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6화 왜? 두렵소?
"너희 둘은 이미 이곳에 왔고 우리를 발견했다. 그런데 어떻게 않았던 것처럼 생각하겠느냐?
이렇게 하자. 오늘은 내가 기분이 좋다. 너희들은 여기서 본 일들을 발설하지 않겠다고 주세를 하거라."
무시천은 여전히 느긋하게 말했다.
"나는 요구가 많지 않다. 너희들은 우리 네 명에게 따로따로 절을 하거라. 그럼 갈 수 있다. 어떠냐?"
계현은 눈을 찌푸렸다.
"절을 하라고? 헛된 생각 하지 마시오!"
진남도 눈빛이 싸늘해졌다.
"허허, 성깔 있군."
천인진인 등은 구경거리라도 생긴 것처럼 지켜보았다.
그들은 참견할 생각이 없었다.
"좋다, 좋아. 나는 너희처럼 패기 있는 무인들이 마음에 든다. 너희 같은 무인들을 괴롭혀야만……."
무시천은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진남은 무언가 느끼고 과천일격을 드러내 계현과 함께 나무 꼭대기에서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
쿠웅-!
둘이 있던 나무 위쪽에 미친 듯한 힘이 솟아올라 절세의 선검처럼 나무를 두 동강 냈다.
강기가 꿈틀거리고 나뭇잎이 흩날렸다.
"이따위 수를 쓰다니!"
계현은 욕설을 퍼부었다.
식은땀이 돋아 등 뒤가 서늘했다.
살기가 너무 갑작스럽게 그들을 덮쳤다.
'임효지'가 반응이 빠르지 않았다면 그들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었다.
"응?"
무시천은 눈썹을 추켜세웠다.
"제법이구나."
천인진인은 보물을 평가하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물러갑시다!"
진남은 낮게 소리치며 불후상마진결을 최고로 움직였다.
방대한 마의가 한 쌍의 날개로 변했다.
"임 형, 내가 도와주겠소!"
계현도 정신을 차리고 강한 공법을 움직여 동시에 기묘한 부적을 두 장 꺼냈다.
진남은 현묘한 힘의 도움을 받은 것 같았다.
그는 몸이 가벼워지고 속도가 배로 빨라졌다.
그의 경지로 속도가 배나 빨라진다는 건 매우 어려웠다.
"이렇게 좋은 물건이 있었소?"
진남은 물었다.
"선역을 돌아다니는데 어찌 도망칠 때 쓸 보물이 없겠소? 임 형, 걱정하지 마시오. 아직도 다른 좋은 물건들이 있소. 이번에 자네를 해쳤지만 도망가는 건 문제 없소."
계현은 뻔뻔하게 말했다.
"자네 혹시 점괘가 틀리는 경우가 많아 도망칠 때 쓸 수단을 이렇게 많이 준비한 거 아니오?"
"자네 어떻게 알았소? 아니, 그런 거 아니오. 이번은 의외요!"
"……"
둘은 왔던 길로 미친 듯이 도망쳤다.
"속도가 꽤 빠르구나. 자네들은 계속하시오. 나는 잠깐 다녀오겠소."
무시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의 체내에서 세 가지 문도법이 동시에 움직였다.
기이하게도 세 가지 문도법은 불, 마, 무였다.
이 세 가지는 물과 불처럼 서로 배척하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의 체내에서는 아무런 충돌도 일으키지 않고 아주 잘 맞았다.
슉-!
무시천은 절세의 신법을 드러냈다.
골짜기에 다급한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는 절세의 무지갯빛으로 변해 순식간에 먼 거리를 날아 지났다.
마치 반짝이는 유성처럼 날아 지나는 곳의 허공을 부쉈다.
"속도가 진짜 빠르구나!"
진남과 계현은 동시에 깜짝 놀랐다.
"자네 계속 앞으로 가 구멍을 내시오. 내가 저자를 막겠소!"
진남은 단호하게 소리치며 나머지 문도법들을 모두 움직였다.
찬란한 무지갯빛이 연달아 드러났다.
진남은 상마규칙의 힘으로 절세의 마도를 만들어 앞을 내리쳤다.
마신의 포효소리가 울려 퍼졌다.
열한 개의 완전히 다른 도의가 옆에서 꿈틀거렸다.
진남의 공격은 절세의 홍수처럼 세상 모든 걸 덮었다.
"좋다!"
무시천의 눈에 빛이 떠올랐다.
그는 속도가 더 빨라졌고 법인을 만들었다.
방대한 파동이 사방으로 퍼져 세 마리 용이 나타났다.
금색, 검은색, 파란색 용들이 무시천의 주위를 감돌았다.
금색과 검은색 용의 용머리가 그의 좌우 어깨 옆에 나타났다.
이어, 파란색 용머리가 그의 머리와 결합되었다.
무시천은 마치 중룡지갑(衆龍之甲)을 입은 것 같았다.
"무도전권(巫道戰拳)!"
무시천은 몸을 날려 눈 깜짝할 사이에 몇만 개의 권영을 드러냈다.
잠깐도 안 돼 강한 힘이 열몇 개의 도의를 전부 부쉈다.
나머지 권력은 엄청난 폭풍처럼 진남과 계현에게로 날아갔다.
'백칠십삼 위가 힘이 이렇게 강하다고? 심지어 아직 전력이 아닌 것 같다!'
진남은 마음이 떨렸다.
동시에, 그의 체내에 전의가 꿈틀거렸다.
"상마지계!"
진남은 크게 소리쳤다.
신비한 마계가 그의 등 뒤에 천천히 펼쳐졌다.
그가 드러낸 마의는 순식간에 몇 배 강해졌다.
"상마지권!"
진남은 절세의 마조처럼 주먹을 날렸다.
마치 왕이 강림한 것 같았다.
"이건 무슨 마공이지? 나의 극마대도결(極魔大道訣)도 떨리다니?"
무시천의 두 눈에 처음으로 놀라움이 드러났다.
그는 마도에 대한 조예가 아주 깊었다.
더 정확히 말해 그는 마도, 불도, 무도에 대한 조예가 매우 깊었다.
아니면 그는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
때문에, 그는 다른 무인들보다도 더 진남이 풍기는 마의가 어떤 의미인지 잘 알았다.
그는 황보절 외에 다른 사람에게서 처음 이런 상황을 경험했다.
"아주 좋다. 이번에는 운이 진짜 좋구나. 나는 이 마공을 꼭 가지겠다!"
무시천은 흥분했다.
세 마리의 희미한 용은 그의 감정 변화를 느끼고 일제히 입을 쩍 벌리고 포효했다.
엄청난 위압이 사방으로 퍼졌다.
"천지초시(天地初始), 무멸지도(巫滅之道)!"
무시천은 조금도 밀리지 않고 위로 날아오르며 주먹을 연달아 날렸다.
폭발음이 연거푸 울려 퍼졌다.
쿠쿠쿠쿵-!
매우 기이한 광경이 펼쳐졌다.
무시천은 협곡의 아들이 된 것 같았다.
그의 주먹에는 매우 강한 힘이 있었다.
그의 공격은 무한한 도움을 받은 것처럼 점점 더 강해졌다.
무시천과 진남 사이의 거리는 꽤 되었지만 진남은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다.
"임 형, 좀만 더 버티시오!"
계현은 크게 소리쳤다.
그는 서둘러 기이한 부적을 두 장 꺼내 진남에게 던졌다.
또, 상고의 문도지기를 드러내 규칙의 힘을 주입하여 문도지기를 움직여 금막을 공격했다.
금막은 세게 흔들렸다.
"탄일도결(?日刀訣)!"
진남은 순식간에 몇만 개의 도의를 드러냈다.
도의는 흉악한 태고의 대요처럼 시뻘건 입을 벌리고 물어뜯었다.
"잔재주를 부리는구나."
무시천은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세 마리의 용이 앞으로 날아가 용발로 내리쳤다.
쿠쿠쿠쿵-!
상황이 급박해졌다.
"열…… 려라!"
계현은 크게 소리쳤다.
그는 상고 문도지기의 위력을 최고로 끌어올렸다.
문도지기는 눈부신 빛을 뿜고 힘을 가득 모아 점으로 변해 폭발했다.
금막이 떨리고 펑펑펑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장 정도 되는 구멍이 생겼다.
"열렸소! 임 형, 어서 갑시다!"
계현은 기뻐 소리쳤다.
진남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뒤로 날아가 광막을 나왔다.
"이곳을 벗어나면 내 손아귀를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무시천은 하찮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계현과 임효지의 전력을 그는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강했지만 임효지는 그에 비하면 많이 부족했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도망가게 한 적 없었다.
"참심일도!"
진남이 어찌 이 도리를 모를까?
그는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모든 심의지력을 전부 드러내 상마지도에 융합시켰다.
그의 칼은 엄청났다.
"오신귀(烏神傀), 공격하거라!"
계현도 가만있지 않고 저장주머니에서 아홉 개의 커다랗고 부적이 가득 붙은 형상을 꺼내 규칙의 힘을 주입했다.
형상들은 전부 살아나 무시천을 공격했다.
"응? 이 칼은……."
법술을 드러내 이들을 가두려던 무시천은 진남의 참심일도를 보자 눈을 세게 찌푸렸다.
'이렇게 방대한 심의지력과 이토록 익숙한 칼……. 이 마수는 심약주재와 어떤 관계지?'
그가 방심한 사이에 진남과 계현의 연합공격이 무시천의 앞에까지 날아왔다.
무시천은 정신을 차리고 허둥대며 막았다.
진남과 계현은 광막을 나온 후 조금도 멈추지 않고 전력으로 문도법을 움직여 다른 곳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시간이 꽤 지난 후에야 그들은 상황이 이상하다는 걸 발견했다.
"어? 쫓아오지 않네? 저자는 그곳을 떠나고 싶지 않은 건가, 아니면 그곳의 신비한 물건에 완전히 구속되었나?"
계현은 눈을 반짝거렸다.
진남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는 이 두 가지 가능성이 매우 적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당장 마땅한 답안이 생각나지 않았다.
"방심하면 안 되오. 아직은 저자들을 멀리 떨어뜨리지 못했소."
진남은 찬물을 끼얹었다.
"알았소. 알았소. 임 형, 자네 말을 듣겠소!"
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계속 앞으로 날아갔다.
* * *
금막 안의 무시천은 허공에 떠 있었다.
그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밝아졌다 했다.
"죽여버릴 심약……."
무시천은 주먹을 쥐고 이를 갈았다.
지금의 대상계에서 주재 정상의 경지로 그를 격파할 사람은 많지 않았다.
심약주재가 바로 그중의 한 명이었다.
심약주재는 그를 격파했을 뿐만 아니라 모욕까지 주었다.
그는 마음이 큰 충격을 받았다.
방금 진남이 칼을 드러낸 후 그는 저도 모르게 그날이 떠올랐다.
심약주재가 뒷짐을 쥐고 높은 곳에 서서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
"명심하거라. 너 같은 자는 앞으로 나를 만나면 피해 다니거라. 내 앞을 막는다면 너를 지옥에 던져 살아도 죽은 것보다 못하게 만들겠다. 알겠느냐?"
말투는 평온했지만 무시천은 두려움을 느꼈다.
최고급 천재인 무시천은 잘 알았다.
심약주재의 말은 그를 모욕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마음속에 두려움의 씨앗을 뿌렸다.
무시천은 씨앗의 존재를 알았다.
하지만 여전히 없앨 수 없었다.
씨앗이 깨어날 때면 그는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두려움이 되살아나고 몸이 통제를 듣지 않았다.
"이번에는 운이 좋은 줄 알거라!"
무시천은 마음속의 울분을 누르며 심호흡을 하고 뒤로 날아갔다.
* * *
한 시진 후.
진남과 계현은 걸음을 멈추었다.
"임 형, 보시오. 내 점이 맞았소! 좀 전과 같은 그런 위험 속에서도 우리는 쉽게 위기를 해결하고 도망쳤소.
얼마나 좋소. 만약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무시천 등에게 죽임을 당했을 것이오."
계현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한 시진 동안 계현은 아무 말도 없었다.
그는 계현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한 줄 알았다.
그런데 첫 마디가 사과가 아니라 억지를 부리는 것이었다.
'이자식은 한 시진 동안 핑계를 생각한 건가?'
"더 말하지 맙시다. 여기까지 왔으니 가장 깊은 곳에 가봅시다."
진남은 말했다.
그들은 가장 깊은 곳에서 멀지 않았다.
그곳에 가면 수확이 있을지도 몰랐다.
헛걸음을 할 수 없었다.
"가장 깊은 곳으로 가자고?"
계현은 눈을 찌푸렸다.
복천산맥의 가장 깊은 곳은 매우 위험했다.
엄청난 이상이 나타나기 전에 강제로 들어간다면 무시천 같은 존재들도 죽을 수 있었다.
"왜? 두렵소?"
진남은 계현을 힐끗 봤다.
"두렵다고? 무슨 소리요! 나는 그저 가장 깊은 곳에 엄청난 이상이 나타나지 않았는데 함부로 쳐들어가면……"
계현은 핑곗거리를 생각했다.
"이번 걸음은 길하다고 하지 않았소? 만약 틀리지 않다면 가도 문제없을 거요."
진남은 담담하게 말했다.
"어, 그게……. 내가 점을 친 건 천극방에 오른 천재들을 찾는 것이오. 지금은…… 어? 기다리시오……!"
진남이 앞으로 걸어가는 걸 본 계현은 서둘러 크게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