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5화 천극방 백칠십삼 위
복천산맥은 상현경지의 서쪽에 있었다.
만 년 전부터 천존전장에 있었다.
그곳에 어떤 비밀이 있는지 아무도 몰랐다.
오천여 년 전에 복천산맥에서 큰일이 발생했다.
복천산맥의 가장 깊은 곳에 엄청난 이상이 나타나 많은 무인들이 복천산맥으로 갔다.
후에 엽청(葉靑)이라는 무인이 자신이 복천산맥의 후계자가 되어 복천산맥의 비밀을 장악했다고 선포했다.
복천산맥은 시끄러워지고 엽청은 무인들의 추격을 당했다.
하지만 엽청은 추격을 모두 해결했다.
열 그루의 천존의 나무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렸다 엄청난 전력을 드러내어 강자들을 물리치고 천존으로 등극하고 도호를 청제(靑帝)라고 달았다.
오백 년 후 엽청은 대겁에 맞아 죽었다.
복천산맥에 관심이 없던 무인들은 다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청제가 죽어 복천산맥은 후계자가 없으니 그들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쉽게도 몇천 년 동안 복천산맥에 엄청난 이상이 백 번 넘게 나타났지만 아무도 후계자가 되지 못했다.
다들 복천산맥의 가장 큰 기연은 청제와 함께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천 년 동안 복천산맥으로 가는 무인들은 점점 적어졌다.
평소에는 이곳에서 천극방에 이름이 오른 무인을 만나기 어려웠다.
후세의 사람인 진남은 복천산맥의 가장 큰 기연이 사라지지 않았고 엽청이 얻은 건 전승의 절반이라는 걸 알았다.
백 년 정도 지나 복천산맥에 다시 엄청난 이상이 일어났다.
추수한(秋水寒)이라는 서생이 복천산맥의 가장 큰 기연을 얻어 복천의 후계자가 되었다.
후에 주제는 추수한을 만나 그와 몇 시진 이야기를 나눈 적 있었다.
진남은 추수한이 어떻게 복천산맥의 가장 큰 기연을 얻었고 그 기연이 무엇인지도 알았다.
그는 기연이 욕심났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백 년이 지나면 그는 후세로 돌아갈 것이었다.
* * *
시간이 흘러 사흘 후, 진남과 계현은 복천산맥의 가장 변두리에 도착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높은 산에서 선광들이 반짝거렸다.
사람들은 환상에 빠져 본능적으로 안으로 들어가 신비한 기연을 찾고 싶었다.
"상팔괘(上八卦), 중오행(中五行), 하음양(下陰陽), 탐천규명(探天窺命)!"
계현은 상고이수의 수골(獸骨)을 몇 개 꺼내고 기묘한 법진을 펼쳐 중얼거렸다.
"저쪽으로 갑시다."
잠시 후 계현은 동남쪽을 가리켰다.
둘은 지체하지 않고 앞으로 날아갔다.
잠시 후 그들은 엄청난 위압을 느꼈다.
복천산맥의 허공마다 복천고의(伏天古意)라는 존재가 있었다.
복천고의는 범상치 않았다.
진남과 계현도 무시하지 못하고 공법을 움직여 몸을 보호해야 했다.
반 시진 후 둘은 가운데에 도착했다.
"복천산맥은 가장 깊은 곳에 엄청난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진짜 황량하구나. 아나궁의 금기들과 비하면 많이 약하오."'
계현은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그동안 그들은 주재 대성의 무인 한 명만 만났다.
"자네의 점괘가 틀리지 않았으면 좋겠소."
진남은 계현에게 귀띔했다.
이번에 아무것도 얻지 못하면 시간을 많이 낭비할 것이었다.
계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진남은 이미 이상이 나타나는 곳으로 날아갔다.
그는 서둘러 쫓아갔다.
반 시진 후 둘은 이상이 나타나는 곳에 도착했다.
이상은 진짜 보통이 아니었다.
그것은 커다란 골짜기에서 일었다.
골짜기를 중심으로 방원 몇십만 리를 휩쓸었다.
이상의 아래에 서면 웅장하고 끝없는 기세를 느낄 수 있었다.
커다란 골짜기는 옅은 금색의 빛에 덮였다.
"어? 빛은 보통이 아니오. 나의 동술과 신념은 빛을 꿰뚫을 수 없소."
살펴보던 계현은 놀라서 말했다.
그의 동술은 진남의 동술보다 훨씬 강했다.
매우 이름 있는 상고의 선동이었다.
"공격할 수밖에 없겠소."
진남은 길게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우리 힘을 합쳐 한 곳을 공격합시다."
계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바로 법인을 만들어 허공에서 백여 개의 상고 선검의 형상을 불러왔다.
"상마지권!"
진남은 순식간에 기세를 최고로 끌어올려 주먹을 날렸다.
우르릉-!
몇천 장 이내의 빛이 물결처럼 떨렸다.
둘이 힘을 합쳐 공격한 곳에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빛이 이렇게 강할 줄 몰랐소."
진남의 눈에 이색이 스쳤다.
그는 순식간에 기회를 잡아 주먹을 날렸다.
넓이가 삼 장, 높이가 오 장 되는 구멍이 생겼다.
진남과 계현은 몸을 날려 안으로 들어갔다.
구멍은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잠시 후 구멍은 원래대로 회복되었다.
"복천고의가 없잖아?"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둘은 골짜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진남은 앞을 바라봤다.
골짜기는 앞으로 길게 뻗었다.
길에는 여러 가지 기화이초들이 가득 자랐다.
그 외에 기운이 남아 있는 부러진 팔다리가 가득했다.
길은 조용했다.
둘은 빠르게 기운을 거두고 속도를 늦춰 앞으로 걸어갔다.
"사람이 있소! 하나, 둘, 셋……. 총 네 명이오. 주재 정상들이요!"
잠시 후 계현은 무언가 발견하고 기뻐했다.
네 명의 주재 정상이면 많지도 적지도 않았다.
한 명은 천극방 순위가 이백 위에서 삼백 위 사이이고 나머지 세 명은 평범한 주재 정상이었다.
그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점술이 점점 강해지는구나. 영감탱이의 말대로 나는 진짜 절세의 천재다."
계현은 스스로 칭찬했다.
"너무 기뻐하지 마시오."
진남은 눈을 흘기고 속도를 더 늦추었다.
반 주 향이 타는 시간이 지난 후 그들은 네 개의 기운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둘은 유령처럼 하늘을 찌를 듯한 나무 위에 올라가 멀리 바라봤다.
앞쪽 몇천 장 되는 곳에 커다란 땅이 있었다.
흰색 도포를 입은 청년이 있었다.
청년은 잘생기고 안색이 옥처럼 희었으며 풍채가 늠름하고 수양 있어 보였다.
그는 강한 공법을 움직여 옅은 파란색의 붓으로 바닥에 무언가 그리고 있었다.
나머지 세 명의 기운은 절벽에 있는 동굴 안에서 느껴졌다.
진남과 계현은 들킬까 걱정되어 동술을 멈추었다.
그들은 동굴 안의 상황을 볼 수 없었다.
"임 형, 이자는 천극방 순위가 이백삼십일 위인 혈도인(血道人)이오. 생김새는 이래도 매우 지독하오. 싸울 때 상대의 경지가 낮다면 온갖 수단을 사용하여 상대를 괴롭히오."
계현은 혐오하는 눈빛으로 전음했다.
"임 형, 어떻소? 이자의 순위는 이백구십구 위에서 이백오십 위 사이가 아니라 좀 높소. 하지만 자네의 실력으로 이자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소.
나머지 세 주재 정상은 내가 상대하면 되오. 자네를 도와 그들을 고분고분하게 만들겠소."
계현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이백삼십일 위라……."
진남의 눈에 빛이 스쳤다.
이때, 동굴 안의 세 명의 무인이 걸어 나왔다.
가장 먼저 나온 자는 빼빼 마른 노인이었다.
노인은 팔괘도포를 입고 힘겹게 숨을 쉬었다.
노인은 큰 병에 걸렸는지 매우 허약했다.
그의 뒤에는 얼굴이 네모난 중년 사내가 있었다.
전혀 빈틈이 보이지 않는 그는 화를 내지 않고도 위엄이 느껴졌다.
그는 허리에 서늘하고 칼날이 휜 칼을 찼다.
가장 뒤에 나온 자는 열다섯 살 정도 되는 소년이었다.
소년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하품을 했다.
소년은 매우 산만했다.
"응? 이들은……."
진남은 눈을 찌푸렸다.
그는 본능적으로 이들이 강하다는 걸 느꼈다.
그는 압박감을 느꼈다.
"젠장! 어떻게 이럴 수 있지?"
계현은 저도 모르게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믿을 수 없어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자들은 누구요?"
진남은 전음했다.
"가장 앞에 선 야윈 노인은 천극방 순위가 이백십오 위인 천인진인(千印?人)이요. 무인이지만 무예 재능이 높고 전력도 매우 강하오. 저자도 성격이 지독하여 무인들을 많이 죽였소.
두 번째의 중년 사내는 천극방 순위가 이백일 위인 상파도인(傷破道人)이요. 이자는 자네와 인연이 있소. 이자도 검곡도통의 제자였소. 후에 보물을 얻으려고 사형제들을 죽여 검곡도통에서 쫓겨났소."
세 번째 소년은……."
계현은 길게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저자는 무시천(巫弑天)이오. 상고대족의 고무족(古巫一族) 출신이오. 천극방 순위가 백칠십삼 위요. 고무족의 족장의 아들이었소.
무시천도 무척 지독하오. 자신을 건드린 사람들에게 앙심을 품고 갈기갈기 찢어 죽였소. 이기지 못할 것 같은 사람을 만나면 상대가 아끼는 사람을 해치고 보복했소.
고무족의 소족장이 될 수 있었지만 나쁜 버릇 때문에 적이 너무 많아 족인들의 불만을 자아냈소. 그래서 지금은 고무족의 외문 제자요."
진남은 설렜다.
'천극방 순위가 백칠십삼 위면 얼마나 강할까?'
천극방 백오십 위 안에 든 사람들 중에 창, 주제, 황보절, 엽소선과 다른 몇 명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천존 경지의 거물이었다.
무시천은 주재들 중에서도 최고급 단계였다.
그보다 강한 사람은 삼십 명 정도밖에 안 되었다.
이 정도면 보통이 아니었다.
상고시대에는 주재 경지의 강자가 많았다.
후세처럼 적지 않았다.
그렇기에 주재 경지로 천극방 이백구십구 위에서 이백 위 안에 들어도 엄청난 것이었다.
때문에, 많은 세력들과 천재들이 그들의 이름을 기억했다.
천극방 이백 위 안에 들면 백구십구 위라도 대상계에 이름 날렸다.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이름만으로도 커다란 위협이 되었다.
'……어떻게 된 거지? 이들이 왜 모두 여기 모여있지? 왜 모두 여기로 왔지?'
계현은 넋을 잃었다.
머릿속에 의문이 가득 생겼다.
"계현, 뭐라고 했소? 저자들은 자네가 맡겠다고? 그럼 자네가 상대하시오."
진남은 고개를 돌리고 무표정하게 말했다.
"안, 안 되오! 나의 경지로 어찌 저들의 상대가 되겠소?"
계현은 깜짝 놀랐다.
그는 무언가 생각난 듯 얼굴이 시뻘게졌다.
그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
좀 전에 자신이 진남에게 했던 말을 생각하고 지금의 상황을 보니 말문이 막혔다.
이곳에 오면 좋은 일이 생긴다더니 큰 화를 입게 생겼다.
"진남, 저들은 강하오. 하지만 우리 아직 싸우지 않았소. 우리 이곳에서 물러가고 깊은 곳으로 갑시다. 절세의 기연을 얻을 수도 있지 않소?"
계현은 염치 불고하고 말했다.
이때, 느긋해 보이던 무시천이 그들이 있는 곳을 보며 물었다.
"우리는 절세의 미인도 아니다. 언제까지 염탐할 작정이냐?"
진남은 깜짝 놀랐다.
'발견되었나? 무시천의 감지 능력은 진짜 대단하구나!'
계현은 마음이 서늘해져 낮은 소리로 전음했다.
"임 형, 어떻게 하겠소? 이들은 사람을 죽여도 눈도 깜짝하지 않는 자들이오. 도망치는 건 어떻소? 모습을 드러내면 저들은……."
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진남은 말했다.
"조급해하지 마시오. 상황을 봅시다."
말을 마치자 진남은 계현을 어깨를 잡고 나무 꼭대기로 날아갔다.
"이번에 우리는 이상을 좇아 이곳까지 왔소. 네 분이 우리보다 먼저 왔을 줄 몰랐소. 좀 전에는 실례했소.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시오. 지금 바로 떠나겠소."
진남은 포권하고 말했다.
"한 명은 주재 대성, 한 명은 주재 정상?"
천인진인은 쉰 소리로 말했다.
"저들은 기운이 매우 강하오. 평범한 주재 대성과 주재 정상이 아니오."
상파도인은 무표정하게 말했다.
"재미없소."
순위가 가장 낮은 혈도인은 입을 삐죽거렸다.
그들은 진남의 말을 한마디도 들은 것 같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