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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282화 (1,282/1,498)

1282화 천오황자와의 싸움

"임 도우, 오랜만이오."

능심공자는 그들을 보자 두 눈에 빛이 돌고 새하얀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임효지, 드디어 왔구나!"

소월청은 놀라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손을 흔들었다.

"저 여인이 임 형에게 마음이 있는 같소."

계현은 몰래 전음했다.

진남은 눈을 흘기고 그를 무시했다.

"이분이 계현 도우요? 나는 능심이라 하오."

능심공자는 계현에게 인사를 했다.

"능심공자, 우리끼리 격식을 차릴 필요 없소. 소 낭자와 자네의 명성은 익히 들었소."

계현은 웃으며 말했다.

계현의 태도에 진남은 살짝 놀랐다.

계현은 다른 무인들 앞에서 점잖고 예의 바른 모습이었다.

"대체 어찌 된 일이오?"

진남은 입을 열었다.

"우리는 횡단금구에서 엄청 귀한 무묘지화(無妙之花)를 얻었소. 그런데 천오황자도 그 꽃의 존재를 알게 된 거요. 천오황자는 무인들을 이끌고 우리를 쫓았고 여기까지 오게 됐소."

능심공자는 씁쓸하게 웃었다.

"나와 월청은 비장의 수들까지 거의 다 사용했소."

소월청은 분해서 말했다.

"천오황자는 정말 막무가내야. 매사에 순서라는 게 있지 않느냐? 우리가 먼저 발견했으면 우리 거잖아."

진남은 저도 몰래 미소를 지었다.

소월청은 주재가 되었지만 여전히 순진했다.

이 세상은 순서를 따지지 않고 실력이 강한지 약한지에 달렸다.

"천오황자? 설마 천오고족(天烏古族)의 그분?"

계현은 얼른 물었다.

능심공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남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능심공자는 말했다.

"임 도우는 잘 모르는가 보오. 천오고족은 만족들 중 하나이고 세력이 큰 종족이요. 종족에 천존 강자가 탄생했고 실력도 무척 강하오. 천오황자는 천오고족의 소족장인데 무예 재능이 엄청 뛰어나서 주재대성이지만 천극방의 서열 삼백삼 위요."

진남은 두 눈에 빛이 스쳤다.

삼백삼 위라니. 천극방 서열이 그보다 훨씬 높았다.

쿠쿠쿵-!

외부의 공격은 멈추지 않고 오히려 더 격렬해졌다.

선궁은 계속 흔들리고 벽에는 균열이 생겼다.

진남은 동허지동으로 밖을 살폈다.

선궁 밖에는 여덟 개의 형상이 있었다.

그들 중 셋은 주재정상이었고 나머지는 주재대성이었다.

앞장선 사람은 옅은 금색 머리에 선갑(仙甲)을 입은 청년이었는데 삼 장이나 되는 옅은 파란색 검을 들고 있었다.

그는 눈빛이 날카롭고 기세가 비범하여 세 주재정상 강자들보다 더 눈에 띄었다.

진남은 청년의 몸에 방대하고 신비한 불꽃의 힘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진남은 식은땀이 약간 흘렀다.

소월청과 능심공자가 쫓기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소월청과 능심공자가 우연히 선궁을 사용하는 방법을 익혔으니 망정이지 진남이 오기 전에 무너질 뻔했다.

"어라? 무인 둘을 더 데려왔어?"

선궁 밖의 천오황자는 그들을 느끼고 눈썹을 추켜세웠다.

천둥 같은 목소리가 선궁에 울려 퍼졌다.

"능심, 소월청 오늘 누구를 데려와도 아무 소용없다. 눈치껏 무묘지화를 나에게 주면 괴롭히지 않을게. 계속 반항하면 내 검은 사정을 봐주지 않을 거다.

다른 사람들은 소씨 가문을 겁내고 너희들 배후에 있는 천존도통을 겁내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이 시대는 상고만족이 가장 휘황찬란하던 시기였다.

천오고족 같은 대종족들은 암암리에는 서로 신경전을 하지만 큰일을 만나면 서로 도움을 주었다.

주제와 창 등이 무상천존이 되고 나서야 이런 현상이 사라졌다.

천오황자는 건방진 것이 아니라 믿는 구석이 있기에 이런 말을 했다.

소월청과 능심공자를 죽이지만 않으면 중상을 입힌다고 해도 그들이 속한 도통에서 일부러 복수하지 않을 것이었다.

창피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꿈도 꾸지 말거라."

소월청은 화가 나서 대꾸했다.

그녀는 간절한 표정으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임효지, 우리 이제 어떻게 하면 돼?"

능심공자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임도우, 무묘지화는 우리에게 무척 중요하오. 가능하다면 저자들과 함께 연화하면 좋겠소. 저자들에게 다 넘기면……."

진남은 살짝 웃었다.

능심공자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그는 손을 젓고 계현에게 말했다.

"주재정상 셋은 자네가 맡으시오. 세 시진을 잡고 있을 수 있소?"

계현은 기분이 상해서 말했다.

"고작 세 주재정상을 맡으라고? 나를 너무 업신여기는 거 아니오? 천오황자는 임 형이 상대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나에게 맡기시오."

소월청과 능심공자는 살짝 놀랐다.

상대는 주재정상 세 명과 주재대성 네 명이었다.

'계현 혼자서 그들을 상대하겠다는 말인가? 계현이 엄청 강하다면 왜 천극방에서 그의 이름을 본 적이 없을까?'

신현무문에 들어가기 전까지 계현은 평범한 무인보다 조금 강한 정도였다.

하지만 신현무문에서 계현은 자신의 비범지도를 장악하고 계속 강해지는 중이었다.

그 뒤로 그는 비범지도를 장악한 천재들보다 훨씬 강해졌다.

"그렇게 하시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가 먼저 공격하겠소."

계현은 기지개를 켰다.

그에게서 엄청난 기세가 뿜어져 나와 대전에 가득 찼다.

옛 선검이 그의 등 뒤에 나타났다.

그는 검과 하나가 되고 검의가 하늘 높이 솟구쳤다.

좀 전에 소월청과 능심공자를 대하던 계현은 점잖고 예의 바른 모습이었다면 지금은 날카롭고 세상의 모든 것을 다 벨 것 같았다.

"문을 여시오!"

계현은 낮게 외쳤다.

소월청은 각인을 움직였다.

꽉 닫혔던 대문이 스르륵 열렸다.

"오? 억지로 밀고 나오려고?"

천오황자 일행은 그 모습을 보고 생각했다.

'주재정상 한 명에 주재대성 한 명이었어?'

천오황자는 그들을 확인하고 멸시했다.

'저런 실력으로 우리 앞에서 무슨 작용이나 한다고.'

"피를 보지 않으면 무서운 줄 모르는 모양이다."

천오황자는 두 눈이 차갑게 변했다.

'내가 그저 겁주기 위해 한 말인 줄로 아는 거야?'

"먼저 주재 정상을 병신으로 만들자."

천오황자는 신념을 전했다.

"네!"

세 주재정상 거물들은 반응하고 기세를 드러냈다.

셋은 모두 검을 사용하는 자들이었다.

그들은 태고검결을 펼쳤다.

다양한 검의들이 드러나고 규칙지력이 흔들렸으며 두려운 마음이 생겨 정면으로 쳐다보기 힘들 정도였다.

"화소검결(化?劍訣)!"

계현은 한 걸음 나서며 외쳤다.

서른세 개의 검진이 주재정상들 위에 모였다.

검진은 대요들처럼 셋을 삼켰다.

"아차! 보통이 아니었구나."

주재정상들은 표정이 살짝 변했다.

그들은 바로 검결을 펼치고 공격에서 방어로 태세를 바꾸었으며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천라지망(天羅地網)!"

계현은 그들 뒤를 바싹 쫓았다.

그가 왼손을 휘두르자 하늘 위의 규칙지력들이 실로 변해 아래로 떨어졌다.

실로 변한 규칙지력은 뱀처럼 주재정상 세 명과 주재대성 네 명에게 날아갔다.

이 초식은 그와 진남이 구천의 커다란 뱀과 싸울 때 익힌 것이었다.

사람을 묶어두기에 이것보다 더 적합한 초식은 없었다.

"어라? 강자였어?"

천오황자는 두 눈에 옅은 보라색 불꽃이 타올랐다.

그는 빠른 속도로 달려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계현의 뒤에 도착했고 손바닥으로 힘껏 내리쳤다.

"네 상대는 나다."

위기의 순간에 진남은 계현의 옆에 나타났다.

수많은 마의들이 모여 주먹 모양을 이루더니 앞으로 날아갔다.

천오황자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공격을 거두고 휙 돌더니 마찬가지로 주먹을 날렸다.

쿵-!

귀청이 찢어질 듯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두 주먹이 부딪히고 엄청난 강기가 퍼졌다.

진남은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천오황자는 열 걸음을 밀려나서야 멈추었다.

"또 강자야?"

천오황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는 진남과 계현을 평범한 주재 경지의 무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진남과 계현이 엄청난 전력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

"허허. 능심과 소월청이 강한 자들을 찾아왔구나. 마침 잘 됐다. 나도 강자들과 싸우기를 좋아한다."

천오황자는 무늬가 가득한 혀를 내밀고 입술을 핥았다.

"오멸지염(烏滅之焰)!"

천오황자의 몸에서 옅은 보라색 불꽃이 용솟음쳤다.

주변이 온통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무인들은 엄청난 열기를 느꼈다.

불꽃은 아무리 강한 육신이나 규칙지력, 천존지술 등도 다 태워버릴 것 같았다.

"다시 해보자!"

천오황자는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진남에게 그대로 달려들었다.

방대한 화염의 기세가 진남을 제압했다.

"임효지, 우리가 도와줄게."

소월청은 소리치며 능심공자와 함께 칼을 들고 달려왔다.

"됐다. 계현이나 도와주거라."

진남은 거절했다.

그는 엄청난 심의지력을 드러냈다.

심의지력은 심의지도(心意之刀)로 변했다.

희미한 도의가 장대비처럼 사방을 덮었다.

천오황자는 눈빛이 날카롭게 반짝거렸다.

그의 속도는 더 빨라졌다.

그는 순식간에 진남의 앞까지 날아와 주먹을 날렸다.

진남은 어느새 그의 생각을 알아차렸는지 칼을 들어 공격을 막았다.

진남이 손을 뒤집자 심의지도가 위로 날아올랐다.

심의지도는 주먹을 쳐내고 앞으로 곧게 날아갔다.

쿠쿠쿵-!

선궁 앞쪽의 하늘과 땅이 혼란에 빠졌다.

소월청과 능심공자는 좌우에서 계현을 도왔다.

그들은 다양한 수단을 펼쳐 일곱 주재 강자들을 단단히 제압했다.

진남과 천오황자의 싸움은 엄청 격렬했다.

순간순간이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둘은 승부를 가릴 수 없었다.

"도우는 어느 세력에서 왔느냐? 주재대성의 경지에 이렇게 강한 심의지력을 가졌으며 나와 싸울 수 있는 사람은 대상계에 많지 않다."

천오황자는 입을 열었다.

"이름 없는 하찮은 사람이다."

진남은 웃었다.

그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다.

"이름 없는 하찮은 사람? 하하하. 그래! 그렇다면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겠다. 나는 금방 오 할의 힘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천오황자는 고개를 젖히고 호탕하게 웃었다.

그의 온몸에 옅은 보라색의 불꽃이 확 늘어났다.

보라색 불꽃들은 세 쌍의 커다란 날개와 한 쌍의 날카로운 발 그리고, 수없이 많은 깃털로 변했다.

엄청난 위압이 사방에 퍼졌다.

진남도 신현무문에서 상대했던 상고대요를 다시 만난 착각이 들었다.

이것이 바로 천오고족의 혈통 능력이었다.

태고의 전설에 의하면 천오고족의 시조는 평범한 사람이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죽기 직전의 육익금오(六翼金烏)를 만났다고 했다.

육익금오는 천지가 만들어낸 엄청난 이수였는데 오직 한 마리밖에 없었다.

금오는 금오지화(金烏之火)가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 평생 익힌 모든 것들을 천오고족의 시조에게 전수했다.

금조는 또 천오고족 시조더러 자신의 피를 마시고 뼈를 연화하라고 했다.

덕분에 천오고족의 시조는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고 대대로 계속 전수했다.

천오황자가 소족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출신이 비범하고 혈통지력이 과조(跨祖)의 단계에 이르러 육익금오의 형상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그에게만 속하는 육익금오라 이 세상에 유일했다.

"육고식(六古式), 금오분천(金烏焚天)!"

천오황자가 펼친 비법은 여섯 날개를 펄럭거리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옅은 보라색 불꽃이 그의 몸에서 용솟음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불바다로 변했다.

불바다는 진남과 하늘까지도 전부 삼켰다.

진남은 그 모습에도 겁을 먹지 않았다.

심의지도가 흩어지며 방대한 심의지해(心意之海)로 변해 아래로 쏟아졌다.

둘은 부딪히며 치지직 소리를 냈다.

진남은 마음에 뜨거운 통증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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