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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263화 (1,263/1,498)

1263화 낚아서 주겠다

진남은 성안으로 들어갔다.

수많은 소리들이 귓가에 울려 퍼졌다.

"상고시대에는 주경 강자와 주재 강자가 엄청 많구나."

진남은 주변을 둘러보며 감탄했다.

오가는 무인들 중에 패자, 구천지존 등은 거의 없었다.

대다수가 주경과 주재 거물들이었다.

또, 거리 양쪽에 늘어선 장사꾼들도 전부 주재 강자들이었다.

주재강자가 물건을 판다는 것은 후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진남은 한참 관찰하고 거리를 지나 신조도장에 도착했다.

도장에는 이미 사람이 가득했다.

낚싯대를 파는 자들, 낚시를 하는 자들, 도박을 하는 자들로 시끌벅적했다.

도장의 뒤쪽에는 넓고 끝이 보이지 않는 호존하가 있었다.

혼탁한 강물이 일렁거리고 모든 것을 삼킬 것 같은 기세를 풍겼다.

"도우, 낚시대가 얼마요?"

진남은 긴 머리카락을 가진 무인에게 다가가 물었다.

"허허, 도우 내 낚싯대는 값이 싸오. 하나에 천도이월석 하나요. 한꺼번에 열 개를 사면 천도이월석을 아홉 개만 지불하면 되오."

긴 머리카락을 가진 무인은 웃으며 말했다.

"호월등천성에는 처음 오시오? 형씨,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소. 낚싯대 하나에 한참을 버틸 수 있소. 오래 놀고 싶으면 서른 개를 사면 되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천도이월석 외에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있소?"

긴 머리카락을 가진 무인은 말했다.

"그럼, 좋은 물건이면 되오."

진남은 천공전 전주에게서 받은 용린선석(龍鱗仙石)을 전부 꺼냈다.

긴 머리카락을 가진 무인은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용상도의 물건을 이리 많이 가지고 있소? 형씨, 나에게 서른 개만 주면 되오."

진남은 말없이 낚싯대와 바꿨다.

이때, 옆에서 소란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상황을 살펴보려던 진남은 그곳에 시선을 빼앗겼다.

그와 몇백 장 떨어진 곳에 세 명의 청년과 한 명의 여인이 있었다.

그들이 입은 두루마기와 전갑 등은 상고도기 정도였는데 선광을 반짝거리는 것이 세속을 벗어난 것 같고 비범했다.

셋은 모두 주경대성이었고 앞장선 청년은 주경정상이었다.

그들 앞에는 천하목 낚싯대를 파는 가판대가 있었다.

판매하는 사람은 노인이었는데 등이 굽고 얼굴에 주름이 가득했으며 경지가 패자밖에 되지 않았다.

그의 옆에는 여덟, 아홉 살이 되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여자아이는 외모가 평범하고 옷차림이 소박했다.

그녀는 작은 손으로 노인의 옷자락을 잡고 뒤에 숨어 있었다.

앞에 있는 자들에게 겁을 먹었거나 이 세상에 겁을 먹은 것 같았다.

특이한 점이라면 여자아이가 옅은 금색의 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눈이 다른 색이면 천성적으로 이동(異瞳)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여자아이의 눈은 아무런 동력의 파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금동소녀? 설마 주로가 말하던 그분인가?"

진남은 두 눈에 빛이 스쳤다.

주심도는 비밀 하나를 이야기해준 적이 있었다.

성천력 이천오십 년 때, 천극방에 임무가 하나 내려졌다.

금동소녀를 찾으라는 것이었는데 이유는 아직까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주제는 성천력 이천팔십 년이 되어서야 금동소녀를 발견했는데 그녀는 이미 해를 입었다.

"아니다. 지금은 성천력 이천 년이고 천극방에서 임무를 배치할 때면 이 소녀는 어른이 된다. 소녀라고 할 수 없다…….."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백 장 밖.

앞장선 짧은 머리 청년은 가판대를 발로 차며 차갑게 웃었다.

"영감탱이, 우리 이씨 가문에서 너를 후하게 대해줬는데 은혜도 모르고 몰래 이 아이를 데리고 이곳으로 도망 왔구나! 네가 말해보거라. 내 너를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노인은 시선을 떨구고 말했다.

"이씨 도련님, 화를 푸십시오. 저는 이 아이를 데리고 도망 나온 것이 아닙니다. 큰 집사가 삼신정석(三神晶石) 오십 개만 지불하면 이 아이는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하여 며칠 전 저는 정석을 큰 집사에게 주었습니다. 믿지 못하겠으면 한번 물어보십시오."

짧은 머리 청년은 화가 나서 고함을 질렀다.

"묻기는 개뿔! 내가 큰 집사와 사이가 안 좋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그자에게 물어본 거지?

잘 들어. 이 아이는 내 하인이다. 노예 문서도 내 손에 있다. 그러니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이 아이는 계속 내 하인이다."

노예 문서란 평범한 무인이 다른 강자들과 맺는 계약문서였는데 달갑게 하인이 되겠다는 내용이었다.

상고시대에는 여러 세력에서 하인들을 들여 잡일을 처리하고 제자와 종족의 사람들에게 복무하게 했다.

노인은 사정하듯이 말했다.

"이씨 도련님, 아량을 베풀어 소리(小離)에게 살길을 주십시오. 아직 나이가 어리고 살날이 깁니다. 계속 하인 노릇을 할 수 없습니다."

보통은 경지가 낮거나 무예 재능이 없고 배경이 없는 무인들이 스스로 원하여 큰 세력의 제자나 사람들의 하인이 된다.

그러면 평소 수련하는 자원도 훨씬 많아지고 주인의 마음에 들면 기연을 얻고 역천개명 할 수도 있었다.

그들은 강해지면 스스로 자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후세와 달리 상고시대의 가난한 가문의 강자들은 모두 다른 사람의 하인이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앞에 있는 이씨 도련님은 달랐다.

이씨 도련님은 어릴 적에 적에게 납치를 당하고 비인간적인 고문을 당했다.

그래서 마음이 비뚤어지고 여자아이와 다른 하인들을 괴롭히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

이씨 도련님의 하인들은 모두 열살 아래의 아이들이었다.

그들이 열다섯이 되면 이씨 도련님은 강제로 그녀들의 몸을 탐하고 괴롭혀서 죽였다.

소리는 태어날 때부터 눈동자가 금빛이었다.

때문에 이씨 도련님은 그녀를 유난히 '좋아했다.'

노인은 소리가 이씨 도련님의 잔인한 괴롭힘을 당하게 하지 않으려고 이런 행동을 했다.

노인은 후회했다.

그는 이씨 도련님이 아직 삼 개월은 더 지나야 호월등천성에 올 줄 알았다.

그래서 일부러 소리를 데리고 이곳에 왔다.

그는 이곳에 잠시 숨어 있다가 서열이 낮은 소선역에 그녀를 숨기려고 했다.

그런데 이씨 도련님이 앞당겨 올 줄이야!

"허튼소리는 그만하거라.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겠다. 지금 당장 이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거라."

이씨 도령은 호되게 말했다.

노인은 입을 다물고 대답하지 않았다.

발걸음을 옮기지도 않았다.

"이것 봐라! 감히 내 말도 안 들어? 호월등천성에 있다고 네놈들을 혼내지 못할 줄 아느냐?"

이씨 도령은 화가 나서 뺨을 때렸다.

짝-!

이씨 도령의 손은 노인의 얼굴에 닿지 않았다.

새하얀 손이 막았다.

어느새 노인의 옆에 흰색 두루마기를 입고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늘어뜨린 여인이 나타났다.

옅은 보라색 눈동자를 가진 그녀는 분홍색 면사포로 얼굴을 가렸다.

여인은 이씨 도령과 마찬가지로 주경정상이었다.

"누구길래 감히 나를 막느냐?"

이씨 도령은 차가운 시선으로 노려보았다.

"이씨 도련님은 낭자가 건드릴 수 있는 자가 아니오. 화를 내기 전에 썩 꺼지시오."

이씨 도령의 뒤에 있던 두 청년과 여인은 말했다.

"건드릴 수 없다고?"

면사포를 쓴 여인의 눈에 가소로움이 스쳤다.

그녀는 말했다.

"네가 어떤 신분인지 상관없다. 이곳은 호월등천성이고 누구도 무력을 사용하면 안 된다. 설마 오랫동안 내려온 규칙을 파괴할 생각이냐?"

이씨 도령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에게 죄명을 씌우려고 하지 말거라. 호월등천성의 규칙은 잘 알고 있다. 다만, 이 아이는 내 하인인데 다른 사람이 강제로 데려갔다. 주인으로서 구해줘야 하지 않겠느냐?"

주변의 무인들은 그 모습을 보자 고개를 저었다.

'여자아이를 구해준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만 이걸 핑곗거리로 삼으니 어쩔 수 없구나.'

면사포를 쓴 여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어떻게 하면 이 아이를 풀어주겠느냐?"

이씨 도령은 그 말을 듣고 웃었다.

"천하에 너처럼 착한 무인도 있구나. 그렇다면 조건은 간단하다. 천도칠월석을 하나 주면 된다."

그의 말에 주변의 무인들은 기가 막혔다.

'천도칠월석을 한 개 달라고? 웃기는군!'

호월등천성에서 매년 낚는 천도칠월석은 다 합쳐도 백 개가 넘지 않았다.

하나의 가치는 엄청 컸다.

인선 경지에 열 살도 채 되지 않는 여자아이가 아니라 몇십 명의 천선 경지의 하인을 사도 충분했다.

면사포를 쓴 여인은 콧방귀를 뀌었다.

"천도칠월석을 한 개 달라고? 차라리 강도짓을 하지 그러느냐?"

이씨 도령은 어깨를 으쓱했다.

"가격은 이미 제시했다. 지불하지 못하겠으면 여기서 방해하지 말거라."

면사포를 쓴 여인은 이를 악물었다.

평소였더라면 그녀는 이미 이씨 도령을 공격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몰래 나온 것이라 일을 크게 만들 수 없었다.

들키면 더 이상 자유가 없었다.

"그래, 하나 줄……."

그녀는 반쯤 말하고 멍해졌다.

천도월석을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

'아차, 너무 급하게 나오느라고 다 두고 왔구나.'

그녀는 생각했다.

"왜? 없느냐? 내 시간은 귀하다. 너와 노닥거릴 새가 없다."

이씨 도령이 말했다.

"돌은 지금 없다. 나중에 줄게."

면사포를 쓴 여인은 말했다.

"나중에 주겠다고?"

이씨 도령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두 눈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

"나를 놀리는 게냐? 너하고 입씨름을 하기 싫다. 끼어들기만 해봐. 너도 함께 혼내겠다."

말을 마친 그는 방대한 기운을 드러내고 사정없이 주먹을 날렸다.

"나도 혼내겠다고 했느냐?"

면사포를 쓴 여인은 시선이 차갑게 변했다.

그녀는 공격을 할 준비를 했다.

위기일발의 순간에 둘은 눈앞이 흐릿해졌다.

그들 사이로 한 형상이 강림했다.

퍽-!

가벼운 소리와 함께 강기가 흩어졌다.

이씨 도령의 주먹이 한 방에 흩어졌다.

"너는 또 누구냐?"

이씨 도령은 화가 잔뜩 났다.

'오늘은 무슨 날이지? 왜 내 하인을 데려간다는데 방해하는 사람이 이리 많아? 언제부터 정의가 넘치는 사람이 이렇게 많아졌어?'

"누구신지……."

면사포를 쓴 여인은 의아한 눈길로 진남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다른 사람이 나설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내가 누군지 중요하지 않다. 천도칠월석 하나를 원한다니 주겠다."

진남은 무뚝뚝하게 말했다.

"나에게 주겠다는 말이냐?"

이씨 도령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그렇다면 꺼내보거라."

고작 여자아이로 천도칠월석을 바꾼다면 그에게는 큰 이득이었다.

"도우, 고맙다."

면사포를 쓴 여인은 시름을 놓고 전음했다.

"선배님의 큰 은혜를 나와 소리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노인은 얼른 공수하고 감격해서 말했다.

"그러지 마십시오. 별거 아닙니다."

진남은 살짝 웃었다.

그리고 이씨 도령에게 말했다.

"나에게는 지금 천도칠월석이 없다. 이곳에서 조금만 기다려보거라. 내가 낚아서 주마."

이씨 도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진짜 가져올 수 있으면 잠깐 기다리는 것도 문제없다.

……잠깐, 방금 뭐라고 했느냐? 낚아서 주겠다고?"

이씨 도련님은 뒤늦게 반응하고 목소리가 높아졌다.

"낚, 낚아서 준다고?"

면사포를 쓴 여인과 노인도 깜짝 놀랐다.

도장에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어디서 굴러온 미친놈이냐?"

"주경정상인데 저리 유치하다니? 천도칠월석이 낚고 싶다고 낚아지는 거야?"

주변의 무인들은 너도나도 한마디씩 했다.

진남의 행동을 그들도 좋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진남이 큰소리친 것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창피를 당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천존 거물들도 천도칠월석을 낚을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했다.

그것은 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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