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3화 이번 싸움은 우리가 이긴다
"하하하. 금오지화는 심의지력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것들을 태워 없앨 수 있다."
천오황자는 호탕하게 웃었다.
"역시 천극방 삼백삼 위답구나. 대단하다."
진남은 감탄하고 심의지력을 거두었다.
그리고 전도선전 등 열두 개의 문도법을 움직였다.
그는 기세가 쭉쭉 늘어났다.
"탄일도결!"
진남은 칼을 휘둘렀다.
열두 개의 서로 다른 도의가 동시에 폭발했다.
여러 가지 술법들이 도결과 함께 드러났다.
마치 모든 것을 삼켜버릴 것 같았다.
신현무문에서 진남은 열세 개 도술을 조합하여 사용하는 방법을 익혔다.
"어라? 이렇게 많은 도법을 수련했어? 이게 네가 장악한 비범지도야?"
천오황자는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압력을 느낀 그는 여섯 개의 커다란 날개를 더욱 세차게 흔들었다.
"육고식, 금오현도(金烏懸道)!"
"육고식, 금오문정(金烏問鼎)!"
"육고식……."
천오황자는 금오족의 비법들을 연이어 펼쳤다.
우렁찬 포효소리가 천지에 울려 퍼졌다.
허공에 육익금오들이 나타나 여섯 날개를 펄럭이고 발로 힘껏 움켜잡았다.
진남은 이상들 속에서 절세의 전신 같았다.
그의 온몸을 감싼 빛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그는 다양한 술법들을 바꾸며 불바다를 가르고 금오들을 찢었다.
"좋구나!"
천오황자는 전의가 폭발하고 몸속 요혈(妖血)이 들끓었다.
"육고식, 육익참천(六翼斬天)!"
천오황자는 의지와 규칙지력을 전부 여섯 개의 날개에 모았다.
날개가 점점 커져 하늘을 가릴 수 있을 정도가 되니 그는 진남에게 휘둘렀다.
진남은 살짝 놀랐다.
그는 여섯 개의 절세선도(?世仙刀)가 허공을 가로질러 그에게 날아오는 것을 느꼈다.
선도는 그를 천지에서 없애고 아무런 기운도 남기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조심해!"
소월청은 비명을 질렀다.
"주마강림(諸魔降臨)."
위기의 순간에 진남은 몸속에서 열세 번째 문도법이 움직였다.
그는 순식간에 절대마조(?代魔祖)같은 기세를 뿜으며 주변을 무상마역으로 만들었다.
진남이 수련한 다른 문도법들은 빛을 일고 강렬한 제압을 당했다.
슈슈슉-!
마의들이 끝없이 밀려와 몸집이 우람한 마두로 변했다.
마두는 진남의 옆으로 와서 그를 단단히 보호했다.
마치 마도군단(魔道軍團)이 왕을 지키는 것 같았다.
쿵-!
천지가 흔들렸다.
"육고식을 막았어? 대체 어디서 온 자이길래 이리 강한 마공을 장악한 거지?"
계현에게 발목을 잡힌 무인들도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믿겨지지 않았다.
"저자의 가장 강한 공법이 아까 것들이 아니라 이것이구나. 그렇다면……."
천오황자도 충격을 받았다.
그는 싸움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기에 바로 대응책을 생각했다.
"육식합일(六式合一)!"
천오황자는 고함을 지르며 하늘로 솟구쳤다.
보랏빛들이 반짝거리고 천오황자는 무인이 아니라 진짜 상고의 육익금오가 된 것 같았다.
그는 대지의 위엄을 풍겼다.
"상마지권(上魔之拳)!"
진남은 두 눈에 마화가 이글거렸다.
상마규칙지력과 도천대세(滔天大勢)가 그에게 몰려들더니 주먹에 힘이 실렸다.
그는 주먹을 날렸다.
쿵-!
빛들이 대혼란으로 변했다.
계현 등과 다른 주재강자들은 심신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조심해!"
소월청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삼성도염검(三星道焰劍)!"
천오황자는 상고 문도지기를 꺼냈다.
그는 빠른 속도로 불바다를 지나 엄청난 검의를 드러내며 진남의 가슴팍을 겨누고 날아갔다.
펑-!
굉음이 울려 퍼졌다.
"됐나?"
천오황자는 살짝 웃었다.
그러나 이내 그의 표정은 곧 굳었다.
진남의 앞에 신비하고 천하의 마두들이 전부 모인 것 같은 검은색 소용돌이가 나타났다.
소용돌이는 삼성도염검의 검의들을 전부 막아내고도 끄떡없었다.
진남은 천오황자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쿵-!
천오황자는 가슴이 내려앉았다.
웬일인지 두려운 감정이 들었다.
"상마지계, 모든 생령을 삼키거라!"
불후상마진결의 대단함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상마지계는 빠르게 퍼지더니 몇천 장이 되어 진압했다.
상마지계가 지나가면 천오황자의 어떤 술법이나 의지도 말려 들어가 부서졌다.
"아차!"
천오황자는 안색이 확 변했다.
그는 빠르게 물러서는 동시에 상고검결들을 펼쳤다.
쿠쿠쿵-!
천오황자는 열세에 처하기 시작했다.
어떤 수단을 사용해도 진남은 끝없는 어둠처럼 모든 것을 삼켰다.
잠시 후, 진남의 주먹이 천오황자의 방어를 겹겹이 뚫고 가슴팍을 때렸다.
퍽-!
천오황자는 유성처럼 날아가 땅에 부딪히고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다.
천오고족인 그는 육체가 엄청 강했다.
하지만 진남의 주먹에 맞은 그는 피를 뿜고 안색이 창백해졌으며 기운도 많이 떨어졌다.
"황자가 졌어?"
주재정상 셋과 주재대성 넷은 꿈을 꾸는 기분이 들었다.
그들은 천오황자가 얼마나 대단한지 직접 겪어본 자들이었다.
"이겼다!"
소월청과 능심공자는 기뻤다.
특히 소월청은 흥분해서 새하얗던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싸움에서 이긴 것보다 더 기뻤다.
"천오 도우, 실례했다."
진남은 기세를 거두고 땅에 내려와 공수했다.
천오황자는 그와 싸우면서 살의를 드러내지 않았다.
아까 휘두른 검도 진남의 심장이 아니라 다른 곳을 향했다.
그리하여 진남도 그를 대하는 태도가 나쁘지 않았다.
"콜록콜록, 짧은 삼 년 안에 두 번이나 실패할 줄이야. 도우, 이제 네 도호를 알려줄 수 있느냐?"
천오황자는 몸을 일으키고 선단을 먹은 후 물었다.
"임효지."
진남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이때, 손등의 각인이 뜨거워졌다.
"응?"
진남은 고개를 들었다.
하늘의 깊은 곳 몇백 장이 시커먼 소용돌이로 변했다.
순수한 힘이 하늘에서 내려와 진남에게 주입되었다.
진남은 온몸이 따뜻해졌다.
방금 소모한 규칙지력이 처음처럼 회복되었다.
그는 경지를 돌파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임효지, 천오황자와 싸워 이겼기에 서열이 삼백일 위로 올라갔다. 약간의 상품을 주겠다. 계속 노력하거라."
천극방의 목소리가 진남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임 도우, 축하한다. 서열이 올랐구나."
천오황자 등은 포권하고 인사했다.
"이제 나보다 훨씬 높아졌구나. 그럴 줄 알았으면 내가 천오황자와 싸울 걸 그랬다……."
계현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일이 해결되었으니 이제 그만 갑시다."
진남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계현 등에게 신념을 전하고 천오황자와 인사를 나눈 뒤 떠나려고 돌아섰다.
"잠깐!"
천오황자가 입을 열었다.
"또 왜 그래?"
소월청은 불쾌해서 물었다.
"임 도우, 너는 나를 이겼다. 하지만 전부 이긴 것은 아니다."
천오황자는 웃으며 말했다.
그 말이 끝나고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다급하게 울려 퍼졌다.
진남 일행이 고개를 들어보니 다섯 개의 형상이 엄청난 기세로 그들에게 날아오고 있었다.
그들은 전부 주재정상이었다.
"천오황자, 어떻게 되었습니까?"
다섯 형상은 진남 일행을 훑어보더니 천오황자에게 물었다.
"너희들……."
천오황자는 그들에게 신념을 전하고 진남 일행을 보며 웃었다.
"너희는 넷이고 우리는 열둘이다. 게다가 여덟은 주재정상이다. 막을 수 있겠느냐?"
소월청은 안색이 변해서 말했다.
"너 참 비열하구나!"
진남과 계현은 전력이 대단하기는 하지만 상대방도 엄청 강해서 다시 싸워서 이기려면 불가능했다.
싸움이 일어나면 진남 일행이 질 게 분명했다.
"임 형, 여덟 주재정상을 나는 막을 수 없소. 많아서 다섯은 막을 수 있소."
계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괜찮소."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비열하다니?
소 낭자, 말이 과하구나.
천재지보는 누구나 좋아하기에 실력으로 얻는 게 맞다. 나는 벗도 많고 조심성도 많은 사람이라 선궁이 열리지 않으니 몇 명에게 도움을 청했다.
너도 임 도우를 부르지 않았느냐? 그러니 나도 사람을 불러도 되지."
천오황자는 뒷짐을 쥐고 진남을 보며 말했다.
"나는 너희들을 괴롭히고 싶지 않다. 나와 임 도우는 인연이 좀 있는 것 같으니 이렇게 하자. 무묘지화를 꺼내서 나와 임 도우가 함께 연화하면 어떠냐?"
소월청은 이를 갈았다.
'천오황자가 우리 셋은 무시한 거야?'
그러나 그녀는 능심공자와 합의를 보고 진남에게 신념을 전했다.
"임효지, 지금은 그게 최선책일 것 같다. 무묘지화를 네가 될수록 많이 흡수하거라. 저 수탉 놈이 이득을 보게 할 수 없다."
수탉이라는 말에 진남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그는 소월청이 사람을 놀리는데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했다.
"싫다."
진남은 고개를 젓고 천오황자에게 말했다.
"천오 도우의 호의는 고맙다. 하지만 너와 함께 무묘지화를 연화하지 않겠다. 무묘지화를 내놓지도 않을 거다."
그의 말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천오황자도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진남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진남이 한 말에 그는 화가 났다.
"임 도우, 네가 나보다 강하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경고하는데 머리를 숙여야 할 때는 숙이거라. 쓸데없는 것에 속지 말거라."
천오황자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천오 도우의 말은 일리가 있다. 다만……."
진남은 살짝 웃었다.
"이번 싸움은 우리가 이긴다."
그의 말이 끝나자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다급하게 울려 퍼졌다.
천오황자 등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천공전 전주가 다른 전주들을 이끌고 빠르게 달려왔다.
일곱 명 모두 주재정상이었다.
"하하, 이렇게 다시 만나는구나."
천공전 전주는 진남을 보자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기분이 무척 좋았다.
삼 년 동안 그는 참느라고 병이 날 지경이었다.
"선배님들을 뵙습니다."
진남은 얼른 인사를 올렸다.
"우리 사이에 예를 차릴 게 있느냐……."
다른 전주들은 그의 행동에 화들짝 놀라 얼른 인사를 했다.
"이게……."
천오황자 일행뿐만 아니라 소월청, 능심공자, 계현도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지금 천존전장에 있었다.
소씨 가문, 천오고족, 그리고 다른 도통에도 주재 강자들이 많고 대부분이 천존전장에 있었지만 보통은 몇 명을 모으기도 힘들었다.
게다가 주재들은 해야 할 일이 많았기에 가문, 고족, 도통끼리의 싸움은 모른 척했다.
천오황자는 엄청난 심혈을 기울이고 많은 대가를 치러 일행들을 모았다.
그런데 진남은 쉽사리 주재정상 일곱 명을 불러왔다.
주재정상들의 태도를 보니 진남을 무척 존경하는 것 같았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천오황자는 빠르게 반응하고 머리를 굴렸다.
그는 무묘지화를 얻으려고 많은 공력을 들였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무묘지화가 있었다.
그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될까?
싸움을 한다면 그들은 거의 승산이 없었다.
싸우지 않는다면…….
이때,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뒤쪽에서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다급하게 들렸다.
천공전 전주 일행보다 더 많은 기운이 느껴졌다.
도합 여덟 명이었다.
여덟 명의 주재정상이 멀리서 달려오는 중이었다.
"임 도우!"
여덟 명의 주재 정상들이 진남의 앞에 나타나 공수했다.
그들은 호기심 어린 눈길로 훑어봤다.
"어…….
진남도 어리둥절했다.
천공전 전주 등이 함께 왔다면 이해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덟 명의 주재 정상들을 그는 잘 몰랐다.
"임효지, 이 여덟 분은 염명천존 아래의 전주들이다. 이들은 염명천존의 명령을 받고 너를 도와주러 특별히 천존전장으로 왔다.
너는 아마 모를 거다. 염명천존과 용도천존 대인은 사이가 매우 좋다. 문경지교이다."
천공전 전주는 진남에게 전음했다.
진남은 바로 알아차렸다.
용도천존은 염명천존에게 무언가 말을 했다.
때문에 염명천존이 이런 행동을 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