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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246화 (1,246/1,498)

1246화 계근자에게 속았다

촤르륵-!

진남과 계근자를 덮었던 칠색의 빛이 배로 늘어나 불처럼 활활 타올랐다.

방원 몇천 리가 환해졌다.

진남은 암홍색의 부러진 해골들과 위에서 기어 다니는 신비한 요수들을 보았다.

진남과 계근자는 시선을 마주하더니 앞으로 걸어갔다.

그들은 폭풍에 들어서는 하찮은 존재 같았다.

취혼서가 있는 곳은 그들과 만여 리나 떨어져 있었다.

그리 멀지 않았지만 그들은 한 시진이 걸려서야 도착했다.

가는 길에 만난 금제가 전보다 몇 배는 강했기 때문이었다.

신비한 존재들은 시뻘건 눈으로 그들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다만, 공격하지는 않았다.

"취혼서!"

계금자는 흥분해서 빠르게 앞으로 달려갔다.

그녀와 삼 장 떨어진 곳에 삼 장 높이의 흔적이 가득한 낡은 비석이 있었다.

비석 아래에 책이 있었는데 방대한 혼력의 파동이 느껴졌다.

"잠깐!"

진남은 그녀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이 비석은 이상하다."

계근자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미안, 내가 너무 성급했다."

진남은 괜찮다고 하고 전신선동을 움직여 비석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비석은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진남은 주심도와 가엽에게 신념을 전했다.

"어라? 벌써 끝났습니까?"

주심도는 살짝 놀랐다.

"주인님, 그게……."

가엽도 어안이 벙벙했다.

경지가 높을수록 어떤 능력도 더 강해졌다.

진남은 주재 거물이고 구천선역에서는 가장 높은 단계였다.

아무리 못해도 몇 시진은 할 수 있었다.

"무슨 생각들 하시는 겁니까?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제가 뭐라 하려는 게 아닙니다만,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치셨습니까? 그리고 비월여제와 주인님은 원래 서로 좋아하지 않습니까? 그녀의 몸인데 안 될 게 있습니까?"

주심도는 안타까웠다.

"그러니깐요. 주인님, 계근자는 창의 딸이긴 하지만 이제 주인님을 좋아합니다. 주인님이 그녀와 도려와 하는 일을 하면 창은 아무리 딸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도 타격이 클 겁니다."

가엽은 진지하게 말했다.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그는 오늘 저 둘이 그리 바른 자들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

"됐습니다. 그만 넘어갑시다. 이 비석을 아십니까?"

진남은 얼른 화제를 돌렸다.

"어? 비석이 눈에 익은데."

주심도와 가엽은 주의력이 바뀌었다.

"기억났습니다. 이 비석은 천존 강자의 본명 지보입니다. 이름은 이혼선비인데 영혼을 진압하는 작용을 합니다."

주심도는 말했다.

"주인님, 이 비석은 해결하기 쉽습니다."

가엽은 손가락을 튕겼다.

수많은 숫자들이 진남의 식해에 날아 들어갔다.

"잠깐만 기다려 보거라."

진남은 계근자에게 말하고 깨달음을 얻는 과정에 들어갔다.

잠시 후, 그는 눈을 뜨고 양손으로 법인을 만들더니 비석에 빛들을 주입했다.

웅-!

이혼선비는 아무런 반응이 없고 저항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탄액지지가 가볍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방의 붉은 빛이 눈부시게 변했다.

여러 엄청난 것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거대한 몸집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모든 시선과 의지 등이 진남과 계근자에게 집중되었다.

분위기가 살벌하게 번지고 수시로 싸움이 벌어질 것 같았다.

계근자는 삼 척짜리 청검을 꺼냈다.

그녀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진남은 못 본 것처럼 계속 법인을 만들었다.

반 주 향이 타는 시간이 지나고 이혼선비는 살짝 떨리더니 뒤로 십 장 물러서고 영혼들을 진압하지 않았다.

진남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근자, 이곳에서 취혼서를 회복시킬 수 없다. 빨리 이곳을 떠나야 한다……."

그는 말하면서 취혼서를 가지려고 했다.

그의 손끝이 취혼서에 닿는 순간 팽팽하던 현이 끊어졌다.

탄액지지가 격렬하게 흔들리고 들끓었다.

쿠쿠쿵-!

수많은 기세들이 연거푸 폭발하며 하늘 땅을 덮었다.

여러 가지 빛들이 눈부시게 반짝거리며 어둠을 환하게 비추어 대낮 같았다.

주심도와 가엽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기세들이 너무 강해서 그중 하나에 맞아도 박살 날 수 있었다.

그런 기세들이 몇백 개는 되었다.

쿠쿠쿵-!

이때, 한 세계가 탄액지지에 부딪혔다.

위쪽으로 방원 몇십만 리의 천지가 혼돈으로 변해 돌아갔다.

혼돈은 빛을 모두 빨아들였다.

수많은 피가 모여 만들어진 손이 나타나 진남 등을 잡았다.

진남은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커다란 손에 모든 것이 망가질 것 같았다.

"시천극(弑天戟), 네 이놈! 배짱도 크다! 내가 있는 줄 몰랐느냐?"

오적은 고함을 질렀다.

진남의 영혼 중에 있던 구룡석인이 처음으로 날아와 눈부신 빛을 뿜었다.

용의 포효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혈색 큰 손은 부서지고 흩어졌다.

혼돈 속에서 길이가 만장이 되는 대극 형상이 흐릿하게 보였다.

그는 여전히 멈추지 않고 다섯 개의 혈색 큰 손을 내보냈다.

다섯 개의 손은 아래로 힘껏 잡았다.

이때, 우렁찬 소리가 탄액지지에 울려 퍼졌다.

태양 하나가 끝에서 솟아오르더니 거탑의 형상이 흐릿하게 나타났다.

"홍몽탑(鴻蒙塔)?"

오적은 어안이 벙벙했다.

슈슈슉-!

수많은 부문들이 홍몽탑에서 나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부문은 기다란 강을 이루었다.

강은 빠른 속도로 구룡석인에 달려들었다.

"허허, 이 몸이 친히 이리 허름한 곳까지 왔는데 감히 연합하여 공격을 하다니! 내가 너무 오래 자리를 비웠나 보구나. 사람 노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마!"

오적은 화가 잔뜩 났다.

최고의 위엄을 모욕해서는 안 되었다.

구룡석인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지더니 아홉 마리의 머리가 세 개 달린 용의 형상으로 변해 포효하고 발을 휘둘렀다.

쿠쿠쿵-!

폭발음이 연거푸 울려 퍼졌다.

탄액지지의 엄청난 존재들이 바닥에 납작 엎드려 벌벌 떨었다.

엄청난 존재들은 구룡석인, 시천극, 홍몽탑 등 보다 힘이 작지 않았다.

그러나 구룡석인 등은 그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진남과 계근자는 엄청난 부딪힘에서 하찮은 존재들처럼 끼어들지도 못했다.

진남은 두 지보가 연합을 하여 싸우니 구룡성인과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심지어 구룡석인이 조금 우세했다.

이때, 혼돈이 부서졌다.

굵고 불꽃으로 만든 것 같은 쇠사슬이 뱀처럼 부서진 혼돈 사이로 나타나 위압을 풍겼다.

쇠사슬의 위압은 시천극이나 홍몽탑에 뒤지지 않았다.

"동황태허련? 얌전히 깊은 곳에 있지 않고 나와 싸우려고 달려온 거냐?"

오적은 욕설을 퍼부었다.

쿵-!

동황태허련은 그에게 대답하지 않고 날아가 번개 같은 기세로 구룡 형상들을 공격했다.

한 마리의 구룡 형상이 당장에서 부서졌다.

수많은 번개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구룡석인은 아래로 십 촌 가라앉았다.

십촌이 얼마 되지 않지만 하나의 징조나 마찬가지였다.

세 개의 신비한 지보가 연합을 하여 구룡석인을 제압했다.

"이런……."

주심도와 가엽은 충격을 받았다.

오적은 욕설을 퍼붓고 진남에게 전음했다.

"내가 너를 주인으로 인정했는데 네 경지가 부족하고 나도 정상으로 회복하지 못했기에 위력을 발휘할 수 없다. 그래서 저 셋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그의 말투에 억울함이 가득했다.

"너도 가져야 할 물건은 가졌으니 너를 청궁 가장 변두리로 보내겠다. 너는 가장 빠른 속도로 청궁을 떠나라."

마지막에 오적은 투덜거렸다.

"세 녀석이 왜 갑자기 미친 듯이 달려드는지 모르겠구나."

구룡석인은 신비한 힘을 뿜어 진남과 계근자의 몸에 떨어졌다.

이때, 이변이 일어났다.

탄액지지의 동서남북에 웅장한 형상이 연이어 떠올라 기세를 뿜었다.

형상은 위엄을 뿜어내 허공에 폭풍이 휘몰아쳤다.

"이게 사성봉천절지지진(四聖封天?地之陣)인가?"

오적은 깜짝 놀랐다.

그는 안색이 살짝 변했다.

"아차, 이건 다른 사람이 이미 만들어놓은 판이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네 개의 웅장한 형상이 구룡석인에게 손을 휘둘렀다.

수많은 붉은색 무늬가 뱀처럼 덮쳤다.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판이라고?"

진남, 계근자, 주심도, 가엽은 안색이 확 변했다.

더 생각할 새도 없이 그들은 눈부신 빛에 덮였다.

* * *

반 시진 후, 제일소선역.

둥-!

진남은 놀라서 깨어났다.

그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

그의 육신이 중상을 입었다.

그의 마음은 더욱 큰 압박감을 시달렸다.

그는 눈을 뜨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계근자가 멀지 않은 곳에 누워있었는데 기절한 것 같았다.

그녀의 기운 등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곳은 시공전장인가?"

진남은 무도의지들을 느끼며 넋을 놓고 있었다.

"구룡석인!"

그는 정신을 차리고 얼른 영혼을 살폈다.

구룡석인은 예전과 달랐다.

위에 핏빛 무늬가 빼곡하게 있었는데 구룡석인의 빛이 반짝일 때마다 더 조였다.

구룡석인의 빛은 점점 어두워졌다.

"오적? 오적?"

진남은 신념을 보냈지만, 답이 없었다.

진남은 마음이 무겁고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는 당황하지 않고 무주궁도와 주천불사산에 규칙지력을 주입했다.

"주인님, 빨리 확인해 보십시오. 구룡석인이 어떻게 되었나……."

주심도와 가엽이 깨어나서 똑같은 말을 했다.

그들은 말을 채 마치지 못하고 멈추었다.

"선배님들, 오적이 봉인된 겁니까?"

진남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상황을 보면 봉인이 된 것 같습니다."

주심도는 씁쓸하게 웃었다.

"보아하니 창이 모든 것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창의 계략에 빠졌습니다. 계근자에게 속았습니다."

주심도와 가엽은 엄청 후회했다.

계근자더러 영혼대세와 심마대세를 하게 한 뒤에도 그들은 그녀를 믿지 않았다.

상고시대에 맹세를 풀 수 있는 방법이 엄청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구룡석인의 위능으로 절대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었다면 그들은 진남을 설득하여 구룡석인이 공격하고 계근자 혼자 탄액지지에 들어가게 했을 것이었다.

그러면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계근자!"

진남은 비월여제를 차갑게 노려보았다.

이 차가움은 비월여제를 향한 것이 아니라 계근자를 향한 것이었다.

슉-!

진남의 손에 단천도가 나타났다.

그는 참심일도로 계근자의 의지를 베어버리려고 했다.

비월여제는 몸을 흠칫 떨더니 눈을 떴다.

어안이 벙벙하던 그녀는 곧 살기를 느끼고 진남을 바라보았다.

진남의 손에 들린 칼을 보는 순간 그녀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진남은 무표정으로 말했다.

"네 연기가 참 훌륭하다. 나를 완벽하게 속였다. 구룡석인이 봉인되었다. 네 계획이 성공했다!"

계근자는 깜짝 놀랐다.

예쁜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지고 다급하게 말했다.

"진남, 내가 아니다. 나는 너를 속이지 않았다!"

진남은 무표정하게 앞으로 걸어가 말했다.

"너는 그녀의 몸에 있을 자격이 없다."

차가운 도광(刀光)이 높이 높이 솟아올랐다.

계근자는 가슴이 찔린 것처럼 눈물이 났다.

진남은 행동을 멈추었다.

"아이고, 구룡석인이 너희들을 이곳으로 데려왔구나. 나는 애타게 찾았다."

이때,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앞쪽 허공에 희미한 형상이 나타났다.

형상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진남아, 내 딸은 매우 성실하다. 사람을 속인 적 없다. 그 애는 너도 속이지 않았다."

창의 분신이었다.

진남은 고개를 쳐들고 바라봤다.

눈에 살기가 드러났다.

"아버지……."

계근자는 낯선 얼굴을 보고 어안이 벙벙했다.

잠시 후 무언가 깨닫고 안색이 크게 변하고 눈물을 흘리고 말했다.

"아버지, 어떻게 이럴 수 있습니까. 저를 딸로 생각하지 않을지라도 어찌 어머니의 영혼을 이용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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