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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266화 (1,266/1,498)

1266화 천존전장으로

"도우, 보물지를 양보하지 않으려고 그리 높게 가격을 제시할 필요가 있소? 이곳에서 천도구월석 하나와 천도팔월석 세 개까지 더 낚아야 자네가 제시한 가격이 합당하오."

능심공자는 씁쓸하게 웃었다.

"음, 솔직하게 말하면 천도구월석을 낚을 수 있을 것 같소."

진남은 확신에 차서 말했다.

"하하하. 전에는 몰라봤다. 저 녀석은 고집이 참 세구나."

무인들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들은 비웃는 게 아니라 그저 진남이 농담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진남이 다섯 개의 천도칠월석을 낚은 것도 분명 성공이었다.

그들은 비웃을 자격이 없었다.

"그럼, 도우가 소원을 이루기를 바라겠소."

능심공자는 아쉬운 말투로 말했다.

그도 한번 시도해보고 싶었다.

진남은 대답을 하지 않고 얌전히 낚시에 집중했다.

많은 무인들은 구경거리가 없으니 자리를 떠났다.

남아있는 사람들도 꽤나 있었다.

그들은 진남이 얼마나 낚을 수 있는지 보고 싶었다.

일부는 진남이 낚시를 마치면 천도칠월석을 사려고 남았다.

어느덧 반 시진이 지났다.

능심공자와 면사포를 쓴 여인 그리고 일부 사람들은 낚싯대를 사서 진남과 멀지 않은 곳에서 낚시를 시작했다.

면사포를 쓴 여인은 진남과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진남이 그녀를 '조롱'한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것 같았다.

"흥, 이제 후회하겠지? 아직까지 하나도 낚지 못한 걸 보니 네 보물지에 이제 천도월석은 없다."

면사포를 쓴 여인은 낚싯대를 당겼다.

그녀는 세 개의 천도삼월석을 얻었다.

진남의 상황을 살펴본 그녀는 기분이 한결 풀렸다.

"네 말에 힘입어 마침 입질이 왔다."

진남은 살짝 웃었다.

낚싯대에 반응이 왔다.

"천도일월석 하나가 걸렸기를 바라."

면사포를 쓴 여인은 저주하며 살펴보았다.

능심공자와 다른 무인들도 시선을 돌렸다.

슉-!

진남의 낚싯대가 강을 벗어나는 순간, 찬란한 빛이 눈부시게 빛났다.

여덟 개의 반달 그림이 있는 천도월석이 떠올랐다.

엄청난 파동은 파도처럼 일렁거리고 강한 기운을 풍겼다.

"저것은……."

면사포를 쓴 여인과 능심공자 그리고 무인들은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그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심신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천도팔월석이었다.

호월등천성에서는 매년 고작 몇 개의 천도팔월석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진남이 낚은 것이었다.

진남의 남은 네 개 낚싯대들 중 세 개가 흔들렸다.

진남이 위로 휙 당기자 슈슈슉 하고 세 개의 눈부신 빛이 연달아 올라오며 사방을 환하게 했다.

"또 세 개의 천도팔월석이야?"

면사포를 쓴 여인과 능심공자도 깜짝 놀랐다.

그들은 출생이 비범하여 엄청난 장면들을 많이 목격했다.

그러나 오늘처럼 신기한 일은 처음이었다.

"설마……."

면사포를 쓴 여인과 능심 공자는 진남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정말 천도구월석을 낚을 수 있다고? 그럴 리 없다.'

지난번에 천도구월석이 나타난 것은 천여 년 전이었다.

그것도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이 되지 않은 소문이었다.

진남은 정말 대단했다.

처음부터 사람들은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가 천도월석을 하나둘 낚기 시작하자 뺨을 맞은 것 같았다.

진남은 그들의 인식을 새롭게 했다.

그런 가능성이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웅-!

진남이 다섯 개의 낚싯대를 내려놓자마자 다시 진동했다.

흔들리는 폭이 전보다 훨씬 강했다.

"우와! 또 다섯 개의 천도팔월석을 낚는 거야?"

무인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오늘이 가장 인상 깊은 날이 될 것이었다.

"응?"

진남은 살짝 놀랐다.

그는 낚싯대를 잡고 있어 가장 정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에는 다른 때보다 느낌이 달랐다.

"가자!"

진남은 주력을 드러내고 힘껏 당겼다.

쿵-!

눈부신 선광이 절세선검처럼 하늘 높이 솟구쳤다.

수많은 용, 봉황 등 요수들의 형상이 포효하며 헤엄쳤다.

방원 만 리에 그들의 기세가 가득했다.

천도팔월석보다 다섯 배는 큰 천도월석이 낚싯대에 매달려 강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온몸이 투명하고 아홉 개의 반달 그림이 있었는데 몽롱한 빛을 뿜었다.

천도팔월석과 달리 뿜어내는 파동이 크지 않았지만 무인들은 그가 품은 순수한 힘은 다른 단계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신비하기 그지없었다.

"천, 천도구월석?"

면사포를 쓴 여인, 능심공자 그리고 무인들은 넋이 나갔다.

또, 이상이 나타나자 호월등천성의 무인들이 전부 주목했다.

"저기 봐봐. 저게 뭐야?"

"이상지지가 신조도장에 있어."

"어? 왜 그곳에 이상이 나타난 거지? 가서 보자."

천도구월석이 일으킨 이상은 엄청나지 않았다.

그러나 신조도장에 한 번도 이런 이상이 없었다.

슈슈슉-!

눈 깜짝할 사이에 허공을 가르는 소리들이 울려 퍼졌다.

주재 거물들과 주경 강자들은 무지갯빛으로 변해 날아왔다.

잠시 후, 그들은 호존하의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상에나!"

"내 눈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지?"

"아, 아홉 개의 반달 그림?"

"천도구월석? 그게 진짜 존재했어?"

놀라움이 가득한 목소리들이 울려 퍼졌다.

그들의 목소리와 표정에 온 적이 없던 무인들도 모여들었다.

짧은 시간에 신조도장은 사람이 가득 찼다.

허공에 모두 무인들이었다.

잠시 후, 호월등천성의 무인들은 놀라지 않은 자가 없었다.

무인들의 신념은 신조도장으로 향했다.

거대한 허공이 흔들렸다.

무인들은 마음이 커다란 돌에 눌린 것처럼 답답했다.

머리카락을 포함한 온몸이 시뻘건 불꽃 같은 중년 사내가 허공을 넘어 이곳에 강림했다.

"염명천존이다!"

머리가 새하얀 주재대성 노인이 그를 알아보고 외쳤다.

"염명천존 선배님을 뵙겠습니다."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면사포를 쓴 여인, 능심공자 등 무인들은 정신을 차리고 공수했다.

상고시대에는 천존 등급의 거물들이 백 명은 넘게 있어 보기 드문 존재는 아니었다.

그러나 오랜 시간 동안 암묵적인 규칙이 생겼는데 천존 거물을 보면 반드시 인사를 했다.

상대방이 철천지원수일 경우는 예외였다.

염명천존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것으로 사람들의 인사에 응했다.

그의 시선은 천도구월석에 향했다.

"허허. 우연히 지나가다가 전설 속의 천도구월석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오늘 아예 수확이 없는 건 아니구나."

말을 마친 그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진남에게 시선이 머물렀다.

"도우, 천도구월석은 네가 낚은 것이냐? 나는 이 물건이 마음에 든다. 가격을 제시해보거라. 이것을 나에게 넘기고 우리는 벗이 되자꾸나."

수많은 무인들은 그제야 진남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진남이 부럽고 질투가 났다.

'저 녀석은 엄청난 운을 가지고 태어났구나.'

"우와, 저자였구나. 아까 다섯 개의 천도칠월석을 낚은 사람이잖아!"

"다섯 개의 칠월석? 너는 소식이 너무 늦다. 조금 전에 천도팔월석을 몇 개 낚았다."

여러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많은 무인들의 시선은 부럽다는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

염명천존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선배님, 죄송합니다. 천도구월석은 제가 가지겠습니다."

진남은 포권하고 말했다.

천도구월석이 신기함은 진남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주재 경지로 진급하고 다시 연화를 한다면 엄청난 좋은 점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었다.

천존지법이나 접천선목종자와 비교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하거라. 도우, 이것은 내 영패다. 제구소선역에 가게 되면 혁천도(?天都)로 와서 나를 찾아도 된다."

염명천존은 고개를 끄덕이고 영패를 튕겨서 진남에게 건넸다.

그는 진남에게 흥미가 생겼다.

"선배님, 고맙습니다. 기회가 되면 반드시 찾아뵙겠습니다."

진남은 영패를 받고 천도구월석을 저장주머니에 넣었다.

염명천존은 별다른 말 없이 자리를 떴다.

"도우, 보물지를 팔지 않겠느냐?"

"천묘지화(天渺之花)를 한 그루 주겠다."

"도우, 천도칠월석은 팔지 않느냐?"

천존 거물이 자리를 뜨자 무인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들이 한마디씩 하자 진남은 머리가 아팠다.

"그래, 그래. 너에게 팔겠다."

진남은 얼른 한 명에게 대답했다.

그는 천묘지화를 받고 면사포를 쓴 여인에게 전음했다.

"나는 이제 전장에 들어갈 생각이다."

* * *

잠시 후, 도하도장(渡河道場).

진남과 면사포를 쓴 여인은 천하목으로 만든 배에 올라탔다.

능심공자도 그들을 따라왔다.

"자네는 이름이 무엇이오?"

능심공자는 물었다.

"임효지라고 부르면 되오."

진남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능심공자에게 느낌이 좋았다.

"아, 맞다. 아직 내 이름을 말해주지 않았구나. 나는 소월청(蕭月?)이야."

소월청은 말했다.

"소월청? 설마 소린(蕭麟) 선배님의 딸이오?"

능심공자는 살짝 놀라 물었다.

"맞아."

소월청은 숨김없이 인정했다.

"소린?"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그는 면사포를 쓴 여인이 이정도 이력일 줄 몰랐다.

주심도와 가엽은 그에게 이삼백 년 동안 나타난 기연과 큰일을 설명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거물들에 대해서도 설명했었다.

그중에 소린이 있었다.

시간을 계산해보면 소린은 가장 휘황할 때 천존정상의 경지에 도달했었다.

그는 전력이 매우 대단하여 많은 천존정상의 거물들은 그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소린은 소제왕이라고도 불렸다.

소린의 동생 소일랑(蕭一?)도 천존이었다.

소린이 천존가문을 만드는 건 매우 쉬웠다.

하지만 소린은 크게 욕심부리지 않고 절세의 복지만 차지했다.

소린은 말로가 매우 비참했다.

지금으로부터 십 년 후면 구천선역의 많은 천존거물들은 연합하여 청궁으로 들어갈 것이었다.

소린과 소일랑은 왕씨 가문, 정씨 가문, 오씨 가문, 한씨 가문의 음모에 걸려 소린은 불행하게 죽고 시체도 찾지 못했다.

소일랑도 중상을 입었다.

소씨 가문은 완전히 몰락했다.

"이제 나의 신분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았지?"

소월청은 턱을 쳐들고 낮은 소리로 전음했다.

"나는 몰래 도망쳐 나왔다. 너희들은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소문내지 말거라. 아니면 엄청 시끄러울 것이다."

능심공자는 정색하고 말했다.

"당연하오, 소 낭자 걱정하지 마시오."

진남은 웃고 말했다.

"너를 소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넘기면 많은 좋은 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소월청은 눈을 흘기며 말했다.

"너 감히?"

셋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배는 수면을 가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약 반 주 향이 탈 시간이 지난 후 앞쪽 백 리 되는 곳에 붉은 안개가 가득 떠올랐다.

안개는 천지와 연결되고 신비한 파동이 꿈틀거렸다.

속을 들여다볼 수 없었다.

"천존전장에 들어가면 우리는 다른 곳에 떨어질 것이다. 서로 영패를 바꾸어 가지고 있자."

소월청은 말했다.

"나에게 문고도가 있다. 우리 함께 탐험하자."

진남은 의아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봤다.

상고시대에 문고도는 대단한 기연이 있는 보도를 가리켰다.

많은 무인들이 문고도의 도움으로 역천개명하여 강자가 되었다.

소월청이 그들더러 맹세하란 말도 없이 문고도를 꺼낼 줄 몰랐다.

셋이 영패를 바꾸었을 때 배가 멈췄다.

진남 등은 안개 속으로 날아들어 갔다.

처음에 그들은 서로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후에는 아무런 기운도 느끼지 못하고 전부 흩어졌다.

시간이 조금씩 흘렀다.

진남은 안개 속에서 한 시진 정도 걸었다.

앞에 조금씩 빛이 나타났다.

그는 몸을 날려 빛속으로 들어갔다.

새로운 천지가 그의 앞에 나타났다.

넓은 하늘에 붉은색, 금색, 파란색 해가 떠 있었다.

해에서 뿜어져 나온 빛들이 검은색 땅을 비추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색깔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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