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8화 가르침을 주는 중
마령들이 절명혈하에 들어서자 수많은 물방울들이 위로 솟구쳤다.
물방울들은 엄청난 힘을 품고 있었다.
펑펑펑-!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마령들은 겁에 질려 바들바들 떨었다.
"변하거라!"
무인이 호통을 치자 마령들은 겹겹이 쌓이기 시작했다.
가장 아래쪽에 있는 마령들이 물방울을 막고 위에 있는 마령들을 앞으로 갈 수 있게 보호했다.
물방울의 공격에 마령들이 부서져 사라졌다.
"마지막 하나만 남았다."
황보절, 묵사 등은 숨도 쉬지 못하고 지켜봤다.
슉-!
마지막 마령은 빠른 속도로 몇십 장을 날아가 절명혈하 건너편에 도착했다.
그제야 황보절은 시름을 놓았다.
묵사 일행과 생령들도 기뻤다.
"이제 선배님의 태도에 달렸다."
황보절은 중얼거렸다.
무인은 생령을 조종하여 절천대살마의들이 변한 용을 따라 날아갔다.
묵사 일행과 생령들은 더욱 불안해서 숨도 크게 쉬지 못했다.
* * *
그 시각, 동굴.
심심해진 계현은 죽첨(竹籤)을 꺼내 점괘를 보며 장난치고 있었다.
"어라? 마도의 생물이 감히 이곳에 다가오다니?"
계현은 동굴 입구로 날아갔다.
"마령이었어?"
계현은 살짝 놀랐다.
"마곡의 다른 쪽에 있는 무인들이 보낸 건가?"
계현은 손을 뻗어 마령을 잡았다.
그가 신념을 안에 주입하니 머릿속에 어떤 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련을 하던 중에 우연히 선배님의 수련으로 인해 생긴 이상을 보고 놀랐습니다. 선배님과 짧은 대화를 할 시간이라도 허락해주시기 바랍니다."
계현은 건너편 마곡의 무인들이 진남 때문에 생긴 이상을 보고 놀랐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들은 진남을 절세마도 강자라고 생각하고 이번 기회에 사이 좋게 지내려고 하는 것이 분명했다.
"임 형, 건너편의 마도 무인들이 만나고 싶어 하오."
계현은 동굴에 대고 외쳤다.
"자네가 대신 거절해주시게."
진남은 무뚝뚝하게 말했다.
"알겠소."
계현은 마령에 대고 전음했다.
"녀석, 착실하게 무예를 수련하고 이런 쓸데없는 짓은 벌이지 말거라. 그리고 친해지려고 한다면 먼저 자기소개를 하는 게 예의다."
말을 마친 계현은 혼잣말을 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몰라……."
그는 다시 동굴로 들어갔다.
* * *
마곡의 다른 쪽.
마령에 신념을 주입했던 황보절은 파동을 느끼고 얼른 확인했다.
그의 머릿속에 계현의 말이 울려 퍼졌다.
황보절은 표정이 살짝 변해서 다시 신념을 전했다.
"선배님,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흥분해서 그 점을 신경 쓰지 못했습니다. 성은 황보이고 이름은 절입니다. 제가 선배님께 연락을 드린 이유는 선배님께 의지하려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마도를 크게 발전시키고 싶어서입니다."
말을 마친 황보절은 가장 기본적인 예의도 놓친 것을 후회했다.
그는 마도 일인자라고 자칭하는 시간이 길어져 마음이나 태도들에 변화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묵사 일행과 생령들은 그의 표정을 보자 숨을 죽이고 눈치를 살폈다.
그들은 황보절이 화를 낼까 두려웠다.
계현은 마령들의 파동을 느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무시했겠지만, 너무 심심했던 그는 신념을 주입하여 확인했다.
"우와!"
계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황보절이라니? 내가 혼을 낸 것이 형님과 수준이 비슷한 황보절이었어?'
"마령을 통해 교류를 했으니 망정이지, 오늘 놀라 죽을 뻔했구나."
계현은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아까 신념을 보낸 것이 그라는 사실을 들키면 황보절은 그를 죽이자고 달려들 것이었다.
"그 대단한 황보절이 임 형을 선배님이라 부르고 공손한 말투로 함께 마도를 발전시키자고 했어. 임 형이 주재 초급이라는 것을 알면 황보절은 엄청 충격을 받겠지?"
계현은 중얼거렸다.
묘한 생각이 떠오른 그는 간사하게 웃었다.
그와 황보절은 마령과 절명혈하를 사이에 두고 있었다.
그리고 황보절은 그를 '임효지'로 착각했다.
"네가 황보절이구나. 천극방에서 본 적이 있다. 고작 주재정상급이 그 정도 성과를 이루다니 대단하다. 이렇게 하자. 허공에 대고 세 번 인사를 하고 나에게 경의심을 표하거라."
계현은 늙은이 행세를 하며 신념을 전했다.
"고맙습니다, 선배님. 허공에 대고 인사를 올렸습니다. 선배님, 혹시 존함을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곧 황보절에게서 답장이 왔다.
그는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살짝 흥분한 것 같기도 했다.
"하하하."
계현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무척 통쾌했다.
황보절이 그에게 인사를 세 번이나 올렸다.
형님도 그런 대우를 받은 적이 없었으니 평생 자랑할만한 일이었다.
그는 황보절을 골탕 먹일 방법이 잔뜩 떠올랐지만 용기가 없었다.
황보절이 이상함을 느낄 수 있었기에 그는 생각을 접었다.
"임 형, 건너편에 황보절이 있소. 아는 체하시겠소?"
계현은 동굴에 대고 외쳤다.
슉-!
진남은 순식간에 동굴 입구에 모습을 드러냈다.
"방금 황보절이라고 했소? 이건 그자가 보낸 것이오?"
진남은 입을 열었다.
"그렇소. 황보절이 자네를 선배라고 여기고 무척 공손한 말투로 신념을 전했소. 자네 이름을 묻던데 알려주시겠소?"
계현은 물었다.
진남은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그는 건너편의 무인이 황보절일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진남은 좀 전에 마도 파동이 익숙하다고 느껴진 이유를 알았다.
황보절이 불후상마진결을 펼친 것이 분명했다.
'이곳에서 전생과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상대는 나를 선배라고 생각하다니!'
진남은 감탄했다.
"나는 성도 없고 이름도 없으며 도호도 없다."
진남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마령을 통해 신념을 전했다.
'어라? 황보절과 대화가 가능한 거야?'
진남은 살짝 놀랐다.
그는 황보절, 주제, 창, 엽소선을 만나면 대화를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의 한마디 말에 역사가 바뀌고 후세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 보니 정상적인 대화는 가능한 것 같았다.
황보절은 진남이 신분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줄로만 알고 빠르게 전음했다.
"선배님, 최근 들어 다른 무도들은 번창하는데 유독 마도만 쇠약해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상황을 개변하고 마도를 크게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선배님께서 앞장서서 저희를 이끌어주시길 바랍니다."
진남은 놀라지 않았다.
황보절은 천존으로 진급할 때부터 주선에 대한 일을 준비했다.
그리고 여러 마도 거물들과 연합하여 소선역 하나를 차지하고 마도의 대세력을 만들었으며 마도를 크게 발전시켰다.
후세 사람들은 황보절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황보절은 포부가 크고 마음이 넓은 사람이었다.
그가 한 일들은 마도의 발전을 위해서였지 사욕을 챙기기 위함이 아니었다.
"황보 도우, 미안하다. 나는 그런 포부가 없다."
진남은 완곡하게 거절했다.
그는 표정이 점점 더 이상해졌다.
전생과 대화를 나누는 기분은 묘했다.
황보절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묵사 일행과 생령들은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찍소리도 내지 못했다.
황보절은 이제 심지가 예전과 달랐다.
그는 곧 반응하고 말했다.
"그렇다면 저도 더 이상 설득하지 않겠습니다.
선배님, 한 가지 부탁을 들어주시겠습니까? 선배님은 마도에서 이룬 조예가 깊어 제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도움을 요청하고자 합니다.
제가 최근 공법 하나를 만들고 불후상마진결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상편은 완성했지만 하편에 대한 갈피를 전혀 잡지 못하겠습니다. 선배님, 저에게 가르침을 주시겠습니까?"
진남은 그 말을 듣고 헛기침을 했다.
"왜 그러시오? 황보절이 이상한 요구를 했소?"
계현은 호기심이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아, 아니오."
진남은 손을 저었다.
그는 이상한 기분을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전생이 내세에게 가르침을 구하다니? 내세의 나는 주재 경지인데 무상천존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을까? 게다가 내가 수련한 불후상마진결은 황보절이 만든 것이잖아…….'
곰곰이 생각해보니 황보절에게 지금은 엄청 고통스러운 시간인 것 같았다.
창, 주제, 엽소선도 마찬가지였다.
후세에 무상천존이 된 네 사람은 주재로 진급하기 전에 각자 비범지도를 만들었다.
그들은 주재로 진급한 뒤로는 실력이 쭉쭉 늘어났지만 만족하지 않고 더욱 강해지려고 했다.
그들은 방법을 찾아내긴 했다.
주재 경지로 진급하고 공동으로 천극방 서열 일 위가 된 그들은 천극방의 신비함을 이용하여 비범지도를 완벽하게 만들었다.
그전까지의 모든 과정은 무척 고통스럽고 힘들었다.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황보절에게 '가르침'을 주면서 무상천존을 가르치는 기분을 느끼고 싶었다.
그러나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시공지력이 방해할 게 분명했다.
진남은 흥미가 없으니 나중에 인연이 되면 다시 보자는 말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시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했다.
"말해보거라. 어떤 문제에 부딪혔느냐?"
진남의 두 눈에 빛이 스쳤다.
이런 말을 했는데 시공지력의 저항을 받지 않다니 놀라웠다.
황보절은 기뻤다.
잠깐 고민하던 그는 생각을 정리하고 말했다.
"선배님, 제가 만든 공법의 이름은 불후상마진결이지만 사실 불후와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선배님께서 웃으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주제가 만법불침성체라 전설 속의 영항불멸지체로 될 수 있고 천지와 같은 수명을 누리며 불멸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도 영생의 몸이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습니다."
진남은 그제야 황보절의 불후상마진결이 주제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방금 머릿속에 떠오른 이상한 것을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먼저 이 공법을 펼쳐보는 게 어떻겠느냐? 그리고 공법에 어떤 오묘함이 있는지 느껴보거라."
말을 마친 진남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번에도 시공지력이 방해를 하지 않았다.
'혹시 내가 오늘 황보절에게 가르침을 주었기에 나중에 진정한 불후상마진결이 만들어진 걸까? 그리고 환생하는 방식으로 나에게 전수해준 건가?'
진남은 깜짝 놀랐다.
믿을 수 없는 일이고 억지스럽지만 진짜라면 너무 짜릿했다.
"선배님, 공법을 펼쳤습니다. 절명혈하를 건너 느낄 수 있으십니까?"
황보절도 흥분해서 황급히 공법을 펼쳤다.
마의가 가득 퍼졌다.
"느낄 수 있다. 너희들의 신념이 흐릿하기는 하지만 나는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진남은 신념을 전했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깊이 감탄했습니다."
진남은 그 말을 듣자 저도 몰래 웃음이 터졌다.
후세에 무상천존이 되는 자신의 전생에게 허풍을 치는 것이 꽤나 통쾌했다.
"임 형, 무슨 대화를 나누길래 이리 기뻐하시오?"
계현은 궁금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그는 진남에게 바싹 달라붙었다.
"아무것도 아니오. 황보절은 마도의 조예가 대단하오. 나는 지금 그에게 가르침을 주는 중이오. 오늘 일은 다른 사람에게 절대 비밀로 해야 하오."
진남은 신신당부했다.
"임 형, 걱정 마시오. 내가 누구요? 절대 입 밖에 내지 않을 거요."
계현은 가슴을 치며 장담했다.
'지금부터 조금씩 시도해보자. 황보절을 인도할 수 있을지 해보지 뭐.'
진남은 정신을 가다듬고 고민을 하더니 다시 조심스레 질문했다.
"등 뒤에 독립적인 마도세계를 만든 의도가 무엇이냐?"
신념이 저항을 받지 않고 전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