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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242화 (1,242/1,498)

1242화 가장 원하지 않던 일

'내가 천존이 되면 어떤 규칙을 만들어야 할까?'

진남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는 만법불침성체, 불후상마진결, 도법지도를 하나로 융합시켜 새로운 힘을 만들었다.

때문에 황보절이나 주제가 했던 대로 할 수 없었다.

"나중에 생각하자. 아직 천존이 되려면 한참 더 걸릴 거야."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마음을 평온하게 다스리고 몸의 변화를 느꼈다.

진남이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영혼 깊은 곳에 있던 구룡석인이 눈부신 빛을 드러냈다.

그 어느 때보다 더 찬란했다.

"응?"

진남, 가엽, 주심도 등은 깜짝 놀랐다.

"설마, 주재가 되면 구룡석인이 스스로 움직이는 걸까?"

주심도는 저도 몰래 중얼거렸다.

"스스로 움직인다고요?"

진남은 화들짝 놀랐다.

구룡석인은 항상 피동적으로 나섰다.

위험에 처했을 때나 진남을 도와주기 위해 나섰는데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나타났다.

슉-!

구룡석인에서 아홉 가지 색깔의 빛이 뿜어져 나와 진남의 심의를 덮었다.

진남이 반응하기 전에 눈앞에 벌어진 것들이 뒤바뀌었다.

잠시 후, 진남은 새로운 공간에 도착했다.

공간의 하늘은 옅은 금색이었고 수많은 별들이 있었다.

발아래 땅은 끝없는 얼음 수정이었는데 빛들을 반사했다.

"어디지? 구룡석인이 소공간을 만들어냈나?"

진남은 의아했다.

그는 심의지력으로 칼을 만들어 얼음 수정 바닥을 베었다.

펑, 하는 소리만 들리고 칼이 닿은 곳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틈도 벌어지지 않았다.

진남은 지금 의지를 움직여 주경정상도 죽일 수 있었다.

"이리 평범하지 않은 걸 보니 구룡석인이 스스로 만들어낸 공간일 가능성이 크다! 구룡석인이 나를 이곳으로 인도했다면 어떤 이유가 있을 텐데……."

진남은 중얼거리며 앞으로 날아갔다.

얼음 수정 바닥은 엄청 넓고 아무것도 없었다.

진남은 열 시진 정도 날아가다가 먼 곳에 큰 산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산들은 엄청 넓고 긍고의 용 같은 산맥을 이루었다.

산맥 역시 얼음 수정이 모여서 만들어졌다.

그 위에는 높이가 백 장이 되는 기이한 나무들과 각양각색의 화초들이 있었다.

"나무와 화초들도 역시 평범하지 않구나."

진남은 산맥에 올라 심의가 만들어진 칼을 휘둘렀다.

그러나 나무와 화초들은 꿈쩍도 하지 않고 상처가 나지도 않았다.

진남은 자신의 실력을 의심하기도 했다.

'주재가 되었는데 나무에 상처도 내지 못한다고?'

진남은 고개를 흔들고 위로 올라갔다.

가는 동안 아무런 수확도 없고 느낌도 없었다.

어떤 산꼭대기에 이르러 멀리 바라보자 그제야 느낌이 왔다.

멀지 않은 곳에 두 개의 산이 붙어서 방원 몇십만 장이 되는 산맥을 이루었다.

그 위에 보라색 나무로 지은 옛 절당이 있었다.

절당은 이 층 높이였다.

진남이 구룡석인의 안내를 받아 천제지주에서 은밀한 삼장장의 지보를 찾았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진남은 옛 절당으로 날아가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 들어선 그는 크게 놀랐다.

경지가 높아졌지만 그는 저도 몰래 헛숨을 들이켰다.

소름이 돋았다.

절당의 일 층은 방원 십몇만 리가 되는 소공간이었다.

소공간의 바닥에는 해골들이 널려있었는데 완전한 것도 있고 볼품없이 망가진 것도 있었다.

해골들은 옅은 파란색도 있고 금색도 있었는데 빼곡하니 모여 해골 바다를 이루었다.

십몇만 리를 가득 채운 해골을 보며 진남은 얼마나 많은 무인들이 죽었을까 생각했다.

진남은 해골에서 옅은 기운과 위압을 느꼈다.

해골들이 생전에 어떤 경지였는지 진남은 알 수 없었다.

그들이 이곳에 얼마나 오랫동안 있었고 기운과 위압이 얼마나 사라졌는지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진남은 느낄 수 있었다.

해골들은 모두 주재 경지 이상이었다.

즉, 모든 해골들이 적어도 천존이었다는 뜻이었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대상계의 모든 천존들의 해골을 이곳에 모았다고 해도 이리 많을 것 같지는 않았다.

'구룡석인은 청궁에서 왔으니 다른 세계의 물건일 수 있다. 설마 이 해골들이 전부 다른 세계의 것이란 말인가?'

진남은 생각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다른 세계는 대체 얼마나 대단할까?'

이때, 앳된 목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정말 세상 물정을 모르는구나 고작 한 무더기 죽은 해골에 그리 겁을 먹을 필요가 있느냐? 이 오적(吳敵)이 너 같은 주인을 만날 줄이야!"

진남은 깜짝 놀랐다.

전에 주심도와 가엽은 구룡석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구룡석인에 기령이 있다는 증거였다.

진남은 얼른 물었다.

"기영이냐? 구룡석인은 대체 무슨 작용을 하느냐?"

오적은 기가 막혀서 대답했다.

"나야 당연히 기영이지. 그걸 물어야 아느냐? 구룡석의 작용은 말해줄 수 있다. 그러나 바로 말해주면 재미가 없지. 네가 한번 맞춰볼래?"

오적은 반쯤 말하다 장난스럽게 말을 바꾸었다.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내 생각에 어떤 거물이 모든 것을 쏟아부어 만든 물건 같다. 아니면 다른 세계의 근원의 힘 비슷한 것인데 어떤 사명을 가지고 태어났느냐?"

오적은 입을 삐죽거렸다.

"그런 말은 안 한 것만 못하다. 지금 젊은이들은 잔머리만 잘 굴리는구나."

오적은 탄식했는데 앳된 목소리와 무척 어울리지 않았다.

진남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물었다.

"나를 왜 이곳으로 안내했느냐?"

오적은 구룡석인의 작용을 말하지 않으려고 했다.

진남은 자신의 경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더 묻지 않았다.

구룡석인의 내력 같은 것들은 더욱 물어볼 필요가 없었다.

오적은 오만하게 말했다.

"너를 무시하려고 했다.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되었고 너는 이것의 주인이니 이번만 봐주마. 너는 주재로 진급했고 전력은 주재대성이나 주재정상과 겨뤄도 될 정도이다. 그러니 이제 청궁으로 갈 수 있다. 청궁에 가면 이런 돌을 많이 찾아오너라."

오적이 말을 마치자 진남의 눈앞에 어떤 장면이 나타났다.

규칙이 전혀 없는 주먹만 한 크기의 돌들이 널려있었다.

돌 위에는 옅은 파란색의 무늬가 있고 매우 작은 금색 부문이 있어 신비하게 느껴졌다.

"이 돌들은 무엇이냐? 이 돌들이 있어야 회복할 수 있느냐?"

진남은 물었다.

"참나, 내가 무슨 회복이 필요하겠느냐? 찾아오라면 찾아오면 되지 말이 그리 많느냐?"

오적은 불쾌해서 말했다.

진남은 입꼬리가 비틀렸다.

오적은 오만한 귀공자 같았다.

"저기가 이 층으로 통하는 길인가 보구나. 내가 지금 갈 수 있느냐?"

진남은 공간의 끝을 바라보았다.

허공에 아홉 개의 부호가 이어져 있었다.

"이제 겨우 주재 경지라 안 된다. 너를 이곳에서 내보내줄게. 아, 그리고 사고 좀 치지 말거라. 잠도 제대로 못 자겠다."

오적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주변에 보이는 것들이 변형되기 시작했다.

진남이 말을 하기 전에 모든 것들이 사라졌다.

"무슨 일입니까? 방금 구룡석인을 움직이셨습니까?"

주심도와 가엽은 물었다.

구룡석인은 보통 무서운 게 아니었다.

진남이 그것을 움직일 수 있다면 아주 조금이어도 호랑이가 날개를 단 격이었다.

진남은 심의로 구룡석인을 움직여보았다.

그러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직은 움직일 수 없습니다. 나더러 이런 돌을 찾아오라고 했습니다."

말을 마친 진남은 그림을 다시 실체화시켰다.

"어라? 이런 돌은 본 적이 없습니다."

"저도 본 적이 없습니다."

주심도와 가엽은 한참 노려보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그들은 주제를 쫓아다니며 청궁에 많이 드나들었다.

그러나 주제와 창이 얼떨결에 청궁의 깊은 곳에 들어간 날에는 함께 하지 않았다.

그들이 잘 모르는 신비한 돌은 청궁의 깊은 곳에 있을 수 있었다.

"청궁에 들어가면 이런 돌을 찾지 마십시오. 주인님의 지금 경지로 청궁의 깊은 곳에 들어간다면 죽을 겁니다. 물론, 석인이 도와주면 상황이 다를 수 있겠지요."

주심도는 생각하더니 말했다.

"아무튼, 석인이 반응을 보이고 기영도 주인님과 소통을 하려고 하니 좋은 일입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돌파하는 일에 집중했다.

반 시진이 지나고 그의 기운이 잠잠해졌다.

옅은 주재의 위엄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먼 곳에 있던 주경 강자들도 몸서리쳤다.

슉-!

방대한 힘이 진남의 몸에 떨어지더니 그를 제삼금구 밖으로 내보냈다.

창도 마찬가지였다.

진남은 창을 살펴보았다.

그와 다른 점이 있었다.

진남은 주재초성을 이루고 쌓아놓은 경험이 충분하지 않아 주재대성을 돌파하지 못했다.

그러나 창은 주재대성이 되었다.

"진남, 축하한다. 주천불사산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구나."

창은 공수하고 말했다.

"빠른 시일 내에 천제지주를 모아야겠다. 아니면 너를 이길 수 없을 것 같구나."

진남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너무 겸손하구나. 내가 보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너는 주재정상이 되고 천존경지로 갈 거다."

창은 그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 쉽게 생각하지 말거라. 엽소선 등이 천존지지를 개척한다고 해도 이 년은 걸린다."

주재에서 천존이 되는데 이 년이 걸리는 것도 창은 너무 오래 걸린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시대의 주재들은 몇만 년이 걸려도 천존으로 진급하지 못했다.

"진남!"

묘묘 공주, 강벽난, 설몽요 등이 멀리서 날아왔다.

그녀들의 두 눈에 기쁨도 있고 살기도 살짝 있었다.

"진 도우, 주재가 된 걸 축하한다."

명초노조는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가까이 다가와 공수하고 말했다.

그리고 곁눈질로 창을 살펴보았다.

"명초노조? 어떻게……."

진남은 경악했다.

"진 도우, 솔직하게 말하마. 내가 이곳에 남아있었던 이유는 한편으로는 네가 실패를 하면 당청산을 죽이기 위해서고 다른 한편으로는 만일의 경우에 너를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명초노조는 말했다.

"노조, 고맙습니다."

진남은 잠깐 침묵하더니 공수하고 말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었다.

"나를 원망하지 않으면 그걸로 만족한다."

명초노조는 씁쓸하게 웃었다.

"진남, 벗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라. 나는 너희들과 함께하지 않고 이만 가야겠다."

창은 살짝 웃고 돌아서서 자리를 떴다.

"진남, 우리……."

묘묘 공주는 마음이 급했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 전에 창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두 개의 파문이 일더니 주재정상 노인 두 명이 안에서 걸어 나왔다.

노인들은 진남 일행을 노려보더니 창의 뒤를 따라갔다.

"그러지 말거라. 창은 이미 모든 준비했을 거다. 지금 그를 죽이는 건 불가능할 거야."

진남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래, 그럼.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가면 돼? 주재가 되었으니 청궁에 갈 수 있어?"

묘묘 공주는 말했다.

그녀의 두 눈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그녀는 청궁이 어떻게 생겼는지 무척 궁금했다.

진남은 명초노조를 바라보았다.

이때, 신념 하나가 그에게 전해졌다.

살펴보던 진남은 안색이 확 바뀌었다.

신념을 전한 사람은 천허조교의 쌍도노조였다.

"진남, 조금 전에 비월여제가 고서를 얻었는데 그 뒤로 기운이 확 바뀌었다. 나와 청옥, 능황이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고 다가갔을 때 그녀가 갑자기 공격을 하는 바람에 우리 셋 다 다쳤다. 그리고 그녀는 혼자 떠나갔다."

청옥주재와 능황노조도 진남에게 신념을 전했다.

그들은 쌍도노조와 똑 같은 말을 했다.

'무슨 일일까? 창이 손을 써서 딸의 의지가 구리거울의 의지를 이길 수 있게 만들었나?'

진남은 머리가 복잡했다.

가장 원하지 않던 일이 벌어졌다.

그는 비월여제와 싸워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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