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5화 불후마조(不朽魔祖)라 부르거라!
계현은 씁쓸한 미소를 짓고 말했다.
"임 도우, 의심할 것 없소. 나는 자네를 해치려는 생각이 없소. 다섯 번째 물건 때문에 나는 온갖 노력을 다하고 일 년 넘게 공을 들였지만 여전히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소. 게다가 다른 이유 때문에 나는 빨리 경지를 진급시켜야 하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함께 주세를 하겠소?"
주세는 선마도세보다 훨씬 강했다.
주세를 깰 수단은 많았다.
하지만 커다란 대가를 치러야 했다.
"당연하오."
계현은 기뻐하며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맹세했다.
진남도 똑같이 맹세했다.
계현은 무흔지루와 천요지혈을 산 후 진남의 저장주머니에 넣었다.
"임 형, 다섯 번째 물건이 무엇인지 말해주겠소?"
계현은 한시라도 지체할세라 물었다.
"대연마정이라고 들어봤소?"
진남은 되물었다.
"대연마정? 다섯 번째 물건이 대연마정이라고? 맞다. 대연마정은 마도지보다. 네 가지 물건과 결합하면……."
계현은 중얼거렸다.
잠시 후에야 정신을 차렸다.
"임 형, 그렇다면 우리 마유심곡(魔幽深穀)으로 가야 하오."
계현은 긴장했다.
"마유심곡? 인황성에서 살 수 없소?"
진남은 물었다.
"그렇소. 임 형, 자네는 모르오. 대연마정은 마유심곡의 깊은 곳에만 존재하오. 찾기 매우 어렵소. 이 물건은 마도 무인에게 엄청난 좋은 점이 있소. 마도 무인들만 마유심곡으로 가오. 누구든지 운이 좋아 이걸 얻었다면 내놓지 않을 거요."
계현은 머뭇거리고 말했다.
"마유심곡의 깊은 곳은 범상치 않소. 주재 정상 등급의 마도 무인이라도 죽을 수 있소. 우리는 일행을 더 찾아야 하오."
진남은 옅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그럴 필요 없소. 나는 마수요. 우리가 무사하도록 보호할 방법이 있소."
말을 마치자 진남의 두 눈은 시커메지고 마의가 풍겼다.
계현은 어리둥절하더니 말했다.
"허허, 잘됐소. 어서 갑시다!"
둘은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빠르게 인황성을 떠나 마유심곡이 있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임 형, 자네는 어느 세력이오?"
마유심곡으로 가는 중에 계현은 겨우 주재 초급 단계인 진남이 궁금해 물었다.
"전에는 검곡도통이었는데 떠났소. 지금은 무인이요."
진남은 숨김없이 말했다.
"임 형, 우리는 마음이 잘 통하는 것 같소. 자네에게 점을 쳐주어도 되겠소? 자네의 운명이 어떤지 보겠소?"
계현은 신비하게 말했다.
"점을 칠 줄 아시오?"
진남은 놀랐다.
"당연하오."
계현은 턱을 쳐들고 오만하게 말했다.
"허풍을 떠는 것이 아니오. 대상계에서 점술을 보는 사람들 중 나는 둘째라면 서럽소!
임 형, 나는 전에 일 년이란 시간을 들여 대상계의 운명을 추리했소. 앞으로 사백 년 동안 대상계에 매우 큰 변화가 발생할 것이오. 임 형, 빨리 실력을 강하게 해야 하오. 그리고 재난을 피할 비밀지를 만드시오."
진남은 깜짝 놀랐다.
이백 년 후에 창, 주제, 황보절, 엽소선은 무상천존으로 등극할 것이었다.
그리고 얼마 안 돼 그들은 절세의 대전을 일으켜 대상계를 휩쓸 것이었다.
진남은 계현을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이 자식은 정확한 날짜는 계산하지 못했지만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것까지 알아맞힌 것만 해도 대단하구나.'
진남의 시선을 느낀 계현은 으쓱했다.
"왜, 놀랐소? 임 형, 생시와 태어난 곳을 말해주시오. 내가 점을 쳐주겠소."
하지만 진남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고개를 저었다.
"그게……. 됐소."
계현은 실력이 대단했다.
하지만 진남은 이 시공의 사람이 아니었다.
천극방도 그의 내력을 알지 못했다.
계현도 알 수 없을 게 뻔했다.
게다가 그는 앞으로의 운명 따위에는 관심 없었다.
"임 형, 나를 믿지 않는 거요? 내가 큰소리치는 것이 아니라 많은 강자들 심지어 천존 등급의 강자들도 나를 찾아 점을 보고 싶어도 내 기분이 어떤지 봐야 하오. 게다가 나는 자네가 어릴 때부터 겪은 일들을 전부 볼 수 있소. 맞지 않으면 다섯 개의 천도팔월석을 주겠소. 어떻소?"
계현은 눈썹을 추켜세웠다.
"그게……. 자네를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나는……."
진남은 난감했다.
"임 형, 내가 바보 같소? 자네는 나를 믿지 않소! 내 체면을 봐준다면 보게 해주오. 자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관둡시다."
계현은 태도가 매우 단호했다.
그는 다른 사람이 자신의 점 치는 능력을 의심하는 걸 참을 수 없었다.
"좋소. 그럼 해보시오."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임효지의 생시를 전부 계현에게 말해줬다.
"잠깐만 기다리시오!"
계현은 손뼉을 쳐 나침반을 앞쪽 허공에 던지고 한 손으로 결인했다.
규칙지력이 사방으로 퍼졌다.
잠시 후 그는 법인을 바꾸고 신비하고 오래된 주문을 읊었다.
기이한 파동이 천천히 퍼졌다.
"열려라!"
계현은 낮게 소리쳤다.
그의 미간에 파란색 눈이 나타났다.
"임 도우, 자네가 어릴 때 가문이 파멸되고 부모님은 전사했소. 후에 검곡도통에 들어가 매우 큰 기연을 얻었소. 천존 등급의 전승일 것이오. 맞소?"
계현은 우쭐거리며 말했다.
"맞소."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의 미래 운명을 봅시다. 자네는 앞으로……."
계현은 더욱더 신이 나서 말했다.
그는 공법을 움직여 점을 쳤다.
그는 반쯤 말하고 멈췄다.
세 개의 눈을 살짝 찌푸렸다.
'어…… 어떻게 된 거지? 시커멓네?'
"어? 앞으로 어떻소?"
진남은 물었다.
"임 도우 자네의 앞날은 평범하지 않소. 평범한 수단으로는 볼 수 없소."
계현은 크게 놀라 말했다.
그는 점을 보는 전승을 얻어서부터 많은 이들에게 점을 쳤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지금까지 두 명뿐이었다.
한 명은 그의 형님 창이었다.
다른 한 명은 형님의 철천지원수 주제였다.
"그렇소?"
진남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임 형, 이런 눈으로 나를 보지 마시오. 독문절학을 드러내 자네의 미래 운명을 정확히 봐주겠소."
계현은 자신만만했다.
그는 저장주머니에서 백여덟 개의 색깔이 다른 옥죽 죽첨(竹簽)을 꺼냈다.
"태상지법, 두전성이, 대천만법, 규천탄명!"
계현은 크게 소리쳤다.
백여덟 개의 옥죽 죽첨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나침반의 주위에 떨어져 엄청난 속도로 회전했다.
옥죽 죽첨은 웅웅웅 소리를 내고 파란색 빛깔이 가운데 모였다.
빛은 하늘로 솟아올라 구름 위로 들어갔다.
백여덟 개의 이상이 동시에 나타났다.
이상마다 형상이 있었다.
형상은 생김새가 희미하고 기운이 신비하고 자세가 완전히 달랐다.
"이건 원고선민 같은데?"
진남은 떠보듯 물었다.
그는 전에 한두 개의 선민유상을 얻은 적 있었다.
때문에, 기억하고 있었다.
"맞소. 죽첨에는 백여덟 명의 선민의 의지가 융합되었소!"
계현은 말하며 법술을 드러냈다.
얼마 안 돼 백여덟 개의 희미한 형상은 항고에서 깨어나 빛을 뿜어 계현의 세 번째 파란색 눈에 주입했다.
눈빛은 옅은 금색으로 변했다.
"응?"
진남의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
계현은 진짜 대단했다.
방금 옅은 금색의 눈동자나 나타나는 순간 그는 모든 걸 꿰뚫어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임 형, 자네의 미래의 운명을 말해주겠소. 자네는 나중에……."
계현은 좀 전처럼 말하며 공법을 움직여 점을 쳤다.
다만 좀 전처럼 그는 말을 끝까지 하지 못하고 멈췄다.
그는 세 개의 눈이 모두 휘둥그레졌다.
'어떻게 된 거지? 왜 시뻘겋지? 창과 주제의 점을 칠 때도 그는 희미하게나마 조금은 봤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도 볼 수 없다니?'
"이럴 리 없소!"
계현은 믿을 수 없었다.
그는 다시 법인을 바꾸어 속으로 '질' 자를 외쳤다.
하지만 그의 세 번째 눈은 여전히 붉은 빛만 보였다.
"어……."
계현은 넋을 잃었다.
아무리 믿을 수 없어도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계 도우, 어떻소? 나는 어떻게 되오?"
진남은 계현이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는 걸 눈치챘다.
하지만 모른 척 물었다.
"어, 그게……. 자네는 나중에……."
정신을 차린 계현은 얼굴이 상기되고 꾸물거렸다.
"내가 보기에 자네의 미래는 보라색 운이 멀어지고 붉은색 운이 들어오고 별자리가 어두워졌소. 자네는 대겁을 만나게 될 것이오. 두겁한다면 자네는 비범한 성과를 이룰 것이오. 전설 속의 무상천존이 될 수도 있소."
대상계 '점 치는 일인자'인 그는 자신의 발등을 찍을 수 없었다.
그는 대충 둘러댔다.
어차피 대단한 사람은 모두 대겁을 만날 것이고 무상천존이 될 수 있었다.
"내가 무상천존으로 등극할 기회가 있을 줄 몰랐소. 계 도우 고맙소. 나는 자신감이 생겼소."
진남은 공수하고 말했다.
"괜찮소, 괜찮소. 우리는 벗이잖소."
계현은 얼굴이 시뻘게졌다.
진남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앞으로 날아갔다.
계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진남이 한두 마디라도 더 물었다면 전부 들통나고 그는 창피를 당할 것이었다.
"임효지는 도대체 누구지?"
계현은 진남의 뒷모습을 보았다.
눈에 짙은 호기심이 드러났다.
그가 운명을 조금도 볼 수 없다는 건 가능성이 두 가지뿐이었다.
첫 번째는 경지가 그보다 많이 높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어떤 역천적인 지보를 갖고 있어 모든 천기를 차단해야 했다.
임효지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
두 번째는 변수가 너무 많고 연관이 너무 커서 전혀 볼 수 없는 것이었다.
"이런 사람을 만나다니. 의외이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구나……."
계현은 입꼬리를 추켜세우고 소리쳤다.
"임 도우, 기다리시오. 자네 너무 빠르오!"
진남이 멈춰 서자 그는 허겁지겁 쫓아갔다.
* * *
이틀 후.
진남과 계현이 허공에 나타났다.
그들의 앞에 시커먼 바다가 나타났다.
바닷물이 출렁거리고 마의가 용솟음쳤다.
바다가 세상 모든 걸 삼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계현은 많은 제압을 받았다.
하지만 진남은 기분이 좋았다.
마치 신룡이 이제 곧 바다로 돌아가려는 것 같았다.
"자네 내 뒤를 따르시오. 함부로 공격하지 마시오."
진남은 한마디 당부하고 마의를 드러내 계현을 덮고 바닷속으로 날아 들어가 깊은 곳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들이 상상치 못 한 일이 벌어졌다.
슉-! 슉-! 슉-!
두 시진쯤 지난 후, 이십여 개의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연달아 바다 위에서 울려 퍼졌다.
다섯 명의 청년, 세 명의 여인, 두 명의 노인과 열아홉 명의 기이하게 생긴 생령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마의를 풍기고 기세도 범상치 않았다.
그들은 모두 주재 정상의 경지에 도달했다.
"묵사, 대인이 진짜 올까?"
뿔이 두 개 달리고 몸이 불꽃으로 만들어진 생령이 물었다.
"걱정하지 말거라. 온다고 했으니 대인은……."
묵사라고 불리는 우두머리 청년은 웃으며 말했다.
표정이 온화했다.
"대상계에서 마도를 일으키는 첫걸음인데 내가 왜 오지 않겠느냐?"
묵사의 말이 끝나기 전에 위엄 있는 목소리가 세상에 울려 퍼졌다.
시커먼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드리우고 잘 생기고 검은색 외투를 입고 상처투성이인 가슴팍을 드러낸 청년이 허공에서 걸어 나왔다.
청년은 표정이 싸늘했다.
등 뒤의 혈색대검은 요상한 핏빛을 반짝거렸다.
아무런 기세도 풍기지 않았지만 패기가 강하고 온 세상을 누를 수 있었다.
"황보 대인을 뵙습니다!"
묵사 등 인족 무인들과 기이한 생령들은 공손하게 인사했다.
"예의를 차릴 것 없다."
청년은 걸음을 멈추고 기이한 생령들을 보며 물었다.
"준비하라고 한 물건을 준비했느냐?"
생령들은 서둘러 말했다.
"황보 대인, 진작에 준비를 마쳤습니다."
청년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응. 좋다. 이번 일이 성공하면 전에 너희들과 했던 약속을 전부 실행하겠다. 됐다. 긴말하지 않겠다. 들어가자."
청년은 돌아서 바닷속으로 들어가려 했다.
문득 무언가 생각난 듯 걸음을 멈추고 뒤를 힐끔 보고 말했다.
"오늘부터 너희들은 나를 황보 대인이라고 부르지 말거라. 앞으로 불후마조(不朽魔祖)라 부르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