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1화 다른 길이 있다
진남은 마음이 따뜻했다.
상식적으로 주심도와 가엽은 그가 황보절의 법신을 융합하기를 가장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그를 막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지지했다.
모든 것이 그를 위해서였다.
"좋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능황천존 등을 보며 말했다.
"선배님들 걱정하지 마십시오. 얼마 후 저는 그쪽 사람들을 전부 데려올 것입니다."
능황천존 등은 안심하고 미소를 지었다.
이때, 진남의 저장주머니속의 영패가 반짝거렸다.
진남은 신념으로 훑어보고 옅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바로 왔군."
묵사가 신념을 전해온 것이었다.
진남은 신념에 귀를 귀울였다.
묵사가 말했다.
"진남, 상황이 변했습니다. 우리 마도의 사람들은 주인님의 부하가 되어 돕겠습니다."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묵사 등이 스스로 나를 도와주려 하다니?'
"네?"
진남은 눈을 찌푸렸다.
그가 묵사를 알게 돼서부터 묵사는 줄곧 그를 주인님이라고 불렀지 이름을 부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번에는 이름을 불렀는데 무심한 걸까, 아니면 고의적인 걸까?
진남은 생각에 잠겨 대답하지 않았다.
시기가 되면 그들에게 그가 중상을 입고 줄곧 폐관하고 수양했다고 말하려 했다.
"진남, 시도족의 족장이 또 신념을 보내왔다. 우리에게……."
능황천존은 말했다.
진남이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하려는데 이변이 일어났다.
그의 영혼 속에 감금되었던 구룡석인이 빛을 반짝거렸다.
"이건……."
진남은 순식간에 시선이 끌렸다.
"어?"
주심도와 가엽도 동시에 놀랐다.
그들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눈부신 빛이 엄청난 기세로 진남의 의지를 삼켰다.
진남은 하늘이 노래졌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 그의 의지는 시커먼 공간에 도착했다.
사방이 넓고 끝이 보이지 않았다.
"진남."
앳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흰색 빛이 어디선가 날아와 반 장도 안 되는 희미한 형상으로 변했다.
"너는…… 오적? 너는 봉인되지 않았느냐? 그런데 어떻게……."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허허, 봉인 따위가 어찌 나를 가둘 수 있겠느냐?"
오적은 그를 무시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그의 실체가 있었다면 진남은 그의 눈빛이 흔들리는 걸 발견했을 것이었다.
진남의 말대로 그는 진짜 완전히 감금되었다.
이번에 나올 수 있었던 건 진남 체내의 다른 영혼 덕분이었다.
처음에 그는 지난번에 느낀 기이한 파동이 진남의 체내의 다른 영혼의 것이라는 걸 전혀 몰랐다.
게다가 다른 영혼은…….
그는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영혼의 뜻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영혼의 말이 일리가 있었다.
"나는 한 번밖에 나오지 못한다."
오적은 뭔가 생각난 듯 서둘러 한마디 보탰다.
"오적, 빨리 말하거라. 어떤 방법으로 써야 너의 봉인을 깰 수 있느냐? 그 돌을 찾아야 하느냐?"
진남은 길게 생각하지 않고 물었다.
"흠흠, 그 돌들은 내가 심심해서 재미있는 생각이 들어 해보려고 한 거다. 사실은 별 작용이 없다."
오적은 어색하게 말했다.
"……."
진남은 입꼬리가 비틀렸다.
"진남, 이렇게 되었으니 솔직히 말하겠다. 이번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봉인이 좀 강하다. 네가 무상천존 경지에 도달하지 못하면 다른 방법으로는 봉인을 풀 수 없다."
오적은 한숨을 쉬고 말했다.
"무상천존의 경지에 도달해야 한다고?"
진남은 눈을 찌푸리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은 천존 경지를 충격하는 것도 보통 쉬운 것이 아니었다.
무상천존이 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려야 하고 그럴 기회가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응. 이번에 내가 나온 건 나를 도와 봉인을 풀어줄 생각을 하지 말라고 말해주기 위해서이다."
오적은 오만하게 말했다.
"그리고 네가 이 지경이 되었으니 방법을 말해주겠다. 만약 네가 할 수 있다면 모든 걸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창과 엽소선을 짓밟을 수도 있다."
진남은 정신이 번쩍 들어 바로 물었다.
"무슨 방법?"
오적은 말했다.
"진남, 너는 체질이나 공법 등이 창과 엽소선보다 약하지 않다. 다만 너는 그들보다 내공이 부족하다. 창과 엽소선은 한 발 한 발 무상천존의 지위에 도달했다. 네가 이룬 것 중에 절반은 너의 두 전생 덕분에 얻었다. 그러니 네가 그들을 짓밟으려면 더 많이 경험하고 내공을 쌓아야 한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듣기 거북했지만 틀린 점은 없었다.
오적은 계속 말하려 했다.
문득 서서 말하는 것이 격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천천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 진남을 내려다보았다.
마치 스승이 제자에게 전도하는 것 같았다.
오적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대상계에서 너를 창과 엽소선보다 강하게 단련할 수 있는 곳은 청궁의 상현경천뿐이다."
진남은 오적의 움직임을 신경 쓰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선배님들이 말해주었다. 나도 그곳에 가보고 싶다."
오적은 말했다.
"그곳은 진짜 좋다. 너의 경지로 안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면 가능할 것이다. 상현경천의 깊은 곳에 엄청난 비밀이 숨어있다. 무상천존의 경지를 훨씬 초월했다. 그 비밀을 얻는다면 대상계 제일이 될 것이다."
진남은 조금 놀랐다.
그가 길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도 않고 오적이 화제를 돌렸다.
"진남, 내가 너에게 충격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상현경천이 아니라 중현경천에 도달해도 너는 죽을 것이다!"
진남은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무슨 뜻이냐?"
상현경천에 들어가면 그는 죽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그의 경지로 능황천존의 도움을 받으면 중현경천에서 죽일 리 있을까?
오적은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다른 이유는 없다. 그때 나는 탄액지지에서 나를 공격했던 시천극, 홍몽탑 등 세 가지 지보를 사정없이 눌렀다. 그것들은 네가 그곳에 간 걸 느끼고 또 내가 봉인되어 너를 보호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면 사정을 보지 않고 공격할 것이다. 그것들은 힘이 작지 않다. 엽소선이라도 그것들과 부딪히면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이다."
진남은 마음이 무거워져 물었다.
"그것들의 공격을 상대할 방법이 없느냐?"
오적은 한숨을 쉬고 말했다.
"아직은 없다."
진남은 가볍게 숨을 들이쉬었다.
상현경천에 들어가 단련하지 못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대상계에서 천존으로 진급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인 신식전장이 중현경천에 있었다.
'중현경천도 들어가지 못하면 천존도 충격할 수 없잖아?'
"오적, 다른 길이 있느냐?"
진남은 침착하고 물었다.
'어? 자식 언제부터 반응이 이렇게 빨랐어?'
오적은 의아했다.
이어 관심이 없는 듯 말했다.
"너에게 겁을 주려고 했는데 이렇게 빨리 눈치챌 줄 몰랐다. 됐다. 바로 말해줄게. 문도지지에서 시도족의 사람들, 묘문과 천존가문의 사람들이 너를 찾아왔던 걸 기억하느냐?"
진남은 생각하고 말했다.
"응. 기억하고 있다. 시도족의 사람들은 전신 때문에 줄곧 나를 공격했다. 내가 '주소'의 환생이라는 신분이 폭로된 후 그들은 태도를 바꾸었다. 나더러 자신들과 연합해 상고시대로 돌아가자고……."
진남은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너 설마……."
오적은 히죽거리며 말했다.
"맞다! 이 길은 지금 너에게 가장 맞다. 만약 상고시대로 돌아간다면 너는 제대로 자신을 단련하고 지금의 너를 초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상현경천에 들어갈 필요 없이 천존이 될 수 있다. 상고시대에 네가 청궁으로 가면 시천극, 홍몽탑 등이 너를 상대하지 않을 것이다."
진남은 마음이 흔들렸다.
두 눈에 희미한 불꽃이 타올랐다.
오적의 말은 그에게 새로운 문을 열어준 거나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시대가 몰락했다. 아무도 창과 엽소선의 등급에 도달할 수 없다. 만약 상고시대로 돌아간다면 매우 큰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됐다. 할 말을 다 했다. 이 길을 어떻게 가야 할지 스스로 시도족의 사람들과 이야기하거라."
오적은 기지개를 켰다.
시커먼 공간이 떨렸다.
"아, 맞다. 너에게 말해줄 게 하나 더 있다. 나는 주제와 황보절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황보절의 부하들이 더 싫다. 저번에 제삼금구에서 너의 사형을 죽이려 했던 두 중은 묵사와 무슨 마군이 변한 것이다. 그들을 조심하거라."
진남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묵사와 무천마군이 한 짓이라고? 그들이 왜 사형을 공격했지? 나를 입마해 법신과 융합하라는 건가?'
"그만하자. 나는 계속 자겠다. 네가 무상천존에 도달하면 나를 깨우거라."
오적의 말이 끝나자 시커먼 공간이 무너졌다.
진남의 심의도 육신으로 돌아왔다.
* * *
그 시각, 제일소선역, 참창종의 옛터 안.
끝없는 산맥에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강한 힘이 안에서 솟아올랐다.
열 개 셀 시간도 안 돼 산맥은 평지로 변했다.
잠시 후 한 형상이 먼지 속에서 걸어 나왔다.
몸에서 폭발음이 울려 퍼지고 기세가 강해졌다.
세상 모든 것이 그의 앞에서 빛을 잃었다.
창이었다.
"엽 도우, 나머지 일곱 개의 천제지주는 네가 나 대신 가져와야겠다."
창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왜 스스로 가지 않느냐?"
엽소선은 무표정하게 말했다.
"너도 알잖아. 나의 동생이 아직 살아있다. 내가 되살아났으니 그를 보러 가야지 않겠느냐?"
창은 한숨을 쉬었다.
"그래? 그자가 아직 살아있다고? 지금 어디 있느냐?"
엽소선은 눈썹을 추켜세웠다.
"하하, 말해줄 수 없다. 이 자식이 전에 너의 점을 쳤다. 너는 죽은 후 혼비백산하고 윤회하여 환생할 기회도 없을 거라고 했다. 그자가 어디 있는지 알게 되면 네가 그자를 가만두겠느냐?
이만 가겠다. 한 달 동안 돌아오지 않겠다. 너 스스로 해결하거라."
창은 큰소리로 웃고 사라졌다.
* * *
같은 시각, 주천불사산.
"진남, 구룡석인이 왜 저러는 겁니까?"
주심도와 가엽은 무언가 느끼고 빠르게 물었다.
"진남, 어떻게 된 거냐?"
능황천존 등과 묘묘 공주 등은 관심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묘묘 공주 등은 눈에 걱정이 가득했다.
"방금 체내의 지보가 청궁으로 가면 안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제가 중현천경에 들어가면 죽을 거라고 했습니다. 저더러 다른 길을 선택하라고 했습니다. 상고시대로 되돌아가라고 했습니다."
진남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상고시대로 되돌아가라고?"
주심도와 가엽은 눈을 찌푸렸다.
그들은 잊고 있었다.
"죽는다고? 무슨 뜻이냐?"
능황천존 등은 안색이 어두워지고 빠르게 물었다.
진남은 몇 마디 설명했다.
능황천존 등은 미간을 찌푸리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진남의 말대로라면 쉽지 않았다.
진남은 웃으며 말했다.
"선배님들, 괜찮습니다. 다른 길이 있지 않습니까?"
능황천존은 고개를 젓고 말했다.
"진남, 너는 모른다. 시도족, 묘문, 진씨 가문은 팔구천 년 전에 이런 방법을 사용했다. 내가 알기로는 팔구천 년 동안 그들은 성공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 대부분이 경지가 높아지지 않고 낮아졌다.
게다가 상고시대로 돌아가려면 위험이 매우 크다. 주재들도 적지 않게 죽었다."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그렇게 위험하다고? 아닌데…… 구룡석인이 말한 것이니…….'
"선배님들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선 시도족의 사람들을 만나보는 게 어떻습니까?"
진남은 물었다.
"그것도 좋은 생각이다. 죽으라는 법이 없다고 기회와 희망이 있을 것이다!"
능황천존은 길게 한숨을 쉬고 말했다.
"시도족의 사람들은 지금 상고절지에 숨어있다. 내가 너희들을 데려다주겠다."
말을 마친 후 능황천존은 소맷자락을 저었다.
방대한 힘이 용솟음쳐 그들을 감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