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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245화 (1,245/1,498)

1245화 밀어내다

진남은 계근자의 성격이 비월여제와 정반대라는 것을 깨달았다.

계근자는 말이 많았다.

가는 동안 입이 쉬지 않았다.

그녀는 진남의 크고 작은 일을 낱낱이 물어봤다.

비월여제의 몸이라서 그런지 진남은 반감이 생기지 않고 그녀의 물음에 다 응해주었다.

진남은 계근자가 무도에 대한 천부적인 조예가 대단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가 여러 술법에 대한 이해에 진남은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둘 사이는 어느새 가까워졌다.

몇 시진이 지나고 둘은 오래된 산맥에 들어섰다.

주변에 커다란 나무들이 빼곡하고 기이한 화초들도 가득했다.

흉수들의 포효가 메아리치고 살기와 금제들이 가득 숨어있어 걸음마다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응?"

그들은 동시에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이곳이 기억난다. 방금 지나갔던 곳인데 왜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지? 설마 우리가 어떤 금제를 건드렸나?"

계근자는 말했다.

"그럴 가능성이 있다. 내 뒤에 서거라."

진남은 목소리를 깔고 앞으로 걸어갔다.

계근자는 입꼬리가 올라갔다.

'내가 너보다 경지가 더 강하잖아? 그런데 뒤에 서라고?'

그녀는 콕 집어 말하지 않고 얌전히 말을 들었다.

둘은 계속 걸었지만 곧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제 보니 우리가 어떤 환상의 경지에 들어왔구나."

진남은 말했다.

다른 살기나 금제 등이었다면 그들은 덮쳤을 것이었다.

"파괴하거라!"

진남은 환선도전을 수련한 적이 있기에 환상의 경지에 대해 잘 알았다.

그는 손을 뻗어 힘껏 내리쳤다.

방대한 힘이 안에서 뿜어져 나왔다.

쿵-!

엄청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방원 만 리의 땅이 전부 부서져 시커멓고 밑이 보이지 않는 깊은 구멍이 되었다.

구멍에서 엄청난 흡입력이 나타나 커다란 손처럼 진남과 계근자를 아래로 잡아당겼다.

"아차!"

진남은 안색이 바뀌었다.

이 흡입력은 엄청 강해서 그의 실력을 초과했다.

진남은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온몸이 힘을 전부 드러내 몸을 감쌌다.

동시에 무주궁도로 계근자를 감쌌다.

슉-!

둘은 빠른 속도로 가라앉았다.

몇만 리는 떨어지다가 바닥에 세게 떨어지며 엄청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남의 기혈이 마구 흘렀다.

바닥에 부딪히는 힘이 그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괜찮느냐?"

진남은 얼른 물었다.

"괜찮다."

계근자는 고개를 저었다.

어둠 속에서 그녀의 두 눈이 밝게 빛났다.

진남은 전신선동을 사용하여 주변을 살폈다.

이곳의 어둠은 조금 달랐다.

그는 동력으로 백 장 밖까지 볼 수 없었다.

크라아아-!

포효가 먼 곳에서 연거푸 울려 퍼졌다.

찬란한 핏빛이 번쩍거리며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땅이 흔들리고 어둠 속에 요수 홍수가 져서 그들을 덮치는 것 같았다.

또,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고 수많은 핏빛 칼이 폭풍처럼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가자!"

진남은 계근자의 손목을 잡고 빠르게 날아가며 주술들을 사용했다.

모든 것들이 환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분위기와 느낌이 너무 진실했다.

이것은 최고의 환술이었다.

저 칼날에 베이면 아프고 피가 흐를 수도 있었다.

"휴, 내가 널 뭐라고 하면 좋겠느냐?"

오적은 깜짝 놀라서 깨어났다.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이 환상의 경지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방원 이십만 리나 퍼져 있는데 하필 이쪽으로 올 게 있느냐? 하하, 결국 내가 너희들을 구해줘야겠구나."

오적은 오만하게 말했다.

"자, 내 말을 듣거라. 동쪽으로 가거라."

진남은 힐끗 쳐다봤다.

동쪽에는 높이를 알 수 없는 산벽이 있었다.

진남은 바로 계근자를 데리고 날아갔다.

곧, 산벽이 흔들리고 돌멩이들이 날아왔다.

둘은 안에 천장 되는 곳에 말려 들어와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콜록콜록. 잘못 말했다. 잘못 말했어. 서쪽이야."

"……."

폭발음이 연거푸 울려 퍼졌다.

진남과 계근자는 한 시진이 걸려서야 겨우 호수 중앙에서 도망 나왔다.

그들이 숨을 몰아쉬는 모습이 낭패하기 그지없었다.

수많은 살기들을 쳐내느라 그들의 규칙지력은 소모가 컸다.

계근자는 긴 머리를 올렸다.

그녀의 눈은 달처럼 가늘어지고 기분이 좋아 보였다.

진남은 이해할 수 없어서 물었다.

"뭐가 그리 기쁘냐? 설마 추격당하는 걸 좋아하는 거야?"

계근자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다. 그때 전쟁이 터지고 어머니는 나를 먼저 보냈다. 그 뒤로 나는 모든 위험을 혼자 해결해야 했다. 지금처럼 누군가와 함께 싸우거나 도망간 적이 없다. 어떻게 말해야지 하지? 이런 느낌은 너무 좋구나."

진남은 잠깐 침묵했다.

계근자는 무상천존 창의 딸이라 지위가 높았다.

그러나 어릴 때 경험한 것들이 평범한 사람들보다도 못했다.

진남은 기운을 다스리고 살짝 웃었다.

"뒤에 길은 내가 너와 함께 할게."

계근자는 살짝 놀랐다.

그러나 곧 조롱했다.

"다음에는 내 앞을 막아서지 말거라. 너는 주재초급이고 나는 주재정상이다. 내가 너를 보호하는 게 맞지."

둘은 웃고 떠들다가 다시 길을 떠났다.

영혼에 있던 주심도와 가엽은 표정이 이상해졌다.

시간은 흘러 사흘이 지났다.

진남과 계근자는 중현경천의 가장 깊은 곳에 도착했다.

칠색의 빛이 다시 한번 약해졌다.

둘은 움직이는 속도도 늦어졌다.

계근자는 취혼서의 반쪽을 꺼냈다.

"취혼서의 다른 반쪽이 저쪽에 있다."

아주 작은 반응을 따라 그들은 앞으로 나아갔다.

또, 이틀이 지났다.

계근자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녀의 두 눈에 기쁨이 가득했다.

진남은 고개를 들어 살펴보았다.

세 개의 높이가 비슷한 시커먼 산봉우리가 대지를 에워싸고 있었다.

하늘은 이미 어두워지고 별들이 옅은 파란색 빛을 청궁의 땅 위에 뿌렸다.

어찌 된 일인지 별빛은 땅에 스며들지 않았다.

진남은 비범한 기운이 느껴졌다.

오는 동안에 봤던 금제 등보다 훨씬 강했다.

"가엽, 이곳은 탄액지지 같지 않느냐?"

주심도는 입을 열었다.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전의 탄액지지는 두 산이 경계선이고 방원 구만 리였는데 지금은 세 산이 경계선이 되고 방원 삼십만 리가 되었습니다. 아마 몇만 년 사이에 변화가 생겼나 봅니다."

가엽은 숨을 돌리고 말했다.

"탄액지지는 주인님이 천존이셨을 때 창 등과 함께 온 적이 있습니다. 이곳은 엄청 위험해서 들어간 지 반 시진 만에 신비한 공격을 받고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뒤로 다른 천존들이 알아보려고 왔다가 전부 목숨을 잃었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계속 앞으로 나갔다.

그런데 얼마 가지 못하고 계근자가 그의 오른손을 잡아당겼다.

진남은 의아해서 고개를 돌렸다.

"왜?"

그는 무언가 생각난 듯 말했다.

"걱정하지 말거라. 탄액지지가 위험하기는 하지만 구룡석인이 있으니 괜찮을 거다."

계근자는 복잡한 시선으로 말했다.

"아니다. 그걸 걱정하는 게 아니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왜 그러느냐? 곧 네 어머니의 영혼과 만날 텐데, 너 설마……."

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계근자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진남, 고맙다. 네가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이곳까지 오지 못했을 거다."

진남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런 말은 하지 말거라."

계근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응 이라고 대답하더니 생각이 풀린 듯 길게 숨을 내쉬었다.

"주 선배님, 가엽 선배님, 잠깐 자리를 피해주시겠습니까?"

주심도와 가엽은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그래, 알겠다."

둘은 미소를 띠고 몸을 숨겼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계근자가 갑자기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

계근자는 진남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웃고 싶었지만 비월여제의 몸은 웃을 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녀는 눈을 빛내며 진남을 바라보았다.

진남은 더 어리둥절했다.

"진남, 예전에 나는 바깥세상에 아름다운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어떻게 하든지 아버지는 천정을 떠나지 못하게 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나를 위해서 그렇게 하는 거라고 했다. 결국 나는 소원대로 바깥세상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너무 어둡고 춥고 위험하더구나.

나는 절망했다. 그런데 환생을 하고 비월 언니가 나에게 다시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기회를 주었다. 또, 내가 예전에 품었던 마음들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바깥세상은 정말 아름다워. 청궁에 위기가 많고 위험했지만 지난 며칠 동안은 나에게 유난히 눈부신 날들이었다. 네가 나에게 잘해주는 것은 비월 언니 때문이겠지만 그래도 고맙다."

계근자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천지 사이 유일한 소리인 것 같았다.

진남은 침묵했다.

그는 이유 없이 마음이 복잡했다.

"진남, 비월 언니가 너를 얼마나 아끼는지 너는 모를 거야. 그녀의 생명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 너다. 그녀도 너와 도려가 되고 아기를 낳고 싶어 한다."

진남은 깜짝 놀랐다.

"다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서 못 하는 거야. 비월 언니가 패기 넘치고 무적이지만 얼굴은 얇다. 남녀 사이의 일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모른다. 너는 사내인데 그리 무뚝뚝해서야 되겠느냐? 적극적으로 다가가거라."

계근자는 손을 뻗어 두루마기 끈을 풀었다.

그녀의 새하얀 어깨와 안에 입은 얇은 투명한 옷이 드러났다.

진남은 몸이 굳었다.

'계근자가…….'

"진남."

계근자는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었다.

옅은 파란색의 달빛 아래 그녀는 마치 그림에서 나온 것 같았다.

지금 이 순간은 꿈처럼 몽롱했다.

"비월 언니 미안해요. 오늘 언니 대신 저지를게요. 제가 언니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계근자는 손을 뻗어 진남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눈을 감고 서서히 다가갔다.

그녀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행동은 대담하게 했지만 그녀는 속으로 엄청 긴장했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아버지와 숙부 그리고 호위들을 제외하고 그는 비슷한 또래의 사내들을 만난 적이 없었다.

진남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녀는 비월여제의 기억 때문인지 아니면 며칠 동안 생긴 감정인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단순하게 짧은 만남에 원만한 마무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시공간이 얼어붙은 것 같았다.

고른 숨이 진남의 얼굴에 닿았다.

그녀의 체향도 점점 가까이 느껴졌다.

진남은 머릿속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러나 입술이 거의 닿을 때 진남은 저도 몰래 외쳤다.

"안 돼!"

그는 계근자를 밀어냈다.

계근자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넋을 놓고 서 있었다.

진남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

"그, 그게, 계근자. 나는 그러니까……."

계근자는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곧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발랄하게 말했다.

"거봐. 또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 장난친 거야."

진남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나도 많이 배워야겠다."

계근자는 가벼운 말투로 말했다.

"그래. 차라리 나에게서 배워. 음, 생각해보니 나도 그런 경험이 없구나. 에잇, 다른 사람에게서 배워야겠다. 우리 먼저 안에 들어가자."

"그래."

둘은 앞으로 날아갔다.

원래 찰싹 붙어있던 두 사람은 어느새 따로 가고 있었다.

반 주 향이 타기 전에 진남과 계근자는 탄액지지에 들어섰다.

안에 들어서는 순간 진남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눈앞이 시커멓게 변하고 낯설고 강한 위압이 가득했다.

암홍색 빛이 사방에서 번쩍거리고 엄청난 것들이 차갑게 서 있었다.

두려움, 공포 등 감정들이 생겨났다.

마치 평범한 두 사람이 귀신들이 가득한 서식지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들은 먼지처럼 작은 것 같고 살짝 눌러도 산산조각 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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