇백 년이 지나도 희망이 거의 없었다.
"인간, 입에 발린 말은 하지 말거라. 내가 세 살짜리 어린애로 보이느냐?"
고비는 진남을 비웃었다.
사실 고비는 태어난 지 열흘 남짓하고 한 살도 안 되었다.
"믿지 못하겠느냐? 그럼 다음번에 천존나무가 나타날 때 네가 호천제수가 되면 서로 도와주는 게 어때?"
진남은 손가락을 뻗어 덩치가 산처럼 웅장한 세 개의 시골을 가리키며 무덤덤하게 말했다.
"이들이 이곳에서 다 죽은 걸 보니 엄청난 일이 벌어진 것 같구나.
절천보수족은 원래 매우 적다. 이 세 분은 너와 아주 가까운 사이겠구나. 이들을 위해 복수하지 않겠느냐?"
고비는 눈을 가늘게 떴다.
진남의 말처럼 그는 시체가 산처럼 쌓이고 피가 바다처럼 흐르던 장면을 잊을 수 없었다.
비명이 난무하던 장면은 그에게 잊을 수 없는 아픔이 되었다.
"네가 싫다면 나도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계현, 이제 갑시다."
진남은 어깨를 으쓱하고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는 고비에게 짙은 흥미가 생겼다.
미래에 천존 등급의 호천제수가 그의 탈것이 된다면 얼마나 흥분되는 일인가?
그러나 그는 고비를 강요하고 유인할 수 없었다.
미래에 정상급 거물이 될 자를 그렇게 대한다면 결국 역효과가 날 수 있었다.
탈것으로 만들더라도 순순히 따르게 해야 했다.
"이대로 간다고?"
계현은 살짝 아쉬웠다.
마지막 절천보수를 만난 것은 귀한 기회였다.
이대로 놓치기는 너무 아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