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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243화 (1,243/1,498)

1243화 청궁으로

"침착하자, 침착!"

진남은 심호흡으로 마음을 다스렸다.

'잠깐, 이상하다! 창의 딸이 구리거울의 의지를 차지했다면 능황노조 등을 죽여야 하는 거 아닌가? 능황노조 등이 죽어야 우리 세력의 힘이 줄어든다. 그럼 창이 나를 공격하기가 더 쉬울 거다.'

진남은 생각했다.

하지만 의심만으로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었다.

"진남, 무슨 일이냐?"

명초노조 등은 진남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진남의 감정 파동이 큰 것을 느꼈다.

"비월여제가 갑자기 기운이 바뀌더니 쌍도노조 등을 공격했다고 합니다."

진남은 목소리가 씁쓸했다.

"뭐라?"

명초노조, 묘묘 공주, 강벽난, 설몽요 그리고 주심도와 가엽은 표정 변화가 없었다.

"자세히 말해보거라!"

주심도는 먼저 반응했다.

그는 표정이 진지했다.

진남은 세 노조에게 들은 내용을 그들에게 전해줬다.

"오?"

주심도와 가엽은 눈썹을 찌푸렸다.

진남의 손목에 붉은색 끈이 나타났다.

끈에서 상고문자들이 날아와 진남의 앞에 이상한 부호를 만들었다.

"삼생홍승?"

진남은 깜짝 놀랐다.

"진남, 이 부호는 상고비법입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비법을 펼치면 시술자의 의지가 어떤 매체를 통해 다른 사람의 식해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실체가 되어 한참 동안 유지됩니다. 이제는 다들 영패로 전음을 하는 게 익숙해서 이런 비법을 쓰는 사람이 무척 적습니다."

가엽은 진남에게 설명해주고 덧붙였다.

"제가 이 비법을 가르쳐드리겠습니다."

수천, 수만의 경문들이 진남의 머릿속에 밀려들어 왔다.

"구리거울이 나를 찾는 거지?"

진남은 반응했다.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깨달음을 얻기 시작했다.

상고비법은 복잡하지 않았다.

진남의 실력으로 얼마 되지 않아 깨달음을 얻었다.

진남은 뒷짐을 쥐고 법인들을 만들었다.

웅-!

진남의 앞에 떠 있던 부호들이 흩어져 많은 빛들로 변했다.

빛들은 식해에서 한 형상으로 모였다.

형상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이목구비가 정교하고 풍채가 있었으며 사람을 천 리 밖에서부터 거절하는 얼음 조각상 같았다.

그러나 진남은 낯선 느낌이 들었다.

"대인은 비월여제냐? 아니면 창의 딸인 계근자냐?"

가엽은 물었다.

그와 주심도는 식해를 볼 수 있었다.

"가엽 선배님, 주심도 선배님, 안녕하세요. 저는 아버지에게서 선배님들과 주제의 일들을 자주 들었습니다."

'비월여제'는 인사를 했다.

그녀의 말투는 예전처럼 차갑지 않았다.

"비월여제의 의지를 전부 차지한 거냐?"

진남은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식해에 살기가 가득 찼다.

"아니다. 비월 언니는 타고난 천재이다. 진짜로 삼생겁을 만들고 십생십세공을 보완할 줄은 몰랐다. 나는 예전에 천선 경지밖에 되지 못했다. 그런데 어찌 언니의 의지를 차지할 수 있겠느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다만, 내 기억이 무의식에서 비월여제 언니에게 영향을 미쳤다. 이번에 또 어떤 일들이 있어서 내가 잠깐 의식을 차지했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비월여제는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

"청궁에서 비월 언니가 취혼서(聚魂書)라는 지보를 얻었다. 책에는 제 어머니의 영혼 조각이 있었다."

"경월선자 말이냐?"

주심도는 물었다.

비월여제는 감정을 추스르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제 어머니의 도호가 경월선자입니다."

가엽은 의아해서 물었다.

"그때 그 싸움에서 경월선자는 죽은 걸로 안다. 그런데 그녀의 영혼이 취혼서에 나타날 수 있느냐?"

비월여제는 고개를 저었다.

"저도 잘 모릅니다. 그러나 취혼서에는 여러 영혼들이 있었는데 제 어머니 영혼도 있었습니다. 저에게 있는 취혼서는 완전하지 않습니다. 저는 절반밖에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다른 반쪽이 존재합니다. 제 어머니의 혼백은 아마 다른 반쪽의 취혼서에 있을 겁니다."

주심도는 말했다.

"그래서 네가……."

비월은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맞습니다, 선배님. 비월 언니의 기억을 통해 진남이 구룡석이라고 하는 지보를 얻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청궁의 물건인데 예전에 아버지와 다른 세 무상천존들도 가지고 싶어 했습니다.

취혼서의 남은 반쪽은 청궁의 깊은 곳 가까이에 있습니다. 비월 언니가 그곳에 간다면 죽을 게 분명합니다.

진남, 네가 구룡석인을 사용하여 나를 그곳에 데려가기 바란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이런 상황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비월여제는 숨을 내쉬며 말했다.

"진남과 두 선배님들이 저를 안 믿으실 걸 압니다. 제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맹세라도 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는 이제 저에게 아버지가 아닙니다.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어머니는 그렇게 죽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절대 아버지 편에 서지 않을 겁니다.

저는 어머니가 속박을 벗어나 윤회하고 환생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저는 다른 요구는 없습니다. 더 이상 비월 언니의 의지도 차지하지 않고 스스로 소멸하겠습니다. 다시 허무로 돌아가 어머니와 만나고 싶습니다. 도와줄 수 있습니까?"

그녀는 말투가 간곡했다.

진남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눈앞의 형상이 비월여제가 아닌 귀여운 여자아이로 보였다.

"이 일은 보통 일이 아니다. 아직 너에게 답변을 줄 수 없다. 너는 계근자의 이름으로 심마도세를 하고 영혼대세를 하거라. 할 수 있겠느냐?"

주심도는 먼저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비월여자는 주저하지 않고 바로 두 개의 맹세를 하더니 형상이 흩어졌다.

"이제 무슨 생각이 드십니까?"

주심도는 물었다.

"될 수 있으면 청궁에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진지하게 말했다.

주심도와 가엽은 그 말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될 수 있으면이라고 했지만 진남은 반드시 청궁에 갈 거라고 그들은 확신했다.

주심도와 가엽은 반대하기는커녕 두 손 들어 찬성이었다.

그들은 창이 몰래 수단을 써 비월여제가 의식을 잃게 하고 흑화되어 진남의 적이 될까 걱정했다.

이제 보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진남도 청궁에 한번은 다녀와야 했다.

계근자는 잠시 비월여제의 의지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시간이 좀 지나면 비월여제의 의지는 깨어나서 다시 몸의 주체가 될 것이었다.

또, 진남의 참심일도가 계근자의 의지를 없앨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비월여제의 몸은 지금 계근자가 좌지우지했다.

진남이 허락하든 말든 계근자는 남은 반쪽 취혼서가 있는 곳에 갈 것이었다.

계근자가 말한 것처럼 비월여제가 지금의 경지로 청궁에 가면 죽을 게 분명했다.

구천선역에 있는 창이나 엽소선 그리고 영야천존조차 그곳에 가면 죽을 수 있었다.

유일한 희망은 구룡석인이었다.

계근자의 의지가 스스로 사라진다면 가장 좋은 것이었다.

비월여제에게도 영향이 가장 적었다.

상고시대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두 괴물들은 계근자의 말을 전부 믿지는 않았다.

그들은 아직 의심하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창은 주재 경지이고 이 세상에 천존도 한 명밖에 없다.

창이 청궁을 이용하여 무언가 얻으려고 해도 마음만 있을 뿐이고 정작 힘은 없었다.

더욱이 구룡석인이 지키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었다.

"경월선자의 영혼이 아직도 잡혀있을 줄이야."

주심도와 가엽은 가여운 마음이 들었다.

주제가 천존으로 진급할 때 그들은 경월선자와 교류를 한 적이 있었다.

몇 번은 그녀와 연합하여 싸운 적도 있었다.

그때는 주제도 경월선자에게 호감이 있었다.

경월선자도 주제에게 호감이 조금 있었다.

다만, 호감이 연모로 변하기 전에 경월선자의 가문에서 그녀를 강제로 창에게 시집 보냈다.

주제는 나서서 말리려고 했지만 경월선자가 그를 제지했다.

좋은 인연이 결국 운명 앞에서 싹도 피우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다.

이제 와서 돌이켜 보니 모든 것이 옛날 같지 않았다.

"오적 방금 한 말을 너도 들었지? 나를 청궁의 깊은 곳과 가까운 곳에 데려가는 건 문제 없겠지? 네가 원하는 돌도 있잖아? 마침 가서 가져오면 되겠구나."

진남은 오적에게 전음했다.

갈 수 있고 없고는 오적에게 달렸다.

"문제없겠지라니? 아무 문제없거든! 나는 오적이다. 구룡석인이 어떤 존재인지 아느냐? 네가 청궁 깊은 곳에 접근하는 둘째치고 깊은 곳에 들어가도 아무 문제 없이 지켜줄 수 있다. 이제 코딱지만 한 일로 나를 찾지 말거라."

앳된 목소리가 구룡석인에서 울려 퍼졌다.

오만함이 가득했다.

"고맙다."

진남은 시름을 놓았다.

그는 눈을 떴다.

"진남, 어떻게 되었느냐?"

명초노인 등은 얼른 물어보았다.

"이렇게 된 일입니다……."

진남은 방금 있었던 일을 자세히 말했다.

"후, 그럼 됐다. 그럼 됐어!"

묘묘 공주 등도 안심하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럼 지금 청궁에 갈 계획이냐?"

명초노조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네."

진남은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

"선배님,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제 몸에 지보가 있는데 저를 청궁 깊은 곳까지 무사히 데려다줄 수 있습니다."

명초노조는 깜짝 놀랐다.

한참이 지나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역시 양대 무상천존의 환생답구나. 그리 귀한 지보가 있다니. 그렇다면 나도 다른 의견은 없다. 마침 잘 되었다. 내가 너를 청궁까지 데려가마."

묘묘 공주는 얼른 말했다.

"나도 갈래. 나도 데려가!"

진남은 고민도 하지 않고 거절했다.

"안 돼. 너희들은 금방 주재로 진급했다. 지금 청궁에 가면 너무 위험하다. 내 지보가 몇 사람까지 보호할 수 있을지 확인되지도 않았다.

묘묘 공주는 입을 삐죽거리며 반박하려고 했다.

이때, 강벽난이 웃으며 말했다.

"공주, 진남의 말이 맞다. 우리가 지금 따라가는 건 좋지 않은 것 같다. 우리 주천불사산에 돌아가 경지를 잘 수련하는 게 어때? 그러면 진남도 우리를 거절할 수 없을 거다."

묘묘 공주는 눈알을 굴렸다.

진남이 엄청난 속도로 진급하기에 그녀도 빨리 경지를 돌파해야 했다.

아니면 진남보다 한참 뒤떨어질 수 있었다.

그리고 청궁에 갔다가 진남에게 짐이라도 되면 그녀는 체면이 서지 않았다.

"그래, 너는 비월 언니를 머리끝 하나 다치지 않게 데려와야 해."

묘묘 공주는 말했다.

"당연하지."

진남은 여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녀들을 주천불사산에 돌려보냈다.

그리고 명초노조와 함께 청궁으로 날아갔다.

이때, 삼성홍승에서 신념이 느껴졌다.

비월여제, 정확히 말하면 계금자였다.

그녀는 말투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진남, 청궁까지 시간이 좀 걸립니다. 지금 대연진을 펼쳐 계속 수련을 할 수 있습니다. 하루빨리 영생지화를 만들어내십시오. 그리고 불후상마진결도 제고하여 영항불멸지체와 불후상마진결대성을 함께 돌파하십시오."

가엽은 말했다.

"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무주궁도에 규칙지력을 주입했다.

그는 주재가 되었다.

그가 해야 할 일은 몸에 있는 새로운 힘을 정상까지 끌어올리고 자신만의 규칙을 깨닫는 것이었다.

하루가 지나 진남과 명초노조는 제일소선역의 극동지에 도착했다.

몇 시진 동안 공격을 해서야 장벽에 구멍을 뚫고 넓고 시커먼 허무 속에 들어섰다.

또 네 시진이 지나 진남은 청궁 입구를 처음으로 보았다.

시커먼 어둠 속에 주홍색 아치형 문이 우뚝 서 있었다.

"입구만으로도 이렇게 강한 위압을 풍기다니!"

진남은 감탄했다.

주경 강자들은 접근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

슉-!

구룡석인이 빛을 뿜었다.

무척 기쁜 것 같았다.

진남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명초노조와 함께 아치형 문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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