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9화 무상결(無想訣)
"선배님을 뵙습니다!"
진남과 계현은 인사를 했다.
"선배님이라고 부르지 말거라. 늙은이가 된 것 같다. 앞으로 천 형이라고 부르거라."
천극방의 영은 퉁명스럽게 말하고 계현을 보며 말했다.
"너는 그자의 점괘추연술을 얻었구나. 전력은 대단한 정도에 도달할 수 없지만 약하진 않을 것이다. 게다가 얼마 전에 너는 또 신현무문의 전승을 얻었다.
그래, 너는 언제 심사에 참가해 천극방에 이름을 올릴 생각이냐?"
천극방의 영이 웃는 걸 본 계현은 마음이 서늘해져 서둘러 말했다.
"지금 바로 심사에 참가하겠습니다."
말을 마치자 그는 진남에게 눈짓하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각인을 움직였다.
"임효지, 그동안 너는 나를 놀라게 하는구나."
천극방의 영은 진남을 보며 말했다.
그는 천천히 웃음을 거두었다.
"선배님 무슨 뜻입니까?"
진남은 공수하고 물었다.
"너는 신현무문에 들어가는 방법을 찾았을 뿐만 아니라 심유마곡에서 혈하를 사이에 두고 황보절을 조종했지. 한 시진도 안 돼 황보절은 기뻐하고 너에게 굽신거렸다. 그자가 엄청난 돌파를 가져온 게 분명하다."
천극방의 영은 담담하게 말했다.
"선배님, 저를 감시하셨습니까?"
진남은 눈빛이 싸늘해졌다.
누구나 다른 사람이 자신의 행동을 감시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화내지 말거라. 너는 아마 모를 거다. 천극방에서 순위가 이백 위 안에 든 무인이라면 나는 분신으로 그들의 운명이 어떻게 변하고 어떻게 더 강해지는지 면밀히 주시한다.
너는 이백 위 안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너에게 호기심이 들어 전례를 깨고 너를 주시했다. 나쁜 뜻은 없다."
천극방의 영은 다시 미소를 짓고 말했다.
"사백 위에서 삼백 위로 진급하면 엄청난 상품을 준다. 하지만 나는 나타나지 않는다. 이번에는 너를 위해 특별히 직접 선물을 주러 왔다."
진남은 표정이 부드러워지고 말했다.
"선배님 고맙습니다! 다만 어떤 선물인지……."
그는 선물에 관심이 생겼다.
천극방의 영은 뒷짐을 지고 말했다.
"그동안 나는 너와 요수들의 싸움에서 한 가지를 발견했다.
네가 수련한 마공은 너무 강해 네가 수련한 다른 열두 개의 문도법을 눌렀다. 너의 지금의 힘으로는 최고로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맞느냐?"
진남은 눈을 반짝거리고 물었다.
"혹시 선배님께서 저를 도와 문제를 해결해주실 겁니까?"
방금 창의 의지와의 싸움에서 그는 큰 걸 얻고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생각났다.
하지만 생각뿐이고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만약 천극방의 영이 도와준다면 성공할 수 있었다.
천극방의 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맞다. 너를 도와주겠다. 다만 그전에 한 가지 물어도 되겠느냐?"
"말씀하십시오."
천극방의 영은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황보절이 나중에 완성할 마공과 네가 수련한 마공은 비슷하다. 네가 일부러 그자에게 전수해준 거냐?"
진남은 놀랐다.
평범한 물음인 것 같지만 떠보는 것이었다.
"선배님, 이번에 우연히 황보절을 만난 건 인연입니다.
저는 마공을 수련했지만 완벽한 마수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마도가 몰락했습니다.
그저 그의 생각이 제가 수련한 마공과 비슷하기에 몇 마디 귀띔했을 뿐입니다."
진남은 긴장하지 않고 말했다.
"그렇구나."
천극방의 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물었다.
"또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다. 너의 마공은 실로 대단하다. 그런데 너는 왜 마수가 되지 않으려는 거냐?
마체를 만들고 여러 가지 마도술을 수련하면 전력이 빠르게 강해질 수 있지 않겠느냐?"
진남은 고개를 젓고 말했다.
"선배님, 선배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하지만 이 마공은 제가 만든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마공의 주인이 최고로 어느 정도까지 수련했는지도 저는 봤습니다."
진남은 천극방의 영에게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
그가 마수가 되고 싶지 않은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마수가 되면 그가 후세에 수련하는 데 불리했다.
후세의 그는 영항불멸지체를 장악했다.
그가 배운 것들이 마도뿐이라면 영항불멸지체를 장악한 후 체내의 평온이 깨질 것이었다.
둘째, 후세에는 매우 큰 위험이 있었다.
바로 황보절의 법신이었다.
그는 황보절의 법신을 반드시 연화할 것이었다.
이렇게 하면 후세에 그는 전력이 매우 강해지고 황보절의 부하들을 전부 굴복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마도에 깊게 빠지면…….
어찌 됐건 진정한 마도의 선조는 황보절이었다.
"자식 포부가 꽤 크구나."
천극방의 영은 피식 웃고 더 묻지 않았다.
"긴말하지 않겠다. 시작하자."
그가 소맷자락을 휘젓자 사방의 광경이 바뀌었다.
진남과 천극방의 영은 상고의 선산의 산꼭대기에 서 있었다.
사방에 구름이 자옥하고 선기가 그윽했다.
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천극방의 영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선주를 꺼내 마셨다.
"우선 네가 수련한 공법을 전부 드러내거라."
진남은 망설이지 않고 공법을 전부 움직여 빛을 반짝거렸다.
"계획이 있느냐?"
천극방의 영은 물었다.
"이번에 창의 의지와 싸우면서 많은 걸 얻었습니다. 저는 마공과 다른 문도법들 사이의 충돌이 거짓이라고 생각합니다. 절대적으로 강한 것도 없고 절대적으로 약한 것도 없습니다.
어찌 됐건 그것들은 공법일 뿐이고 저의 체내에서 움직이고 제가 주재합니다. 저를 하나의 세상이라고 생각하면 그것들은 그 세상 속의 화초나 나무에 불과합니다. 제가 파괴되라고 하면 파괴되고 제가 융합되라고 하면 융합될 것입니다."
진남은 숨김없이 말했다.
그는 원래 은밀한 곳을 찾아 자신의 심의지력으로 모든 걸 조종하여 융합시키려 했다.
그가 전에 이렇게 하지 않은 건 겉모습에 속았기 때문이었다.
"좋다, 좋아. 너의 생각이 아주 좋다."
천극방의 영은 칭찬하듯 말했다.
"한 번의 싸움으로 네가 이 점을 깨달았을 줄 몰랐다. 너의 무예천부는 범상치 않구나. 다만……."
천극방의 영은 머뭇거리고 말했다.
"네가 진짜 이렇게 한다면 성공할 것이다. 하지만 네가 천존 경지로 진급한 후에는 위험이 나타날 것이다."
진남은 공수하고 말했다.
"선배님 가르쳐주십시오."
진남은 천극방의 영의 말에 정신을 집중했다.
"무인의 힘은 네 가지로 나뉜다. 육신, 심의, 영혼 그리고 체내의 규칙의 힘이다. 어떤 공법은 육신을 단단하게 하고 어떤 공법은 심의 혹은 영혼을 강하게 한다.
세상에서 가장 근본적인 규칙에는 음양, 오행, 십현이 있다. 오법대음(五法對陰), 오법대양(五法對陽)할 수도 있고, 삼법대화(三法對火), 삼법대수(三法對水)할 수도 있다."
천극방의 영의 목소리는 더 희미해졌다.
글자마다 엄청난 진리를 포함한 것 같았다.
진남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많은 생각이 떠오르고 한 개씩 진행되는 것 같았다.
"물론 이건 지금의 너에게는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다.
방금 이 공법들이 너의 체내에서 움직일 때 네가 주재하면 너의 세상에서 네가 융합하고 싶으면 융합할 수 있고 네가 파괴하고 싶으면 파괴할 수 있다고 했지?
너의 생각은 틀렸다. 설사 네가 세상의 주인이라 해도 모든 걸 주재할 수 없을 것이다."
천극방의 영은 담담하게 말했다.
"세상의 주인이라 해도 모든 걸…… 주재할 수 없다고요?"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세상의 주인이 되었는데 왜 세상의 모든 걸 주재할 수 없는 거지?'
"선배님, 이해되지 않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젓고 말했다.
"이건 너는 아직은 알 필요 없다. 이 말을 명심하면 된다."
천극방의 영은 진남을 뚫어지게 보며 천천히 말했다.
"너는 왜 그것들을 전부 융합시키려는 거냐? 그것들은 그것들만의 오묘함과 신위가 있다. 강제로 융합시킨다고 진짜 강해질 것 같으냐?"
쿠웅-!
이 말은 천둥처럼 진남의 식해에서 터졌다.
천극방의 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손에 쥔 술병을 깼다.
많은 빛무리가 그의 손가락 끝에 모였다.
천극방의 영은 진남의 앞으로 날아와 그의 미간을 찍었다.
"모든 것들은 자신의 길이 있다. 모든 길은 변화무쌍하지만 유일무이하다.
너에게 법술을 전수하겠다. 무상결이다.
무상결을 수련했다 해도 전력이 강해질 수 없다. 아무런 실질적인 좋은 점이 없다. 하지만 그것의 오묘함은 무생무상(無生無相)하여 모든 걸……."
오래된 문자들이 진남의 식해에 나타났다.
무상결의 오묘함이 그의 마음과 영혼을 충격했다.
진남은 순식간에 무상결의 오묘함에 깊게 빠졌다.
"자식……."
이 광경을 본 천극방의 영은 고개를 젓고 몸을 날려 그가 만든 환상을 떠나 도장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열심히 심사 중인 계현을 훑어봤다.
천극방의 영은 눈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했다.
계현의 스승은 죽기 전에 무엇 때문인지 기어코 그에게 점을 쳐주겠다고 했었다.
그는 응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영감탱이가 너무 끈질기게 달라붙어 어쩔 수 없이 동의했었다.
영감탱이는 마지막에 깜짝 놀라며 그에게 대겁을 만나 죽을 가능성이 크니 조심하라고 했었다.
그러더니 영감탱이는 말을 마치고는 그에게 물어볼 시간도 주지 않고 떠나갔다.
"내가 죽는다고? 영감탱이, 점괘가 점점 정확하지 않구나!"
천극방의 영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너의 스승이 죽었으니 그에게 따질 수도 없다. 너는 그자의 후계자이니 너에게 화풀이 해야겠다."
천극방의 영은 미소를 짓고 손가락을 튕겨 계현의 체내에 빛을 주입했다.
계현의 심사에 '조미료'를 던진 것이었다.
임효지를 심사할 때보다 더 강한 것이었다.
* * *
열흘이 빠르게 지났다.
희미한 공간의 고독한 산꼭대기 위에 진남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그는 조각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겉으로 보면 아무렇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첫날 벌써 무상결의 모든 진리를 느꼈다.
남은 아홉 날 동안 그는 자신의 느낌대로 천극방의 가르침과 반짝거리는 불꽃을 머릿속에서 마음껏 변화시켰다.
마치 장대비가 쏟아지고 빗물이 바닥에 떨어진 후 한데 모여 강, 호수 심지어 바다로 변한 것 같았다.
진남은 눈을 번쩍 떴다.
"천극방의 영이 공법을 나에게 전수한 이유가 있구나."
진남의 눈에 선광이 반짝거렸다.
많은 변화를 통해 그는 자신만의 길을 찾았다.
천극방의 말대로 그는 불후상마진결과 다른 열두 개의 문도법을 전부 융합시킬 필요가 없었다.
그가 이것들을 융합시키려고 한 건 전력을 최고로 강해지게 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다른 길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
불후상마진결과 열두 개의 문도법의 진리를 전부 다듬어 놀라운 살국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위력이 강해질 뿐만 아니라 문도법을 융합시킨 것과 차이가 없었다.
변화무쌍하여 상대가 방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그것들의 모든 진리를 받아들이고 서로 충돌이 생기지 않도록 할 진리가 필요했다.
무상결이 바로 그 기초였다.
물론, 이건 그가 생각한 것일 뿐 아직 실지로 행동에 옮긴 건 아니었다.
결과가 어떨지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