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4화 그럼 구 대 일로 합시다
"선배님들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진남은 서둘러 인사했다.
"임 도우, 예의를 차리지 말거라."
여덟 명의 주재 정상들은 손을 저었다.
"또……. 또 여덟 명이 왔어?"
천오황자 등과 계현 등은 넋을 잃었다.
'천공전 전주 등까지 하면 주재 정상이 모두 열다섯 명이다!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주재 정상들을 불러오다니. 이자는 얼마나 대단할까?'
"임 도우, 좀 전에는 내가 지레짐작한 것 같구나. 임 도우도 수단이 대단하구나. 이번에는 내가 졌다."
천오황자는 별의별 일을 다 겪어본 사람이었다.
그는 빠르게 반응하고 씁쓸하게 웃었다.
"다음번에 기회가 되면 다시 만나자."
진남은 담담하게 웃었다.
"좋다."
천오황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무인들에게 신념을 전했다.
그는 무지갯빛으로 변해 먼 하늘로 날아갔다.
그는 진남에게 졌다는 것을 순순히 인정했다.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들이 가자 계현, 소월청, 능심공자가 진남을 둘러쌌다.
"임 형, 이건 아닌 것 같소. 이렇게 큰 능력이 있으면서 나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소. 그런 줄도 모르고 나는 엄청 걱정했소."
계현은 원망스레 말했다.
"임효지, 용도천존의 인맥을 쓴 건 아니겠지?"
내막을 알고 있는 소월청과 능심공자는 표정이 굳었다.
진남이 그들 때문에 용도천존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썼다면 너무 큰 낭비였다.
"아니다. 이분들이 나를 도와주러 온 건 다른 일 때문이다."
진남은 세 명에게 전음했다.
"진짜야? 우리를 속이면 안 돼."
소월청의 예쁜 얼굴에 의심이 가득했다.
그녀는 임효지에 대해 알아본 적이 있었다.
임효지는 배경 같은 건 없고 오히려 검곡도통의 미움을 샀다.
"진짜다."
진남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됐어."
소월청과 능심공자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임 도우, 염명천존은 너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라고 특별히 당부하셨다. 이 년 전에 혼란도통이 검곡도통을 파멸시켰다. 대인은 그때 많은 좋은 점을 얻었다."
여덟 명의 주재 정상 중에서 가장 앞에 선 사람이 서둘러 진남에게 전음했다.
"그 일은 저와 별로 상관없습니다. 좋은 점을 얻은 건 염명 선배님의 실력입니다."
진남은 웃으며 손을 저었다.
"그래. 이번 일은 해결되었다. 너희들은 어떻게 할 계획이냐? 우리와 함께 궁전으로 돌아가 잠시 쉬지 않겠느냐?"
천공전 전주는 앞으로 다가와 진남 등에게 물었다.
"선배님들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임효지, 우리 선배님들과 함께 돌아갑시다. 무묘지화를 무묘선단(無妙仙丹)으로 연화하고 복용해 경지를 진급하는 게 어떻소?"
능심공자는 물었다.
"응. 좋은 생각이야."
소월청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처 묻지 못했는데 무묘지화는 어떤 효능이 있소?"
진남은 눈에 호기심이 드러났다.
"무묘지화는 천지대이보(天地大異寶)요. 무묘지화는 무식지토(無息之土)에서 자라고 삼백 년에 한 송이만 있소.
무묘지화는 두 가지 효능이 있소. 첫째는 경지를 돌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소. 둘째는 천존거물의 오묘함을 느끼게 하오."
능심공자는 말했다.
진남은 눈에 이상한 빛이 스쳤다.
'천오황자가 이렇게 많은 무인들을 모아서 온 이유가 있구나.'
천존거물의 오묘함을 한 번 체험한다고 실질적인 좋은 점을 얻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나중에 천존경지로 진급할 때 이번의 체험으로 종자를 뿌린 덕분에 운명을 바꾸고 천존거물이 될 수도 있었다.
"무묘지화는 나에게 의미가 없소. 우리 자네와 소월청은 함께 돌아가시오. 그럼 다른 추격을 당하지 않고 안심하고 연화할 수 있소."
진남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안 된다!"
"임 도우, 안 되오!"
능심공자와 소월청 그리고 정상 경지의 거물들은 동시에 소리쳤다.
능심공자와 소월청은 진남과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정상 경지의 거물들은 어렵게 진남을 만났다.
그들은 진남과 오랫동안 감정을 교류하고 싶었다.
"선배님들 저는 다른 계획이 있습니다."
진남은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이번에 저는 요행으로 천오황자를 이기고 천극방의 순위가 삼백일 위로 진급했습니다. 삼백 위 안의 강자를 이기면 저는 이백 위 안에 들 수 있습니다."
무인들은 천극방 순위가 높아지면 천극방의 상품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순위가 높아진 후 얻는 상품은 별로 크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상황은 예외였다.
사백 위에서 사백 위로 진급하거나 삼백 위에서 이백 위로 진급하거나 순위가 백 위 높아지면 얻는 상품은 매우 컸다.
가장 중요한 건 천극방의 상품은 각 사람의 특징에 맞게 준비를 한 것이었다.
진남이 심사를 받은 후 천극방은 그에게 천도구월석과 연관 있는 신비한 옥석을 주었다.
옥석은 천도구월석의 효능을 최고로 발휘할 수 있었다.
진남은 조금 전까지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대로 금지 같은 곳으로 가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 중이었다.
하지만 천오황자를 이긴 후 진남은 생각이 바뀌었다.
첫째 상품을 얻을 수 있고, 둘째 그도 자신의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었다.
"응? 이백 위 안에 들 수 있다고? 그렇다면 어서 가거라. 순위가 백 위씩 진급하면 천극방에서 주는 상품은 엄청날 것이다."
천공전 전주는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임효지 이자식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구나. 삼 년 내에 이렇게 강해지다니.'
"같이 가."
소월청은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안 돼! 너와 능심 도우는 무묘지화를 어렵게 얻었다. 지금은 경지를 진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나와 함께 가는 건 너에게 아무 의미 없다."
진남은 바로 거절했다.
"너……."
소월청은 입을 삐죽거렸다.
진남의 말이 맞았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
"월청, 임 도우도 너를 위해 그러는 거다. 임 도와 함께 가면 진급할 기회도 잃는다. 시간을 많이 낭비하게 될 거다."
능심공자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좋아. 너 천천히 경지를 진급해야 해. 내가 주재 대성으로 진급하면 너를 찾으러 갈 거야."
소월청은 말했다.
"응."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예전과 달리 감정에 무디지 않았다.
계현의 말이 맞았다.
소월청이 그에 대한 마음이 식을 때까지 그는 될수록 만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 시대의 사람이 아니었다.
이 시대에서 사랑 따위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긴말할 것 없다. 어려움에 부딪히면 우리에게 전음하거라. 우리는 별일 없으니 네가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가겠다."
천공전 전주는 통쾌하게 결정을 내렸다.
"노심(老尋), 돌아갑시다."
노심이라는 주재 정상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임 도우, 우리는 이만 떠나가겠다."
진남은 포권했다.
"선배님들 안녕히 가십시오."
천공전 전주 등은 하늘로 솟아올랐다.
능심공자도 소월청과 함께 뒤를 따랐다.
소월청은 여전히 미련이 남아 소리쳤다.
"임효지, 잊지 말아. 주재 대성으로 진급하면 너를 찾으러 갈 거야."
진남은 손을 저었다.
천공전 전주 일행은 구름 위로 올라가 사라졌다.
"그대 때문에 애가 타는데 그대는 내 마음을 모르는구나."
계현이 옆에서 감탄했다.
"죽고 싶소?"
진남은 날카로운 눈길로 계현을 흘겨봤다.
"농담이오. 그리고 화를 낼 거 있소?
소월청은 진짜 괜찮소. 생김새도 예쁘고 재능도 있고 소씨 가문의 장녀요. 대상계에서 그녀와 비교할 수 있는 여인은 많지 않소.
진짜 그녀에게 마음이 없소?"
계현은 궁금해 물었다.
"마음이 있든 없든 자네와 무슨 상관이요? 됐소. 우리도 여기서 헤어집시다."
진남은 눈을 흘기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니, 이렇게 먼 곳까지 불러 친구를 도와주게 하고 이제 나를 버리려는 거요? 임 형, 염치도 없소!"
계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른 뜻은 없소. 좀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순위를 올려야 하오. 나와 함께 있으면 시간만 낭비하고 아무런 좋은 점도 얻지 못하오."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소. 어차피 나는 지금 할 일 없소. 또 순위를 올리는 것에도 관심 없소. 스승님이 생전에 점을 치고 나는 천존 등급의 거물이 될 거니 이런 건 할 필요 없다고 하셨소."
계현은 거만하게 웃었다.
진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자의 스승은 진짜 대단한 분이구나.'
"자네가 순위를 올리려면 삼백 위 안에 든 천재나 강자들을 찾아야 하지 않소?
천존전장은 매우 넓고 그들의 종적을 찾기 어렵소. 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그들을 찾을 수 있겠소?"
계현은 오만하게 말했다.
"자네 말도 맞소. 그럼 나를 도와 점을 쳐주시오."
진남은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싫소. 한 말을 번복하고 싶소. 자네가 좋은 점을 주지 않으면 점을 쳐주지 않겠소. 형제이니 자네가 수련한 마공의 상편을 나에게 전수해……."
"점을 쳐주기 싫으면 됐소."
"……좋소. 바로 점을 치겠소. 도와달라는 사람의 태도가 너무 나쁘오."
계현은 투덜거리면 죽첨을 꺼내고 물었다.
"누구를 찾고 싶소?"
진남은 잠깐 생각하고 말했다.
"우선 이백구십구 위부터 이백오십 위 사이의 자들을 찾읍시다."
천극방은 순위가 높아질수록 진급하기 쉽지 않았다.
주재 정상의 경지나 천재 등급의 강자들이 점점 더 많았다.
진남은 반드시 조금씩 도전해야 했다.
한꺼번에 너무 강한 자들에게 도전하면 안 되었다.
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문득 무언가 생각난 듯 말했다.
"아, 미리 말할 게 있소. 나의 점괘는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오. 정확히 누구를 만나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소."
"알았소."
계현은 긴말하지 않고 법인을 만들었다.
죽첨들이 빠르게 흔들렸다.
잠시 후, 계현은 눈을 번쩍 떴다.
"임 형, 찾았소. 두 곳이요. 한 곳은 상현경지의 복천산맥(伏天山脈)이고 다른 한 곳은 상현경천의 아나궁(?娜宮)이요. 조급해하지 말고 좀 기다리시오."
계현은 또 한참 법술을 드러내고 말했다.
"복천산맥으로 가면 좋소. 큰 수확이 있을 거요. 아나궁으로 가면 흉한 일이 생길 거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져 죽을 수 있소."
진남은 의심스런 눈길로 물었다.
"확실하오?"
계현은 화를 내고 말했다.
"당연하오. 나의 점술을 의심하는 거요? 나보다 많이 강한 무인들과 금기들을 보지 못할 뿐 대상계에서 내가……"
그는 말을 멈추었다.
'앞에 있는 이자도 보지 못했잖아?'
"그럼 복천산맥으로 갑시다."
진남은 빙그레 웃고 말했다.
그는 위험한 곳일수록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번의 목적은 천극방에서 순위를 올리고 상품을 얻으려는 것뿐이었다.
때문에, 모험할 필요가 없었다.
"좋소. 미리 말하는데 이번에 복천산맥에서 전승을 얻으면 절반씩 나눠야 하오."
"안 되오. 칠 대 삼으로 나눕시다."
"칠 대 삼? 임 형, 자네 진짜 너무하오. 아무리 못 해도 육 대 사는 돼야 하오."
"그럼 팔 대 이."
"왜, 구 대 일이라고 하지 그러오?"
"자네 말이 맞소. 그럼 구 대 일로 합시다."
둘은 입씨름을 하며 상현경지로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