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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244화 (1,244/1,498)

1244화 계근자를 만나다

한참이 지나고 진남은 몸이 가벼워지더니 낯선 세계에 떨어졌다.

그의 몸에 한기가 스며들고 온몸이 긴장했다.

체내의 힘도 스스로 움직이며 공격 준비를 했다.

그의 주변에는 아무런 선의나 영기가 없고 낯선 기운들만 가득했다.

구천선역에 존재하는 무형의 규칙들이 하나도 없었다.

또, 사방에 엄청난 대요들이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주시하는 것을 느꼈다.

진남은 눈을 떠서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모든 것들이 환했다.

넓은 하늘은 새파랗고 발아래 땅도 평범한 황토색이었다.

멀지 않은 곳에 높지 않은 산이 가득했는데 기이한 화초와 강, 평원 등이 유난히 생기 넘쳤다.

"나도 처음 청궁에 왔을 때 너와 같은 반응이었다. 이곳은 구천선역과 전혀 다를 줄 알았거든."

명초노조는 흐뭇해서 말했다.

"맞습니다."

진남은 몸 안의 규칙지력을 움직이려고 했다.

그는 규칙지력이 방대한 제압을 받아 반밖에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곳은 겉보기에는 온화해도 살기와 금제, 흉수 등이 부지기수이다. 그것들은 또 엄청 강해서 조금만 부주의해도 생명에 위험이 있다. 저 돌을 보거라. 저게 폭발을 하면 주경 강자를 죽일 수도 있다."

명초노조는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진남은 전신선동을 움직여 바라보았다.

주먹 크기의 시커먼 돌이 있었는데 안에는 엄청난 양의 금색 불꽃이 있었다.

누군가 건드리기만 해도 터져 나올 기세였다.

"진남, 상고시대에 청궁은 상현경천(上玄境天), 중현경천(中玄境天), 하현경천(下玄境天)으로 나뉘었다. 상현경천이 얼마나 대단하고 무엇이 있는지 우리는 아직 모른다. 우리가 있는 곳은 하현경천의 변두리이다. 더 세분화하면 상현경천과 중현경천은 변두리, 가운데, 중심처, 깊은 곳 이렇게 다섯 개로 나뉜다.

주재 강자가 최선을 다하면 열흘이 걸려야 하현경천 변두리에서 깊은 곳으로 갈 수 있다. 중현경천의 변두리에서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가려면 스무날이 걸린다. 아무런 살기나 금제, 요수의 저항을 받지 않은 정황에서 말이다."

진남은 두 눈에 빛이 돌았다.

그는 청궁이 이리 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주재 강가가 제일소선역의 극동지에서 극서지로 가는데 예닐곱 날 정도가 걸렸다.

명초노조는 말투가 점점 무거워졌다.

"진남, 내가 하현경천의 중심처에 가면 죽을 가능성이 크다. 다섯 이상의 주재정상 강자가 연합을 하지 않으면 중현경천의 중현경천의 변두리에도 들어갈 수 없다. 네 지보가 비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조심하거라.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바로 나와야 한다. 상고의 기록에 보면 지금의 청궁은 상고시대보다 더 강해졌다……."

이때, 구룡석인이 살짝 떨리며 칠색 빛을 뿜었다.

빛은 진남의 몸에 떨어졌다.

진남의 마음속 한기가 사라졌다.

누군가 지켜본다는 느낌도 사라졌다.

오적이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 분명했다.

'저 영감탱이는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 잘 모르는구나."

"네, 선배님. 명심하겠습니다."

진남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제가 먼저 해보겠습니다."

진남은 금색 불꽃을 품은 돌 옆에 날아갔다.

돌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진남이 손을 뻗어 가져가려고 해도 반응이 없었다.

그를 보지 못한 것 같았다.

진남은 눈을 반짝거렸다.

여러 살기와 금제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이 빛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느냐?"

진남은 오적에게 전음했다.

"걱정 말거라. 네 도려도 지켜주마."

오적은 입을 삐죽거렸다.

"고맙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명초노조는 이렇게 신비한 빛은 처음 보았다.

그는 여전히 걱정이 되는 마음으로 진남을 데리고 앞으로 날아갔다.

며칠이 지나고 그들은 하현경천의 중심처까지 들어갔다.

여러 금제들을 찾아 시험해보기도 했지만 전혀 다치지 않았다.

그제서야 그들은 자리를 떴다.

진남은 명초노조를 데리고 능황노조 등과 만나려고 했다.

그러나 명초노조는 거절했다.

천존지지를 개발할 때 반드시 같이 행동해야 하지 뒤에 가입할 수 없었다.

다음 기회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진남은 혼자 앞으로 나아갔다.

깊이 들어갈수록 살기와 금제 등이 점점 많아졌다.

그리고 엄청난 파동을 품고 있어 터지기만 하면 천지를 뒤흔들 정도였다.

본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는 요수와 각양각색의 이유로 응고된 기묘한 존재들이 가득했다.

그들의 경지는 적어도 주재대성을 이루었고 대다수가 주재정상이었다.

물론 그것들도 다른 금제나 살기처럼 진남을 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진남이 그들 옆을 지나도 아무런 이상도 느끼지 못했다.

다른 주재 거물들이 이런 상황이 되면 아마 기뻐서 날뛰었을 것이었다.

하현경천에 수많은 역천기연과 신비한 보물 등이 있었는데 얻을 수만 있다면 큰 도움이 되었다.

진남도 이 점을 알고 있었지만 시간이 촉박하여 포기했다.

다음에 오면 다시 가져가려고 했다.

"이 강을 건너면 중현경천이겠지?"

열하루가 되던 날 진남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앞에는 옅은 은색의 기다란 강이 있었다.

강은 천지를 갈라놓는 골짜기처럼 청궁을 나누었다.

"이 강은 은궐강(銀闕江)입니다. 강에는 열 개의 해족들이 살고 있고 강에 들어서는 무인들은 반드시 공격을 받게 됩니다. 예전에 아흔아홉 천존이 기원산(起源山)을 만들었을 때 이곳에 모였습니다."

주심도는 말했다.

"기원산이요?"

진남은 호기심이 동해서 강 위로 날아갔다.

그의 발아래 열 장 되는 곳에 방대한 것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그것들은 차가운 빛을 번쩍거리며 엄청난 기운을 풍겼다.

"네, 기원산은 무상천존이 될 수 있는 곳인데 중현경천 깊은 곳에 있습니다."

주심도는 담담하게 말했다.

"무상천존으로 진급할 수 있는 곳이요? 청궁에 그런 곳이 있습니까?"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주인님이 모르시는 게 있습니다. 기원산은 청궁에서 태어난 게 아닙니다."

가엽은 말했다.

"상고시대에 구천선역에는 천존대전장이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경지가 주경이 되면 어떤 종족이라도 들어가서 주재를 돌파하고 천존으로 진급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었습니다.

그 뒤로 무상천존이 되고 싶은 천존들이 연합하여 장벽을 뚫었는데 그때 청궁을 발견했습니다. 오랜 시간 탐구한 끝에 창 등 아흔아홉 명의 천존들이 중현경천의 깊은 곳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연합하여 여섯 가지 청궁 신물을 만들어내고 여러 가지 규칙들로 천존급 대요를 끌어당겨 기원산을 만들었습니다.

기원산은 엄청 신비했는데 여러 규칙지도, 근원의 힘 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산 꼭대기에 가면 무상천존이 될 기회가 있었습니다."

진남은 헛숨을 들이켰다.

그의 말에 진남은 굉장한 장면을 상상할 수 있었다.

"기원산이 아직 존재합니까?"

진남은 저도 몰래 물었다.

만약 존재하지 않는다면 구천선역에는 이제 무산천존으로 진급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옛사람들을 따라 해 하나 만든다고 해고 언제 아흔아홉 명의 천존들을 모으겠는가?

"아직 존재합니다. 기원산을 만들 때 무상천존으로 진급을 하려면 서른세 명의 인족 천존들과 연합하여 봉인을 풀어야 한다는 규칙이 있습니다. 만약 조건이 충족하지 못하면 기원산 소재지는 닫힙니다. 청궁에는 엄청난 것들이 많기에 그것들에게 파괴당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가엽은 말했다.

"창과 엽소선이 다시 태어났으니 하루빨리 기원산을 열어 다시 무상천존이 되려고 할 겁니다. 몇백 년 동안 그들은 엄청난 수단을 써서 많은 주재들을 천존으로 만들 겁니다. 우리는 그들을 빌려 천존 경지로 진급하면 됩니다."

주심도는 당부했다.

"네."

진남은 가슴에 새겼다.

잠시 후, 그는 중현경천에 도착했다.

하현경천과 달리 이곳은 낯선 기운이 열 배는 더 많았다.

살기, 금제 등도 많이 변했는데 더 깊이 숨어있었다.

진남의 전신선동으로 대체적인 것밖에 확인이 되지 않았다.

진남은 비월여제에게 신념을 전했다.

대체적인 방향을 확인한 그는 계속 전진했다.

"응?"

문득 진남은 걸음을 멈추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전신의 혼이 움직인 것 같았다.

진남은 바로 전신의 혼을 드러냈다.

전신의 혼은 옅은 보라색 빛이 흘렀다.

위엄은 평소보다 몇십 배는 더 강했다.

전신의 혼은 어떤 부름을 받은 것처럼 고개를 살짝 돌리고 한 방향을 주시했다.

"이게 주선신비일 겁니다. 그래서 항존이 반응한 것 같습니다. 항존은 주선신비의 후계자이니까요."

주심도는 말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전신의 혼을 거두었다.

그러나 진남, 주심도, 가엽은 알지 못했다.

전신의 혼의 텅 빈 두 눈에 보라색 빛이 살짝 스쳤다.

구룡석인의 깊은 곳에 있던 오적은 움찔했다.

그러나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자기 할 일을 했다.

시간은 조금씩 흘러 어느덧 열흘이 지났다.

진남은 중심처로 왔다.

"저 산이겠지?"

진남은 고개를 들고 흰 눈이 가득한 산봉우리에 신념을 전했다.

잠시 후, 빛이 날아와 진남의 앞에 내려섰다.

그녀는 긴 치맛자락을 펄럭이고 풍채가 있었다.

정교한 얼굴은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옅은 파란색 눈동자에 기쁨이 가득했다.

"진남, 왔구나!"

그녀는 손을 뻗어 안으려고 했다.

진남은 몸이 굳었다.

계근자는 그의 변화를 민첩하게 눈치채고 눈동자가 어두워졌다.

그녀는 팔을 거두고 말했다.

"미안하다. 비월 언니 겪은 것들을 다 느낄 수 있으니 네가 가깝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너를 안으려고 했다."

예전에는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을 듣고 익숙한 얼굴을 보고 있으니 낯설고도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진남은 껄끄럽게 느껴졌다.

"괜찮다. 내가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

진남은 코를 만졌다.

"그럼, 내가 안아도 된다는 거네?"

계근자는 눈을 깜짝거렸다.

"음, 그게, 그러니까……."

진남은 말문이 막혀서 얼른 화제를 바꾸었다.

"취혼서의 남은 반쪽은 우리와 얼마나 떨어져 있느냐?"

계근자는 웃음이 나왔다.

그녀는 비월여제의 기억을 느끼면서 믿을 수 없었다.

주재 경지가 되는 자가 남녀의 일에 이렇게 무뚝뚝할 수가 있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오늘 만나보니 정말 그러했다.

이것도 나름 재미있었다.

계근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녀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고적을 꺼냈다.

진남이 고적을 살펴보니 다른 책과 다름이 없었다.

다만 반쪽을 잃어버려서 시커먼 기운이 덮여있었다.

진남은 동력으로 다른 반쪽을 뚫어보지 못하고 엄청난 파동만 느꼈다.

"취혼서의 남은 반쪽은 깊은 곳에 있다. 여기서 출발하면 팔 일이 걸린다.

계근자는 말했다.

"그래."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구룡석인에 전음했다.

오적은 그를 무시했다.

그저 똑같은 칠색의 빛을 계근자의 몸에도 내렸다.

"이상한 빛이다. 이것만 있으면 되는 거야?"

계근자는 호기심이 가득해서 살폈다.

"응, 금제 등이나 흉수 곁으로 지나가도 발견하지 못했다."

"오! 대단하다. 그렇다면 취혼서의 다른 한쪽도 가져올 수 있겠다. 우리 얼른 가자!"

새하얀 손이 진남의 손을 잡고 앞으로 날아갔다.

나흘 후, 진남과 계근자는 중심처에 도착했다.

그들은 처음보다 속도가 느려졌다.

칠색 빛의 작용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금제나 살기를 지날 때 그것들은 흔들리며 기운을 뿜었다.

흉수나 신비한 존재들을 지날 때도 깨어나서 주변을 살폈다.

놀라기만 하고 위험은 없었지만 둘은 함부로 행동할 수 없었다.

그들이 만난 금제들이 뿜어내는 기운은 주재 강자보다 더 강했다.

천존 등급은 되는 것 같았다.

의외의 사고라도 생기면 그들은 감당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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